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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만둣집 앞.

박민정은 연지석이 그의 얼굴로 가져간 손을 급히 거둬들이며 말했다.

“그건 다 어려서 철없을때 얘기지.”

고작 몇 살밖에 안 됐을 때인데 남녀유별을 어떻게 알았겠는가.

그리고 그때 연지석은 그녀보다도 더 키가 작은 똥똥이였다. 자연스레 그를 동생으로 생각해 은정숙이 맛있는 것을 할 때마다 그한테 갖다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훌쩍 커서 한참은 올려다봐야 하는 키에 재탄생한 것과 다름없는 준수한 외모,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온몸에서 서늘하고 도도한 귀족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그한테 누가 감히 찬 손을 얼굴에 갖다 대며 장난을 치겠는가.

그녀의 정중하고도 서먹서먹하게 대하는 모습을 본 연지석의 깊은 눈동자에 낙담과 쓸쓸함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

“내 앞에서 넌 철 들 필요 없는데.”

어릴 적 겨울날에 그가 추위에 덜덜 떨고 있을 때, 그녀가 남몰래 옷과 이불과 먹을 것을 그한테 가져다주기도 하고 개구쟁이 장난을 치며 웃게 만들었던 기억이 그는 아직도 생생하다. 그녀가 아니었더라면 그는 누구한테 죽임을 당했거나 아사, 동사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때 박민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우린 철 드는 걸 배워야 해. 너무 천진하고 철 없으면 남한테 미움받을 수도 있어.”

예전에 성숙하지 못하고 철이 없었던 탓에 그녀는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한테 시집을 가서 괜한 미움을 받게 되었다.

연지석은 갑자기 너무 후회스러웠다.

신림현을 떠날 때 그녀를 데리고 같이 가거나, 그녀가 결혼 전에 다시 찾아왔더라면...

조금 더 일찍 만나 유남준과 결혼하기 전에 그녀를 찾아 데리고 떠났더라면 그녀가 지금처럼 조심스러워하고 전전긍긍하지 않았을 텐데.

여기까지 생각하자 그는 가까이 다가서며 불현듯 마음속에 늘 감춰뒀던 그 한마디를 꺼냈다.

“민정아, 우리...”

앞으로 같이 있자...

뒤의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익숙하고 차가운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여보!”

소리를 따라가 보니 유남준과 서다희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

서다희는 잡아먹을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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