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09화

“제가 가볼게요.”

박민정은 얼른 내려갔다. 하지만 유남준 방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다른 이상한 점도 보이지 않았기에 박민정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유남준이 이 공간에서 버티지 못해 떠나가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튿날.

박민정은 일찍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녀는 일부러 당근이 들어간 죽을 준비했다. 그녀가 기억하기로 유남준은 당근을 좋아하지 않았다.

박예찬은 그런 유남준을 닮아 당근이 들어있는 음식은 쳐다도 보지 않는다.

은정숙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박민정은 죽을 일부분 남기고 유남준에게로 갔다.

유남준은 마침 씻고 나와 있었다.

그는 홈웨어로 갈아입고 있었다. 박민정은 그런 유남준의 이마에 큰 상처가 나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제의 소리는 아마도 유남준이 이마를 부딪친 소리였던 것 같다.

박민정은 일부러 못 본 체 하면서 입을 열었다.

“아침을 먹어요.”

“응.”

유남준은 조심스레 걸어왔다.

이곳은 크지 않았지만 가구가 많았다.

그는 또 가구를 건드려 박민정이 화를 낼까 봐 두려웠다.

박민정은 유남준이 빨리 떠났으면 했지만 유남준이 벽에 부딪히려는 것을 눈 뜨고 볼 수만은 없었다.

“왼쪽으로 가요. 벽에 부딪히겠어요.”

유남준은 그대로 굳었다. 귀는 아주 붉어져서 홍당무 같았다.

그는 왼쪽으로 걸어가더니 빠르게 테이블 옆으로 와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고마워. 이젠 기억했어.”

그의 말투와 태도를 보면서 박민정은 그가 기억을 잃은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유남준이 이런 태도로 나오니 그를 괴롭히기도 어려웠다.

박민정은 죽을 뜨고 계란 후라이 두 개를 올려주면서 말했다.

“여기요.”

“고마워. 앞으로는 내가 일찍 일어나서 도와줄게.”

어젯밤, 그는 낯선 곳에서 잘 자지 못해서 늦게 일어났다.

박민정은 멍해졌다.

“됐어요. 앞이 보이지 않으면서 뭘 도와줄 수 있다는 거예요.”

유남준은 목이 막혔다. 이윽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

“일하지 않아도 돼. 은정숙 씨와 함께 두원으로 와. 내가 먹여 살릴게.”

먹여 살린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