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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박민정이 집에 돌아왔을 때는 저녁 아홉 시 정도였다.

그녀는 창고로 썼던 방에서 물건을 다 꺼냈다. 이 방은 아주 허름했지만 안에 화장실이 있어서 유남준이 박민정이나 은정숙의 신세를 지지 않아도 되었다.

저녁 열 시.

마이바흐 한 대가 집 앞에 멈춰 섰다.

뒷좌석에 앉은 유남준은 허리를 곧게 폈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아무 감정도 없었다.

차에서 내린 기사가 밖에 서서 공손하게 얘기했다.

“유 대표님, 도착했습니다. 사모님을 모셔오도록 하겠습니다.”

유남준의 명령 때문에 운전기사를 제외한 다른 사람은 오지 않았다.

유남준은 법원을 떠나면서 박민정에게 다시 보지 말자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날 데리고 가.”

유남준은 그렇게 얘기하고 차에서 내렸다.

이렇게만 보면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었다.

“네.”

운전기사는 조심스레 그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유남준이 거절했다.

“어떻게 가면 되는지만 알려줘.”

유남준은 다른 사람이 그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게다가 길을 걷는 것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병신이 되고 싶지 않았다.

“네.”

운전기사의 말에 따라 유남준이 천천히 발을 옮겨 집 앞으로 왔다.

운전기사는 박민정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지만 문은 굳게 닫혀있어서 어쩔 수 없이 문을 두드려야 했다.

박민정은 노크 소리를 듣고 그제야 문을 열었다.

찬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그녀는 옷깃을 꽉 여민 채 유남준을 쳐다보지도 않고 차갑게 얘기했다.

“들어와요.”

운전기사는 유남준이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따라 들어갈 수 없어 굳은 채로 서 있었다.

하지만 발을 옮기자마자 안에서 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돌려보니 박민정은 유남준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저 그의 뒤에서 걸으면서 유남준이 소파에 걸려 넘어지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돌아가서 박민정에게 뭐라고 얘기하려다가 괜히 부부 사이에 끼어들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차에 돌아온 그는 한숨을 푹 내쉬고 중얼거렸다.

“앞으로 절대로 아내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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