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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엔 못 놔줘의 모든 챕터: 챕터 291 - 챕터 300

1186 챕터

제291화

밖에는 눈보라가 심하게 몰아쳤다.박민정은 아주 긴 꿈을 꿨다. 그녀는 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귓가에선 누군가가 말하는 소리만 들렸다.“임신했다고요?”“네! 임신 8주째입니다.”고영란은 의사의 말을 듣고 박민정을 바라보는 눈에 분노가 사라지고 놀라움이 더해졌다.8주라면 두 달 전이고 그때 박민정은 유남준과 함께 살았다.그러면 그녀가 임신한 건 유남준의 아이였다.“의사 선생님. 잘 부탁드립니다. 특히 배 안의 아이가 무슨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돼요.”“걱정 마세요. 사모님.”하지만 고영란은 안심할 수 없었다. 자기 아들이 중환자실에서 생사를 알 수 없으니 박민정의 배 속에 있는 손자는 절대 별문제가 있으면 안 되었다.그녀는 병실을 떠나 유남준을 보러 갔다.바로 이때.박민정은 지친 두 눈을 겨우 뜨고 나니 마침내 사방이 똑똑히 보였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손을 아랫배에 얹고 시선은 붕대를 감은 자기 다리를 보았다.“민정 씨, 깨셨어요?”간호사가 약을 준비하다가 깨어난 박민정을 보고 물었다.박민정은 마른 입술을 바르르 떨며 말했다.“제 아이는...”“아이는 괜찮아요. 민정 씨는 피부 외상을 입었을 뿐이에요. 그리고 다리를 조금 심하게 다쳤어요.”간호사는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어갔다.“그 당시 어떤 남성분이 민정 씨의 앞을 막아줘서 그나마 민정 씨는 다행이에요. 아니면 어떻게 될지 몰라요.”조수석은 가장 위험한 곳이었다.그러자 박민정은 대뜸 물었다.“유남준 씨는 지금 어때요?”수술하는 동안 그녀는 그가 죽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을 어렴풋이 들었다.“유남준 씨는 아직 중환자실에 있어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아요.”간호사가 이렇게 대답하자 박민정은 바로 몸을 일으키려 했다.그러자 간호사가 그러는 그녀를 말리며 말했다.“지금 일어나신다 해도 유남준 씨를 만날 수 없어요. 그러니 먼저 좀 쉬세요.”박민정은 아직도 머리가 좀 어지러웠기 때문에 다시 누울 수밖에 없었다.그녀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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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밖에는 바람이 거세차게 불고 창밖의 대나무 한 그루가 쌓인 눈에 눌려 휘어졌다.간호사가 박민정에게 저녁밥을 가져다주었지만, 그녀는 입맛이 없어서 몇 입밖에 먹지 못했다.고영란은 언제 문을 밀고 들어왔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창문으로 다가가 커튼을 닫았다.이전의 화려했던 모습에 비해 고영란은 지금 유난히 초췌하고 얼굴이 창백해 보였다.병실 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고영란은 고개를 돌려 박민정을 바라보며 직접 물었다.“네 뱃속에 있는 아이는 너와 남준이의 아이지?”박민정은 본능적으로 거짓말을 했다.“아니에요.”그러자 고영란은 이마를 찌푸렸다.하지는 그녀는 가까스로 진정을 되찾고 다시 말했다.“나한테까지 거짓말할 필요는 없어. 시간을 계산해 보면 그동안 넌 내내 남준이와 함께 있었어.”그러자 박민정은 되물었다.“잠잘 때도 우리를 지켜본 건 아니잖아요?”고영란은 말문이 막혔다.유남준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고, 게다가 박민정은 배 속의 아이가 남준이의 아이가 아니라고 했다.설마 앞으로 유씨 집안을 정말 다른 사람에게 내줘야 해야 하는 걸까.그녀는 억울했다.그래서 그녀는 박민정의 침대 곁으로 와서 상냥한 말투로 말했다.“민정아, 예전에 내가 너에게 너무 가혹하게 굴었던 건 인정해.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일로 나한테 거짓말을 하는 건 좀 아니라고 봐. 네 배 속의 아이가 분명히 우리 유씨 집안의 아이잖아.”박민정은 고영란이 강한 여자인 것을 알았고 그녀에게 사실을 알려주면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바로 뺏어갈 것이라고 짐작했다.“어머님, 이미 할 말은 다 했어요. 믿지 못하시겠으면 아드님에게 물어보세요.”고영란은 안색이 어두워졌다.유남준을 언급하자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무슨 염치로 남준에게 물어보라고 해? 남준이는 널 구하려고 다쳐서 지금 아직도 중환자실에 있어. 의사가 남준이의 두 눈이 유리에 찔려서 완전히 망가졌다고 해.”두 눈이 유리에 찔려 완전히 망가졌다.박민정은 넋을 잃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영란을 쳐다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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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그러자 고영란은 서둘러 병실 밖으로 나갔다.박민정도 일어나서 따라갔지만 2층 중환자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경호원들이 그녀의 앞길을 막았다.“죄송합니다. 사모님 외에 누구도 2층에 올라가서는 안 됩니다.”박민정은 어쩔 수 없이 병실로 다시 돌아가 소식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단지 유남준에게 아무 일도 없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의 두 눈도 제발 아무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그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단지 그에게 빚지고 싶지 않아서였다.얼마 후에 경호원이 문을 두드렸다.“박민정 씨, 사모님께서 오라고 하십니다.”그러자 박민정은 병실에서 나와 2층으로 향했다.조하랑의 말처럼 2층 구역의 경비는 매우 엄격했다. 경호원과 의료진 외에는 고영란 한 사람뿐이었다.경호원이 앞장서서 고영란에게 말했다.“사모님, 박민정 씨가 왔습니다.”“알았어.”고영란은 병실 문으로 걸어가서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박민정을 바라보았다.“남준이가 널 만나고 싶어 해.”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걸어들어갔다. 그녀는 머리와 눈에 붕대를 가득 두른 채 침대에 누워 있는 유남준을 발견했다.그의 주위에는 의료기기가 가득 꽂혀 있었고 붕대 때문에 그의 완전한 모습은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박민정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겪은 후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병실에서 허약하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누워있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그녀는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유남준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서서 멀찌감치 그를 바라보며 목이 메었다.박민정이 다가오는 소리를 못 들었는지 유남준은 손을 들어 떨리는 입술로 말했다.“민정아...”“...”유남준은 줄곧 그녀를 박민정이라고 불렀다.박민정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그에게 걸어가면서 말했다.“제가 왔어요.”박민정의 소리를 들은 그는 비로소 안심되었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리고 그는 계속하여 말했다.“나 지금 너무 아파, 민정아.”박민정은 살짝 놀란 표정이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애교를 부리는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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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박민정은 그가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그녀도 예전에 이 방법을 사용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유남준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유남준 씨, 연기하지 마요. 기억을 잃어버리지 않은 거 다 알아요.”유남준의 손안이 텅 비자 그는 다시 허공을 더듬기 시작했다.“민정아, 어디 있어?”그는 앞이 안 보이니 그저 손으로 한바탕 앞을 더듬을 수밖에 없었다.방금 다 처치를 마친 상처가 금방이라도 다시 터질 것 같았다.그는 매우 심각한 부상에다가 방금 세게 움직였기 때문에 머리가 큰 돌에 맞은 것처럼 강한 통증을 느꼈다. 간호사는 그에게 진정제 주사를 놓아주자 그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하지만 그는 계속 중얼거렸다.“민정아...”의사는 박민정과 고영란을 밖으로 불러냈다.“박민정 씨, 더 이상 환자를 자극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진단에 따르면 유 대표님은 교통사고를 당한 후 뇌진탕과 뇌신경 손상으로 인해 기억을 잃었습니다.”“연기하는 게 아닙니다. 국내외에서도 이런 사례가 많습니다.”박민정은 아까 유남준의 모습을 생각하며 물었다.“그런데 저는 어떻게 기억할 수 있는 거죠?”“우리가 수술할 때 유 대표님은 계속 민정 씨 이름을 중얼거렸어요. 이것이 바로 민정 씨를 기억할 수 있는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고영란도 자기 아들이 박민정에게 이토록 정이 들 줄은 몰랐다.고영란은 방금 유남준이 박민정만 있으면 된다고 자기를 밀어냈던 장면을 생각하니 질투심이 들었다.“제 아들의 기억이 돌아올 수 있나요?”“이건 유 대표님 본인에게 달렸어요. 뇌신경 손상 질병은 아직 현대 의학으로 치료하기에 너무 부족합니다.”의사는 확신하지 못했기에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눈은요? 회복될 수 있어요?”그러자 의사는 난처한 듯이 고개를 저었다.고영란은 완전히 당황했다. 유남준이 눈이 멀고 기억까지 잃었으니 유앤케이 그룹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유남준이 교통사고가 나자 일부 주주들은 이미 냄새를 맡고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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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박민정은 얼굴이 굳어지더니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유남준은 앞이 보이지 않았기에 소리로 박민정의 위치를 대략 알 수 있었다.“화장실에 좀 데려다 줄 수 있어?”박민정은 그제야 정신이 돌아와 손을 뻗었다.“알겠어요.”그녀는 유남준을 부축해 침대에서 내려왔다.그녀는 화장실까지 데려다주고 화장실 위치를 알려준 후 바로 떠났다.한참 후 갑자기 화장실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쿵!”박민정은 다급히 달려가서 문을 열어보니 유남준이 부주의로 세면대 위의 유리컵을 떨어뜨렸고 그는 허리를 굽혀 유리 조각을 주우려다가 손을 베어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일어나세요. 손을 다쳤어요.”박민정은 황급히 그를 막으려 했다.그러나 유남준은 갑자기 그녀의 손을 잡고 어젯밤에 했던 물음을 다시 물었다.“나를 싫어하는 거야?”박민정은 어리둥절해하다가 대답 없이 그의 손을 가볍게 뿌리쳤다.“간호사를 불러서 일단 먼저 지혈하도록 할게요.”10분 후, 간병인이 와서 화장실을 청소하고 깨지기 쉽고 날카로운 물건들을 모두 교체했다.유남준은 조용히 의자에 앉아 있었고 간호사가 그의 옆에서 손에 붕대를 감아주고 있었다.어린 간호사는 때때로 그를 바라보았다. 상처가 있더라도 타고 한 고귀함을 숨길 수 없는 얼굴이었다.간호사는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박민정 씨, 이제 다 되었어요.”“감사합니다.”간호사가 떠난 후 박민정은 몸을 일으켜서 병실 문을 닫았다.어제 유남준은 깊은 잠에 빠져 있어서 그녀는 미처 그의 상황을 묻지 못했다.비록 의사는 그가 뇌신경이 손상되어 기억을 잃었다고 했지만 박민정은 여전히 믿지 못했다.“유남준 씨, 정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나요?”그녀가 입을 열었다.하지만 그는 오히려 되물었다.“제 이름이 정말로 유남준이라 해요?”그러자 박민정은 말문이 막혔다.‘설마 자기 이름 마저 잊은 거야?’“네.”“어젯밤 그 여자는 제 어머니였어요?”유남준은 기억을 잃었는데도 자신도 모르게 대화 중에서 주도권을 차지했다. 원래 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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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유남준은 박민정을 안고 있던 두 손을 놓았고 그의 얼굴은 다시 냉정을 되찾았다.박민정은 그가 기억을 잃었다고 연기했던 것이 자신한테 들켜서 원래대로 돌아온 줄 알았다.그래서 그녀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이혼 소송을 다시 제기하겠어요.”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가방을 들고 나갔다.밖에 나서자 고영란은 복도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박민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그녀는 입을 열었다.“우리 남준이가 지금 이렇게 됐는데, 아직도 이혼을 고집해?”박민정은 지금 마음이 약해지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고영란을 차갑게 바라보았다.“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후 우리 가정은 무너졌어요. 제 청력이 점점 나빠지고 중증 우울증에 걸렸을 때는 제 심정을 이해할 수 있어요? 당신 아들이 저를 다친 적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임신에 도움 되는 약을 한 봉지 한 봉지 줄 때는 저를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고영란은 할말이 없었지만 그만두려고 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네 배 속에는 우리 유씨 집안의 아이가 있어. 이대로 가면 안 돼. 이혼하더라도 넌 아이를 우리에게 남겨줘야 해.”박민정은 어젯밤에 고영란에게 배 속의 아이가 유남준의 아이가 아니라고 말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박민정은 냉소하며 말했다.“어머님. 전 이미 몇 번이고 말했어요. 제가 임신한 아이는 유남준 씨의 아이가 아니에요. 못 믿으시겠으면 아들에게 직접 물어보세요.”‘유남준에게 물어보라고?’고영란은 고개를 돌려 침대에 정신이 혼미한 아들을 바라보았다. 기억을 잃은 후 그는 자기 이름도 모르는데 박민정 배 속의 아이가 누구 아이인지는 더더욱 알 리가 없었다.“민정아, 너 어쩌다가 이렇게 됐어? 난 네가 남준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줄 알았어. 넌 그리 훌륭하지는 않아도 착하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지금 왜 이렇게 독한 사람이 되었어? 정말 구역질 나.”고영란은 홧김에 몇 마디하고는 문을 열고 유남준의 병실로 들어갔다.박민정은 퇴원 절차를 밟으러 갔다.병원을 나설 때 하얀 눈이 펑펑 쏟아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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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유남준이 교통사고로 인해 실명되었다는 사실은 얼마 숨기지 못하고 며칠 후 각종 매체에서 보도했다.호산 그룹, 즉 유남준이 소유하고 있던 회사의 주식이 대폭 떨어졌다.순간 주주들의 민심이 흉흉해졌다.유명훈은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나서서 일을 처리해야만 했다.조하랑은 박민정의 전셋집에 가서 티브이에 나오는 뉴스를 보며 말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의기양양하던 사람이 실명하다니. 사람 일은 역시 어떻게 될지 몰라. 호산 그룹은 누가 물려받을까?”박민정은 과일을 잘라서 그녀 앞에 놓았다.“하랑아, 내가 재소하자고 한 건 어떻게 됐어?”그러자 조하랑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민정아, 미안해.”“왜?”“며칠 전에 뉴스에 나온 너와 유남준 씨의 이혼 소송 기사를 아빠가 봐버렸어.”조하랑은 크게 한숨을 쉬었다.“아빠가 내가 변호사로 일하는 것을 알고 사람을 찾아서 내 변호사 자격증을 취소했어.”조하랑의 말을 듣고 박민정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아니, 어떻게 그러실 수 있어?”“아빠는 나를 김씨 집안에 시집 보내지 못해 안달이 났는데 이 정도 수단은 아무것도 아니야.”조씨 집안은 돈이 많았지만 조하랑의 아버지는 어렸을 때 몹시 가난했다. 그러니 지금 나이가 되면 돈이 없어서 예전처럼 힘든 삶을 사는 게 가장 두려웠다.그래서 그는 자기 딸을 진정한 돈이 많은 유명 가문에 시집보내서 딸을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친정집에도 어느 정도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야?”박민정이 묻자 조하랑이 대답했다.“한 달에 70만 원 정도 월급을 주는 사무원 일자리를 구했어. 아껴 쓰면 충분해.”조하랑은 자신의 아버지한테 굴복하고 싶지 않았다.“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알려줘.”박민정이 말했다.그러자 조하랑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였다.“알았어. 이따가 다른 변호사를 소개해 줄게...”조하랑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민정의 휴대전화가 울렸다.그녀가 휴대전화를 들어보니 고영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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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박민정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 서다희가 유남준과 무언가 말한 후 그는 박민정을 향해 걸어왔다.그는 박민정의 앞에 다가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민정 씨,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갑작스러운 비난에 박민정은 멍해졌다.서다희는 고개를 돌려 유남준을 바라보다가 계속해 말을 이어갔다.“유 대표님은 민정 씨를 구하려고 이 지경이 됐는데 어떻게 기억을 잃은 대표님을 이용해서 이혼할 수 있어요?”기억을 잃었다고...박민정이 들어왔을 때 유남준과 서다희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다시 한번 그가 가짜로 기억을 잃은 척하는 줄 알았다.그녀는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말했다.“이용이라니요? 유남준 씨가 기억을 잃기 전부터 저는 이혼을 하겠다고 했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곧장 서다희를 곁을 지나 유남준의 앞으로 왔다.“유남준 씨, 제가 왔어요.”익숙한 목소리가 귓전에 들리자 유남준의마음은 떨렸다.그는 몸을 일으키며 일부러 박민정 쪽을 쳐다보지 않고 말했다.“다희야.”그러자 서다희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대표님, 제가 곁에 있습니다.”“이혼 창구로 가자.”유남준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의 그는 기억을 잃지 않을 때의 모습처럼 보였다.두 사람이 앞장서고 박민정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잠시 후 그들은 이혼 신고 창구 앞으로 왔다.서다희가 유남준의 곁에 서 있었고 직원은 유남준의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그는 그들이 제출한 자료를 둘러보다가 두 사람에게 말했다.“두 사람은 5년 전에 이혼 신고를 했다가 최근 이혼 소송을 했는데 법원에서 기각당했군요.”그러자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지금은 이 사람도 이혼을 원합니다.”직원은 그녀의 말을 듣고 계속 정보 내용을 확인하다가 유남준이라는 이름을 발견했다.최근에 유남준의 뉴스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기에 그는 이름을 보자마자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호산 그룹의 대표가 지금 자기 앞에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유 대표님이세요?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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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결국 이혼하지 못했다.솔직히 유남준뿐만 아니라 서다희도 놀랐다.늘 연약한 모습을 보이던 박민정이었지만 오늘은 성질이 사나운 여자로 변했다.그들은 경호원의 보호를 받으며 차에 올라탔다. 그들이 떠나자 심지어 차를 몰고 그들을 뒤따르던 사람도 있었다.오늘 인터넷에서 또 어떤 뉴스가 나올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앉아있던 박민정의 눈시울이 약간 붉어졌다.그녀의 바로 옆에 앉은 유남준은 갈 데 없는 두 손을 자기 다리 위에 올려놓았다.“예전에 있었던 일은 미안해.”한참 후에 그가 입을 열었다.박민정은 그 말을 듣자 입술을 오므리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박민정을 볼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녀가 말도 하지 않으니 유남준의 마음은 칼에 베인 듯했다.“내 기억 속에 너는 나를 많이 사랑했어, 나도...”널 사랑한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오늘 가정법원에서 박민정의 말을 들으니 자신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했다.‘내가 예전에 민정이에게 잘 대해주지 못했구나...’박민정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울음을 터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요 몇 년 동안 그녀는 너무 억울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유남준의 덕을 보았다고 생각했다.지금 유남준이 실명하자 그녀가 이혼하는 건 배은망덕한 거라고 여겼다.눈이 보이지 않아서 그런지 유남준의 청각은 유난히 예민했다. 그는 박민정이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어깨 위에 놓았다.“미안해.”그러자 박민정의 몸이 굳어졌다.유남준은 몇 년 동안 그녀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그녀는 놀라서 고개를 들어 앞에 있는 남자를 보았다.“유남준 씨, 왜 기억을 잃으신 거예요?”유남준은 또 목이 메어왔다.박민정은 자기 어깨에서 그의 손을 떼었다.“제 몸에 손 대지 마세요.”유남준은 손을 떼어 다시 자기 다리 위에 올려놓았다.“알았어.”그의 말에 박민정은 유남준이 정말 기억을 잃었다고 확신했다.기억도 잃었고 성격도 변한 것 같았다.사실 성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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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유남준은 다른 사람이 자기 별장에 있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서다희는 어쩔 수 없이 그의 말대로 사람을 보내 밖에 대기시켜서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들어가서 돌볼 수 있게 했다.고영란도 호산 그룹 내에서 자리다툼이 심해졌기 때문에 그를 돌볼 시간이 없었다.유남준의 사촌 형인 유성혁은 이미 일부 주주들과 연합하여 주주총회를 열어서 유남준의 대표직을 해임하기로 했다.유명훈도 나이가 많았기에 대표를 하기에는 힘들었다.게다가 유명훈도 호산 그룹을 눈먼 사람에게 줄 수는 없었다. 고영란은 사방이 적이었다.이튿날.아침 9시, 또 하나의 특종 뉴스가 나왔다.[이혼 신고를 했는데 거절당한 실명한 유남준과 그의 아내]뉴스에는 한때 거물이었단 사람이 지금은 아내에게 버림받고 불쌍하다는 내용이었다.누군가는 짧은 동영상을 게시했다.[유남준은 장님이지 바보가 아니었다]바로 박민정이 했던 말이었다.동영상 아래에는 많은 댓글들이 달렸다.“어머나. 유남준은 너무 불쌍해. 한때 그렇게 잘 나가던 게. 지금은 두 눈이 멀었다니.”“그래. 너무 안타까워. 이런 여자는 유남준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야.”“그나저나 이지원은 어디 있어? 지금 와서 첫사랑을 구해줘야지.”“오랫동안 이지원을 보지 못했어. 듣기로는 은퇴했다던데...”“설마 아직도 이지원과 유남준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 예전에 이지원의 그 동영상을 잊었어?”인터넷 네티즌들은 별의별 댓글을 다 달았다.누군가가 전체 영상을 올리자 또 어떤 사람이 댓글을 달았다.“난 왜 박민정이 불쌍하다고 생각되는 거지? 그녀가 한 말을 듣지 못했어? 유남준이 눈이 멀기 전부터 이혼하려고 했다잖아.”“그래. 며칠 전에 두 사람은 이혼 소송을 했잖아.”조하랑도 그런 댓글들을 보고 저도 모르게 박민정을 위해 특별히 글을 써서 올렸다.“박민정을 나무라는 사람들도 눈이 멀었어? 박씨 집안이 무너질 때 유남준은 단 한 번도 나서서 도와준 적이 없었어. 박민정과 이혼을 하지 않았으면서도 이지원과 썸을 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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