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혼하지 못했다.솔직히 유남준뿐만 아니라 서다희도 놀랐다.늘 연약한 모습을 보이던 박민정이었지만 오늘은 성질이 사나운 여자로 변했다.그들은 경호원의 보호를 받으며 차에 올라탔다. 그들이 떠나자 심지어 차를 몰고 그들을 뒤따르던 사람도 있었다.오늘 인터넷에서 또 어떤 뉴스가 나올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앉아있던 박민정의 눈시울이 약간 붉어졌다.그녀의 바로 옆에 앉은 유남준은 갈 데 없는 두 손을 자기 다리 위에 올려놓았다.“예전에 있었던 일은 미안해.”한참 후에 그가 입을 열었다.박민정은 그 말을 듣자 입술을 오므리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박민정을 볼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녀가 말도 하지 않으니 유남준의 마음은 칼에 베인 듯했다.“내 기억 속에 너는 나를 많이 사랑했어, 나도...”널 사랑한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오늘 가정법원에서 박민정의 말을 들으니 자신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했다.‘내가 예전에 민정이에게 잘 대해주지 못했구나...’박민정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울음을 터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요 몇 년 동안 그녀는 너무 억울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유남준의 덕을 보았다고 생각했다.지금 유남준이 실명하자 그녀가 이혼하는 건 배은망덕한 거라고 여겼다.눈이 보이지 않아서 그런지 유남준의 청각은 유난히 예민했다. 그는 박민정이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어깨 위에 놓았다.“미안해.”그러자 박민정의 몸이 굳어졌다.유남준은 몇 년 동안 그녀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그녀는 놀라서 고개를 들어 앞에 있는 남자를 보았다.“유남준 씨, 왜 기억을 잃으신 거예요?”유남준은 또 목이 메어왔다.박민정은 자기 어깨에서 그의 손을 떼었다.“제 몸에 손 대지 마세요.”유남준은 손을 떼어 다시 자기 다리 위에 올려놓았다.“알았어.”그의 말에 박민정은 유남준이 정말 기억을 잃었다고 확신했다.기억도 잃었고 성격도 변한 것 같았다.사실 성격은
유남준은 다른 사람이 자기 별장에 있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서다희는 어쩔 수 없이 그의 말대로 사람을 보내 밖에 대기시켜서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들어가서 돌볼 수 있게 했다.고영란도 호산 그룹 내에서 자리다툼이 심해졌기 때문에 그를 돌볼 시간이 없었다.유남준의 사촌 형인 유성혁은 이미 일부 주주들과 연합하여 주주총회를 열어서 유남준의 대표직을 해임하기로 했다.유명훈도 나이가 많았기에 대표를 하기에는 힘들었다.게다가 유명훈도 호산 그룹을 눈먼 사람에게 줄 수는 없었다. 고영란은 사방이 적이었다.이튿날.아침 9시, 또 하나의 특종 뉴스가 나왔다.[이혼 신고를 했는데 거절당한 실명한 유남준과 그의 아내]뉴스에는 한때 거물이었단 사람이 지금은 아내에게 버림받고 불쌍하다는 내용이었다.누군가는 짧은 동영상을 게시했다.[유남준은 장님이지 바보가 아니었다]바로 박민정이 했던 말이었다.동영상 아래에는 많은 댓글들이 달렸다.“어머나. 유남준은 너무 불쌍해. 한때 그렇게 잘 나가던 게. 지금은 두 눈이 멀었다니.”“그래. 너무 안타까워. 이런 여자는 유남준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야.”“그나저나 이지원은 어디 있어? 지금 와서 첫사랑을 구해줘야지.”“오랫동안 이지원을 보지 못했어. 듣기로는 은퇴했다던데...”“설마 아직도 이지원과 유남준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 예전에 이지원의 그 동영상을 잊었어?”인터넷 네티즌들은 별의별 댓글을 다 달았다.누군가가 전체 영상을 올리자 또 어떤 사람이 댓글을 달았다.“난 왜 박민정이 불쌍하다고 생각되는 거지? 그녀가 한 말을 듣지 못했어? 유남준이 눈이 멀기 전부터 이혼하려고 했다잖아.”“그래. 며칠 전에 두 사람은 이혼 소송을 했잖아.”조하랑도 그런 댓글들을 보고 저도 모르게 박민정을 위해 특별히 글을 써서 올렸다.“박민정을 나무라는 사람들도 눈이 멀었어? 박씨 집안이 무너질 때 유남준은 단 한 번도 나서서 도와준 적이 없었어. 박민정과 이혼을 하지 않았으면서도 이지원과 썸을 탔고.”
박민정도 인터넷에서 뉴스를 보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자신의 삶을 잘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이혼도 못하고 유남준은 기억을 잃자 박민정은 은정숙과 두 아이를 찾으러 해외로 가기로 했다.출발 하기 하루 전, 그녀는 연지석의 전화를 받았다.“민정아, 아주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셨어.”연지석은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그러자 박민정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어떻게 된 거야?”“의사 말로는 전부 노인병이래. 그리고 폐가 좀 안 좋대...”연지석은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어갔다.“기껏해야 이번 설까지 버틸 수 있다 하셔...”설날까지 이제 겨우 두 달 남짓했다.이 말을 들은 박민정은 몸이 휘청거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지금 바로 거기로 갈게.”하지만 연지석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민정아, 아줌마가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아.”나뭇잎이 언젠가는 땅위에 떨어지듯이 나이가 든 사람은 입으로는 고향을 그리워하지 않지만 머리에는 줄곧 고향 생각이 배어 있었다.박민정은 목이 메어왔다.“아줌마께 너무 미안해. 당장 가서 아줌마를 신림으로 모셔다드릴게.”“마침 최근에 프로젝트를 처리하러 국내로 가야 하는데, 내가 아줌마와 함께 돌아가도 돼.”연지석도 유남준의 일을 알았기에 말을 덧붙였다.“두 아이도 함께 따라가고 싶어 해.”은정숙이 돌아오면 박민정도 두 아이가 외국에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유남준은 기억을 잃었고 눈까지 멀었으니 두 아이를 찾을 리가 없었다.“그럼 두 아이도 함께 데려와 줘.”“알았어.”...그날 밤, 박민정은 도저히 잠이 들 수가 없었다.은정숙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으니 그녀는 어렸을 때가 생각났다.사실 은정숙은 한수민보다 더 엄마처럼 느껴졌다. 그녀를 향한 보살핌과 사랑은 모성애와 다를 바 없었다.새벽쯤에 박민정은 바로 일어나서 아줌마와 두 아이를 위해 세면도구도 준비하고 장도 봤다.쇼핑몰에서 옷과 신발도 샀고 그들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점심에 박민정은 공항으로 마중 나갔다.지난번에 외국
유남준은 말하면 말한 대로 행동했다. 가정법원을 떠난 후, 그는 다시 박민정을 찾지 않았다.주변의 그 누구에게도 박민정에 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두원 별장은 한밤중에도 전등을 켜지 않았다.갑자기 쾅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집안의 유리 제품이 바닥에 떨어져 깨졌다.그러자 바로 들어가려던 경호원이 물었다.“대표님, 괜찮으세요?”“꺼져!”유남준은 큰 소리로 차갑게 말했다.그러자 경호원은 어쩔 수 없이 바로 밖으로 나갔다.유남준은 식탁 뒤에 서 있었고 유리 조각에 베인 손에서는 피가 흘렀다.그는 마치 아픔을 못 느끼는 사람처럼 수도꼭지를 더듬어 열고 차가운 물에 상처가 난 손을 헹구고 있었다.요 며칠 그는 단지 물건을 깨뜨렸을 뿐만 아니라 몇 번 넘어지기도 했다.다행히 그는 집 안의 모든 위치를 기억해서 더 이상 잘못된 곳을 찾지 않았다.그는 피가 멈출 때까지 손을 헹구다가 수도꼭지를 닫고 주방을 떠났다.그리고 혼자 거실로 와서 소파에 앉았다.그의 남은 기억 속에는 박민정이 이곳에 앉아서 그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렸었다.집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오자 유남준은 또 경호원이 다시 온 줄 알고 짜증을 내며 말했다.“꺼지라고!”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경호원이 아닌 고영란이었다.고영란은 집안이 이렇게 어두운 것을 보자 눈살을 찌푸렸다.“왜 불을 켜지 않은 거야?”그녀는 거실에서 앉아 있는 유남준을 보고서야 자신이 말을 잘못한 것을 깨달았다.눈이 먼 사람으로서 불을 켤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히터를 켜지 않았기에 실내는 몹시 추웠다. 그래서 고영란은 걸어가서 히터를 켜고 유남준 앞으로 왔다.“남준아, 네 몸도 이젠 거의 나았어. 엄마가 최근에 몇몇 집안의 아가씨들을 보았는데. 다 예쁘기도 하고 조건도 괜찮아. 게다가 다들 널 어렸을 때부터 좋아해 왔대. 내일 시간이 되면 한번 만나보지 않을래?”고영란이 말한 여자들은 전부 이제 겨우 스무 살이었다.모두 젊고 예뻤고 게다가 아이를 낳기에 신체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영란은
기억상실에 실명까지 겹친 후 유남준은 더욱더 쩍하면 화를 냈다. 박민정을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좋은 표정을 지어주지 않았다.고영란은 방금 유남준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를 생각하니 마음이 초조해졌다.그녀는 서다희에게 물었다.“어떻게 하면 남준이가 다른 여자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서다희는 그 말을 듣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대표님은 전에 그저 이지원 씨와 사귄 적이 있고 박민정 씨와 결혼한 외에는 다른 여자분이 없었어요.”유남준은 항상 사업을 중시해 왔기에 연애하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서다희가 이지원을 언급하지 않았더라면 고영란은 그녀를 잊었을 것이다.“참. 이지원은 지금 어디에 있어?”서다희는 목이 메어 잠시 후에야 대답했다.“진주 정신병원에 있어요.”...병원 원장 사무실.이지원은 환자복을 입고 머리가 헝클어진 채 멍하니 서 있었다.고영란이 온 것을 보고 그녀의 눈에는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고영란이 자신을 괴롭히려 온 줄 알고 그녀는 즉시 멍청한 척했다.“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이제 다시는 안 그럴게요. 죄송해요...”고영란은 그런 이지원을 보고 조금 놀랐다.“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이지원은 며칠 전에 김인우가 왔을 때 그녀를 혼냈기 때문에 고영란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미친 척하지 않았다면 김인우는 그녀를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고영란은 한숨을 내쉬며 뒤에 있는 원장을 보고 말했다.“제가 헛걸음을 했네요. 이 사람은 정말 미쳤나 봐요.”그녀는 말을 마친 후 곧 떠나려고 했다.병원 간호사들이 이지원을 끌어가려고 하자 그녀는 정신병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갇히고 싶지 않아 즉시 고영란에게 달려갔다.“사모님, 저는 미치지 않았어요.”고영란은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보았다.그러자 이지원은 계속하여 말을 이어갔다.“뉴스를 다 봤어요. 괜찮으시다면 제가 남준 오빠를 돌봐 드릴게요.”“남준이가 널 여기에 가뒀는데, 원망하지 않아?”고영란이 묻자 이지원은 고개를 저었다.“오빠가
전 여자 친구?유남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지원이 천천히 그에게로 걸어갔다.“오빠, 기사 봤어요. 민정 씨랑 이혼한다면서요? 처음부터 이기적인 사람이었어요. 그런 사람 때문에 속상해하지 말아요.”유남준은 이지원을 쫓아내려고 했지만 이지원이 박민정의 얘기를 꺼내는 것을 듣고 저도 모르게 질문을 던졌다.“박민정에 대해서 잘 알아?”“당연하죠.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다 같은 학교에 다녔어요. 어릴 때는 민정 씨 집에 자주 놀러 갔어요.”이지원은 박씨 가문의 후원을 받았다는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그녀는 유남준 앞에 앉아 유남준을 자세히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유리에 베인 상처가 남아있었다.이지원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상처를 만지려고 했다.유남준은 미리 예지한 듯 뒤로 물러났다.이지원은 그대로 굳은 채 얘기했다.“오빠, 내가 오빠랑 함께할게요. 네? 난 민정 씨랑은 달라요. 오빠가 어떤 모습이든지 영원히 사랑할게요.”이지원은 정말 유남준을 좋아했다. 또 유남준의 재력을 좋아하기도 했다.유남준이 장님이라고 해도 다른 남자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하지만 유남준은 그런 이지원을 뿌리쳤다.“꺼져.”이지원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결국 그녀는 유남준한테 쫓겨났다.입구에 서 있던 고영란은 짜증 섞인 표정으로 얘기했다.“쓸모없을 줄 알았다니까.”이지원은 고영란을 찾으러 갈 수도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곳을 떠나게 되었다.유남준은 이지원을 정신 병원에 입원시켰다. 하지만 이지원이 연예인 생활을 하면서 벌어둔 돈은 그대로다.이지원은 바로 비서한테 전화해 데리러 오라고 했다.차에 앉으면서 이지원은 맹세했다.“박민정, 두고 봐. 깜짝 놀랄만한 걸 들고 갈 테니까.”꼭 박민정을 가만두지 않겠다고....신림현.박민정은 은정숙의 집을 새로 인테리어한 후 두 아이를 데리고 신림현으로 왔다.주변의 이웃들은 거의 다 이사갔기에 주변은 꽤 처량해 보였다.요즘 은정숙은 자는 시간이 더욱 많았다. 하지만 깨어나기만 하면 일을
고영란은 유남우가 바로 자기 부탁을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녀는 차에 앉아서 두원에 있는 유남준을 보면서 강연우에게 물었다.“강 변호사, 당신이 남준이를 도와 이혼 소송을 한 사람이죠?”유남준은 고영란의 말을 듣지 않았다. 다른 집안과의 혼인도 거절했고 이지원도 거절했다.고영란은 유남준이 혼자 두원에 있다가 무슨 일이 있을까 봐 걱정되었다.그래서 이혼 소송을 도와주었던 강연우를 찾아 상황을 알아보았다.“네.”강연우가 대답했다.“물어볼 게 있어요. 남준이 아내는 아직 박민정이니까 남준이를 챙겨줘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있죠?”고영란이 의미심장하게 물었다.강연우는 그녀의 말뜻을 바로 알아들었다.“당연하죠.”그는 흠칫하더니 말을 이었다.“필요하다면 유남준 씨를 위해 소송장을 미리 써드릴 수 있습니다. 박민정 씨의 의무를 다하게 말입니다.”고영란은 입꼬리를 올려 씨익 웃었다.“좋아요. 오늘 안에 박민정이 소송장을 받게 해요. 알겠어요?”“네.”고영란은 강연우의 영리함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자기 명함을 건네주었다.“강연우 변호사. 호산으로 와요.”강연우는 명함을 받지 않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감사합니다. 하지만 마음만 받겠습니다.”고영란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의 목적은 달성했으니까.차에서 내린 고영란은 별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유남준은 서재에 앉아 예전에 무슨 일을 했었는지 알아보려고 했다.하지만 서류의 내용을 볼 수 없었고 핸드폰으로 음성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고영란은 남부럽지 않았던 아들이 이런 모습이 되자 마음이 아팠다.하지만 그녀는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남준아, 할 말이 있어.”유남준은 그 말을 듣고 서류를 내려놓았다.“무슨 일이죠?”“내가 잊은 일이 있는데, 민정이 임신한 지 2개월이 됐어.”유남준은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분이었다.“너희는 부부잖아. 아무리 싸워도 침대에서 풀리는 게 부부야.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희 둘은 같이 살아야 해.”고영란은
강연우는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차에서는 서다희가 내렸고 그 뒤로 경호원과 고용인들이 내렸다.강연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타고 돌아갔다.은정숙은 밖의 소리를 듣고 힘겹게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서다희 일행을 보더니 물었다.“이분들은 다 누구야?”박민정은 은정숙이 찬 바람을 쐬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아줌마, 먼저 들어가서 쉬어요. 이따가 얘기해 드릴게요.”“그래.”은정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허리를 굽힌 채 천천히 집으로 돌아갔다.박민정은 대문을 굳게 닫은 후, 서다희 일행에게로 걸어갔다.서다희도 앞으로 걸어왔다. 그는 허름한 집을 보면서 유남준 대신 식은땀을 흘렸다.유남준은 태어나서부터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왔다. 그러니 이런 곳에서 살 수 있을 리 없었다.박민정은 그들의 앞에 걸어갔다. 유남준이 없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서다희에게 물었다.“서 비서님, 뭐 하는 거죠?”“고영란 사모님께서 유 대표님의 모든 옷을 이곳으로 가져오라고 하셨습니다.”서다희가 대답했다.강연우의 말이 맞았다. 고영란은 정말 박민정에게 유남준을 맡길 예정이다. 만약 박민정이 거절한다면 그녀를 고소할 생각이기도 했다.박민정은 차갑게 물었다.“남준 씨는요?”“유 대표님은 곧 도착하십니다.”말을 마친 서다희는 뒤에 있는 사람들더러 물건을 옮기라고 했다.“잠깐만요.”박민정은 얼른 그들을 막아 나섰다.“유남준은 여기서 살 수 없어요.”서다희는 약간 난감한 기색을 내비췄다.“고영란 사모님께서 얘기하시길, 유 대표님이 이곳으로 오는 것을 원하지 않으신다면 두원으로 가서 유 대표님을 돌보라고 하셨습니다. 만약 거절한다면 강연우 변호사가 얘기한 대로 진행할 겁니다.”임신했을 때는 옥살이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를 낳은 후에 감옥에 간다.박민정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화가 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서다희도 이 제안이 박민정에게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박민정 씨, 아니, 이제는 사모님이라고 불러야겠죠. 사모님, 유 대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