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엄마 여기 엄청 넓어.”함미현이 미처 반응하기 전에 아들이 먼저 손을 놓고 뛰어 들어갔다.“엄마, 침대도 엄청나게 크고 푹신푹신해.”“이건 뭐야? 반짝반짝해.”함미현은 아들이 여기 보고 저기 보고 흥분해 마지 못한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았다.좋아해 주는 손자의 모습에 정수미는 형언할 수 없이 기뻤다.“우리 강아지, 갖고 싶은 거 있으면 외할머니한테 얼마든지 얘기만 해. 외할머니가 다 사줄게.”정수미는 말하면서 비서를 바라보았다.“아이가 좋아하는 거 다 적어놓아.”“좋아요. 저 장난감 차도 갖고 싶고 비행기도 갖고 싶고...”흥분해 마지 못한 모습으로 아이는 끊임없이 말했다.비록 낯선 사람이 찾아와서 자기 외할머니라고 하는 사실이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돈도 많고 시원시원한 새로운 외할머니가 좋았다.함미현은 흥분한 아들을 잡아당기면서 이내 뻘쭘한 얼굴로 정수미에게 말했다.“더는 꾸밀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이대로도 좋아요.”그렇다, 함미현은 단 한 번도 이렇게 좋은 곳에서 산 적이 없다.아무런 요구도 없다는 함미현의 말을 듣게 된 정수미는 더 많은 걸 해주고 싶었다.자라온 환경이 입에 풀칠할 정도니 이러한 성격을 만들어낸 것으로 생각하면서 말이다.“미현아, 앞으로 엄마한테 이러지 않아 돼. 네가 밤하늘의 별을 따달라고 하더라도 엄마는 꼭 따주고 말 거야.”이러한 말을 듣게 된 함미현은 속으로 정수미의 친딸이 유난히 부러웠다.“그럼, 저 다른 부탁 좀 드려도 될까요?”함미현은 아들을 잡아당기면서 말했다.“얼마든지.”“우리 동하가 어릴 적부터 당뇨병에 앓고 있는데, 좀 치료해줄 만한 의사 없을까요?”함미현은 자기 친엄마인 염혜란이 거짓말을 한 이유가 바로 동하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정수미를 엄마로 인정하기만 하면 동하 역시 살 수 있게 되니 말이다.함미현의 말을 듣고 난 정수미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자기 손자가 어린 나이에 심한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말이다.이윽고 즉시 비서에게 지시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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