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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5화

작가: 윤지
“윤소현 개인 별장에 있어요.”

박민정은 알고 있는 그대로 알려주었다.

그 말을 듣고 난 간병인은 의혹만이 가득했다.

“우리 딸이 왜 거기에 있는 거죠?”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지난번에 제가 몇 마디 한 걸 마음에 두고 있었나 봐요. 지금 당장 우리 딸 돌려보내라고 전화해야겠어요.”

간병인은 바로 윤소현에게 전화할 기세였다.

그때 박민정은 아주 본능적으로 간병인을 말렸다.

“잠깐만요.”

“왜 그러세요?”

말리는 박민정의 모습에 간병인은 또다시 의문이 들었다.

“이대로 바로 전화하시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무슨 이유로 데리고 갔는지도 모르는데... 왠지 모르게 다른 목적을 안고 그런 것 같아요. 일단은 좀 더 관찰하고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다짜고짜 전화했다가 따님만 위험할 수도 있고요.”

박민정은 천천히 설명했다.

워낙 성격이 급하고 있는 그대로 말하고 사는 간병인은 박민정의 완곡한 설명을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

“제가 사모님 대신 몇 마디 한 것으로 그런 게 아니라고요?”

“아닐 거예요. 단지 몇 마디 한 것으로 남의 가족을 데리고 가는 사람은 거의 없잖아요.”

박민정이 말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요? 우리 딸이 거기 있는 거 뻔히 알면서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거예요?”

가슴이 타들어 가고 있는 간병인이다.

박민정은 잠시 생각하고 나서 다시 입을 열었다.

“윤소현 개인 별장으로 바로 찾아가서 그냥 데리고 나오죠.”

윤소현이 미처 손을 쓸 새가 없이 쳐들어간다면 함미현 일가족을 데리고 나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좋아요.”

박민정과 함께 나선 정민기는 일단 간병인을 차에 태우고 나서 바로 윤소현 개인 별장으로 향했다.

혹시나 충돌이 일어나게 될까 봐 박민정은 정민기에게 그의 부하들 역시 함께 가자고 했다.

가는 길 이내 간병인은 박민정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민정 씨, 정말 고마워요. 민정 씨 아니었다면 저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 거예요.”

“고맙다는 말씀은 이제 그만 하셔도 돼요.”

고맙다는 소리 들으려고 간병인의 부탁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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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정의 마음은 순식간에 혼란스러워졌다.“어떻게 들어온 거예요? 빨리 나가요!”유남준은 그녀가 너무 흥분할까 봐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조용히 해. 너한테 할 말이 있어서 왔어. 네가 봐야 할 사진도 있고 여러 가지 보여줄 것도 많아.”박민정은 무서워해야 마땅했지만 이상하게도 유남준이 말하는 게 무엇인지 궁금해졌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유남준은 그제야 그녀를 놓아주고 자신의 폰을 건넸다.“지금 진주시에 없으니 내가 사람을 시켜서 보내온 사진이야. 우리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도 있어.”박민정이 무심코 스마트폰을 받아들었다. 화면을 열어보니 익숙한 얼굴들이 가득했다.사진 속에는 그녀, 또 두 명의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 그리고 유남준이 있었다.또한 그녀가 조하랑, 그리고 다른 몇 명의 여성과 함께 찍은 사진도 있었다.유남준은 그녀에게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조하랑 기억나? 네 가장 친한 친구야. 그리고 이 사람들, 네 친구들인데 이름은 설인하, 진서연, 그리고 민수아야.”박민정이 그 말을 들으면서 믿을 수가 없었다. 왜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을까?“진짜예요?”그녀는 사진을 자세히 보았지만 편집된 것 같지 않았다.“당연히 진짜야.” 유남준은 대답했다. “내가 널 속일 리가 없잖아. 널 속인 사람은 유남우야.”박민정은 계속해서 다음 사진들을 넘겨보았는데 이번에는 아직 포대기에 싸여 있는 쌍둥이 아기들의 사진이 나왔다. “이건 작년에 네가 막 낳은 아이들이야. 여긴 박현우, 박현진. 우리 아이들은 네 성을 따랐어. 나는 네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고.” 유남준의 목소리가 잠시 떨렸다.박민정은 아기들을 보고 있으니 마음속에서 묘한 감정이 피어났다.그녀는 폰을 꽉 쥐며 말했다.“말도 안 돼요. 나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는다고요.”그녀는 기억해내기 위해 애썼지만 머리가 터질 것처럼 아팠다.유남준은 그런 박민정을 보며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안았다.“괜찮아?”“약... 약 가져다줘요. 서랍에 있어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71화

    유남우는 예전처럼 그만두지 않았고 계속해서 다가갔다.박민정은 자신이 왜 이렇게 싫어하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불편했다.“그만...!”박민정이 손을 들어 유남우의 접근을 막았다.“오빠, 지금은 정말 그럴 기분이 아니에요.”유남우가 잠시 멈추더니 목젖을 살짝 움직였다.하지만 이번엔 그는 신사답게 멈추는 대신 박민정의 옷을 풀기 시작했다.“민정아, 우리 진주시로 돌아가자. 가서 결혼해. 응?”박민정은 그의 손을 막으며 말했다.“저... 결혼은 아직 준비가 안 됐어요.”그녀는 유남우에게서 몸을 빼내려 했지만 도저히 피할 수 없었다.유남우는 박민정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는 걸 느꼈다.“오빠, 이러지 말아요. 나 무서워...”그 순간, 박민정은 몸과 마음이 유남우와의 접촉을 거부하는 듯한 감정을 느꼈다.분명 이전에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인데 왜 이렇게 거부감이 들까?그 이유를 그녀 본인도 제대로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확실히 원하지 않았다.유남우는 그런 박민정의 반응을 받아들이지 못했다.왜 박민정이 기억을 잃고 나서도 여전히 자신을 거부하는 걸까.그는 멈추지 않았다.박민정은 자신이 그를 거부할 수 없다는 걸 알고 더 이상 반항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연인 관계였고 지난 1년간은 그녀의 병 때문에 각방을 써왔었다.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박민정은 자신이 유남우를 선택했다는 것을 기억했다.기억을 잃기 전이라면 분명 그를 좋아했을 것이다.그리고 그녀는 이미 자신의 첫 잠자리를 다른 사람과 가졌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유남우가 이렇게 오래 참아왔는데 그녀가 계속 거부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박민정은 더 이상 거부하지 않았고 유남우는 마음이 조금 나아졌다.그러나 그가 더 나아가려던 순간, 손끝이 차가운 감촉에 닿았다.고개를 들어보니 박민정이 눈을 꼭 감은 채 눈물 한 방울이 눈가에서 천천히 흘러내리고 있었다.이 순간, 그의 가슴은 깊고 날카로운 고통으로 가득 찼다.유남우는 곧바로 옆에 있던 담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70화

    “무슨 일이야?”유남우가 전화를 받으며 물었다.“도련님, 큰일입니다. 회사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많은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매도하면서 주가가 폭락했어요. 게다가 유석진이 다시 주주총회를 소집하려 하고 있습니다.” 홍주영이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유남우는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일단 상황을 최대한 안정시켜. 곧 돌아갈게.”“도련님, 저 혼자서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요. 고 사모님도 이미 도착했는데 유석진이 회의에서 그분에게 모욕적인 말을 했습니다!” 홍주영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묻어났다.그녀는 유남우가 해외에서 무슨 중요한 일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회사를 방치하고 떠날 일이 있는지 의문이었다.유남우는 핸드폰을 쥔 채 눈앞의 박민정을 바라보며 한순간 갈등에 빠졌다.유남준은 그의 통화 내용을 알아채고는 비웃듯 말했다.“회사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주제에 어떻게 민정이를 책임지겠다는 거지?”말을 마친 유남준은 핸드폰을 꺼내 박민정의 눈앞에 내밀었다.“민정아, 이걸 봐. 이건 우리 결혼 증명서야.”박민정이 핸드폰 화면에 비친 결혼 증명서를 보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사진 속에서 자신은 하얀 셔츠를 입고 환하게 웃고 있었고 옆에는 유남준이 앉아 있었다.그리고 증명서에는 두 사람 선명히 적혀 있었다.유남우는 더 이상 전화를 이어가지 않고 홍주영과의 통화를 끊어버렸다.“민정아, 이런 증명서는 원하는 만큼 만들어낼 수 있어. 전혀 믿을 가치가 없어.”그러자 유남준이 도전적으로 물었다.“그렇다면 민정이가 나와 함께 진주시로 돌아가는 걸 허락할 수 있겠어?”유남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민정이는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 돌아가는 건 무리야.”“어디가 아픈 건데?” 유남준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묻자 유남우는 비웃음을 섞어 말했다.“민정이 몸 상태조차 모르는 주제에 남편이라니. 우습지 않아?”그는 유남준을 무시한 채 대놓고 박민정의 손을 잡았다.“가자, 민정아. 방으로 들어가자.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69화

    윤소현의 마음속에는 전에 없던 불안감이 차올랐다.“어떻게 이런 일이... 박민정이 아직 살아 있다니!”그녀는 천천히 몸을 웅크리며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박민정이 살아 있다면 자신의 남편을 빼앗아 갈 것이고 진주시에 돌아가면 정씨 가문 외동딸의 위치마저 위협받게 될 것이다.온몸이 떨리던 윤소현은 머리가 복잡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끝에 결국 한 사람을 떠올렸다.그녀는 핸드폰을 들어 이지원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지원은 과거 사건 때 교묘하게 불참 증거를 만들어냈던 장본인이다. 덕분에 박민정의 실종 사건은 모두 윤소현의 책임으로 돌아갔고 이지원은 다시 스크린 위로 화려하게 복귀해 일약 인기 스타가 되었다.이때 촬영장에 있던 이지원은 걸려 온 전화를 보고 처음엔 끊으려 했다. 하지만 잠시 고민한 끝에 받기로 결심했다. 윤소현이 무슨 일로 연락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오랜만이네요, 윤소현 씨. 1년 넘게 연락도 없더니 갑자기 무슨 일로 전화했어요? 혹시 또 내가 박민정을 해쳤다고 말하려고?”그녀는 비꼬듯 말했다.윤소현은 그녀의 조롱에 신경 쓰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지원 씨, 박민정은 죽지 않았어요.”순간 이지원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그녀가 놀란 것은 박민정이 살아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윤소현이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었다.“농담하는 거죠? 박민정은 이미 죽었다고 했잖아요. 설마 직접 봤어요?”이지원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박민정은 유남우가 데려갔고 지금껏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유남우가 윤소현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철저히 했을 텐데, 도대체 그녀가 어떻게 알게 된 걸까?윤소현은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박민정은 지금 해외에 있어요. 그리고...”그러나 박민정이 유남우와 함께 있다는 말은 결국 내뱉지 못했다.이지원은 드디어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아마 착각한 거겠죠.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요.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올 리 없잖아요. 게다가 만약 박민정이 정말 해외에 있다면 왜 진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68화

    박민정의 머릿속은 온통 혼란으로 가득했다.심각한 정신 문제가 있는 사람이 어떻게 해외 대기업들과 협력할 수 있지?그녀는 점점 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지는 기분이었다.“민정아, 무슨 생각해?”유남우가 차에 올라탄 그녀를 보고 조용히 묻자 박민정이 고개를 저었다.“별거 아니에요.”유남우는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박민정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빼며 물었다.“혹시 저한테 뭔가 숨기고 있는 거 없어요?”이 말에 유남우의 목젖이 떨렸다.“민정아, 날 믿어줘. 내가 너를 해칠 리 없잖아.”박민정도 그가 자신을 해치지 않을 거라는 건 알았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그가 분명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요즘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려보려고 했는데 정말 기억이 흐릿해요.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했죠? 그런데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질 않아요. 그리고 정숙 아줌마에 대해서도...”유남우는 마음이 조마조마했다.“기억이 안 나면 그냥 잊어버려. 굳이 떠올리려고 하지 마.”그는 다시 박민정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박민정은 이번에도 피했다.유남우는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지난 1년 넘게 쌓아온 노력이 허물어질까 봐 두려웠다.‘여기서 모든 걸 망칠 순 없어.’“전에 네가 꽃밭을 보고 싶다고 했던 거 기억나? 그래서 내가 비행기 표를 준비했어. 게다가 꽃으로 가득한 저택도 한 채 샀는데 정말 아름다워.”그는 비행기 표를 꺼내 박민정에게 내밀었다.박민정이 표를 들여다보니 출발 시간은 오늘 새벽이었다.“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난다고요?”유남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여기 환경이 네 회복에 좋지 않은 것 같아. 의사도 그랬잖아. 치료를 조금만 더 받으면 기억이 돌아올 거라고. 그때는 더 이상 과거를 물어볼 필요도 없을 거야.”박민정이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부여잡았다.“어쩌다가 교통사고로 기억이 이렇게 되어버렸을까요.”“자, 피곤할 텐데 이제 좀 쉬어.”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눈을 감자마자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67화

    또 부부라니?박민정의 눈에 의심이 가득했다.‘혹시 이 남자, 머리가 좀 이상한 거 아니야?’“저기요, 혹시 뭔가 착각하신 거 아닌가요? 제가 어떻게 당신의 아내일 수 있어요?”그녀의 말에 유남준은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그녀를 깊이 바라보았는데 그 눈빛엔 떠날 기색이 없었다.“우린 단순히 결혼한 사이가 아니야. 아이만 네 명이나 있잖아. 이 모든 걸 잊어버린 거야?”‘결혼에, 아이가 넷이라니!’박민정의 얼굴에 더욱 큰 충격이 스쳤다.“유남준 씨, 농담하지 마세요. 저한테 애가 있는지 없는지는 제가 제일 잘 알아요!”유남준은 그녀의 이런 반응에 마음이 저려왔다.“유남우가 대체 너한테 뭘 한 거야? 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건데?”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휴대폰을 들어 증거를 보여주겠다는 듯 전화를 걸었다.“지금 바로 윤우와 예찬이에게 전화해 볼게. 직접 보고 나서도 믿기 어려우면 그때 말해.”영상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화면 속 아이가 소리쳤다.“나쁜 아빠, 왜 전화했어요?”유남준이 먼저 전화를 걸어온 건 처음이라 여덟 살의 박윤우는 놀라움과 의아함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그런데 그 뒤로 보이는 박민정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이 커졌다.“엄마! 엄마! 엄마, 진짜 엄마에요? 나 꿈꾸고 있는 거 아니죠? 정말 엄마 맞아요?”아이가 흥분해서 소리치자 박민정의 머릿속은 더 혼란스러웠다.“네가... 내 아들이라고?”박윤우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슬픈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엄마, 무슨 말이에요? 전 당연히 엄마 아들이죠. 설마 절 잊은 건 아니죠? 아니면 장난치는 거예요?”박민정의 눈앞에 나타난 이 귀여운 소년은 그녀의 상상을 넘어섰다. 그녀는 믿을 수 없는 듯 유남준을 바라보며 물었다.“분명 당신이 꾸민 일이죠, 그렇죠?”그러나 화면 속 박윤우는 계속 울먹였다.“엄마, 왜 그래요? 아픈 거예요? 나쁜 아빠, 엄마 얼른 데려와요. 저랑 형, 동생들도 엄마 너무 보고 싶어요.”유남준은 다급한 박윤우를 진정시키며 말했다.“알겠으니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66화

    “월급 정산하고 당장 꺼져요!” 제임스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네...”그 직원은 이렇게 쉽게 직장을 잃을 줄은 몰랐고 자신이 저지른 일을 후회하며 고개를 숙였다.주영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로 서 있었고 잠시 후 창백해진 얼굴로 다시 변명했다.“사장님, 정말로 박민정이 먼저 손을 댔습니다!”제임스는 더욱 분노하며 소리쳤다.“주 비서가 여기 버젓이 서 있는 것도 어이가 없는데, 지금 당장 사모님께 사과해요! 그렇지 않으면 나를 적으로 돌리는 셈입니다.”주영리는 눈가가 붉어졌지만 제임스를 적으로 돌릴 자신은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박민정에게 사과하는 일이 너무 억울하고 치욕스러웠다.박민정도 유남준이 이렇게까지 영향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의 가벼운 한마디가 사장까지 움직이게 하다니, 예상 밖의 상황이었다.주영리는 어쩔 수 없이 박민정을 향해 다가가 말했다.“죄송합니다, 유 사모님. 다 제 잘못이니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박민정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진동하는 휴대폰을 들었다. 화면에는 병원에서 보내온 검사 결과가 떠 있었는데 물컵 안에서 약물의 잔여물이 발견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모든 것이 사실로 밝혀지자 박민정이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죄송합니다’로 다 해결된다면 경찰은 왜 필요하겠어요?”그녀는 사람들 앞에서 주영리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휴대폰을 들어 신고 전화를 걸었다.제임스는 조금 의아했다. 이런 싸움 문제는 경찰을 부르는 것보다 내부에서 해결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그러나 박민정이 그쪽을 향해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하자 모든 사람들이 놀라 입을 다물었다.“어제 밤 회사 동료가 제게 약을 탄 음료를 건네고 저를 어떤 남자의 방으로 보냈어요. 여기에 관련 CCTV 영상과 병원의 감정서가 있습니다.”이 말을 들은 직원들은 웅성거리며 속닥이기 시작했다.“세상에... 어제 밤 민정 씨가 자발적으로 최 사장을 따라간 줄 알았는데, 사실이 아니었다니?”“주 비서가 이런 짓까지 하다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65화

    “지금 이게 무슨 짓들이에요? 주 비서, 왜 먼저 손을 댄 겁니까?” 제임스가 단호한 목소리로 질책하자 주영리는 억울한 표정으로 먼저 변명했다.“사장님, 먼저 손을 댄 건 박민정이에요. 저는 단지 방어를 했을 뿐입니다.”제임스는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어서 손부터 놔요!”주영리는 마지못해 박민정을 풀어주면서 둘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위협했다.“오늘은 운이 좋았네. 두고 봐, 회사에 계속 있는 한 내 손에서 벗어나진 못할 거야.”박민정은 주영리와 다른 여자가 잡아당겨 흐트러진 옷을 정리한 뒤, 자리에 앉았다.‘병원에서 감정 결과만 나오면 누가 회사를 떠날지 뻔히 알겠지.’방금 두 여자를 상대한 탓에 박민정의 손과 얼굴에는 긁힌 자국이 남아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상처를 처리하며 사장과 유남준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한편, 주영리는 키 크고 잘생긴 유남준을 보고 자연스레 다가갔다.“사장님, 이분은 누구신가요?”제임스가 대답하기도 전에 유남준은 주영리를 쳐다보지도 않고 곧장 박민정에게 걸어갔다.박민정의 얼굴과 손에 난 상처를 보자 그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흔들렸다.“그 여자 말고 또 누가 너한테 손댔어?”박민정은 그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순간 그의 깊은 눈동자 속에 빠져들어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그 이유를 정확히 짚어낼 수 없었다.박민정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그 사이 주영리가 다가왔다.“아, 유 대표님이시군요! 방금은 오해였어요. 근데 박민정 씨 그렇게 무고하지 않아요. 방금 제 뺨을 두 대나 때렸어요.”주영리는 유남준을 보자 심장이 쿵쿵 뛰었다.‘이렇게 잘생기고 돈도 많은 남자라니. 좀 더 얘기 나눠봐야겠어.’그러나 유남준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내 아내가 누구를 때리든 무슨 문제가 됩니까?”아내?주영리는 멍해졌다.박민정도 놀라며 속으로 생각했다.‘내가 언제 이 사람 아내가 됐지? 난 남우 오빠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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