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속으로 이내 벌벌 떨고 있는 윤소현이다.행여나 이 모든 것을 정수미가 알게 될까 봐 말이다.우두머리인 경호원이 고개를 푹 숙이고 말했다.“젊고 예쁜 여자가 어르신 한 분을 모시고 왔는데, 함께 온 경호원들도 많아서 저희가 당해내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젊고 예쁜 여자? 어르신?’‘엄마랑 엄마 비서인가?’윤소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어떡하지?’‘엄마가 알게 되면 난 끝이야.’별장 경비원은 깨어나자마자 조금 전 상황이 담긴 CCTV를 윤소현에게 보여주었다.“CCTV 영상인데, 확인해 보세요.”윤소현은 얼떨떨하게 영상을 틀었다.영상 속 인물이 박민정이라는 것을 보게 된 순간, 윤소현은 테이블을 확 내리쳤다.“젠장! 또 박민정 너야? 왜 이렇게 가는 곳마다 찾아와서 애먹이는 건데! 왜!”윤소현은 지금 박민정을 죽이고 싶을 정도다.한편, 박민정은 함미현 일가족을 안전하게 집으로 바래다주고 안전에 조심하라고 거듭 당부하고 나서야 떠났다.지금은 대낮이고 부근에 사람도 많고 하니 윤소현이 또다시 납치하러 올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함미현 일가족은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도 놀란 가슴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줄곧 함씨 가문 집 앞을 지키고 있던 사람은 함미현 일가족이 돌아온 사실을 바로 정수미에게 알렸다.그 소식을 듣자마자 정수미는 지체하지 않고 달려갔다.가는 내내 정수미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윤소현이 전화를 왔는데도 받고 싶지 않았다.“소현아, 무슨 일이야?”“엄마, 지금 어디세요?”떠보는 듯이 묻고 있는 윤소현이다.“미현이가 돌아왔데. 그래서 지금 그 집으로 가고 있어.”정수미는 숨기지 않고 그대로 얘기해 주었다.“별일 없으면 먼저 끊을게.”그렇게 정수미는 자기 할 말을 다하고 끊어 버렸다.그 말을 듣게 된 윤소현은 휘청거리고 말았다.이윽고 자기 비서에게 물었다.“친자확인 검사 결과는 언제 나와?”“적어도 내일 오전은 되어야 나옵니다.”“거의 다 왔었는데...”윤소현은 손
간병인은 정수미의 말을 듣고서 고개를 갸웃거렸다.“제가 은인이라고요? 다짜고짜 찾아와서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한수민의 간병인으로 일하지 않았더라면 정씨 가문 사람을 알 리도 없었고 은인은 더더욱 어처구니없는 말이다.“얼마 전에 보육원에 가지 않았어요? 20년 전 어느 큰 눈이 내리던 날에 여자아이를 입양했다고 보육원 원장님께 말했다면서요?”덧붙여 설명한 정수미의 말을 듣고서 간병인은 천천히 문을 열었다.정수미는 기대에 잔뜩 찬 눈빛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주위를 훑어보더니 정수미는 시선은 어린 남자아이를 안고 있는 20살 남짓한 여자한테 떨어졌다.월등한 외모는 아니지만 청순하고 착안 이미지였다.마찬가지로 정수미의 말을 듣게 된 함미현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엄마가 20년 전에 여자아이를 입양했다고? 설마 나야?”간병인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눈물을 머금고 함미현을 향해 걸어가면서 정수미가 입을 열었다.“미현아...”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정수미는 겨우 소리를 냈다.“우리 딸 맞아?”눈시울은 금세 붉어졌고 정수미는 순간 뭐라고 하면 좋을지 몰랐다.원룸 크기의 집을 바라보면서 저렴한 옷을 입고 있는 함미현을 바라보면서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만 같았다.정수미는 두말하지 않고 바로 10년 넘게 차고 다니던 천연 에메랄드 팔찌를 함미현에게 해주었다.비록 무슨 팔찌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눈에 봐도 값이 범상치 않을 정도로 예뻤다.“저한테 왜 이런걸...”함미현은 아들을 남편에게 건네고 거절했다.자기의 뜻을 거절하고 있는 함미현을 바라보면서 정수미는 순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랐다.그때 옆에 있던 비서가 말했다.“아가씨, 얼른 받으세요. 1억 달러가 되는 팔찌예요.”‘1억 달러? 팔찌 하나에?’함미현은 다소 믿어지지 않았지만, 간병인은 알고 있었다.정수미가 절대 얼렁뚱땅 찾아온 게 아니라고 말이다.“미현아, 실은 그동안 엄마가 알려주지 않은 게 있어. 네가 남들한테 업신여길까 봐 숨겨둔 사실인데, 이렇게 친엄마가
함미현 남편은 자기 아내가 어느 날 갑자기 부잣집 딸이 될 것이라고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어머님, 이게 다 진짜예요?”믿어지지 않는 듯 거듭 확인하고 있는 함미현 남편이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간병인한테서 함미현의 출생 증명서를 봤었으니 말이다.그런데 갑자기 불과 며칠 사이에 입양한 아이가 되다니...하물며 아무런 징조도 없이 바로 들이닥친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졌다.“더 묻지 말게. 이렇게 된 건 미현이도 자네한테도 다 좋은 일이니.”사위는 순간 모든 걸 알아차리고 더는 말하지 않았다.그들과 같은 일반 가족이나 일반 가족보다 더 어려운 사정에 이러한 일이 생겼다는 건 ‘경사’나 다름없다.정수미는 함미현과 손자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기쁨을 숨길 수가 없었다.정수미의‘친딸’이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고서 윤소현은 미리 거실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정수미는 윤소현을 보자마자 윤소현이 저지른 일이 생각나 무시해버렸다.일어나라는 소리도 없이 바로 지나가려고 했다.오히려 함미현이 정수미의 옷깃을 잡아당기면서 의혹이 가득한 눈빛으로 윤소현을 바라보면서 물었다.“왜 이러고 있는 거예요?”“너희 가족 그렇게 가두어 놓은 사람이 바로 쟤야.”함미현의 질문에 대답하고 난 정수미는 윤소현을 바라보았다.“임신한 몸으로 그만 꿇어. 사고라도 생기게 되면 그땐 내가 무슨 짓을 할지도 몰라.”차갑기 그지없는 그 말을 듣고서 함미현에 대한 윤소현의 ‘한’은 더 깊어졌다.‘친딸이 오자마자 찬밥 신세네...’“엄마, 제가 왜 그랬는지 좀 들어주시면 안 돼요?”윤소현은 무척이나 억울한 모습으로 말했다.“뭐? 다른 이유라도 있다는 거야? 말이 돼?”입술을 사리물고서 윤소현은 그럴듯하게 연기하기 시작했다.“별장으로 데리고 간 건 친자확인 검사가 나오는 대로 엄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한 거였어요. 직접 별장으로 모시고 가려고 했다고요. 두 분 상봉할 수 있게끔 말이에요.”‘서프라이즈?’정수미는 사탕 하나에 넘어가는 세 살짜리 아이가 아니다.상업
“와, 엄마 여기 엄청 넓어.”함미현이 미처 반응하기 전에 아들이 먼저 손을 놓고 뛰어 들어갔다.“엄마, 침대도 엄청나게 크고 푹신푹신해.”“이건 뭐야? 반짝반짝해.”함미현은 아들이 여기 보고 저기 보고 흥분해 마지 못한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았다.좋아해 주는 손자의 모습에 정수미는 형언할 수 없이 기뻤다.“우리 강아지, 갖고 싶은 거 있으면 외할머니한테 얼마든지 얘기만 해. 외할머니가 다 사줄게.”정수미는 말하면서 비서를 바라보았다.“아이가 좋아하는 거 다 적어놓아.”“좋아요. 저 장난감 차도 갖고 싶고 비행기도 갖고 싶고...”흥분해 마지 못한 모습으로 아이는 끊임없이 말했다.비록 낯선 사람이 찾아와서 자기 외할머니라고 하는 사실이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돈도 많고 시원시원한 새로운 외할머니가 좋았다.함미현은 흥분한 아들을 잡아당기면서 이내 뻘쭘한 얼굴로 정수미에게 말했다.“더는 꾸밀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이대로도 좋아요.”그렇다, 함미현은 단 한 번도 이렇게 좋은 곳에서 산 적이 없다.아무런 요구도 없다는 함미현의 말을 듣게 된 정수미는 더 많은 걸 해주고 싶었다.자라온 환경이 입에 풀칠할 정도니 이러한 성격을 만들어낸 것으로 생각하면서 말이다.“미현아, 앞으로 엄마한테 이러지 않아 돼. 네가 밤하늘의 별을 따달라고 하더라도 엄마는 꼭 따주고 말 거야.”이러한 말을 듣게 된 함미현은 속으로 정수미의 친딸이 유난히 부러웠다.“그럼, 저 다른 부탁 좀 드려도 될까요?”함미현은 아들을 잡아당기면서 말했다.“얼마든지.”“우리 동하가 어릴 적부터 당뇨병에 앓고 있는데, 좀 치료해줄 만한 의사 없을까요?”함미현은 자기 친엄마인 염혜란이 거짓말을 한 이유가 바로 동하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정수미를 엄마로 인정하기만 하면 동하 역시 살 수 있게 되니 말이다.함미현의 말을 듣고 난 정수미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자기 손자가 어린 나이에 심한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말이다.이윽고 즉시 비서에게 지시를 내렸다.
비서의 말에 윤소현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뭐라고 나왔어?”“혈연관계 아닙니다.”윤소현은 마침내 한시름을 놓게 되었다.‘앗싸! 함미현 우리 엄마 딸 아니야!’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윤소현은 바로 사실을 정수미에게 알리려고 했으나 얼마 전 정수미가 했었던 경고가 생각났다.“함미현이 친딸이 아니라면, 그냥 이번 기회에 함미현한테 잘해주면서 나에 대한 엄마의 생각을 변화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함미현이 정수미의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은 자기가 말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들통나게 되어 있으리라 생각했다.따라서 서두를 것 없이 일단 함미현에게 맞춰주면서 정수미에게 ‘착한 언니’의 모습을 보여주기로 했다.나중에 정수미가 사실을 알고 나면 자기한테 더욱더 죄책감을 느끼게끔 말이다.그렇게 생각하면서 윤소현은 함미현의 방으로 들어갔다.함미현은 순간 신경이 곤두서면서 경계하기 시작했다.방안에는 집사도 있었는데, 집사 역시 윤소현을 보고서 경계 모드로 변했다.정수미가 가기 전에 집사에서 함미현 모자를 잘 챙겨주는 것 외에 윤소현이 와서 무슨 일을 저지르게 되면 바로 알리라고 했었다. 집사는 함미현이야말로 정수미의 친딸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함미현에 대한 존경심이 더 기울었다.“아가씨, 여긴 어쩐 일이세요? 대표님께서 둘째 아가씨와 도련님께서 쉬셔야 한다고 하셨거든요. 별일 없으시면 그만 나가주시죠.”집사가 말했다.이 집사를 윤소현도 잘 알고 있다.정수미가 서울에서 모셔온 집사라는 것을.함미현 모자 전담 마크 집사로 일하게끔 둘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윤소현은 속으로 차갑게 웃었다.정수미가 사실을 알게 되면 후회하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동생 보러 온 것뿐이에요. 괴롭히는 일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윤소현은 말을 마치고서 다소 어색해하는 함미현을 바라보았다.이윽고 영롱한 빛을 뿜어내고 있는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네주었다.“미현아, 우리 처음으로 만나는 건데 내가 미처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어. 이건 엄마가 나 어릴 적에 준 건
자기 집안일에 마음을 써주는 박민정을 보고서 간병인은 점점 더 죄책감이 깊어졌다.박민정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부풀어 올라서 말까지 더듬기 시작했다.“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 더는 찾아오지 않을 거예요.”그 말을 듣게 된 박민정은 순간 의심이 들었다.“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는 거죠?”순간 간병인은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앞으로 다시는 찾아와서 귀찮게 하지 않을 거예요. 민정 씨,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요. 나중에 시간 되면 제가 밥이라도 한 끼 대접할게요.”고마운 마음도 있고 사죄하는 마음도 있고.박민정에게 무척이나 미안한 간병인이다.왜냐하면, 박민정이야말로 정수미의 친딸일 수 있기 때문이다.자기의 욕심으로 두 모녀의 상봉을 막고 있으니 죄책감에 시달리기만도 하다.간병인에게 무엇인가 속사정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자기가 알았으면 하지 않은 것을 느끼고 박민정은 더는 묻지 않았다.“그럴 필요 없어요. 그럼, 건강하세요.”박민정은 전화를 끊었다.끊긴 전화를 바라보면서 간병인은 혼자서 중얼거렸다.“어찌 됐든 더 이상 민정 씨한테 죄지으면 안 돼. 우리 동하 치료 다 끝나면 그때 민정 씨한테 알려주자.”한편, 박민정은 계속 업무에 집중하고 있었다.간병인을 돕겠다고 했을 때부터 박민정은 그에 마땅한 보상을 받으려고 하지 않았었다.도와주는 것과 이용하는 건 서로 다른 개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박민정이다.“팀장님, 여기 회수 비용이 좀 이상한 것 같습니다.”팀원이 노크하고 들어오면서 말했다.박민정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 확인해 보았는데, 약속했던 가격과 차이가 컸다.“어떻게 된 일이죠?”“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제 곧 월말인데, 근원을 찾아낼 수 없으면 우리 팀 큰일 날 수도 있습니다.”팀원이 한숨을 내쉬었다.“일단 가서 일 봐요. 이건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요.”박민정이 말했다.회수 비용과 계약금액이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건 누군가가 장난을 했다는 것이다.현재 마케팅 5팀의 실적으로는 이번 달 1위
추경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확신을 해주었다.“네, 일반인이 아니라 지적 장애 환자처럼 있어요.”실룩거리는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한 채 최현아는 표정과 달리 안타까운 척을 했다.“어쩌다가 그렇게 된 거예요?”“무슨 수술을 했다고 했는데, 그 수술이 잘못되면서 머리가 완전히 나빠졌다고 했어요.”본래 부잣집 ‘사모님’ 소리 들으면서 부귀영화나 누릴 줄 알았는데, 유남준에게 목 졸라서 죽을 뻔한 뒤로 그 헛된 욕망이 사라져버렸다.그리고 추경은은 지금 유남준에 대한 마음이 조금도 없다.더럽고 역겨울 뿐만 아니라 지적 장애까지 있으므로 서 있는 것만으로 아우라가 넘치던 그때 그 유남준이 아니니 말이다.“세상에 이런 일이!”말로는 무척이나 안쓰러워하고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지사로 파견되어 잡일이나 하는 유성혁을 불러올 생각이었다.추경은은 최현아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당연히 모른다.“올케언니, 저 이제 어떻게 해요? 저 저런 병신이랑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최현아가 추경은이 누구랑 결혼하든 말든 전혀 알고 싶지도 신경 쓰고 싶지도 않았다.“그래도 결혼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이제 와서 거절하는 건 좀 아니지 않을까요?”“저 대신 할아버님께 좀 말씀해 주시면 안 될까요? 저 아직 이렇게 젊고 예쁜데 저런 놈이랑 결혼해서 인생 망치고 싶지 않아요.”이럴 줄 알았더라면 절대 유명훈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것인데 말이다.“미안해요. 내가 끼어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아요. 직접 집안 어른들께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럼, 먼저 끊을게요.”최현아는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추경은 그제야 최현아가 자기를 도와줄 마음조차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렇다고 한들 지금 고영란이랑 유명훈에게 후회하고 있다고 결혼하지 않겠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가만히 계속 있기로 했다.그러나 유남준이 깨어나기만 하면 유남준의 주위에 있던 사람 중 가장 먼저 봉변은 당하는 사람은 항상 추경은이었다.도우미들 역시 그러한 현상이 이상하기만 했다.눈
박민정에게 모든 걸 쏟아부을 만큼 잘해주고 있는 유남우에 관해서 얘기가 나오자 윤소현은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우리 남우 씨가 그랬는데, 박민정 저렇게 회사에 남겨둔 것도 모두 어머님 결정이라고 했었어요. 어머님의 뜻을 거역하기 힘들다고 가만히 있는 거고요.”말을 그렇게 하고 있지만, 윤소현 역시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최현아는 개의치 않아 하면서 웃었다.“그런 거라면 다행이고.”이윽고 최현아는 또각또각 소리를 내면서 윤소현 앞으로 스쳐 지나갔다.이제 겨우 함미현 일로부터 평정심을 되찾은 윤소현은 또다시 부글부글 타오르기 시작했다.반드시 회사에서 박민정을 쫓아버릴 것이라고 다짐하면서 말이다.아니면 최현아는 정말로 유남우의 마음에 자기가 아니라 박민정의 비중이 더 크다고 여기고 있을 것이라면서 이를 악물었다.가만히 생각하더니 윤소현은 곧 해결방법을 찾아냈다.바로 정씨 가문과 유씨 가문의 합작으로 손을 쓰는 것이었다.두 가문의 합작은 여러 대주주와 연관되어 있고 호산 그룹과 유남우의 미래에도 연관되어 있다.만약 박민정이 그 합작에서 실수라도 하게 된다면 유남우는 박민정을 지켜줄 수 없을 것이다.그렇게 어느 정도 계획을 세우고 나서 윤소현은 박민정 사무실로 찾아왔다.“시작하자.”박민정은 윤소현이 또 시비를 걸려고 온 줄 알았으나 오늘 이상할 정도로 인수인계가 잘 되었다.거의 그 어떠한 파동도 없이 말이다.퇴근할 때 즈음, 거의 8할 정도의 인수인계를 끝 맺혔다.윤소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남은 건 내일 계속하자. 가능한 한 빠르게 합작하게끔 하고. 서로 시간 낭비도 하지 말고.”“네.”박민정은 뭐라고 더 하지 않았지만, 마음을 두고 있었다.윤소현이 가고 나서 박민정은 두 가문 사이의 합작 계약서를 비롯한 모든 자료를 검사하기 시작했다.그리고 일하다 보니 그때 유남준이 가르쳐준 적이 헛것이 아님을 느끼게 되었다.만약 유남준의 가르침이 없었더라면 박민정은 호산 그룹의 일을 어떻게 처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