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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제안의 모든 챕터: 챕터 461 - 챕터 470

1272 챕터

제461화

이렇게 시간을 끌다 보면 몇 년 안에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민지훈의 대답은 온하랑의 예상 밖이었다. 혹시 그녀가 믿지 못할까 봐 민지훈은 녹음 파일까지 보냈다. 대화 뒷부분만 녹음 되었는데 정말 그런 뜻이었다.민지훈이 민성주를 제지하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민지훈은 애초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걸 알고 있었다. 온하랑은 녹음 파일을 다시 자세히 듣고 나서 바로 공급업체의 책임자와 지시자를 구분할 수 있었다.온하랑은 이 지시자의 목소리가 왠지 익숙했다.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 같았지만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이상하군요. 저 남자의 정체를 조사하고 싶은 거죠?][집주인이 저 남자와 관계가 있는 것 같거든요. 사실 이 모든 것이 저 남자가 우리를 노리고 벌인 일 같아서요. 우리도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죠. 저들에게 몇 년 뒤까지 가만히 끌려다닐 수는 없잖아요. 저 두 사람의 약점을 찾을 수 있을지 알아보고 싶어요.]설마 민성주는 정말 재료에 문제가 있는 줄 모르고 그저 저들의 표적이 된 것일까?[사설탐정은 나도 잘 몰라요. 잠시만요. 친구한테 물어 보고 있으면 알려 줄게요.][네. 고마워요, 누나.]온하랑은 서우현의 대화창을 열어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서우현더러 아무것도 모르는 척 민지훈을 도와 조사해달라고 부탁했다. 서우현은 잠시 답장이 없었다. 온하랑은 부시아가 신나게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았다. 얼굴이며, 손이며, 옷이며 물감이 알록달록 묻어 있었다. 그녀는 옆에 앉아 서우현의 답장을 기다리며 스토리를 보고 있었다.인스타에는 새로운 스토리가 많이 올라와 있었다. 그녀는 ‘좋아요’를 누를 건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아야 할 것은 댓글을 달았다. 이때 육광태가 올린 동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표지는 새끼 고양이 사진이었다.육광태같은 상남자가 고양이를 키운다고?그녀가 동영상을 열어보자 귀에 들어온 건 육광태의 목소리였다.“야옹아, 이리 와”온하랑은 흠칫 놀라며 얼굴에 미소가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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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이 문자를 본 육광태는 등이 오싹해지며 손이 떨려와서 하마터면 휴대폰을 바닥에 떨어트릴 뻔했다. 이마에 실핏줄마저 툭툭 튀었다.[하랑 씨, 제발 이러지 마세요. 저를 해지지 마세요!]부승민 같은 질투심 많은 남자가 본다면 분명 또 그와 복싱 훈련을 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지난번 노르빈 레스토랑에서 온하랑이 그의 성격이 좋다는 말을 옆방에서 들은 부승민은 귀국 후 몇 번이나 그를 찾아 복싱 훈련을 했다. 듣기 좋아 훈련이지 부승민에게 일방적으로 구타당하는 거나 다름없었다.육광태는 도저히 미룰 수 없어 결국 부승민과 두 번 훈련했는데 부승민은 전혀 사정을 봐주지 않고 하드 펀치만 날렸다. 아직도 육광태의 몸에는 시퍼런 타박상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또다시 복싱 훈련을 한다면 그는 절대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그래요! 아니면 계속 저를 바보 취급할 거잖아요!]육광태는 온하랑이 상황을 알았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말했다.[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요. ]온하랑은 즉시 녹음 파일을 보냈다.[아직도 모르는 척하는 거예요? 여기 이렇게 떡하니 증거가 있는데?]녹음 파일을 들은 육광태는 한참이나 답장이 없었다. 온하랑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죽은 척 하지 말고 뭐라고 말해 보세요! 공급업체에 민 씨 가족과 정상적으로 합의하라고 해요! 계속 이렇게 나온다면 제가 먼저 이 돈을 민 씨 가족에게 줄 거예요.]육광태에게서 드디어 답장이 왔다.[왜 그렇게까지 해요?][그럼 부승민은 왜 이러는 데요? 정말 지긋지긋해!][...]휴대폰 화면을 꺼버린 온하랑은 눈을 감고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마음속에서는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마치 계속 내리는 비로 인해 구석에서 피어난 곰팡이가 하얀 벽을 전부 뒤덮는 것 같았다.그녀는 정말 후회했다. 부승민을 좋아한 것을 후회하고, 잘못된 길을 택해서 자신의 삶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것을 후회했다.며칠 전까지도 그녀는 민성주가 고의로 불량 재료를 사용했을 거라고 악의적으로 추측했지만, 결국 민성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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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3화

휴대폰 너머에서 기나긴 침묵이 흐르고 한참 후에야 무기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넌 나를 그 정도로밖에 생각 안 해?”부승민은 그녀의 전화를 보고 행복한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건만 들려온 건 온통 날카로운 질책뿐이었다. 마음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그럼 아니야?”온하랑은 싸늘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물었다.“하.”부승민은 차가운 목소리로 낮게 웃었다. 목소리에는 서늘함이 묻어났다.“민지훈 아버지는 재료가 표준에 부합되지 않는 걸 알면서 구매했어. 신고당하는 게 정상이 아니야? 그게 어떻게 내 탓이야?”지금 부승민은 온하랑에게 신용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온하랑은 부승민의 말을 그저 헛소리로 받아들였다. 민성주가 불합격이라는 걸 알면서 일부러 구매했다고 해도 그녀의 목적은 단지 민지훈의 신뢰를 얻는 것이었다. 민성주가 납치범이라는 증거와 그가 아버지를 해친 증거를 찾은 뒤에 법률의 심판을 받게 하면 그만이었다. 온하랑은 싸늘하게 웃었다.“이제 보니 이 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네? 그래서 사람을 찾아 그들과 손잡으라고 한 거야? 그리고 신고했어? 그렇지?”그녀는 민지훈이 그녀를 미워하는 게 그렇게 두려운 걸까?“콜록... 콜록...”부승민은 심하게 기침을 하다가 한참 후에야 진정하고 자조적인 웃음을 토했다.“네가 민지훈을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아무리 좋아한다고 옳고 그름도 따지지 않고 이렇게 맹목적으로 나한테 뒤집어씌우는 건 아니지 않아? 민성주가 신고당한 건 그 사람 잘못이지 나랑 상관없어!”온하랑은 허, 탄식을 내뱉었다.“거짓말하지 마! 육광태도 오빠가 시킨 거잖아? 그가 아무 이유도 없이 왜 민 씨 가족을 노리는 건데?”“육광태는 육광태고, 나는 나야. 그가 뭘 했든 나랑 무슨 상관인데? 육광태가 왜 민 씨 가족을 겨냥하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내가 화장실에 가는 것까지 너한테 보고해야 해?”“하, 부승민 이제 네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을 수 없어. 아직도 뻔뻔하게 거짓말하며 억지를 부려? 지금 네 모습이 얼마나 추악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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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4화

온하랑은 멈칫했다.“그건 물어서 뭐 해요?”육광태는 한숨을 내쉬었다.“승민이는 며칠 전부터 위출혈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었어요. 원래 상태도 좋지 않은데 어제부터 갑자기 단식을 시작했어요.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먹었어요! 간병인 말로는 어제 전화를 받고 이렇게 됐대요.”부승민이 위출혈로 입원했다고?얼떨떨해서 듣고 있던 온하랑은 문득 이틀 전 안문희의 손자 병문안을 갔을 때 병원에서 부승민의 뒷모습을 보았던 것이 떠올랐다. 그때 그녀는 잘못 본 줄로만 알았었다.온하랑이 멍하니 있는 모습을 본 육광태가 말했다.“지금 저와 함께 병원에 가서 좀 설득해 봐요!”정신을 차린 온하랑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안 갈래요. 어린애도 아니고 자기 몸으로 장난쳐봤자 고통받는 사람은 본인이에요. 우리는 이미 이혼했는데 앞으로 이럴 때마다 제가 보러 가야 하면 제 삶은 어떻게 살란 말이에요?”두 사람이 이혼하기 전부터 그녀는 부승민이 일 년 내내 밖에서 접대하여 위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그때는 그녀가 항상 지켜보며 부승민이 제때 식사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법을 마련했기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이제 이혼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병원에 입원할 줄은 몰랐다. 육광태는 미간을 찌푸렸다.“하랑 씨! 지금 민 씨 가족 일로 화난 거 알아요. 장담하는데 그건 제가 혼자 벌인 일이에요. 부승민은 정말 모른단 말이에요!”온하랑은 담담하게 말했다.“안 믿어요. 보나마나 두 사람이 짜고 저를 속이는 거겠죠!”“하늘에 맹세컨대 제 말에 조금이라도 거짓이 있다면 천벌을 받을 거예요!”육광태는 오른손을 들고 엄숙한 표정으로 맹세했다. 육광태의 사뭇 진지한 표정을 본 온하랑은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육광태는 얼른 한마디를 보탰다.“아직도 못 믿겠어요? 하랑 씨, 제가 병원에 갔을 때 승민이가 뭐라고 말했는지 알아요? 만약 죽음만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다면 기꺼이 목숨을 바치겠다고 했어요! 오늘 아침에도 피를 토했어요. 의사는 승민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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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5화

온하랑은 뒤에서 빠른 걸음으로 따라갔다. 숨이 가빠와 가슴이 심하게 부풀었다가 줄어들며 뺨이 열기로 붉어졌다.한 VIP 병실 문 앞에서 멈춰선 육광태는 문을 가리켰다.“여기예요. 들어가 봐요.”온하랑은 문에 달린 창문으로 병실 안을 들여다보았다. 침대 머리맡에 수액을 걸려있었고 부승민은 병상에 누워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것이 마치 잠든 것처럼 보였다.그녀는 조심스럽게 문을 밀고 들어갔다. 육광태의 품에 안겨 몸부림치던 부시아가 칭얼거렸다.“삼촌, 저도 들어가고 싶어요.”육광태는 부시아를 껴안으며 말했다.“잠시만, 먼저 삼촌이랑 숙모가 얘기하게 하자.”“알았어요.”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발소리에 부승민은 눈을 감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설득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잖아.”이제 보니 안 자고 있었구나. 온하랑은 침대 옆으로 와서 누워있는 부승민의 모습을 똑똑히 보고는 갑자기 마음을 졸이며 숨을 죽였다.며칠 사이에 그는 다시 살이 많이 빠지고 눈두덩이가 움푹 패었으며 얼굴에는 살이 거의 없었다. 턱의 윤곽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었고, 얼굴빛은 창백하게 병색을 띠고 있었다.밖으로 드러난 깡마른 양손 손등은 혈색 없이 하얗고, 시퍼런 핏줄이 울룩불룩 튀어나와 있었다.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될 수 있지?오랫동안 알고 지낸 부승민은 항상 기운이 넘쳤다. 온하랑은 이렇게 연약한 부승민의 모습은 처음 봤다. 마치 얇은 종잇장처럼 살짝만 만지면 찢어질 것 같았다. 한참 동안 대답이 없자 부승민은 다시 말했다.“아직도 안나가?”“나야.”온하랑이 나지막하게 말했다.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부승민은 흠칫하며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지만 결국 눈을 뜨지 않았다. 목울대가 위아래로 오르내리며 목구멍 깊숙이 씁쓸함을 삼켰다. 손가락으로 슬며시 침대 시트를 움켜쥐고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뭐 하러 왔어?”온하랑은 두 걸음 가까이 다가가 아랫입술을 깨물며 미간을 찌푸리고 그를 바라보았다.“미안해. 어제는 내가 오해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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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6화

두 눈을 꾹 감은 부승민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마음은 더욱 쓰라렸다.과연 온하랑의 마음속에는 그가 조금도 없었다. 그의 곁에 1초라도 더 머물고 싶어 하지 않았다. 온하랑은 부승민이 눈을 감은 것을 보고는 허탈하게 어깨를 으쓱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갈게. 병 치료 잘해.”부승민은 눈을 질끈 감고 커다란 손으로 시트를 꽉 움켜쥐었다. 마음속의 마른 장작에 온하랑이 다시 기름을 끼얹으며 작은 불씨가 튀어 걷잡을 수 없이 격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다량의 짙은 연기 가스가 심장에 모여 언제든지 폭발 할 위험이 있었다.그녀는 참으로 냉혈하고 모질었다!그러나 하필이면 그는 여전히 온하랑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뿐이었다.부승민이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갑자기 위에서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콜록콜록...”등 뒤에서 기침 소리와 함께 헛구역질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온하랑은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부승민이 침대 옆에 힘없이 엎드려 입가에 묻은 옅은 선홍색 피가 그의 창백한 얼굴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어 더욱 빨갛에 보였다.부승민의 안색은 하얗다 못해 얇은 종잇장 같았다. 조금만 건드려도 부서질 것처럼 여렸다. 온하랑은 마음을 졸이며 재빨리 침대 옆으로 다가가 부드럽게 그의 등을 두드리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오빠? 괜찮은 거야?”부승민은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눈시울은 빨갛게 물들고 생리적인 눈물이 고여있었다. 그는 느릿느릿 협탁에서 티슈를 뽑아내 입가를 닦고 휴지통에 버렸다. 등에 놓인 온하랑의 손을 치와버린 부승민은 침대에 등을 대고 평평하게 누웠다. 무덤덤하게 그녀를 흘끗 쳐다보고는 이내 시선을 거두고 나지막이 말했다.“너랑 상관없어.”“...”정말 고집이 장난이 아니었다.하늘이 무너져 내려도 부승민의 고집만은 꺾을 수 없을 것이다. 온하랑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테이블 위에 포트를 들어 뜨거운 물 한 컵을 따라 부승민 앞으로 내밀었다.“입 헹궈.”눈을 치켜뜨고 그녀를 한 번 쳐다본 부승민은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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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너 간 거 아니었어? 다시 와서 뭐 해?”부승민은 냉랭한 눈으로 온하랑을 흘겨보았다.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온하랑은 깨진 유리컵을 쓸며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들어 부승민을 쳐다보았다.“그렇게 내가 가기를 바라니까 금방 가도록 할게.”부승민은 화가나 웃음이 났다.이 여자는 분명 일부러 이러는 걸 꺼야!일부러 그를 약 올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부시아는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삼촌은 대체 무슨 고집이 이렇게 세지? 왜 말을 이따위로 밖에 못 하는 거야. 숙모를 밀어내고 있잖아. 마른 병아리 민지훈은 누나, 누가 거리며 입이 얼마나 달콤한데?당장 삼촌을 말려야 해. 이러다 숙모가 진짜 화나서 가버릴지도 몰라.“삼촌, 이거 왜 이래요?”부시아는 뒤로 한 발 물러서며 바닥에 유리 조각을 짚었다. 부승민의 표정은 그제야 조금 누그러졌다. 주먹을 입술에 대고 기침을 하고는 조용히 말했다.“방금 물 마시려다가 실수로 컵을 떨어트렸어.”“삼촌, 나랑 말하며 왜 숙모를 보고 있어요?”부시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동그란 눈을 깜빡거렸다. 작은 얼굴에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온하랑은 저도 모르게 눈을 치켜뜨고 부승민을 바라보았다. 얼떨결에 부승민과 시선이 마주치며 온하랑은 얼른 시선을 거두고 유리 조각을 쓰레기통에 쏟아버렸다. 부승민은 담담하게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꼬마는 눈을 떼굴떼굴 굴렸다.“알았어요. 삼촌은 숙모가 보고 싶었던 거죠. TV에서 하루 못 보면 3년 못 만난 것 같다고 했는데 그러면 삼촌은 숙모를 몇 년 동안이나 못 만난 거네요. 그래서 너무 보고 싶었던 나머지 숙모에게서 눈을 못 떼는 거예요...”“부시아!”온하랑은 얼굴을 굳히며 정색했다.이 꼬마는 평소에 어떤 드라마를 보길래 나이도 어린 게 어른보다 아는 게 더 많은 거야. 정말 못 하는 말이 없어.부시아는 얼굴에 미소가 굳으며 입술을 꼭 다물고는 검지를 맞대며 애교를 부렸다.“삼촌, 살이 엄청 많이 빠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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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화

“아직 잘 모르겠어.”부승민은 슬그머니 온하랑을 보았다.“의사가 언제 괜찮다고 할 때까지 기다려야 해.”온하랑은 현재 그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수술대에 오르려면 최소한 어느 정도 회복해야 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삼촌이 수술할 때 내가 밖에서 기다릴게요.”“우리 시아 천사네.”“삼촌 손에서 끽끽, 이상한 소리가 나요.”온하랑은 허, 탄성을 내뱉으며 팔짱을 끼고 부승민을 흘겨보았다.“손에 뼈만 남았는데 소리가 안 날 수 있어?”“...”부승민은 할 말을 잃었다.“숙모, 삼촌한테 너무 못되게 굴지 마요! 삼촌도 이렇게 되고 싶었던 게 아니잖아요...”“이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고? 그럼 위가 약한 걸 알면서 왜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셨어?”“그날 밤 삼촌이 너무 슬펐으니까요!”부시아는 그럴싸하게 한숨을 쉬며 눈썹을 찡그렸다.“삼촌이 숙모를 정말 사랑한다고밖에 말할 수 없어요...”“부시아.”온하랑은 부시아를 매섭게 째려보았다. 부시아는 얼른 양손으로 입을 가리고 눈을 깜빡이며 부승민을 바라보았다.“시아한테 왜 그래. 다 맞는 말인데.”부승민이 온하랑의 눈을 보며 말하자 온하랑은 가슴이 살짝 먹먹해졌다.“그래서 뭐? 우린 이미 끝났어. 오빠가 자해한다고 해서 내가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지 마.”“이것으로 너를 협박하려는 게 아니야. 그저 네가 나를 너무 멀리만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나를 완전히 포기하지 마... 나에게도 민지훈과 경쟁할 기회를 줬으면 좋겠어...”부승민은 손에 힘을 주며 그녀의 표정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삼촌, 아파요.”부시아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부승민은 얼른 부시아의 손을 놓았다. 온하랑은 눈을 내리깔고 침묵했다. 그녀는 쓰레받기와 빗자루를 다시 제자리에 놓고 부시아에게 말했다. “시아야, 넌 여기 삼촌이랑 있을래? 고모는 먼저 갈 거야.”부승민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여전히 동의하지 않는 거야?“안 돼요!”침대에서 뛰어내린 시아는 온하랑의 다리를 잡았다.“가지 마요! 숙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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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온하랑은 말문이 막혀 눈만 깜빡거렸다. 부승민의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 그녀였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온하랑은 그를 당해내지 못했다. 그녀는 몇 초 동안 침묵하다가 물었다.“무슨 조건인데?”부승민이 막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온하랑이 한마디를 보탰다.“적당히 해!”부승민은 그윽한 눈빛으로 마치 매우 경건한 일을 말하는 것처럼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아주 간단해. 일부러 나를 멀리하지 말고 나한테도 공정한 기회를 주는 거야.”온하랑이 침묵하자 부시아는 얼른 그녀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숙모, 들어줘요? 네?”온하랑은 눈을 치켜뜨고 부승민을 노려보았다. 부승민은 언제부턴가 꾀가 정말 많아졌다. 온하랑이 여전히 말이 없자 부승민은 갑자기 안색이 어두워지며 미간을 찌푸리고 복부를 감쌌다.“쓰읍...”“삼촌, 왜 그래요? 위가 많이 아파요?”부시아는 즉시 침대 옆으로 달려가 관심 어린 마음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괜찮아.”고통을 참고 있는 게 눈에 훤히 보였다.“이 짧은 시간에 벌써 두 번이나 아팠는데 의사 불러줄까?”부승민은 자조적으로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그냥 아파서 죽게 내버려둬. 어차피 넌 관심도 없는데.”“...”“그래, 그래. 승낙할게. 됐지?”그녀는 짜증섞인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어쨌든 공정한 경쟁의 주도권은 그녀에게 있었다. 부승민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진짜지?”“거짓말이길 원해?” “당연히 아니지. 약속 지켜. 다시는 날 피하지 않을 거지?”“나도 조건이 있어. 이번 일이 사실이든 아니든, 앞으로 민지훈을 겨냥하지 마. 그리고 내가 민지훈과 있을 때 와서 방해하지 마.”온하랑은 민지훈이 그녀가 부승민과 엮인 걸 알게 될까 봐 불안했다. 부승민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부시아는 미친 듯이 부승민에게 눈짓했다.어차피 부시아라는 스파이가 있으니까, 그녀가 마른 병아리를 주시할 것이다. 부승민은 마지못해 승낙했다.“그래, 겨냥하지 않을게. 그런데 나한테도 단둘이 있을 시간을 줘.”“있을 거야. 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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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화

온하랑은 점심밥을 들고 병실로 돌아왔다.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전부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부시아는 흥분하며 소파에 앉아 이것저것 고르기 시작했다.“난 이거랑 이거 먹을래요...”온하랑은 부승민을 보며 평온한 표정으로 물었다.“뭐 먹을래? 골고루 담아줄까?”부승민은 고래를 저었다.“아니, 난 음식 못 먹어.”온하랑은 싸늘하게 웃으며 이를 악물고 물었다.“못 먹는다니? 그런데 육광태가 왜 나 때문에 단식 투쟁한다고 했을까? 하루 동안 아무것도 안 먹었다던데?”흠칫 놀란 부승민은 창백한 얼굴에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설마 너 육광태가 뭘 하던 다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 거야?”“...”그래그래. 내가 졌다 졌어.온하랑은 눈을 꾹 감았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짜증도 덜할 테니까.두 사람이 밥 먹고 있을 때 부승민은 옆에 앉아 노트북으로 업무를 처리했다. 점심을 다 먹고 온하랑은 테이블을 깨끗이 치웠다. 이때 문밖에서 똑똑,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온하랑은 가서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두 명의 중년 남자가 서있었고, 그들 뒤에는 두 젊은이가 있었다. 그들은 각자 과일 바구니와 선물을 들고 있었다.온하랑은 멈칫하더니 두 사람을 행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고 이사님, 기 이사님. 안녕하세요.”두 사람은 온하랑을 보자마자 잠시 얼어붙었지만, 얼굴에는 놀란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하랑 씨, 대표님 안에 계세요?”“네, 들어와서 앉으세요.”온하랑은 옆으로 비켜주었다. 부시아는 소파에 앉아 크고 동그란 눈으로 고 이사와 기 이사를 바라보았다.“두 할아버지, 안녕하세요.”고승범과 기성윤은 부시아를 본 순간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대표님한테 언제 이렇게 큰딸이 있었지?“그래, 안녕. 아가 정말 귀엽구나.”미소를 지으며 응한 고승범 이사는 시선을 옆에 있는 부승민에게 옮겼다.“대표님.”부승민은 눈을 치켜뜨고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온하랑은 그들이 중요한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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