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영의 아버지는 눈을 크게 뜨고 미간을 찌푸렸다.“사위, 우린 한 가족이잖아. 그런데 그런 말을 하다니 너무 야박하군. 게다가 내 딸도 이미 너에게 맡겼는데, 아직도 너에게 빚을 갚아야 한다고?”그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묵직한 목소리로 따졌다.“첫째, 나와 기하영은 단지 남녀 친구 관계일 뿐이고 아저씨는 내 장인이 아니에요. 둘째, 내 돈도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닙니다. 20억이라는 돈은 더욱 적은 액수가 아니죠. 셋째, 친형제 간에도 계산은 똑바로 합니다.”엄진우는 하나하나 딱 잘라 말했다.기하영은 옆에 앉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엄진우가 미리 그녀에게 말해두었기에 그녀는 말을 하지 않았다.엄진우의 말을 들은 기하영의 아버지는 차갑게 웃었다.“이제 와서 나 몰라라 하는 거야? 좋아. 그럼 이 빚은 기하영 보고 갚아라 해. 아버지의 빚은 자식이 갚는 게 합리적이잖아?”“미처 말하지 못했는데 하영 씨 일 그만두게 할 생각이에요. 그러니까 앞으로 하영 씨는 수입이 없을 거고 아저씨의 빚을 갚을 수도 없겠죠.”엄진우는 다시 말했다.기하영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엄진우가 그녀에게 미리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기하영 아버지의 얼굴이 완전히 굳어졌다.“그건 허락할 수 없어! 대학에 보내기 위해 그렇게 많은 돈을 썼는데 그걸 그냥 헛되이 한다고? 게다가 일을 그만두면 누가 날 먹여 살려?”그는 화를 내며 말했다.“선택은 두 가지에요. 첫째, 지금 당장 돈을 갚는 것. 둘째, 스스로 일을 찾아 자신을 부양하고 돈을 모아 조금씩 갚는 거예요.”엄진우는 전혀 흔들리지 않고 말했다.“그 어느 것도 선택하지 않아!”기하영의 아버지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어차피 나한텐 갚을 돈이 없어. 죽일 수 있다면 날 죽여 봐!”그는 뻔뻔하게 말했다.엄진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기하영이 내게서의 위치를 잘못 알고 있는 것 같군요. 기하영이 내 여친인 건 맞아요. 하지만 난 다른 여자들도 있어요.”엄진우는 느긋하게 말했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