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영의 아버지는 떠났다. 엄진우는 오늘 이후로 그가 다시는 도박에 손을 대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방금 진우 씨가 한 말들 다 진짜야?”기하영은 굳은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찌푸렸다.“당연히 거짓말이지. 내게 많은 여자가 있지만, 내 모든 여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이야. 하지만 일을 그만두게 할 거라는 건 사실이야. 내 여자가 다른 남자를 복무하는 건 못 봐줘.”엄진우는 기하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만지며 단호하게 말했다.“하지만 난 새장에 갇힌 새가 되고 싶지 않아. 특히 진우 씨는 자주 나와 함께 있을 수도 없잖아.”기하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건 아주 간단해.”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어 문자를 하나 보내자 곧 기하영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들자 화면에 대표의 이름이 보였다.이 번호는 회사 연말 행사에서 얻은 것이지만 그날 밤 그녀가 대표의 술자리 초대를 거절한 이후로 그 번호와는 다시는 연락하지 않았다.“하 대표님, 안녕하세요.”기하영은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네며 전화를 받았다.하이준은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이사장님, 저를 아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이 말을 듣고 기하영은 당황했다.하이준이 자기를 뭐라고 부른 거지?”하 대표님, 혹시 전화를 잘못 거신 거 아닙니까?”기하영이 주저하며 물었다.그 말에 하이준은 번호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아니요, 잘못 건 게 아닌데요. 방금 우리 항공사의 51% 지분을 인수하셔서 우리 항공사의 이사장님이 되셨잖아요. 우리 항공사 내부 웹사이트에 이사장님의 연락처가 올라와 있길래 그 번호로 연락드린 거예요.”하이준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기하영은 입술을 살짝 벌리며 머릿속이 하얘졌다.“이사장님, 언제 시간이 되세요? 직접 만나서 업무 보고를 드리고 싶습니다...”하이준은 극도로 아첨하는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기하영은 멍하니 앞만 바라보고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이사장님, 그럼 다음에 연락드
“우리 아가씨랑 아는 사이인가?”경비원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내 여자야.”오윤하와 이미 은밀한 관계를 맺었으니 당연히 그녀는 자기의 여자라고 생각했다.이 말을 듣고 경비원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엄진우가 오윤하의 친구라고 말했다면 그래도 약간은 믿었을지도 모른다.그런데 오윤하가 자기의 여자라고 하다니? 농담도 정도껏 해야지!아가씨는 비록 아름답지만 어떤 남자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자존심 강한 여성이다.“꺼져! 다시 허풍 떨기만 해봐. 가만두지 않을 거야.”경비원이 욕설을 내뱉자 엄진우는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자기가 오윤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건가?하지만 그는 경비원과 다투고 싶지 않았다.그는 휴대폰을 꺼내 오윤하에게 전화를 걸었다.“당신 집 앞에 있어. 마중 나와.”경비원은 차갑게 쳐다보며 비웃었다.“아직도 연기하고 있네. 내 친구 소개해 줄까? 그 친구가 성인 인형 제작 공장을 운영하는데, 네가 조립 공장 일꾼으로 딱 어울릴 것 같아.”경비원은 조롱했다.그 순간 오윤하가 뛰어나와 엄진우를 힘껏 껴안았다.“왜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했어!?”그녀는 엄진우를 애타게 바라보며 원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경비원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어? 내가 환각을 보고 있는 건가?“그만해, 대낮에 무슨 짓이야?”엄진우는 소리 낮게 꾸짖었다.오윤하는 입술을 삐쭉 내밀었지만 순순히 엄진우에게서 물러났다.“오씨 가문을 자기 집처럼 생각하면 되지. 내가 마중 나올 필요까지 있었어?”오윤한는 눈을 흘기며 투덜거렸다.“주인이 들어갈 수 없는 집을 본 적이 없어.”엄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러자 오윤하는 표정이 급변했고 그녀의 차가운 시선이 경비원을 향했다.경비원은 식은땀을 흘리며 공포에 휩싸였다.이제야 그는 자기가 환각을 본 것이 아님을 확신할 수 있었다.“됐어, 무식한 사람을 탓해 봐야 뭐 하겠어.”엄진우는 오윤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오윤하는 콧방귀를 뀌고 그제야 시선을 거두었다.“
오씨 가문의 대문 앞에서 여전히 음침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경비원은 조금 전의 일을 떠올리며 아직도 두려움과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쳇! 기생오라비 같은 놈! 빽 믿고 깝치다니.”경비원은 분노하며 중얼거렸다.그놈 때문에 자기가 이유 없이 욕을 먹었으니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순간 그는 안색이 변했고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경비실을 뛰쳐나가며 미소를 지었다.“가주님!”오고 있는 사람은 바로 오씨 가문의 가주, 오성열이였다.오성열은 숨을 헐떡이며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엄진우 씨는 어디 있어?”그는 급하게 물었다.경비원은 잠시 당황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엄진우 씨? 어느 엄진우 씨를 말씀이십니까?”경비원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후에 왔던 사람은 그 기생오라비 젊은이 외에는 없었기 때문이다.“오후에 젊은이가 오지 않았나? 키가 180cm 넘고, 잘생긴 얼굴을 가진 사람 말이야.”오성열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경비원은 깜짝 놀랐다. 가주님이 말하는 사람이 그 기생오라비인가?그... 그놈이 그냥 기생오라비일 뿐인데 왜 가주님이 이렇게 중시하시는 거지?“아가씨가 데리고 들어갔습니다.”경비원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바로 만찬 준비를 하라고 해! 국빈급 만찬으로 준비해서 반드시 엄진우 씨를 잘 대접해야 한다!”오성열은 그렇게 말하고는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경비원의 두 다리는 무력하게 풀려 거의 주저앉을 뻔했다.이곳은 북강의 오씨 가문인데! 그 기생오라비... 엄진우 씨라는 사람은 도대체 무슨 신분인 걸까? 어떤 신분을 가지고 있어야 오성열이 이토록 두려워할 수 있는 것일까?“엄진우 씨, 기다리고 기다리던 끝에 드디어 오셨군요!”오성열은 엄진우를 보자마자 매우 감격하며 말했다. 그 감사의 마음은 숨길 수가 없었다.엄진우가 아니었다면 그는 이미 목숨을 잃었을 것이고 오씨 가문은 다른 이에게 넘어갔을 것이다.“가주님!”엄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표했다.오씨 가문은 북강에서 이름 높은 대가문이고 그들이
엄진우의 목소리를 듣자 기하영의 마음속에 갑자기 자신감이 생겨났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당당하게 그룹으로 걸어 들어갔다.“이사장님 안녕하십니까!”양쪽에 서 있던 그룹의 고위 임원들이 일제히 외쳤다.이러한 장면에 기하영은 전율을 느꼈다.한 그룹을 통제하고 수천, 수만 명의 운명을 좌우하는 느낌이 이런 것이었구나.기하영은 금방 업무 모드로 전환되였다.와튼 스쿨 경영학과 출신의 수재답게 능력에는 부족함이 없었으나 다만 경험이 없었을 뿐이다.엄진우는 잠시 지켜보다가 기하영이 특별히 어려운 상황에 처하지 않은 것을 확인하자 안심했다.그는 기하영의 사무실 밖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았다. 모두가 첫 번째로 업무 보고를 하고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는 직원들이었다. 엄진우는 그녀를 방해하지 않기로 하고 혼자 항공 그룹 안을 돌아다녔다.“엄진우?”누군가 자기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엄진우는 잠시 멈칫하며 고개를 들었다.멀지 않은 곳에서 한 남자가 깔끔한 정장을 입고 금테 안경을 쓴 채 엄진우를 살피며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었다.“나 불렀어?”엄진우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남자는 입가에 미소를 살짝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뒤 엄진우를 손짓해 불렀다. 그의 태도는 꽤 거만해 보였다.엄진우는 마음속으로 다소 불편함을 느꼈지만 호기심에 이끌려 그에게 다가갔다.“누구야?”엄진우는 머릿속에서 그의 얼굴을 떠올리려 했으나 별다른 기억이 나지 않았다.“날 기억하지 못해? 나 조광유야.”엄진우가 여전히 자기를 기억하지 못하자 조광유는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중학교 때 널 제일 많이 괴롭혔던 그 사람.”순간 엄진우는 기억이 떠올랐다.중학교 시절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 내성적인 성격이었던 엄진우는 마르고 왜소한 체격 탓에 반 친구들의 놀림과 괴롭힘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이 조광유라는 사람은 자주 엄진우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이유 없이 그를 때리며 욕설을 퍼부었다.조광유의 가정은 부유했고 학교에서 그는 많은 부하를 거느리고 있었
“그게 아니면 네가 여기 왜 왔겠어? 그 고집스러운 성격은 아직도 못 고쳤구나! 네가 뭘 할지 내가 모를 것 같아?”조광유는 경멸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됐어, 조금 있다가 나랑 같이 가. 내가 면접에 합격하면 너도 함께 추천해 줄게.”조광유는 여전히 거만한 태도로 말하며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엄진우에게 건넸다.엄진우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가방을 받아들었다.“조광유 씨 맞습니까? 하 대표님께서 지금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이때 그룹 직원이 다가와 조광유에게 말했다.“안내하세요.”조광유는 신사답게 미소를 지으며 공손하게 말했다.직원은 조광유를 면접 장소로 안내했는데 그의 뒤를 따라오던 엄진우를 보고는 조금 의아해했지만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면접 장소는 오픈형 사무실 안에 마련되어 있었다.사무실에는 그룹 고위 임원들이 앉아 있었고 밖의 복도에는 그룹 직원들과 면접자들이 서서 사무실 내부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이런 환경은 면접자들에게 엄청난 압박을 주었지만 이를 통해 그룹이 필요로 하는 진정한 인재를 가려낼 수 있었다.“문 앞에서 기다려. 눈치 좀 챙겨.”조광유는 가방을 열어 서류를 꺼낸 후 가방을 다시 엄진우에게 던지듯 넘기고는 당당하게 면접실 안으로 들어갔다.“저 사람 뭐야? 비서까지 데려온 거야?”“개인 비서가 있는 걸 봐서 업계 대단한 사람이겠지.”“아이고! 오늘도 그냥 들러리 서는 날이네.”복도에 있던 다른 면접자들이 수군거렸다.사무실 안에는 조광유가 하이준과 다른 그룹 고위 임원들의 질문에 전혀 기죽지 않고 자신감 있게 답변했다. 때로는 인용하고 예시를 들며 차분하게 대화를 이어갔다.조광유의 발언을 듣던 면접관들의 얼굴에는 모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엄진우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광유는 확실히 뛰어난 인재였다.“오늘 부대표 면접자 중 마지막 순서였는데 지금까지 가장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군요.”조광유의 발언이 끝나자 하이준이 입을 열었다.다른 면접관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지금 바
조광유는 급히 해명하려 했다.그 말을 들으 하이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청소부는 누구라도 다 할 수 있어요. 조광유 씨가 원한다면 그렇게 하세요.”조광유가 곧 그룹 부대표가 될 텐데 이 정도 체면은 줄 수 있었다.복도에서 사람들은 엄진우를 비웃는 눈빛으로 쳐다봤다.곧 부대표가 될 동창인데 청소부 자리를 달라고 나선 걸 보면 이번엔 조광유의 심기를 건드린 게 틀림없었다.청소부로 평생 살아갈 운명이 뻔해 보였다.“내가 언제 청소부로 지원했다고 했어?”엄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더 시끄럽게 굴면 가만있지 않을 줄 알아.”조광유는 얼굴이 어두워지며 차갑게 말했다.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상대를 비웃었다. “어떻게 가만두지 않겠다는 거지? 중학교 때처럼 한 번 패주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아니면 네 아랫사람들과 함께 날 따돌리겠다는 건가? 아직도 날 예전처럼 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난 더는 예전의 엄진우가 아니야.”조광유는 깊이 숨을 들이쉬며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북강에서 내가 널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마. 네 가족은 아직 창해시에 있지. 내 한 마디면 네 가족이 창해시에서 발도 붙이지 못하게 할 수 있어! 중학교 중퇴한 양아치 주제에 뭐라도 된 줄 알아. 지금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조광유의 위협적인 말에 엄진우는 웃음을 터뜨렸다.“네가 우리 가족을 창해시에서 쫓아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한 마디로 너의 이 부대표 자리를 잃게 만들 수 있다는 건 확실히 알아.”조광유는 잠시 멍해지더니 곧 크게 웃었다.“네가 뭔데? 하 대표님, 이건 그저 미친놈입니다. 무시하세요.””보아하니 고향 친구분은 우리 그룹의 청소부 자리조차도 자격이 부족한 것 같네요. 이봐, 당장 나가! 안 그럼 경비를 불러서 쫓아낼 테니까!”하이준은 고개를 저으며 엄진우에게 차갑게 말했다.중학교 중퇴한 무직자와 학업을 마치고 학식이 가득한 고학력자 중 누구를 믿어야 할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누굴 쫓아낸다고요?”이때 얼음처럼 차
조광유는 안색은 창백해졌다.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 중등학교 중퇴한 건달이 향안그룹 이사장과 사귀다니!그는 입을 열어 뭔가 말하려 했지만 기하영이 다시 한번 일격을 날렸다.“그리고, 그룹의 명의로 다른 항공사들에게 당신을 신중히 채용하라고 권고할 거야. 당신 같은 인성이라면 어느 회사에 가든 독이 될 테니까! 향안그룹의 지위를 감안하면 내 말이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향안그룹은 국내 민영 항공사 중 3위에 위치하고 있었다!향안그룹이 나서면 다른 국내 항공사들이 그 체면을 봐주려 할 것이다.복도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다소 묘해졌다.결국 허세를 부리려다가 오히려 망신만 당하게 됐군.“엄진우, 다 오해야. 난 도우려는 거였는데. 네가 이사장님께 설명 좀 해 줄 수 없겠어?”조광유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엄진우에게 말했다.“아니, 난 이게 오해라고 생각하지 않아.”엄진우는 미동도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우리가 동창이었던 사이를 봐서...”조광유는 애원하는 표정으로 간청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엄진우가 끊어버렸다.“시끄러우니까, 닥쳐!”엄진우는 짜증이 난 듯 말했다.엄진우의 눈에 조광유는 그저 파리 같은 존재였다. 그가 먼저 덤벼들지 않았다면 엄진우는 상대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이제 조광유는 완전히 창피하고 분노가 치밀었다.“엄진우, 중등학교 중퇴한 건달 주제에 부자랑 엮였다고 진짜로 벼락출세라도 한 줄 알아? 진짜 남자라면 나와 한 번 붙자. 10년 전처럼 똑같이 해줄게.”조광유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엄진우의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그가 앞으로 나서려던 찰나 기하영이 그의 손을 잡았다.“경비원을 불러서 쫓아낼 테니 신경 쓰지 마.””걱정 마, 그저 짖어대는 개일 뿐이야.”엄진우는 웃으며 말했다.“엄진우, 지금 보여줄게. 네가 아무리 부자랑 엮였다 해도 내 앞에선 여전히 쓰레기일 뿐이라는 걸.”조광유는 외투를 벗고 근육질의 몸을 드러냈다.그는
조광유는 죽은 개처럼 경비원에게 끌려 향안그룹에서 쫓겨났다.이런 뜻밖의 사건은 본래 포기했던 다른 면접자들에게 반전의 희망을 안겨주었다.한순간 사람들은 엄진우를 바라보며 모두 감사의 눈빛을 보냈다.“보아하니 하영 씨가 꽤 빨리 적응하고 있네. 열심히 해. 난 먼저 갈게.”엄진우가 기하영에게 말했다.그는 기하영과 함께 온 이유가 그녀가 곤란에 처할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향안그룹의 이사회와 경영진은 바보가 아니었고 그녀를 곤란하게 하지는 않았다.사실 기하영이 이제 막 도착했어도 그룹 지분의 51%를 그녀가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으니 누가 덤비면 바로 내쫓으면 그만이었다.“북강을 떠나려는 거야?”기하영은 엄진우를 향안그룹 밖으로 배웅하며 아쉬운 듯 물었다.그녀는 엄진우 같은 남자가 자기 곁에 묶여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그를 묵묵히 지켜보는 것뿐이었다.“아직 처리하지 못한 일이 하나 남았어. 며칠 더 있을 거야.”엄진우가 말했다.“그럼 떠나기 전에 나랑 조금 더 시간 보내 줄 수 있어? 진우 씨한테 주고 싶은 선물이 있어.”기하영은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말했다.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기하영의 뺨을 살짝 꼬집었다.“그래. 북강을 떠나기 전날 밤은 하영 씨를 위한 시간이야.”엄진우는 향안그룹을 떠나 북강의 윤씨 가문이 소유한 유전으로 향했다.그가 북강에 온 가장 큰 이유는 이 유전과 송전소의 관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아직 그는 적당한 인물을 결정하지 못했다.오씨 가문이 적절한 선택이 될 수 있지만 그들은 현재 엄진우의 명령에 따라 세력을 키우고 힘을 비축하고 있어 다른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을 듯했다.그가 북강에서 알고 지냈던 사람들은 모두 명왕 계열이라는 강한 낙인이 찍혀 있다.그들에게 관리를 맡기는 것은 엄진우가 북강의 명왕임을 세상에 알리는 셈이 된다.엄진우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유전 공사 현장에 도착하자 그곳에는 황량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윤씨 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