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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2화

엄진우의 문자 메시지를 받은 기하영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다. 대학 시절 주변에는 모두 다른 민족의 동료들뿐이라서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졸업 후에는 무거운 경제적 압박 때문에 연애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게다가 잠자리 경험도 없었다.

하지만 동료들이 말하던 첫 경험의 아픔을 생각하자 기하영은 약간 망설여졌다.

그러나 엄진우가 자기를 위해 여러 번 나서준 것을 떠올리며 기하영은 이를 악물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짧은 치마를 입고 긴 머리를 올려 묵었다.

호텔에서 엄진우는 세수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고 있었고 이때 마침 노크 소리가 들렸다.

단지 속옷만 입고 있던 엄진우는 약간 짜증 난 표정으로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열러 갔다.

문 앞에 머리를 숙이고 서 있는 기하영을 본 엄진우는 다소 당황했다.

그리고 그녀의 복장을 살펴보니 그의 표정은 더욱 미묘했다.

“들어와.”

기하영은 무언가를 오해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왔으니 다시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

엄진우가 문을 닫자 기하영은 얼굴이 더욱 빨개졌다.

“차용증을 받아왔어.”

엄진우는 차용증을 꺼내며 말했다.

기하영은 잠시 멍해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엄진우가 정말로 할 말이 있어서 자기를 부른 것임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 점을 생각하자 그녀는 더욱 난처해졌다.

“진우 씨, 정말 고마워! 이 돈은 내가 최대한 빨리 갚을게.”

기하영은 엄진우의 손에서 차용증을 받으려고 했다.

그러나 엄진우는 그녀의 손을 가볍게 피했다.

“이 차용증을 줄 수는 있지만 기하영 씨 아버지가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 있어? 내 생각에는 기하영 씨 아버지는 더 악화할 것 같은데. 어쨌든 얼마를 잃든 하영 씨라는 딸이 그 뒷바라지를 해줄 테니까.”

엄진우는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기하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진우 씨 뜻은?”

“내일 기하영 씨 아버지를 여기로 데려와. 이 차용증은 내가 처리할게. 아니면 지금 가져가도 돼. 그건 기하영 씨가 결정할 일이야.”

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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