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진우의 문자 메시지를 받은 기하영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그녀는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다. 대학 시절 주변에는 모두 다른 민족의 동료들뿐이라서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졸업 후에는 무거운 경제적 압박 때문에 연애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게다가 잠자리 경험도 없었다.하지만 동료들이 말하던 첫 경험의 아픔을 생각하자 기하영은 약간 망설여졌다.그러나 엄진우가 자기를 위해 여러 번 나서준 것을 떠올리며 기하영은 이를 악물고 침대에서 일어났다.그녀는 짧은 치마를 입고 긴 머리를 올려 묵었다.호텔에서 엄진우는 세수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고 있었고 이때 마침 노크 소리가 들렸다. 단지 속옷만 입고 있던 엄진우는 약간 짜증 난 표정으로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열러 갔다.문 앞에 머리를 숙이고 서 있는 기하영을 본 엄진우는 다소 당황했다.그리고 그녀의 복장을 살펴보니 그의 표정은 더욱 미묘했다.“들어와.”기하영은 무언가를 오해한 것 같았다.하지만 이미 왔으니 다시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엄진우가 문을 닫자 기하영은 얼굴이 더욱 빨개졌다.“차용증을 받아왔어.”엄진우는 차용증을 꺼내며 말했다.기하영은 잠시 멍해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그녀는 엄진우가 정말로 할 말이 있어서 자기를 부른 것임을 예상하지 못했다.이 점을 생각하자 그녀는 더욱 난처해졌다.“진우 씨, 정말 고마워! 이 돈은 내가 최대한 빨리 갚을게.”기하영은 엄진우의 손에서 차용증을 받으려고 했다.그러나 엄진우는 그녀의 손을 가볍게 피했다.“이 차용증을 줄 수는 있지만 기하영 씨 아버지가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 있어? 내 생각에는 기하영 씨 아버지는 더 악화할 것 같은데. 어쨌든 얼마를 잃든 하영 씨라는 딸이 그 뒷바라지를 해줄 테니까.”엄진우는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기하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진우 씨 뜻은?”“내일 기하영 씨 아버지를 여기로 데려와. 이 차용증은 내가 처리할게. 아니면 지금 가져가도 돼. 그건 기하영 씨가 결정할 일이야.”엄진
“그... 그분들은 알고 있어?”기하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엄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이 문제에 대해 한 번도 숨긴 적이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기하영의 마음은 복잡했다.이대로 떠나야 하나?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는 완전한 사랑을 줄 수 없다는 것 외에는 모든 것이 거의 완벽했다.그가 자기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다른 남자들이 할 수 없는 것이었다.이성은 그녀에게 떠나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무의식적으로는 이대로 떠나면 분명 후회할 것이라고 느끼고 있었다.엄진우는 기하영을 바라보며 아무런 재촉도 하지 않았다.오랜 시간이 지난 후 기하영은 이를 악물고 다시 한번 깊게 키스했다.그녀는 행동으로 자기의 선택을 엄진우에게 전달했다.엄진우는 더 이상 기하영을 밀어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곧 침대 위로 굴러갔고 알몸이 되었다.기하영은 침대에 누워 두 눈을 꼭 감은 채 긴 속눈썹을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그녀의 매끈하고 곧은 두 다리는 엄진우의 어깨에 걸쳐 있었다.엄진우는 망설임 없이 그녀에게로 깊이 파고들었고 두 사람은 하나로 결합하였다.고통스러운 신음 소리가 들리면서 기하영은 완전한 변화를 맞이했다.그렇게 둘은 밤새도록 뜨겁게 사랑을 나누었다.다음 날 아침 기하영은 창백해진 얼굴로 눈을 떴다.빈 침대를 보자 그녀는 조금 불안해졌다.그때 방문이 열리고 엄진우는 아침 식사를 들고 들어왔다. 엄진우의 건장한 몸을 보자 그녀는 조금 겁이 났다.어젯밤 그녀는 정말로 죽는 줄 알았다.“일어나서 아침 먹고 하영 씨 아버지 일부터 처리하자.”엄진우는 아침을 탁자에 놓고 말했다.기하영은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몸을 움직이자마자 허벅지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져 미간을 찌푸렸다.어제의 강도는 기하영 같은 초보자에게는 너무나 과도했다.엄진우는 기하영을 번쩍 들어 화장실로 데려갔고 기하영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세수를 하는 도중 둘은 다시 불이 붙을 뻔했다.다행히도 엄진우는 자제했고 그렇지 않았다면 기하영은 완전히 쓰
기하영의 아버지는 눈을 크게 뜨고 미간을 찌푸렸다.“사위, 우린 한 가족이잖아. 그런데 그런 말을 하다니 너무 야박하군. 게다가 내 딸도 이미 너에게 맡겼는데, 아직도 너에게 빚을 갚아야 한다고?”그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묵직한 목소리로 따졌다.“첫째, 나와 기하영은 단지 남녀 친구 관계일 뿐이고 아저씨는 내 장인이 아니에요. 둘째, 내 돈도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닙니다. 20억이라는 돈은 더욱 적은 액수가 아니죠. 셋째, 친형제 간에도 계산은 똑바로 합니다.”엄진우는 하나하나 딱 잘라 말했다.기하영은 옆에 앉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엄진우가 미리 그녀에게 말해두었기에 그녀는 말을 하지 않았다.엄진우의 말을 들은 기하영의 아버지는 차갑게 웃었다.“이제 와서 나 몰라라 하는 거야? 좋아. 그럼 이 빚은 기하영 보고 갚아라 해. 아버지의 빚은 자식이 갚는 게 합리적이잖아?”“미처 말하지 못했는데 하영 씨 일 그만두게 할 생각이에요. 그러니까 앞으로 하영 씨는 수입이 없을 거고 아저씨의 빚을 갚을 수도 없겠죠.”엄진우는 다시 말했다.기하영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엄진우가 그녀에게 미리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기하영 아버지의 얼굴이 완전히 굳어졌다.“그건 허락할 수 없어! 대학에 보내기 위해 그렇게 많은 돈을 썼는데 그걸 그냥 헛되이 한다고? 게다가 일을 그만두면 누가 날 먹여 살려?”그는 화를 내며 말했다.“선택은 두 가지에요. 첫째, 지금 당장 돈을 갚는 것. 둘째, 스스로 일을 찾아 자신을 부양하고 돈을 모아 조금씩 갚는 거예요.”엄진우는 전혀 흔들리지 않고 말했다.“그 어느 것도 선택하지 않아!”기하영의 아버지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어차피 나한텐 갚을 돈이 없어. 죽일 수 있다면 날 죽여 봐!”그는 뻔뻔하게 말했다.엄진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기하영이 내게서의 위치를 잘못 알고 있는 것 같군요. 기하영이 내 여친인 건 맞아요. 하지만 난 다른 여자들도 있어요.”엄진우는 느긋하게 말했다.
기하영의 아버지는 떠났다. 엄진우는 오늘 이후로 그가 다시는 도박에 손을 대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방금 진우 씨가 한 말들 다 진짜야?”기하영은 굳은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찌푸렸다.“당연히 거짓말이지. 내게 많은 여자가 있지만, 내 모든 여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이야. 하지만 일을 그만두게 할 거라는 건 사실이야. 내 여자가 다른 남자를 복무하는 건 못 봐줘.”엄진우는 기하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만지며 단호하게 말했다.“하지만 난 새장에 갇힌 새가 되고 싶지 않아. 특히 진우 씨는 자주 나와 함께 있을 수도 없잖아.”기하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건 아주 간단해.”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어 문자를 하나 보내자 곧 기하영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들자 화면에 대표의 이름이 보였다.이 번호는 회사 연말 행사에서 얻은 것이지만 그날 밤 그녀가 대표의 술자리 초대를 거절한 이후로 그 번호와는 다시는 연락하지 않았다.“하 대표님, 안녕하세요.”기하영은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네며 전화를 받았다.하이준은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이사장님, 저를 아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이 말을 듣고 기하영은 당황했다.하이준이 자기를 뭐라고 부른 거지?”하 대표님, 혹시 전화를 잘못 거신 거 아닙니까?”기하영이 주저하며 물었다.그 말에 하이준은 번호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아니요, 잘못 건 게 아닌데요. 방금 우리 항공사의 51% 지분을 인수하셔서 우리 항공사의 이사장님이 되셨잖아요. 우리 항공사 내부 웹사이트에 이사장님의 연락처가 올라와 있길래 그 번호로 연락드린 거예요.”하이준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기하영은 입술을 살짝 벌리며 머릿속이 하얘졌다.“이사장님, 언제 시간이 되세요? 직접 만나서 업무 보고를 드리고 싶습니다...”하이준은 극도로 아첨하는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기하영은 멍하니 앞만 바라보고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이사장님, 그럼 다음에 연락드
“우리 아가씨랑 아는 사이인가?”경비원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내 여자야.”오윤하와 이미 은밀한 관계를 맺었으니 당연히 그녀는 자기의 여자라고 생각했다.이 말을 듣고 경비원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엄진우가 오윤하의 친구라고 말했다면 그래도 약간은 믿었을지도 모른다.그런데 오윤하가 자기의 여자라고 하다니? 농담도 정도껏 해야지!아가씨는 비록 아름답지만 어떤 남자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자존심 강한 여성이다.“꺼져! 다시 허풍 떨기만 해봐. 가만두지 않을 거야.”경비원이 욕설을 내뱉자 엄진우는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자기가 오윤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건가?하지만 그는 경비원과 다투고 싶지 않았다.그는 휴대폰을 꺼내 오윤하에게 전화를 걸었다.“당신 집 앞에 있어. 마중 나와.”경비원은 차갑게 쳐다보며 비웃었다.“아직도 연기하고 있네. 내 친구 소개해 줄까? 그 친구가 성인 인형 제작 공장을 운영하는데, 네가 조립 공장 일꾼으로 딱 어울릴 것 같아.”경비원은 조롱했다.그 순간 오윤하가 뛰어나와 엄진우를 힘껏 껴안았다.“왜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했어!?”그녀는 엄진우를 애타게 바라보며 원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경비원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어? 내가 환각을 보고 있는 건가?“그만해, 대낮에 무슨 짓이야?”엄진우는 소리 낮게 꾸짖었다.오윤하는 입술을 삐쭉 내밀었지만 순순히 엄진우에게서 물러났다.“오씨 가문을 자기 집처럼 생각하면 되지. 내가 마중 나올 필요까지 있었어?”오윤한는 눈을 흘기며 투덜거렸다.“주인이 들어갈 수 없는 집을 본 적이 없어.”엄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러자 오윤하는 표정이 급변했고 그녀의 차가운 시선이 경비원을 향했다.경비원은 식은땀을 흘리며 공포에 휩싸였다.이제야 그는 자기가 환각을 본 것이 아님을 확신할 수 있었다.“됐어, 무식한 사람을 탓해 봐야 뭐 하겠어.”엄진우는 오윤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오윤하는 콧방귀를 뀌고 그제야 시선을 거두었다.“
오씨 가문의 대문 앞에서 여전히 음침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경비원은 조금 전의 일을 떠올리며 아직도 두려움과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쳇! 기생오라비 같은 놈! 빽 믿고 깝치다니.”경비원은 분노하며 중얼거렸다.그놈 때문에 자기가 이유 없이 욕을 먹었으니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순간 그는 안색이 변했고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경비실을 뛰쳐나가며 미소를 지었다.“가주님!”오고 있는 사람은 바로 오씨 가문의 가주, 오성열이였다.오성열은 숨을 헐떡이며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엄진우 씨는 어디 있어?”그는 급하게 물었다.경비원은 잠시 당황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엄진우 씨? 어느 엄진우 씨를 말씀이십니까?”경비원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후에 왔던 사람은 그 기생오라비 젊은이 외에는 없었기 때문이다.“오후에 젊은이가 오지 않았나? 키가 180cm 넘고, 잘생긴 얼굴을 가진 사람 말이야.”오성열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경비원은 깜짝 놀랐다. 가주님이 말하는 사람이 그 기생오라비인가?그... 그놈이 그냥 기생오라비일 뿐인데 왜 가주님이 이렇게 중시하시는 거지?“아가씨가 데리고 들어갔습니다.”경비원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바로 만찬 준비를 하라고 해! 국빈급 만찬으로 준비해서 반드시 엄진우 씨를 잘 대접해야 한다!”오성열은 그렇게 말하고는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경비원의 두 다리는 무력하게 풀려 거의 주저앉을 뻔했다.이곳은 북강의 오씨 가문인데! 그 기생오라비... 엄진우 씨라는 사람은 도대체 무슨 신분인 걸까? 어떤 신분을 가지고 있어야 오성열이 이토록 두려워할 수 있는 것일까?“엄진우 씨, 기다리고 기다리던 끝에 드디어 오셨군요!”오성열은 엄진우를 보자마자 매우 감격하며 말했다. 그 감사의 마음은 숨길 수가 없었다.엄진우가 아니었다면 그는 이미 목숨을 잃었을 것이고 오씨 가문은 다른 이에게 넘어갔을 것이다.“가주님!”엄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표했다.오씨 가문은 북강에서 이름 높은 대가문이고 그들이
엄진우의 목소리를 듣자 기하영의 마음속에 갑자기 자신감이 생겨났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당당하게 그룹으로 걸어 들어갔다.“이사장님 안녕하십니까!”양쪽에 서 있던 그룹의 고위 임원들이 일제히 외쳤다.이러한 장면에 기하영은 전율을 느꼈다.한 그룹을 통제하고 수천, 수만 명의 운명을 좌우하는 느낌이 이런 것이었구나.기하영은 금방 업무 모드로 전환되였다.와튼 스쿨 경영학과 출신의 수재답게 능력에는 부족함이 없었으나 다만 경험이 없었을 뿐이다.엄진우는 잠시 지켜보다가 기하영이 특별히 어려운 상황에 처하지 않은 것을 확인하자 안심했다.그는 기하영의 사무실 밖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았다. 모두가 첫 번째로 업무 보고를 하고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는 직원들이었다. 엄진우는 그녀를 방해하지 않기로 하고 혼자 항공 그룹 안을 돌아다녔다.“엄진우?”누군가 자기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엄진우는 잠시 멈칫하며 고개를 들었다.멀지 않은 곳에서 한 남자가 깔끔한 정장을 입고 금테 안경을 쓴 채 엄진우를 살피며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었다.“나 불렀어?”엄진우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남자는 입가에 미소를 살짝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뒤 엄진우를 손짓해 불렀다. 그의 태도는 꽤 거만해 보였다.엄진우는 마음속으로 다소 불편함을 느꼈지만 호기심에 이끌려 그에게 다가갔다.“누구야?”엄진우는 머릿속에서 그의 얼굴을 떠올리려 했으나 별다른 기억이 나지 않았다.“날 기억하지 못해? 나 조광유야.”엄진우가 여전히 자기를 기억하지 못하자 조광유는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중학교 때 널 제일 많이 괴롭혔던 그 사람.”순간 엄진우는 기억이 떠올랐다.중학교 시절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 내성적인 성격이었던 엄진우는 마르고 왜소한 체격 탓에 반 친구들의 놀림과 괴롭힘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이 조광유라는 사람은 자주 엄진우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이유 없이 그를 때리며 욕설을 퍼부었다.조광유의 가정은 부유했고 학교에서 그는 많은 부하를 거느리고 있었
“그게 아니면 네가 여기 왜 왔겠어? 그 고집스러운 성격은 아직도 못 고쳤구나! 네가 뭘 할지 내가 모를 것 같아?”조광유는 경멸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됐어, 조금 있다가 나랑 같이 가. 내가 면접에 합격하면 너도 함께 추천해 줄게.”조광유는 여전히 거만한 태도로 말하며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엄진우에게 건넸다.엄진우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가방을 받아들었다.“조광유 씨 맞습니까? 하 대표님께서 지금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이때 그룹 직원이 다가와 조광유에게 말했다.“안내하세요.”조광유는 신사답게 미소를 지으며 공손하게 말했다.직원은 조광유를 면접 장소로 안내했는데 그의 뒤를 따라오던 엄진우를 보고는 조금 의아해했지만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면접 장소는 오픈형 사무실 안에 마련되어 있었다.사무실에는 그룹 고위 임원들이 앉아 있었고 밖의 복도에는 그룹 직원들과 면접자들이 서서 사무실 내부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이런 환경은 면접자들에게 엄청난 압박을 주었지만 이를 통해 그룹이 필요로 하는 진정한 인재를 가려낼 수 있었다.“문 앞에서 기다려. 눈치 좀 챙겨.”조광유는 가방을 열어 서류를 꺼낸 후 가방을 다시 엄진우에게 던지듯 넘기고는 당당하게 면접실 안으로 들어갔다.“저 사람 뭐야? 비서까지 데려온 거야?”“개인 비서가 있는 걸 봐서 업계 대단한 사람이겠지.”“아이고! 오늘도 그냥 들러리 서는 날이네.”복도에 있던 다른 면접자들이 수군거렸다.사무실 안에는 조광유가 하이준과 다른 그룹 고위 임원들의 질문에 전혀 기죽지 않고 자신감 있게 답변했다. 때로는 인용하고 예시를 들며 차분하게 대화를 이어갔다.조광유의 발언을 듣던 면접관들의 얼굴에는 모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엄진우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광유는 확실히 뛰어난 인재였다.“오늘 부대표 면접자 중 마지막 순서였는데 지금까지 가장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군요.”조광유의 발언이 끝나자 하이준이 입을 열었다.다른 면접관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지금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