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개의 곤선삭이 오귀흉살진을 가동한 다섯 명을 묶어버렸다.순간 다섯 명의 안색이 변했다.하지만 아무리 몸부림쳐도 풀려날 수가 없었다.하늘에는 바람과 구름이 모여 검날을 형성하고 별들이 움직여 검 자루를 이뤘다.한 자루의 검이 내리쳤다.그 다섯 명은 순간 재로 변해 사라졌고 주변 수백 리의 대지가 수십 미터 깎여 나갔다.오귀흉살진은 자연스럽게 해제되었다.엄진우는 자기의 손에 쥐고 있는 인조인간을 차갑게 바라보며 싸늘하게 웃었다.이제 그 인조인간의 얼굴에는 공포만이 가득했다.“아직 숨겨둔 수가 더 있어?”엄진우는 차가운 어조로 물었다.“너... 넌 사람이냐?”그는 공포에 질려 소리쳤다.이건 사람이 아니라 신이다!”뷔젠트의 본부가 어디 있는지, 그리고 너희 수장은 어떻게 생겼는지 말해!”엄진우는 압박했다.그 인조인간은 이제 엄진우에 대한 두려움만 남아 있었고 멘탈이 무너져 자동으로 엄진우의 질문에 답하려고 했다.하지만 막 입을 열려는 순간 그는 갑자기 피를 한 움큼 토하며 숨이 끊어졌다.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그의 심장이 완전히 파괴된 것을 확인하고 엄진우는 아쉬움을 느꼈다.이번 기회를 통해 뷔젠트를 뿌리째 뽑을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놓쳤고 이대로 뷔젠트가 성장하도록 내버려둔다면 장차 용국의 큰 재앙이 될 것이다.이 최신 인조인간들의 실력으로 볼 때 엄진우를 피해 소규모로 나뉘어서 움직인다면 용국의 어느 곳에서든 막을 수 없을 것이다.엄진우는 시체를 내려놓고 휴대폰을 꺼내 조중영에게 이 지역을 봉쇄하도록 지시했다.그들이 싸운 흔적은 너무도 충격적이어서 만약 소문이라도 퍼진다면 공포를 일으킬 것이었다.그 후 엄진우는 그곳을 떠났고 다시 지하 카지노로 향했다.심야.북강 군은 이미 대나무 숲 주변 수백 리를 봉쇄했다.하지만 그때 한 그림자가 황량한 대지 위를 고독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그는 한 발짝씩 느릿느릿 걸음을 옮기며 불안정하게 비틀거리며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걷다가 그는 갑자기 멈춰서 허리띠에 걸린 주머니
엄진우의 문자 메시지를 받은 기하영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그녀는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다. 대학 시절 주변에는 모두 다른 민족의 동료들뿐이라서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졸업 후에는 무거운 경제적 압박 때문에 연애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게다가 잠자리 경험도 없었다.하지만 동료들이 말하던 첫 경험의 아픔을 생각하자 기하영은 약간 망설여졌다.그러나 엄진우가 자기를 위해 여러 번 나서준 것을 떠올리며 기하영은 이를 악물고 침대에서 일어났다.그녀는 짧은 치마를 입고 긴 머리를 올려 묵었다.호텔에서 엄진우는 세수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고 있었고 이때 마침 노크 소리가 들렸다. 단지 속옷만 입고 있던 엄진우는 약간 짜증 난 표정으로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열러 갔다.문 앞에 머리를 숙이고 서 있는 기하영을 본 엄진우는 다소 당황했다.그리고 그녀의 복장을 살펴보니 그의 표정은 더욱 미묘했다.“들어와.”기하영은 무언가를 오해한 것 같았다.하지만 이미 왔으니 다시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엄진우가 문을 닫자 기하영은 얼굴이 더욱 빨개졌다.“차용증을 받아왔어.”엄진우는 차용증을 꺼내며 말했다.기하영은 잠시 멍해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그녀는 엄진우가 정말로 할 말이 있어서 자기를 부른 것임을 예상하지 못했다.이 점을 생각하자 그녀는 더욱 난처해졌다.“진우 씨, 정말 고마워! 이 돈은 내가 최대한 빨리 갚을게.”기하영은 엄진우의 손에서 차용증을 받으려고 했다.그러나 엄진우는 그녀의 손을 가볍게 피했다.“이 차용증을 줄 수는 있지만 기하영 씨 아버지가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 있어? 내 생각에는 기하영 씨 아버지는 더 악화할 것 같은데. 어쨌든 얼마를 잃든 하영 씨라는 딸이 그 뒷바라지를 해줄 테니까.”엄진우는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기하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진우 씨 뜻은?”“내일 기하영 씨 아버지를 여기로 데려와. 이 차용증은 내가 처리할게. 아니면 지금 가져가도 돼. 그건 기하영 씨가 결정할 일이야.”엄진
“그... 그분들은 알고 있어?”기하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엄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이 문제에 대해 한 번도 숨긴 적이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기하영의 마음은 복잡했다.이대로 떠나야 하나?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는 완전한 사랑을 줄 수 없다는 것 외에는 모든 것이 거의 완벽했다.그가 자기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다른 남자들이 할 수 없는 것이었다.이성은 그녀에게 떠나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무의식적으로는 이대로 떠나면 분명 후회할 것이라고 느끼고 있었다.엄진우는 기하영을 바라보며 아무런 재촉도 하지 않았다.오랜 시간이 지난 후 기하영은 이를 악물고 다시 한번 깊게 키스했다.그녀는 행동으로 자기의 선택을 엄진우에게 전달했다.엄진우는 더 이상 기하영을 밀어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곧 침대 위로 굴러갔고 알몸이 되었다.기하영은 침대에 누워 두 눈을 꼭 감은 채 긴 속눈썹을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그녀의 매끈하고 곧은 두 다리는 엄진우의 어깨에 걸쳐 있었다.엄진우는 망설임 없이 그녀에게로 깊이 파고들었고 두 사람은 하나로 결합하였다.고통스러운 신음 소리가 들리면서 기하영은 완전한 변화를 맞이했다.그렇게 둘은 밤새도록 뜨겁게 사랑을 나누었다.다음 날 아침 기하영은 창백해진 얼굴로 눈을 떴다.빈 침대를 보자 그녀는 조금 불안해졌다.그때 방문이 열리고 엄진우는 아침 식사를 들고 들어왔다. 엄진우의 건장한 몸을 보자 그녀는 조금 겁이 났다.어젯밤 그녀는 정말로 죽는 줄 알았다.“일어나서 아침 먹고 하영 씨 아버지 일부터 처리하자.”엄진우는 아침을 탁자에 놓고 말했다.기하영은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몸을 움직이자마자 허벅지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져 미간을 찌푸렸다.어제의 강도는 기하영 같은 초보자에게는 너무나 과도했다.엄진우는 기하영을 번쩍 들어 화장실로 데려갔고 기하영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세수를 하는 도중 둘은 다시 불이 붙을 뻔했다.다행히도 엄진우는 자제했고 그렇지 않았다면 기하영은 완전히 쓰
기하영의 아버지는 눈을 크게 뜨고 미간을 찌푸렸다.“사위, 우린 한 가족이잖아. 그런데 그런 말을 하다니 너무 야박하군. 게다가 내 딸도 이미 너에게 맡겼는데, 아직도 너에게 빚을 갚아야 한다고?”그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묵직한 목소리로 따졌다.“첫째, 나와 기하영은 단지 남녀 친구 관계일 뿐이고 아저씨는 내 장인이 아니에요. 둘째, 내 돈도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닙니다. 20억이라는 돈은 더욱 적은 액수가 아니죠. 셋째, 친형제 간에도 계산은 똑바로 합니다.”엄진우는 하나하나 딱 잘라 말했다.기하영은 옆에 앉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엄진우가 미리 그녀에게 말해두었기에 그녀는 말을 하지 않았다.엄진우의 말을 들은 기하영의 아버지는 차갑게 웃었다.“이제 와서 나 몰라라 하는 거야? 좋아. 그럼 이 빚은 기하영 보고 갚아라 해. 아버지의 빚은 자식이 갚는 게 합리적이잖아?”“미처 말하지 못했는데 하영 씨 일 그만두게 할 생각이에요. 그러니까 앞으로 하영 씨는 수입이 없을 거고 아저씨의 빚을 갚을 수도 없겠죠.”엄진우는 다시 말했다.기하영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엄진우가 그녀에게 미리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기하영 아버지의 얼굴이 완전히 굳어졌다.“그건 허락할 수 없어! 대학에 보내기 위해 그렇게 많은 돈을 썼는데 그걸 그냥 헛되이 한다고? 게다가 일을 그만두면 누가 날 먹여 살려?”그는 화를 내며 말했다.“선택은 두 가지에요. 첫째, 지금 당장 돈을 갚는 것. 둘째, 스스로 일을 찾아 자신을 부양하고 돈을 모아 조금씩 갚는 거예요.”엄진우는 전혀 흔들리지 않고 말했다.“그 어느 것도 선택하지 않아!”기하영의 아버지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어차피 나한텐 갚을 돈이 없어. 죽일 수 있다면 날 죽여 봐!”그는 뻔뻔하게 말했다.엄진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기하영이 내게서의 위치를 잘못 알고 있는 것 같군요. 기하영이 내 여친인 건 맞아요. 하지만 난 다른 여자들도 있어요.”엄진우는 느긋하게 말했다.
기하영의 아버지는 떠났다. 엄진우는 오늘 이후로 그가 다시는 도박에 손을 대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방금 진우 씨가 한 말들 다 진짜야?”기하영은 굳은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찌푸렸다.“당연히 거짓말이지. 내게 많은 여자가 있지만, 내 모든 여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이야. 하지만 일을 그만두게 할 거라는 건 사실이야. 내 여자가 다른 남자를 복무하는 건 못 봐줘.”엄진우는 기하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만지며 단호하게 말했다.“하지만 난 새장에 갇힌 새가 되고 싶지 않아. 특히 진우 씨는 자주 나와 함께 있을 수도 없잖아.”기하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건 아주 간단해.”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어 문자를 하나 보내자 곧 기하영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들자 화면에 대표의 이름이 보였다.이 번호는 회사 연말 행사에서 얻은 것이지만 그날 밤 그녀가 대표의 술자리 초대를 거절한 이후로 그 번호와는 다시는 연락하지 않았다.“하 대표님, 안녕하세요.”기하영은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네며 전화를 받았다.하이준은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이사장님, 저를 아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이 말을 듣고 기하영은 당황했다.하이준이 자기를 뭐라고 부른 거지?”하 대표님, 혹시 전화를 잘못 거신 거 아닙니까?”기하영이 주저하며 물었다.그 말에 하이준은 번호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아니요, 잘못 건 게 아닌데요. 방금 우리 항공사의 51% 지분을 인수하셔서 우리 항공사의 이사장님이 되셨잖아요. 우리 항공사 내부 웹사이트에 이사장님의 연락처가 올라와 있길래 그 번호로 연락드린 거예요.”하이준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기하영은 입술을 살짝 벌리며 머릿속이 하얘졌다.“이사장님, 언제 시간이 되세요? 직접 만나서 업무 보고를 드리고 싶습니다...”하이준은 극도로 아첨하는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기하영은 멍하니 앞만 바라보고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이사장님, 그럼 다음에 연락드
“우리 아가씨랑 아는 사이인가?”경비원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내 여자야.”오윤하와 이미 은밀한 관계를 맺었으니 당연히 그녀는 자기의 여자라고 생각했다.이 말을 듣고 경비원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엄진우가 오윤하의 친구라고 말했다면 그래도 약간은 믿었을지도 모른다.그런데 오윤하가 자기의 여자라고 하다니? 농담도 정도껏 해야지!아가씨는 비록 아름답지만 어떤 남자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자존심 강한 여성이다.“꺼져! 다시 허풍 떨기만 해봐. 가만두지 않을 거야.”경비원이 욕설을 내뱉자 엄진우는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자기가 오윤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건가?하지만 그는 경비원과 다투고 싶지 않았다.그는 휴대폰을 꺼내 오윤하에게 전화를 걸었다.“당신 집 앞에 있어. 마중 나와.”경비원은 차갑게 쳐다보며 비웃었다.“아직도 연기하고 있네. 내 친구 소개해 줄까? 그 친구가 성인 인형 제작 공장을 운영하는데, 네가 조립 공장 일꾼으로 딱 어울릴 것 같아.”경비원은 조롱했다.그 순간 오윤하가 뛰어나와 엄진우를 힘껏 껴안았다.“왜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했어!?”그녀는 엄진우를 애타게 바라보며 원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경비원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어? 내가 환각을 보고 있는 건가?“그만해, 대낮에 무슨 짓이야?”엄진우는 소리 낮게 꾸짖었다.오윤하는 입술을 삐쭉 내밀었지만 순순히 엄진우에게서 물러났다.“오씨 가문을 자기 집처럼 생각하면 되지. 내가 마중 나올 필요까지 있었어?”오윤한는 눈을 흘기며 투덜거렸다.“주인이 들어갈 수 없는 집을 본 적이 없어.”엄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러자 오윤하는 표정이 급변했고 그녀의 차가운 시선이 경비원을 향했다.경비원은 식은땀을 흘리며 공포에 휩싸였다.이제야 그는 자기가 환각을 본 것이 아님을 확신할 수 있었다.“됐어, 무식한 사람을 탓해 봐야 뭐 하겠어.”엄진우는 오윤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오윤하는 콧방귀를 뀌고 그제야 시선을 거두었다.“
오씨 가문의 대문 앞에서 여전히 음침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경비원은 조금 전의 일을 떠올리며 아직도 두려움과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쳇! 기생오라비 같은 놈! 빽 믿고 깝치다니.”경비원은 분노하며 중얼거렸다.그놈 때문에 자기가 이유 없이 욕을 먹었으니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순간 그는 안색이 변했고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경비실을 뛰쳐나가며 미소를 지었다.“가주님!”오고 있는 사람은 바로 오씨 가문의 가주, 오성열이였다.오성열은 숨을 헐떡이며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엄진우 씨는 어디 있어?”그는 급하게 물었다.경비원은 잠시 당황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엄진우 씨? 어느 엄진우 씨를 말씀이십니까?”경비원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후에 왔던 사람은 그 기생오라비 젊은이 외에는 없었기 때문이다.“오후에 젊은이가 오지 않았나? 키가 180cm 넘고, 잘생긴 얼굴을 가진 사람 말이야.”오성열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경비원은 깜짝 놀랐다. 가주님이 말하는 사람이 그 기생오라비인가?그... 그놈이 그냥 기생오라비일 뿐인데 왜 가주님이 이렇게 중시하시는 거지?“아가씨가 데리고 들어갔습니다.”경비원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바로 만찬 준비를 하라고 해! 국빈급 만찬으로 준비해서 반드시 엄진우 씨를 잘 대접해야 한다!”오성열은 그렇게 말하고는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경비원의 두 다리는 무력하게 풀려 거의 주저앉을 뻔했다.이곳은 북강의 오씨 가문인데! 그 기생오라비... 엄진우 씨라는 사람은 도대체 무슨 신분인 걸까? 어떤 신분을 가지고 있어야 오성열이 이토록 두려워할 수 있는 것일까?“엄진우 씨, 기다리고 기다리던 끝에 드디어 오셨군요!”오성열은 엄진우를 보자마자 매우 감격하며 말했다. 그 감사의 마음은 숨길 수가 없었다.엄진우가 아니었다면 그는 이미 목숨을 잃었을 것이고 오씨 가문은 다른 이에게 넘어갔을 것이다.“가주님!”엄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표했다.오씨 가문은 북강에서 이름 높은 대가문이고 그들이
엄진우의 목소리를 듣자 기하영의 마음속에 갑자기 자신감이 생겨났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당당하게 그룹으로 걸어 들어갔다.“이사장님 안녕하십니까!”양쪽에 서 있던 그룹의 고위 임원들이 일제히 외쳤다.이러한 장면에 기하영은 전율을 느꼈다.한 그룹을 통제하고 수천, 수만 명의 운명을 좌우하는 느낌이 이런 것이었구나.기하영은 금방 업무 모드로 전환되였다.와튼 스쿨 경영학과 출신의 수재답게 능력에는 부족함이 없었으나 다만 경험이 없었을 뿐이다.엄진우는 잠시 지켜보다가 기하영이 특별히 어려운 상황에 처하지 않은 것을 확인하자 안심했다.그는 기하영의 사무실 밖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았다. 모두가 첫 번째로 업무 보고를 하고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는 직원들이었다. 엄진우는 그녀를 방해하지 않기로 하고 혼자 항공 그룹 안을 돌아다녔다.“엄진우?”누군가 자기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엄진우는 잠시 멈칫하며 고개를 들었다.멀지 않은 곳에서 한 남자가 깔끔한 정장을 입고 금테 안경을 쓴 채 엄진우를 살피며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었다.“나 불렀어?”엄진우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남자는 입가에 미소를 살짝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뒤 엄진우를 손짓해 불렀다. 그의 태도는 꽤 거만해 보였다.엄진우는 마음속으로 다소 불편함을 느꼈지만 호기심에 이끌려 그에게 다가갔다.“누구야?”엄진우는 머릿속에서 그의 얼굴을 떠올리려 했으나 별다른 기억이 나지 않았다.“날 기억하지 못해? 나 조광유야.”엄진우가 여전히 자기를 기억하지 못하자 조광유는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중학교 때 널 제일 많이 괴롭혔던 그 사람.”순간 엄진우는 기억이 떠올랐다.중학교 시절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 내성적인 성격이었던 엄진우는 마르고 왜소한 체격 탓에 반 친구들의 놀림과 괴롭힘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이 조광유라는 사람은 자주 엄진우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이유 없이 그를 때리며 욕설을 퍼부었다.조광유의 가정은 부유했고 학교에서 그는 많은 부하를 거느리고 있었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