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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6화

“우리 아가씨랑 아는 사이인가?”

경비원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내 여자야.”

오윤하와 이미 은밀한 관계를 맺었으니 당연히 그녀는 자기의 여자라고 생각했다.

이 말을 듣고 경비원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엄진우가 오윤하의 친구라고 말했다면 그래도 약간은 믿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오윤하가 자기의 여자라고 하다니? 농담도 정도껏 해야지!

아가씨는 비록 아름답지만 어떤 남자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자존심 강한 여성이다.

“꺼져! 다시 허풍 떨기만 해봐. 가만두지 않을 거야.”

경비원이 욕설을 내뱉자 엄진우는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

자기가 오윤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건가?

하지만 그는 경비원과 다투고 싶지 않았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오윤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신 집 앞에 있어. 마중 나와.”

경비원은 차갑게 쳐다보며 비웃었다.

“아직도 연기하고 있네. 내 친구 소개해 줄까? 그 친구가 성인 인형 제작 공장을 운영하는데, 네가 조립 공장 일꾼으로 딱 어울릴 것 같아.”

경비원은 조롱했다.

그 순간 오윤하가 뛰어나와 엄진우를 힘껏 껴안았다.

“왜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했어!?”

그녀는 엄진우를 애타게 바라보며 원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경비원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

어? 내가 환각을 보고 있는 건가?

“그만해, 대낮에 무슨 짓이야?”

엄진우는 소리 낮게 꾸짖었다.

오윤하는 입술을 삐쭉 내밀었지만 순순히 엄진우에게서 물러났다.

“오씨 가문을 자기 집처럼 생각하면 되지. 내가 마중 나올 필요까지 있었어?”

오윤한는 눈을 흘기며 투덜거렸다.

“주인이 들어갈 수 없는 집을 본 적이 없어.”

엄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자 오윤하는 표정이 급변했고 그녀의 차가운 시선이 경비원을 향했다.

경비원은 식은땀을 흘리며 공포에 휩싸였다.

이제야 그는 자기가 환각을 본 것이 아님을 확신할 수 있었다.

“됐어, 무식한 사람을 탓해 봐야 뭐 하겠어.”

엄진우는 오윤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오윤하는 콧방귀를 뀌고 그제야 시선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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