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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8화

엄진우의 목소리를 듣자 기하영의 마음속에 갑자기 자신감이 생겨났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당당하게 그룹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양쪽에 서 있던 그룹의 고위 임원들이 일제히 외쳤다.

이러한 장면에 기하영은 전율을 느꼈다.

한 그룹을 통제하고 수천, 수만 명의 운명을 좌우하는 느낌이 이런 것이었구나.

기하영은 금방 업무 모드로 전환되였다.

와튼 스쿨 경영학과 출신의 수재답게 능력에는 부족함이 없었으나 다만 경험이 없었을 뿐이다.

엄진우는 잠시 지켜보다가 기하영이 특별히 어려운 상황에 처하지 않은 것을 확인하자 안심했다.

그는 기하영의 사무실 밖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았다. 모두가 첫 번째로 업무 보고를 하고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는 직원들이었다. 엄진우는 그녀를 방해하지 않기로 하고 혼자 항공 그룹 안을 돌아다녔다.

“엄진우?”

누군가 자기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엄진우는 잠시 멈칫하며 고개를 들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한 남자가 깔끔한 정장을 입고 금테 안경을 쓴 채 엄진우를 살피며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었다.

“나 불렀어?”

엄진우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남자는 입가에 미소를 살짝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뒤 엄진우를 손짓해 불렀다. 그의 태도는 꽤 거만해 보였다.

엄진우는 마음속으로 다소 불편함을 느꼈지만 호기심에 이끌려 그에게 다가갔다.

“누구야?”

엄진우는 머릿속에서 그의 얼굴을 떠올리려 했으나 별다른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날 기억하지 못해? 나 조광유야.”

엄진우가 여전히 자기를 기억하지 못하자 조광유는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중학교 때 널 제일 많이 괴롭혔던 그 사람.”

순간 엄진우는 기억이 떠올랐다.

중학교 시절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 내성적인 성격이었던 엄진우는 마르고 왜소한 체격 탓에 반 친구들의 놀림과 괴롭힘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이 조광유라는 사람은 자주 엄진우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이유 없이 그를 때리며 욕설을 퍼부었다.

조광유의 가정은 부유했고 학교에서 그는 많은 부하를 거느리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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