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당신 이름을 모른데요.”엄진우는 손을 내밀며 미소를 지어 물었다.“장다경입니다!”장다경은 엄진우의 손을 꽉 잡았고 엄진우는 그를 일으켜 세웠다.“그렇다면 이 유전은 당신에게 맡기겠습니다. 집안 3대가 이 업계에 평생을 바쳤으니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도 많을 거라 생각해요. 빠르게 완벽한 팀을 꾸려 유전 개발을 계속 추진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엄진우는 말했다.장다경은 큰 압박감을 느꼈지만 동시에 온몸에 힘이 넘쳤다.“최선을 다하겠습니다.”장다경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다음 날 엄진우는 미련 없이 장다경과 계약을 체결하며 유전을 완전히 그의 손에 넘겼다.저녁 엄진우는 기하영의 집을 방문했다.이것은 엄진우가 처음으로 그녀의 집을 방문한 것이었다.문이 열리자 엄진우는 순간 넋을 잃었다.안에서 기하영은 승무원 유니폼을 입고 엄진우를 향해 깊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가슴골을 드러냈다.“손님, 안녕하세요. 향안 항공에 탑승하신 것을 환영합니다...”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엄진우는 그녀를 허리째로 들어 올렸다.이것이 그녀가 엄진우에게 주고자 했던 그날 밤의 선물이었다.당연히 그날 밤 기하영은 또다시 거의 기절할 뻔했다.다음 날 아침 엄진우가 일어나 떠날 때까지도 그녀는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비행기가 착륙했다.엄진우는 비행기에서 내려 창해시의 땅을 다시 밟았다.그가 보안 검사를 막 통과했을 때 뒤에서 이를 갈며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엄진우!”엄진우는 고개를 돌려보니 조광유가 있었다.“어라, 이런 우연이. 아니면 혹시 변태라서 쫓아다니며 맞으려는 건 아니지?”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농담했다.조광유의 얼굴에 부었던 자국은 이미 가라앉았지만 이 말을 듣자 얼굴이 다시 욱신거렸다.“엄진우, 너 오래 못 갈 거야! 창해시에 돌아왔으니 내가 널 어떻게 하는지 두고 봐!”조광유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여기서 자신감을 되찾았다.“조광유!”“조광유 도련님!””광유야! 여기!”엄진우가 말을 하
엄진우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보았다.“내가 지금 비참하게 사는지 아닌지는 너희 주인에게 물어보면 될 거야.”엄진우는 손을 들어 조광유를 가리켰다.“원래는 향안그룹의 부대표 자리를 손에 넣었는데 내 한마디로 연봉 몇억의 그 일을 잃어버렸거든.”엄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김온영은 주인이라는 말에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불쾌함을 드러냈다.한편 나용민과 장안서는 잠시 멍하니 있더니 갑자기 큰 웃음을 터뜨렸다.엄진우 참 재미있군. 감히 이런 말을 할 줄이야!자기가 뭔데 한마디로 조광유의 일자리를 날려버린다는 거지?무슨 자격으로!하지만 두 사람은 곧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조광유의 안색이 어두워진 것이다!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설마 그게 사실이란 말인가?!조광유는 깊이 숨을 들이쉬며 억지로 웃음을 지어냈다.“그래, 그 말 사실이야. 우리 이 오래된 친구 이제 대단해졌지. 너희는 모르겠지만 우리 친구가 북강에서 향안그룹의 이사장과 얽혀 지내는 중이거든.”조광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이 말에 그들은 눈을 크게 떴다.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할 수 없구나!그들 보기에는 향안그룹의 이사장이 될 정도라면 틀림없이 나이가 들어 매력이 시들었을 것인데 엄진우가 그런 사람에게 손을 댈 수 있다니 정말 보통 취향은 아니라고 생각했다.잠시 동안 세 사람 모두 엄진우를 향한 눈빛에 경멸이 가득했다.“그러니까 얘한테 잘 보여.”조광유는 장안서의 어깨를 두드리며 눈짓을 보냈다.오랜 세월 비위를 맞춰온 경험 덕에 장안서는 곧 조광유의 의도를 알아챘다.엄진우를 끌어들이라는 신호였다. 그래야 조광유가 엄진우에게 복수할 기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엄진우, 이제 출세했다고 이 동창들을 무시하는 건 아니겠지?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거절하지는 말자고.”장안서는 웃으며 엄진우에게 말했다.엄진우가 다시 거절하려 하자 나용님이 다소 짜증스럽게 말했다.“동창끼리 모이는 게 어때서? 다 남자인데, 여자처럼 질질 끌지 마라. 아니면 부자 여자한테
“우리 아버지가 여기 매니저랑 친분이 좀 있으니 내가 전화해서 제일 럭셔리한 방으로 잡아 달라고 할게. 괜찮지, 엄진우?”조광유는 엄진우를 향해 도발적인 눈빛을 보냈다.이때 엄진우는 조광유가 무슨 속셈인지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네 맘대로 해.”엄진우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조광유는 입꼬리를 올린 채 차갑게 웃으며 휴대폰을 꺼내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곧 디존의 매니저가 나왔다.“광유, 창해시로 돌아왔구나? 얼마 전에 네 아버지 만났었는데 네 얘기 들었어.”매니저는 조광유를 보며 친근하게 웃었다.“네, 돌아오자마자 아저씨의 사업을 돕기 위해 왔죠.”조광유가 웃으며 말했다.“다음에는 그냥 들어와. 내가 알아서 자리 마련해줄게.”매니저는 조광유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 디존에도 그가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아저씨, 오늘 제일 좋은 방 좀 부탁드립니다. 가능하겠죠?”조광유가 물었다.그 말을 듣자 매니저는 잠시 망설였다.“가능은 하지만, 제왕실이 아직 남아 있긴 한데...”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조광유가 그를 끊었다.“아저씨, 규칙 다 알아요. 하지만 오늘은 우리 엄진우 도련님이 쏘는 거니까 그 방으로 해주세요.”조광유는 크게 웃으며 호탕하게 말했다.매니저는 곁눈질로 엄진우를 쳐다보았다.창해시의 재벌 2세들은 대부분 알고 있었지만 이 사람은 너무 낯설었다. 혹시 타지에서 온 사람인가? “그렇다면 더는 말할 필요 없겠군. 자, 내가 직접 안으로 안내하지.”매니저는 그들을 디존으로 안내했다.1층 한가운데는 바로 화려한 스테이지가 있었다.스테이지 위에는 여자들이 탈의 스트립 댄스를 추고 있었다.주변에는 여러 화려한 미녀들이 흩어져 있었고 그들의 옷은 중요한 부위만 겨우 가릴 정도였다.뜨거운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무대 아래에는 얼굴이 붉어진 남자들이 여자들을 둘러싸고 있었다.“자, 제왕실로 가자고.”조광유 일행이 무대를 넋을 잃고 바라보는 모습을 보며 매니저는 미소를 지었다.제왕실로 들
어디서 나타난 미친놈이야?60억이라니?오세현은 자기가 이미 충분히 흥청망청한다고 생각했는데 자기보다 더한 놈이 있을 줄은 몰랐다.“정신 나간 놈! 그냥 니들이 놀아!”오세현은 욕을 내뱉고는 고개를 돌려 나가버렸다.“경매에 참여했으니 60억 내놔야 해. 그렇지 않으면 창피를 당하는 건 너 혼자뿐만이 아니니까. 그리고 그 돈을 내지 않으면 디존도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조광유가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60억이 그렇게 많은 돈인가? 게다가 아까 경매가가 20억일 때 너 왜 말이 없어? 실력도 없으면서 여기서 큰소리치지 마. 그만 좀 짖어, 거지 같은 놈아.”엄진우는 그를 비웃으며 카드를 꺼냈다.카드를 긁고 비밀번호를 입력했다.“입금 금액, 60억, 거래 완료!”POS 기기에서 음성 안내가 나왔다.순간 방 안은 모두가 침묵에 빠졌다.60억, 정말 긁었어?“역시 엄진우 도련님, 부자한테 빌붙더니 다르구먼.”장안서가 질투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이제 우리 이 친구가 얼마나 돈이 많은지 아시겠죠? 자 디존에서 제일 비싼 술 다 가져오세요. 한 병도 남기지 말고!”조광유는 비웃듯이 말했다.“광유, 그걸 다 마실 수 없잖아.”매니저는 미간을 찌푸리며 설득했다.“못 마시면 그 술로 발이나 씻지 뭐. 갖다주기만 하세요.”나용민이 크게 손을 휘저었다.듣자 하니 디존의 가장 비싼 술은 한 병에 2억이라고 했다. 2억짜리 술로 발을 씻어본 적은 없었다.“그래.”매니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한 병에 2억인 술, 와인 창고에 총 100병이 있었고 모두 제왕실로 배달되었다.즉 이 술들은 200억을 소비하는 셈이었다.“엄진우 도련님, 술값만 200억인데, 감당할 수 있겠어?”조광유는 엄진우를 보며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그는 향안그룹의 그 미녀 이사장이 엄진우에게 200억을 줄 리 없다고 믿고 있었다.“네가 다 마실 수 있다면 난 얼마든지 지불할 수 있어.”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네가 줄 수만 있다면
“내가 너무 한다고? 술은 너희가 사겠다고 했고, 또 너희가 말한 거잖아. 내가 돈을 내면 술을 전부 마신다고. 그런데 왜 내가 너무 한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지?”엄진우는 차갑게 웃으며 물었다.“엄진우, 이렇게 많은 술을 다 마시면 죽을 수도 있어. 그만 농담하자.”장안서도 나서서 말했다.“미안하지만 농담 아니야. 나는 항상 말한 것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라서 말이지.”엄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저 자식하고 뭐 하러 말을 섞어? 부자한테 빌붙더니 자기가 대단한 줄 아는 모양인데, 여기는 창해시야. 여기서 그 자식이 설치겠냐? 한대 패주면 될 거 아냐?”나용민이 주먹을 불끈 쥐고 엄진우 쪽으로 걸어갔다.그때 방문이 열렸다.아까 나갔던 오세현이 다시 돌아왔고 그의 뒤에는 강해 보이는 보디가드가 따라 들어왔다.“형씨, 아까 급히 떠나느라 이름도 못 물었네.”오세현은 사람들과 함께 엄진우 곁에 다가와 앉으며 말했다.그리고 앉자마자 엄진우의 어깨를 감으려 했다.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팔을 밀어냈다.“너 나 알아?”엄진우는 오세현처럼 온몸에 지저분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에게 전혀 흥미가 없었다.엄진우가 이렇게 냉대하자 오세현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한번 알면 친해질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오세현은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나, 오세현이 이 창해시에서 술판을 돌며 수십 년을 보냈지만, 너처럼 대단한 사람은 처음 봤어. 한 번에 60억을 쓰면서 내 체면을 구겨? 이거 소문나면 내 체면이 다 깎일 텐데.””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가격표는 정해져 있고 공정한 경쟁이었잖아. 불만 있으면 디존 주인에게나 가서 따져.”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오세현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그가 디존주인에게 가서 따질 수 있었다면 벌써 그렇게 했을 것이다.“지금 내 체면 짓밟겠다는 건가? 이 병의 술 다 마시기만 하면 오늘 일은 다 잊고 넘길 수 있어. 결국 소문나도 내 체면이 조금 상하는 걸로 끝날 테니. 그렇지 않으면... 흠흠!”
“이 자식 죽고 싶어!”오세현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최근 아버지가 계속해서 자중하라고 경고했기에 참아왔지만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오세현은 탁자 위에 있던 술병을 집어 들었다.“내가 분명 말했지. 여기 있는 술은 전부 저놈들이 마셔야 할 술이라고.”엄진우는 눈빛이 차갑게 빛났고 오세현이 들고 있던 술병을 낚아채더니 오세현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한 방으로 오세현의 뚱뚱한 몸은 몇 미터나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충격을 받아 눈을 크게 떴다.뭔 힘이...이러니 부자한테 빌붙을 수 있었겠지!오세현은 피를 한 모금 토했고 그의 부하들이 급히 그를 부축했다.“나 신경 쓰지 마, 저놈을 죽여버려!”오세현은 이를 악물며 외쳤다.순간 그가 데려온 부하들이 엄진우에게 달려들었지만 모두 눈 깜짝할 사이에 처참하게 쓰러졌다.이 모습을 본 나용님의 다리는 풀려버렸다.그는 아까 엄진우와 맞서려고 했었다.만약 정말로 싸웠다면 그는 맞아 죽었을 게 분명했다.“하! 너 정말 대단하군. 어디 한번 두고 보자!”“야, 여기 있는 놈들 한 놈도 못 나가게 해. 나중에 내가 사람을 데리고 돌아왔을 때 한 명이라도 없으면, 네 집안에서 한 명을 줄일 거야.”오세현은 매니저에게 악독한 위협을 남기고 떠났다.오늘 반드시 누군가는 죽여야만 했다.그렇지 않으면 그의 분노를 잠재울 수 없을 것이다.“오세현 도련님, 이건...”매니저는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너 한마디만 더 하면 네 다리를 부러뜨려 버릴 거야. 아버지나 영호 형님에게 뭐라도 말해보려 한다면 다시는 말을 못 하게 만들어 줄 테니 말이야.”오세현은 독설을 남기고 뒤돌아 나갔다.“후... 너희들이 알아서 잘 처리해. 오세현 도련님이 이미 경고를 남겼으니 나도 너희를 내보내 줄 수 없어.”매니저는 고개를 저으며 방을 떠나려 했다.“아저씨, 아저씨! 아저씨는 디존의 주주잖아요. 우리를 구해줄 수 있죠.”조광유는 완전히 공포에 질려 매니저를 붙잡고는 놓아주지 않았다.“나랑
“나용님, 이 쓸모없는 놈!”조광유는 나용민이 가장 먼저 굴복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고 분노에 차 욕설을 퍼부었다.엄진우의 날카로운 시선이 장안서를 향했다.순간 장안서도 겁을 먹었다.상황이 명확했다. 이 밀폐된 공간에서 조광유라는 ‘큰 인물’ 도 그를 지켜주지 못해 주기 때문이다.장안서는 조광유의 눈길을 피하며 조심스레 술병을 들어 억지로 술을 마셨다.조광유는 분노에 몸을 떨었다.“너 정말 마시지 않을래?”엄진우가 조광유를 노려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죽여봐! 이 자식아! 어차피 곧 다 같이 죽을 건데, 빨리 죽든 나중에 죽든 똑같은데 내가 왜 술을 마셔야 하지.”조광유는 목을 세우며 큰소리쳤다.엄진우는 싸늘한 미소를 짓고 조광유에게 다가갔다.아무리 조광유가 굽히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더라도 엄진우가 다가오는 압박감에 결국 한 걸음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결국 그는 엄진우에게 밀려 구석에 몰렸다.“마실지 말지, 네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야.”엄진우는 조광유의 목을 움켜쥐고 단번에 그를 들어 올렸다.조광유는 비명을 질렀다.곧 술병 아구리가 그의 입에 쑤셔졌다.온몸이 불타오르듯 목구멍과 위장이 뒤집어지는 고통이 밀려왔다.숨 돌릴 틈도 없이 엄진우는 빈 술병을 던져버리고 다시 또 다른 술병을 조광유의 입에 쑤셔 넣었다.나용민과 장안서는 이 모습을 보며 겁에 질렸다.다행히도 그들이 먼저 굴복했으니 망정이지 이렇게 술을 마셨다면 죽지 않고는 못 배겼을 것이다.조광유가 위에서 피를 토할 것 같은 고통을 느낄 때쯤 방의 문이 열렸다.오세현이 여러 건장한 사내들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왔다.이 사내들은 손에 칼을 들고 허리춤에 총을 찬 모습이었다.“이 창해시에서 나, 오세현의 체면을 깎아내릴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 오늘 네 얼굴을 박살 내주마! 처리해!”오세현은 칼을 들고 부하들과 함께 엄진우를 향해 돌진했다.엄진우는 짜증 난다는 듯이 조광유를 바닥에 내팽개쳤다.조광유는 피를 토하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네가 어떻
큰일이 벌어졌다.오성영의 아들이 죽었다!오세현이 데려온 부하들이 방을 빠져나가자마자 소식은 빠르게 퍼져나갔다.오성영은 막 애인의 침대에 올라가려던 참에 이 소식을 들었다.그는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몇 분이나 지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그러나 그는 평온하게 일어나 옷을 입고 애인에게 사준 별장에서 나왔다.창해시에서 지하 세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오성영의 명령 한 마디에 폭풍이 몰아쳤다.방 안의 조광유와 그 일행도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그들은 엄진우가 감히 오성영의 아들을 죽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만약 그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어느 정도 목숨을 부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조광유의 아버지는 그래도 오성영과 말은 통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들은 엄진우와 특별한 관계도 없었고 오세현과도 아무런 원한이 없었다.그러나 이제는 확실했다. 그들은 100% 죽을 것이다.아들을 잃은 오성영은 결코 어떤 설명도 들으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이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 그리고 엄진우와 관련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죽을 운명이 되었다.“어떡하지. 어떡하면 좋아!”조광유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몸을 부들부들 떨며 혼이 빠져나간 듯했다.“자, 성가신 파리는 처리했으니 계속 술이나 마시자.”그러나 엄진우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말했다.“술 처먹을 상황이야? 이 자식아!”조광유는 발을 동동 구르며 욕설을 퍼부었다.엄진우의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조광유, 술에 취해 죽는 게 고문당해 죽는 것보단 낫지.”나용민은 처참한 웃음을 지으며 마치 좀비처럼 땅에서 일어나 계속해서 술을 들이켰다.장안서도 조용히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그렇다, 나용민의 말이 맞았다.오성영이 오면 아마도 그들은 깔끔하게 죽을 수 있다는 것조차 사치일 것이다.차라리 술을 잔뜩 마셔서 스스로 죽는 것이 낫지.조광유는 그들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쓰디쓴 미소를 지으며 자기도 술을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그러나 그의 눈에는 엄진우를 향한 원한이 가득했다.엄진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