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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8화

엄진우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보았다.

“내가 지금 비참하게 사는지 아닌지는 너희 주인에게 물어보면 될 거야.”

엄진우는 손을 들어 조광유를 가리켰다.

“원래는 향안그룹의 부대표 자리를 손에 넣었는데 내 한마디로 연봉 몇억의 그 일을 잃어버렸거든.”

엄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김온영은 주인이라는 말에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한편 나용민과 장안서는 잠시 멍하니 있더니 갑자기 큰 웃음을 터뜨렸다.

엄진우 참 재미있군. 감히 이런 말을 할 줄이야!

자기가 뭔데 한마디로 조광유의 일자리를 날려버린다는 거지?

무슨 자격으로!

하지만 두 사람은 곧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조광유의 안색이 어두워진 것이다!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

설마 그게 사실이란 말인가?!

조광유는 깊이 숨을 들이쉬며 억지로 웃음을 지어냈다.

“그래, 그 말 사실이야. 우리 이 오래된 친구 이제 대단해졌지. 너희는 모르겠지만 우리 친구가 북강에서 향안그룹의 이사장과 얽혀 지내는 중이거든.”

조광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이 말에 그들은 눈을 크게 떴다.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할 수 없구나!

그들 보기에는 향안그룹의 이사장이 될 정도라면 틀림없이 나이가 들어 매력이 시들었을 것인데 엄진우가 그런 사람에게 손을 댈 수 있다니 정말 보통 취향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잠시 동안 세 사람 모두 엄진우를 향한 눈빛에 경멸이 가득했다.

“그러니까 얘한테 잘 보여.”

조광유는 장안서의 어깨를 두드리며 눈짓을 보냈다.

오랜 세월 비위를 맞춰온 경험 덕에 장안서는 곧 조광유의 의도를 알아챘다.

엄진우를 끌어들이라는 신호였다. 그래야 조광유가 엄진우에게 복수할 기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엄진우, 이제 출세했다고 이 동창들을 무시하는 건 아니겠지?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거절하지는 말자고.”

장안서는 웃으며 엄진우에게 말했다.

엄진우가 다시 거절하려 하자 나용님이 다소 짜증스럽게 말했다.

“동창끼리 모이는 게 어때서? 다 남자인데, 여자처럼 질질 끌지 마라. 아니면 부자 여자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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