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이 벌어졌다.오성영의 아들이 죽었다!오세현이 데려온 부하들이 방을 빠져나가자마자 소식은 빠르게 퍼져나갔다.오성영은 막 애인의 침대에 올라가려던 참에 이 소식을 들었다.그는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몇 분이나 지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그러나 그는 평온하게 일어나 옷을 입고 애인에게 사준 별장에서 나왔다.창해시에서 지하 세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오성영의 명령 한 마디에 폭풍이 몰아쳤다.방 안의 조광유와 그 일행도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그들은 엄진우가 감히 오성영의 아들을 죽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만약 그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어느 정도 목숨을 부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조광유의 아버지는 그래도 오성영과 말은 통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들은 엄진우와 특별한 관계도 없었고 오세현과도 아무런 원한이 없었다.그러나 이제는 확실했다. 그들은 100% 죽을 것이다.아들을 잃은 오성영은 결코 어떤 설명도 들으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이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 그리고 엄진우와 관련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죽을 운명이 되었다.“어떡하지. 어떡하면 좋아!”조광유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몸을 부들부들 떨며 혼이 빠져나간 듯했다.“자, 성가신 파리는 처리했으니 계속 술이나 마시자.”그러나 엄진우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말했다.“술 처먹을 상황이야? 이 자식아!”조광유는 발을 동동 구르며 욕설을 퍼부었다.엄진우의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조광유, 술에 취해 죽는 게 고문당해 죽는 것보단 낫지.”나용민은 처참한 웃음을 지으며 마치 좀비처럼 땅에서 일어나 계속해서 술을 들이켰다.장안서도 조용히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그렇다, 나용민의 말이 맞았다.오성영이 오면 아마도 그들은 깔끔하게 죽을 수 있다는 것조차 사치일 것이다.차라리 술을 잔뜩 마셔서 스스로 죽는 것이 낫지.조광유는 그들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쓰디쓴 미소를 지으며 자기도 술을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그러나 그의 눈에는 엄진우를 향한 원한이 가득했다.엄진
“그 사람 이름이 뭐예요?”김온영이 급하게 물었다.“포기해, 네가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건 영호 오빠의 보스야. 그 정도 급의 인물이 우리 같은 사람이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이겠니.”김온영의 사촌 언니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래도 최소한 시도는 해봐야죠!”김온영은 붉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했다.물론 그녀도 언니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오성영조차도 그들에겐 손 닿을 수 없는 높은 인물인데 하물며 오성영 보스의 보스라니.그들이 그 사람의 이름을 모를 뿐만 아니라 이름을 안다고 하더라도 그를 만날 가능성조차 없을 것이다.“알았어. 영호 오빠의 뒤에 있는 그 대단한 인물의 이름은 엄진우야.”김온영의 사촌 언니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 이름을 듣자마자 김온영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갑자기 고개를 들어 엄진우를 쳐다보았다.“그... 그 사람 어떻게 생겼어요?”그녀가 그 질문을 할 때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이럴 리가 없는데...“정말 웃기네. 내가 그 정도 급의 인물을 본 적이 있겠니? 영호 오빠조차도 그분을 만나려면 소환을 기다려야 해. 하지만 영호 오빠가 그분에 대해 말한 적이 있어. 그분은 젊고 나이도 겨우 20대 초반이래. 너랑 동갑이기도 하고 외모도 엄청 잘생겼대.”김온영의 사촌 언니는 상상에 잠겨 말했다.만약 자기가 그런 대단한 인물과 엮일 수 있다면 20년을 덜 살더라도 기꺼이 그러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녀는 자기에게 그런 복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사촌 언니가 묘사하는 그 사람의 모습은 김온영의 눈앞에 있는 엄진우와 서서히 겹쳤다.“언니, 고마워요!”김온영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진지하게 말한 후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엄진우 앞에 다가섰다.가슴속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눈앞의 엄진우가 그녀에게는 신비롭고 거대한 존재로 변해버렸다.“엄진우, 우리 다 동창인데 살려주면 안 돼?”김온영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동창? 이제 와서 동창이라고?”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온영, 그 자식에게
“하, 네가 뭔데 감히 그런 소리를 해? 오성영이 널 두려워한다고? 네가 결국 미쳤구나. 오성영이 그냥 침만 뱉어도 넌 그 침에 빠져 죽을 거야!”조광유는 차갑게 웃음을 지으며 비꼬았다. 하지만 김온영과 엄진우는 그의 말을 아예 무시했다.“우리가 뭘 하면 되지. 말만 해.”김온영은 진지하게 물었다.“오늘 저 세 사람이 이 방에 남은 술을 다 마신다면, 그리고 그 술을 마시고도 살아남는다면 오늘의 일은 없었던 걸로 할게. 날 함정에 빠뜨린 대가로 260여억, 푼돈은 빼줄 테니 정확히 260억을 배상하면 돼.”엄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김온영은 방에 남은 80여 병의 술을 바라보았다. 전부 30도가 넘는 양주였다. 저 술들을 다 마신다면 조광유 일행은 죽지 않아도 반쯤은 죽은 것과 다름없을 것이다. 그리고 260억, 조광유조차도 마련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들었지? 받아들일지 말지는 너희가 알아서 결정해.”김온영은 그들을 대신해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웃기지 마! 김온영, 이 녀석 그냥 허세야. 저 녀석을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바보 중의 바보야.”이때 아래층에서 오성영이 롤스로이스 팬텀에서 내렸다. 그는 상의의 단추를 풀고 어깨를 한번 돌렸다. 이미 디존 건물은 각종 차로 포위되어 있었다. 오늘 밤 창해시의 모든 지하 세계 인물들이 모여들었다.오성영의 부하가 디존의 문을 열어주자 매니저가 숨을 헐떡이며 뛰쳐나왔고 얼굴은 식은땀으로 뒤덮였다. “오늘 밤 내 아들을 접대한 사람이 너야?”오성영은 무표정하고 평온한 목소리로 물었다.하지만 모든 사람은 알고 있었다. 오성영이 이토록 평온할 때일수록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형... 형님, 제 말을 좀 들어주십시오!”매니저가 변명하려 했다.오성영은 갑자기 권총을 꺼내 그의 두 다리와 두 발을 쏘았다.매니저는 비명을 지르지도 못한 채 그의 부하에게 입이 막혔다“끌고 와. 다른 놈들의 최후가 어떤지 보여주도록 해.”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린 후 오성영은 다시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다
오성영은 영호의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총을 꺼내 들었다.영호는 급히 총신을 움켜쥐며 공포에 휩싸인 표정으로 말했다.“총 넣어!”그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영호 형님, 형님 뜻은 저 자식을 총으로 쏴 죽이는 건 너무 쉬워서 안 되고 작은 칼로 살을 베어가며 고통스럽게 죽여야 한다는 거죠?”오성영은 깨달은 듯 웃으며 총을 집어넣었다.“내 말이 그 뜻이야?”영호는 갑자기 오성영의 얼굴을 후려치며 크게 꾸짖었다.오성영은 멍한 표정으로 영호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죽인 건데, 문제라도 돼?”엄진우는 비웃듯 영호를 바라보며 물었다.“잘 죽였습니다. 잘했어요! 내가 수차례 경고했는데도 부하들이 바깥에서 말썽을 피우더군요. 형님께 누를 끼친 것은 물론이고 일반인을 괴롭혔다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영호는 진지한 표정으로 박수를 치며 칭찬했다.“됐어, 여기서 아부하지 마. 네 본성이 어떤지 내가 모를 줄 알아?”엄진우는 머리를 저으며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영호는 아첨하는 미소를 지으며 엄진우의 뒤로 다가가 그의 어깨를 주물렀다.이 광경을 본 조광유 일행은 눈이 튀어나올 듯한 표정을 지었다.저 사람이 영호라고?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강남성의 지하 세계를 통일하고 큰 세력을 과시하던 인물이었다. 강남성에서 풍운을 휘젓는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그런 인물이 지금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엄진우에게 어깨를 주물러 주고 있다니?향안그룹 이사장의 애인이라서 이렇게 대우받는 것인가? 향안그룹 이사장 본인이 와도 이런 대접은 못 받을 텐데!“네 부하는 네가 알아서 잘 관리해. 나는 나서지 않을게.”엄진우는 오성영을 힐끔 보고 담담하게 말했다.오성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침묵했다.영호가 엄진우에게 보이는 태도를 보고 오성영은 금세 정신을 차렸다.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바보였다면 지금의 자리까지 오를 수 없었을 것이다.“감사합니다. 형님!”영호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럼 이제 물러
방 안에서 영호는 오성영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이 세 사람은 너에게 맡길게. 하지만 한 가지 명심해. 형님은 여기 있는 술을 다 마시라고만 했지, 그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밖에서 기다릴게.”영호는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오성영은 깊게 숨을 쉬며 얼굴에 분노를 가득 담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살인범에게 어떻게 할 수 없어서 자기의 분노를 이 세 사람에게 쏟기로 했다.술을 마시는 것도 어떻게 마시는 데 따라 큰 차이가 있다.“얘들아, 잡아라!”오성영이 크게 소리쳤다.조광영은 얼굴이 창백해지고 몸이 떨렸다. “제발! 제발! 제가 죽인 게 아니에요. 억울해요!”그는 큰 소리로 외쳤지만 여전히 오성영의 부하들에게 붙잡혔다.“제발 살려주세요! 저는 엄진우의 동창이에요!”조광유는 또 외쳤다.오성영의 얼굴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펑!그는 술병 하나를 부수고 병 바닥이 없는 술병을 만들어 깔때기처럼 만들었다.오성영은 조광유의 입을 벌리고 술병을 그의 입에 강제로 따랐다.그러자 날카로운 유리 조각들은 조광유의 입안을 찔러 피를 흘리게 만들었다.“나머지 두 사람도 처리해!”오성영이 명령하자 부하들은 재빨리 행동에 옮겼다.세 사람의 입에서 피를 흘리며 비명을 질렀다.오성영은 하나하나 술병을 열어 유리 조각이 섞인 술을 그들의 입으로 붓기 시작했다.술이 피와 섞여서 세 사람은 온몸이 떨리고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마지막에는 술 한 모금을 부으면 세 사람은 적어도 세 번의 피를 뿜어냈다.곧 세 사람은 의식을 잃었다.그들의 입은 술병에 의해 벌어져서 닫히지 않았다. “형님, 계속 마시게 하면 죽어버릴 겁니다.”오성영의 부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엄진우 님이 뭐라고 하셨는지 못 들었어? 계속 부어!”오성영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는 엄진우에 대한 증오를 전부 세 사람에게 쏟았다.그는 고개를 돌려 방을 나갔다. 영호가 방 밖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에게 담배 한 개를 던졌다.“백곰, 너는 나와 얼마나 오래 함께했지
“게다가, 내가 엄진우 님에 대해 알기로는 네 아들이 죽음을 자초하지 않았으면 죽이지도 않았을 거야. CCTV를 확인해 보면 알 수 있어.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내 목숨을 걸고라도 엄진우 님에게 따지러 가줄게.”영호는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오성영은 머리를 숙이며 침묵했다. 자기의 아들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바가 아니다.요즘은 매일 주의를 주었기에 간신히 조용히 지내고 있었다.“형님, 말씀하신 대로 이해했습니다. 걱정 마세요. 우리가 어렵게 이 자리에 올랐으니 절대 형님을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고작 아들놈 하나 가지고 후회할 짓은 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능력이 있으니 다시 낳으면 돼요.”오성영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그는 방금 전까지는 조금이라도 억울한 마음이 있었고 나중에 기회를 찾아 복수하려는 생각을 했으나 지금은 영호와의 대화를 통해 현실을 완전히 받아들였다.“네가 그렇게 생각해 줘서 다행이야.”영호도 한숨을 내쉬며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만약 오성영이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아무리 오래 함께한 형제라도 청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이때 엄진우와 김온영은 고급 서양식 레스토랑에 도착했다.음식을 주문한 후 김온영은 엄진우의 맞은편에 앉아 그를 오래도록 응시했다.“왜 그래? 내 얼굴에 뭐가 묻었어?”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이제껏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어떻게 이렇게 많이 변했어?”김온영은 반은 의아해하고 반은 감개무량하며 물었다.“그냥 우연히 그렇게 됐을 뿐이야.”엄진우는 자세히 말하기를 꺼렸다.그와 김온영은 본래 서로 다른 세계에 있었다. 중등학교 시절 그는 고위의 김온영의 세계에 미치지 못했고 지금 김온영이 발끝으로 서도 그가 있는 층차를 이해할 수 없다.“좀 얘기해줘, 정말 궁금해!”김온영은 엄진우의 대답에 만족하지 못하고 그를 나무라며 매력을 발산했다.“남자에게 호기심을 가지는 것은 위험한 일이야.”엄진우는 웃으며 말했다.“누구에게냐에 따라 달라. 너에게는 호기심을 가져도 괜찮을
“누가 그런 말을 했냐고? 여기 아무한테나 물어봐도 다 똑같은 대답을 할 거야. 촌놈이 이런 고급 요리를 먹어 봤어야 알지. 젓가락으로 스테이크를 먹다니. 정말 웃기는 일이군. 여기 외국인도 많은데 네가 이러면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너 같은 미개한 사람으로 볼 거 아냐!”남자는 비웃으며 말했다.“외국인이라서 뭐? 우리 용국에서 젓가락을 사용한 역사는 수천 년이 되었어! 서양 음식이 등장한 지 얼마나 됐다고? 몇 방울 외국물 좀 마셨다고 조상까지 잊어버리다니. 그런 사람이나 미개한 거지.”엄진우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엄진우, 여긴 그래도 서양 레스토랑이잖아. 우리도 다른 문화는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봐,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수군거리는 것 같아.”김온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한번 엄진우를 설득했다.“여기는 용국이야. 게다가 손님은 왕이라는 말도 있잖아? 내가 식기를 선택할 권리도 없어?”엄진우는 웃으며 반문했다.“내가 듣기로는 이곳의 주방장이 아주 유명한 요리사인데 성격도 상당히 괴팍하다고 들었어. 주방장의 규칙을 따르지 않는 손님은 전부 레스토랑에서 쫓겨난대!”김온영이 말이 끝나자마자 서빙하던 웨이터가 젓가락을 들고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 뒤에는 주방장 복장을 한 외국인 중년 남자가 함께 있었다.“누가 젓가락이 필요하다고 했죠?”중년 남자의 용국어는 다소 서툴렀지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내가요.”엄진우는 이 남자가 바로 김온영이 말했던 괴팍한 주방장이라는 것을 짐작했다. 그는 지금 미간을 찌푸린 채 다가오고 있었다.“젓가락으로 무엇을 하실 건가요?”그가 다시 물었다.“스테이크 먹으려고요.”엄진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주방장의 얼굴이 살짝 경련을 일으켰다. 그는 크게 숨을 들이쉬며 화를 가라앉혔다.“손님, 젓가락으로 스테이크를 먹는 것은 스테이크에 대한 모독입니다! 이건 정말 예의 없는 행동이에요! 제발 이러지 마세요. 안 그러면 당신을 이 레스토랑에서 쫓아내겠습니다.”주방장은 낮은 목소리로
“엄진우, 그만 싸우고 그냥 밥 먹자, 응? 너 나 좋아하는 거 맞잖아? 네가 이렇게 계속 고집부리면 내가 너한테 느꼈던 호감만 다 사라져.”김온영은 약간 짜증을 내며 엄진우에게 말했다.이 말을 듣고 엄진우는 순간 멍해졌다.“내가 널 좋아한다고?”“그럼 아니야?”김온영의 생각에 엄진우가 계속 자기를 조광유와 그 무리와 선을 긋고 보호해 주는 것은 자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바로 그 이유로 그녀는 엄진우에게 저녁 식사를 제안한 것이었다. 이제 엄진우는 돈도 있고 권력도 있으니 조금만 매력을 발휘하면 이런 남자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고 믿었다.“착각하지 마.”엄진우는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그 단어가 뭐더라?자뻑녀!엄진우는 그 단어로 김온영을 묘사하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엄진우, 방금 내가 한 말은 그냥 네가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게 하려고 한 거야. 아니면 우리 쫓겨날 텐데, 그러면 다들 창피해질 거잖아. 사실 난 너한테 꽤 호감이 있어. 그러니까 내 말 한마디에 흔들리지 말고 네 속마음을 인정해. 그렇게 쉽게 물러서지 말라고.”김온영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부드럽게 말했다.만약 엄진우가 진짜로 김온영을 좋아하고 약한 남자였다면 이 말 몇 마디에 그녀는 그를 완벽히 장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난 진짜로 널 안 좋아해.”안타깝게도 엄진우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세상에는 엄진우가 양보하고 타협할 수 있는 여자가 있지만 김온영은 그 범주에 속하지 않았다.“계속 아닌 척하지 마! 중등학교 때 나한테 쓴 연애편지 네가 줄 용기도 없어서 책상 안에 숨겨놓은 거 조광유가 나한테 다 보여줬어.”김온영 화가 나서 엄진우를 매섭게 노려보았다.“그래, 중등학교 때는 너를 좋아했었지. 하지만 그때 내가 너한테 어울리지 않았어. 그래서 주지 않은 거야. 하지만 지금은 네가 나한테 어울리지 않아. 그래서 난 너를 안 좋아해.”엄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돈 좀 벌었다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