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00화

“누가 그런 말을 했냐고? 여기 아무한테나 물어봐도 다 똑같은 대답을 할 거야. 촌놈이 이런 고급 요리를 먹어 봤어야 알지. 젓가락으로 스테이크를 먹다니. 정말 웃기는 일이군. 여기 외국인도 많은데 네가 이러면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너 같은 미개한 사람으로 볼 거 아냐!”

남자는 비웃으며 말했다.

“외국인이라서 뭐? 우리 용국에서 젓가락을 사용한 역사는 수천 년이 되었어! 서양 음식이 등장한 지 얼마나 됐다고? 몇 방울 외국물 좀 마셨다고 조상까지 잊어버리다니. 그런 사람이나 미개한 거지.”

엄진우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엄진우, 여긴 그래도 서양 레스토랑이잖아. 우리도 다른 문화는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봐,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수군거리는 것 같아.”

김온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한번 엄진우를 설득했다.

“여기는 용국이야. 게다가 손님은 왕이라는 말도 있잖아? 내가 식기를 선택할 권리도 없어?”

엄진우는 웃으며 반문했다.

“내가 듣기로는 이곳의 주방장이 아주 유명한 요리사인데 성격도 상당히 괴팍하다고 들었어. 주방장의 규칙을 따르지 않는 손님은 전부 레스토랑에서 쫓겨난대!”

김온영이 말이 끝나자마자 서빙하던 웨이터가 젓가락을 들고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 뒤에는 주방장 복장을 한 외국인 중년 남자가 함께 있었다.

“누가 젓가락이 필요하다고 했죠?”

중년 남자의 용국어는 다소 서툴렀지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내가요.”

엄진우는 이 남자가 바로 김온영이 말했던 괴팍한 주방장이라는 것을 짐작했다. 그는 지금 미간을 찌푸린 채 다가오고 있었다.

“젓가락으로 무엇을 하실 건가요?”

그가 다시 물었다.

“스테이크 먹으려고요.”

엄진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주방장의 얼굴이 살짝 경련을 일으켰다. 그는 크게 숨을 들이쉬며 화를 가라앉혔다.

“손님, 젓가락으로 스테이크를 먹는 것은 스테이크에 대한 모독입니다! 이건 정말 예의 없는 행동이에요! 제발 이러지 마세요. 안 그러면 당신을 이 레스토랑에서 쫓아내겠습니다.”

주방장은 낮은 목소리로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