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Chapter 241 - Chapter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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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1화

“오늘 드디어 집을 보겠다는 분이 계세요. 하리 씨, 꼭 시간 맞춰서 오셔야 해요.”강하리의 눈이 반짝 빛났다.“네, 지금 바로 갈게요.”전화를 끊은 강하리는 서둘러 그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 사람과 마주한 강하리는 얼굴이 단번에 하얗게 질렸다. 다름 아닌 김주한이 별장 문 앞에 서서 섬뜩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강하리는 애써 자신의 목소리를 가라앉히며 말했다.“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 김 대표님께서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김주한의 탐욕스러운 눈길이 강하리의 몸에 머물렀다.“당연히 집 보러 왔지. 왜, 깜짝 놀랐어? ”저번에 그는 거의 강하리를 취하게 만들 수 있었는데, 구승훈이 때마침 들이닥치는 바람에 일을 망쳐버렸다. 이 몇 개월 동안 그는 계속 마음이 근질거렸지만, 구승훈이 두려워 감히 손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 강하리와 구승훈의 사이가 틀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김주한은 과연 이번에도 이 빌어먹을 여자를 도와줄 사람이 있을지 지켜볼 참이다.“김주한 씨도 저와 승훈 씨의 관계를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강하리는 등골이 오싹해 났지만,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자 김주한이 픽 웃으며 말했다.“강하리, 너와 구승훈 사이가 틀어진 걸 내가 진짜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이를 꽉 깨문 강하리는 태연한 척 미소를 지어 보였다.“누가 그래요. 우리 사이가 틀어졌다고? 그냥 재미 삼아 장난치는 건데 설마 김 대표님께서 그런 것도 모르실 리는 없겠죠? 아니면 제가 지금 당장 승훈 씨한테 전화해서 증명이라도 해드릴까요?”말을 하던 강하리는 김주한을 앞에 두고 바로 구승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그쪽에서 전화를 받기도 전에 김주한이 냉큼 다가와 강하리의 휴대폰을 빼았아 땅바닥에 집어 던졌다.김주한은 이를 뿌드득 갈며 강하리의 목을 졸랐다. 그는 구승훈을 정말 두려워했다. 그 남자는 냉혹하고 무자비했으며 일 처리를 함에 있어 조금의 자비도 베풀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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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강하리는 그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직 그를 뿌리치고 빨리 화장실에 가서 찬물에 샤워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구승훈은 결코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날 좀 놓으라고요, 승훈 씨. 제발 놓으란 말이에요!”지금 강하리는 꼭 강가에 떠밀려 나와 미친 듯이 수원을 찾아 퍼덕이는 물고기처럼, 참을 수 없는 갈증을 해소하지 못해 허덕이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눈앞에 이 남자는 그녀가 본능적으로 다가가고 싶게 만들었지만, 의식적으로는 밀어내려고 몸부림치고 있었다.“가서 샤워할래요, 승훈 씨. 날 좀 놔줘요.”미간을 잔뜩 찌푸린 구승훈은 그제야 강하리의 이상한 점은 비단 얼굴에 난 손바닥 자국뿐만 아니라, 그녀의 체온과 상태도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어떻게 된 일인지 짐작한 구승훈은 순간 얼굴이 차갑게 변하다 못해 서리라도 내린 것만 같았다.그는 갑자기 강하리의 손목을 거머잡고 그녀를 자신의 품속에 가두었다.“강하리, 어디 갔었어? 대체 누구를 만나서 뭘 먹은 거야?” 강하리는 이미 구승훈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상태로 치달았다. 그녀는 그저 본능적으로 발버둥 치고 있을 뿐이다.그녀는 이 남자를 원하고 원했지만, 무의식으로부터 그에게 구걸하는 걸 거부하고 있었다.아랫입술을 꽉 깨문 강하리의 입안에서 피비린내가 물씬 감돌았다. 그러나 그녀는 힘을 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구승훈은 그런 그녀를 더욱 세게 껴안았다. 강하리의 입술이 짓무른 것을 본 그는 그녀의 턱을 그러쥐고 그녀가 이를 풀도록 압박했다.남자의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지만, 눈에서는 불길이 치솟는 것 같았다.“누구를 만나서 대체 뭘 먹은 거야? 빨리 대답해!”눈시울이 붉어진 강하리는 약물에 시달려 목소리마저 떨려왔다. 하지만 구승훈에게 잡힌 턱의 통증으로 인해 마침내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그녀는 남자의 셔츠를 어찌나 세게 움켜잡았는지 손톱이 하얗게 물들었다.“김주한이 집을 보겠다고 예약을 잡았어요.”구승훈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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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그제야 구승훈은 자신이 마음 아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그 여자를 마음 아파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만으로도 정말이지 우스웠다.그와 같은 사람도 다른 사람을 마음 아파할 줄 안다고?그는 그런 감정을 가져서는 안 됐다. 그러나 하필이면 어젯밤 강하리의 모습을 보며 분명히 느꼈다.강하리가 악을 쓰며 자기 입술을 물어뜯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그는 항상 자신이 신경 쓰지 않는다고만 생각했었다.애초에 강하리가 떠나겠다고 했을 때도 구승훈은 순순히 놓아주었다. 어차피 그녀가 그의 곁으로 돌아오게 만들고 싶을 때는 조금만 손 쓰면 그만이니까.그리고 그런 수단과 방법을 강하리에게 쓸 때만 해도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이제 더는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럭저럭 재미있게 즐기던 게임이 순식간에 무미건조해졌다. 더 이상 아무런 흥미도 없었고, 다시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고... 더는 그녀를 괴롭히고 싶지 않았다.손에 들려 있는 담배가 끝까지 타들어 가는 걸 가만히 내려다보던 구승훈은 입속에 담배 연기를 후 뿜어내고는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강하리가 다시 깨어났을 때는 이미 점심때였다. 시큰거리고 뻐근한 허리를 힘겹게 지탱하며 일어난 그녀는 정리를 마치고 나서야 휴대폰에 부재중 전화가 몇 통 걸려 온 것을 발견했다.눈살을 찌푸리고 전화를 들여다본 강하리는 부재중 전화 전부가 정서원의 주치의에게서 걸려 온 거라는 걸 알았다. 그녀는 흠칫 놀라더니 서둘러 다시 전화를 걸었다.“선생님, 우리 엄마한테 무슨 일이 있나요?”“그게 아니라요, 하리 씨. 구 대표님께서 하리씨 어머니의 약값을 계속 예전의 할인 혜택으로 해드리라고 말씀하셨거든요. 그걸 전해 드리려고 전화한 거예요.”뜻밖의 소식에 입이 턱 벌어진 강하리는 한참이 지나서야 말했다.“아, 네. 알겠습니다. 고마워요.”전화를 끊은 강하리는 잠시 후에야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바로 구승훈에게 전화를 걸었다.마침 회의 중이던 구승훈은 휴대폰을 얼핏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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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구승현은 애초부터 구승훈을 못마땅하게 여겼었다. 이 몇 년 동안 구승현은 구씨 가문에서 매우 부지런하고 착실하게 살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구씨 가문 어르신은 항상 구승훈만 중시했다. 구승현이 아무리 노력해도 그 영감탱이는 구승훈에게 눈이 멀기라도 한 듯, 그를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구승현은 몇 번이고 구승훈을 도발했다. 구승훈은 전에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이번에는 갑자기 마음을 모질게 먹고 구승현의 사업을 전부 부숴버렸다.비서 실장은 강하리의 귀에 대고 속닥속닥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한편 강하리는 무관심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구승훈이 구승현에게 불같이 화를 낸 이유가 그녀 때문일 거라 착각하여 김칫국부터 마시는 터무니 없는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속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이때 구승현이 욕설을 퍼붓는 소리가 최상층 전체에 울려 퍼졌다.“구승훈 이 개같은 자식아. 네가 한 짓이 나보다 깨끗하면 얼마나 깨끗하다고, 정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언젠가는 네 놈을 내 앞에 무릎 꿇리고 빌게 할 거야. 두고 봐!”강하리는 무심한 표정으로 손에 들린 계약서를 들여다봤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사납고 서늘한 눈길이 그녀의 몸에 끈적하게 와닿는 걸 느꼈다.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쳐들었지만, 굳게 닫힌 엘리베이터 문만 눈에 들어왔다.“제가 보기에 대표님은 정말 무정한 분이신 것 같아요. 자기 친형제한테 이렇게까지 하는 건 너무 지나치지 않아요?”비서 실장은 보다 못해 강하리의 귓가에 대고 소곤거렸다. 하지만 강하리는 입술을 감쳐물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때 사무실에서 구승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와,강하리.”손에 들려 있던 계약서를 비서 실장에게 건넨 강하리는 구승훈의 사무실 문을 밀고 안으로 걸어갔다. 구승훈은 물티슈로 손을 닦고 있었다. 강하리가 들어 온 것을 본 구승훈은 물티슈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그녀에게 손짓했다.“이리 와 봐.”강하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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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구승훈이 말하는 동시에 셔츠 단추를 풀었다.그에 시선을 빼앗긴 강하리가 그제야 구승훈의 셔츠에 핏자국이 가득한 것을 발견했다.당황한 강하리가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구승훈이 벗은 셔츠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바로 욕실에 들어가 버렸다.구승훈이 사라진 뒤에도 강하리의 시선은 여전히 쓰레기통 속의 셔츠에 가 있었다. 그와 동시에 방 안에 피 냄새가 진동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구승훈이 모범 시민상은커녕 다른 평범한 사람들처럼 적당히 착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은 진즉 알고 있었다. 그가 하고 다니는 짓도 떳떳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는데... 직접적으로 그 모습을 볼 일은 없다 보니 매번 이렇게 당황했다.저번에 로열 클럽에서 본 꼬마까지 한다면 이번이 두 번째인 셈이었는데 오늘은 이유를 몰랐다.구승훈은 얼마 지나지 않아 샤워를 끝내고 나왔다.강하리가 식은 반찬들을 간단하게 데워 식탁에 놓고 나서야 말을 꺼냈다."용무 없으시다면 먼저 가 볼게요.""같이 먹자."구승훈이 강하리의 손목을 잡아채자 강하리가 잠시 침묵했다."배 안 고파요."구승훈이 공기를 짓누르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보니 살짝 숨을 내쉰 강하리가 맞은편에 앉았다.식사 도중 그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았고 입맛 없던 강하리가 젓가락질 몇 번 하고는 식탁에 내려놓을 뿐이었다.반면, 구승훈은 꽤 입맛이 돌았는데 강하리가 한 밥이 오랜만이라 그런가 어쩐지 맛있다는 감상이 들 정도였다.식사를 끝내고 티테이블에 앉아 차를 우리고 나서야 물었다."생각은 끝냈어?"뭘 묻는 건지는 강하리도 잘 알고 있었다."대표님은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강하리의 몸이 살짝 굳은 채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다시 들어와."구승훈은 고민 따위는 사치인 듯 말했다."됐어요."강하리가 창밖의 야경을 봤다.눈살을 살짝 찌푸린 구승훈은 더 이상 강하리를 궁지에 몰 생각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계속 지금처럼 밖에 두고 지켜보기만 할 생각도 없었다."하리야, 알아서 들어올래, 내가 들어오게 할까."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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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강하리가 아파트를 빠져나왔을 때는 눈이 가득 흩날리고 있었지만 강하리의 시야에는 아까 전 자신의 말에 어두워진 구승훈의 표정만이 있었다.그런 말을 하면 기분을 잡치게 할 거란 건 짐작하고 있었지만, 결국 입 밖으로 꺼내고 말았다.만약 이게 언젠가 사라질 감정이라면 더 이상 추호의 기대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깊게 숨을 들이쉰 강하리가 숨을 내쉬어 머릿속의 잡념을 지우고는 불이 켜져 있는 아파트를 보고 쓰게 웃으며 돌아갔다.그 시각, 구승훈은 아직 차가움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픽 웃은 구승훈의 머릿속에는 강하리의 말이 아직 맴돌고 있었다.자신과의 만남이 강하리에게는 그저 상사에게 맞춰 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은 구승훈이 잡념을 쉬이 떨치지 못했다.‘계약이 끝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나 보지?’평소였다면 이런 상황에서도 이성을 유지하는 강하리에게 감탄했을 텐데, 지금은 그 이성이 너무나도 성가셨다.꼭 구승훈과의 만남이 강하리가 행복과 멀어지게 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구승훈이 강하리를 붙잡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강하리의 말대로 구승훈이 굳이 강하리를 고집할 이유는 없었다. 그가 원한다면 여자가 줄을 설 테니.강하리는 매번 자신이 정한 한계선을 비웃듯 넘었다.이 관계는 서로 원해서 유지되는 줄 알았는데, 강하리에게는 통하지 않으니 매번 강요만 하게 됐다.피식 웃고 담배 한 대를 태운 구승훈은 지금 이런 통제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극도로 싫어했다. 특히 고작 애인 때문에 이러는 것은 구승훈의 상식 한참 밖의 일이었다.결국 구승훈은 해탈의 경지에 올라 강하리가 다른 남자를 함부로 만나지 않고 본인 몸과 마음만 잘 챙긴다면 다른 건 딱히 상관없었다.담배를 다 피우고 옷을 갈아입은 구승훈도 아파트를 벗어났다....다음 날, 강하리는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을 기다린 듯한 모양새의 구승재를 마주쳤다.강하리를 본 구승재가 재빠르게 달려왔다."강 부장님, 어제 형이 김주한 씨 반 죽여놓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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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강하리가 아파트를 빠져나왔을 때는 눈이 가득 흩날리고 있었지만 강하리의 시야에는 아까 전 자신의 말에 어두워진 구승훈의 표정만이 있었다.그런 말을 하면 기분을 잡치게 할 거란 건 짐작하고 있었지만, 결국 입 밖으로 꺼내고 말았다.만약 이게 언젠가 사라질 감정이라면 더 이상 기대는 추호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깊게 숨을 들이쉰 강하리가 숨을 내쉬어 머릿속의 잡념을 지우고는 불이 켜져 있는 아파트를 보고 쓰게 웃으며 돌아갔다.그 시각, 구승훈은 아직 차가움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픽 웃은 구승훈의 머릿속에는 강하리의 말이 아직 맴돌고 있었다.자신과의 만남이 강하리에게는 그저 상사에게 맞춰 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은 구승훈이 잡념을 쉬이 떨치지 못했다.‘계약이 끝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나 보지?’평소였다면 이런 상황에서도 이성을 유지하는 강하리에게 감탄했을 텐데, 지금은 그 이성이 너무나도 성가셨다.꼭 구승훈과의 만남이 강하리가 행복과 멀어지게 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구승훈이 강하리를 붙잡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강하리의 말대로 구승훈이 굳이 강하리를 고집할 이유는 없었다. 그가 원한다면 여자가 줄을 설 테니.강하리는 매번 자신이 정한 한계선을 비웃듯 넘었다.이 관계는 서로 원해서 유지되는 줄 알았는데, 강하리에게는 통하지 않으니 매번 강요만 하게 됐다.피식 웃고 담배 한 대를 태운 구승훈은 지금 이런 통제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극도로 싫어했다. 특히 고작 애인 때문에 이러는 것은 구승훈의 상식 한참 밖의 일이었다.결국 구승훈은 해탈의 경지에 올라 강하리가 다른 남자를 함부로 만나지 않고 본인 몸과 마음만 잘 챙긴다면 다른 건 딱히 상관없었다.담배를 다 피우고 옷을 갈아입은 구승훈도 아파트를 벗어났다....다음 날, 강하리는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을 기다린 듯한 모양새의 구승재를 마주쳤다.강하리를 본 구승재가 재빠르게 달려왔다."강 부장님, 어제 형이 김주한 씨 반 죽여놓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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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나가는 구승훈의 뒷모습을 보던 송유라가 표정을 굳혔고 그와 함께 안현우가 혀를 차자 구승재가 웃었다."왜요? 이번에는 또 강 부장님의 뭘 헐뜯으시려고요?"그에 안현우도 마주 웃었다."승재 씨, 대체 그 사람이 뭘 해 줬길래 이렇게 싸고돌아요?""뭘 해 준 건 아니고, 제 형수님이 되어야 할 사람이니까요."구승재의 말에 송유라의 표정이 한없이 구겨졌다."승재 씨,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 신분으로 승재 씨 가문이라니요~""유라 씨, 형 결혼은 절대 남이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그 왜, 저번에 약혼식도 바로 취소해 버린 거 기억 안 나세요?"저번 일을 떠올린 송유라가 이를 부득부득 갈았지만 구승재는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누구한테 분명 저희 형은 원하지 않으면 절대 선택을 번복할 사람이 아니라고 당부했는데도 떠났으면서 그 누구는 이제 와서 또 붙잡네요."송유라의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송유라가 어디 가서 이런 말을 들을 사람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나온 송유라가 구승재를 노려본 후에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샤워를 마친 강하리가 어지러움을 느꼈다. 이유는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밖에 너무 오래 서 있어서 감기에 걸린 것일 것이다.유산한 뒤로부터 몸이 허약해진 게 느껴질 때마다 강하리는 그저 쓴웃음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따뜻한 물 한 잔을 마시고 누우려던 참에 핸드폰이 울려 발신인을 확인한 강하리가 잠시 고민하더니 결국 받았다."대표님."가볍게 대답한 구승훈이 한참을 침묵하더니 겨우 한 마디 내뱉었다."강주시야?"창문을 가득 채운 시린 빗방울 너머 폭죽을 보며 천천히 대답했다."연지가 고른 장소예요.""올 때 전화해. 데리러 갈 테니까."핸드폰을 쥔 손에 힘을 준 강하리가 김주한의 일에 대해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입을 열지 못한 사이, 송유라의 소리가 들렸다."오빠, 저 사람들이 저 괴롭혀요..."그에 감사 인사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다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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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강하리가 놀라 굳은 몸으로 구승훈을 바라봤다."어떻게 여기에..."미간을 살짝 좁힌 구승훈이 강하리의 이마에 손을 올려 온도를 가늠했다."아직 열나네. 옷 갈아입어, 병원 가게."강하리의 가슴속에 또 알 수 없는 감정이 피어오르자 눈을 맞추지 못하고 살짝 웃어 보였다."약 몇 번만 더 먹으면 나을 거예요.""강하리, 말 좀 듣고 얼른 옷 갈아입어. 아니면 내가 갈아입혀 줘?"강하리의 손목을 낚아챈 채 말했다.그러자 강하리가 손아귀를 벗어나려 발버둥 치면서 코끝이 찡한 느낌을 애써 모르는 척했다."승훈 씨, 여긴 왜 오셨어요?"강하리 본인도 자기가 왜 이러는지 몰랐지만 아마 아플 때 곁에 아무도 없어서 서러운 듯했다. 구승훈을 보고 어쩐지 눈물이 차오를 것 같았으니.하지만 더 의문인 건 며칠 전 그 일을 겪고도 한달음에 달려온 구승훈의 행동이었다.그 생각을 고스란히 얼굴에 띄운 강하리를 보던 구승훈이 웃었다."왜. 여긴 네 구역이니까 난 들어오면 안 되나? 그렇다고 여기서 죽게 둘 순 없잖아."강하리가 조금 젖은 눈을 살짝 문지르더니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진짜 괜찮아요."들은 체도 안 한 구승훈이 캐리어에서 옷을 꺼내 건넸다."빨리 입어. 병원 가는 게 무슨 대수라고."남은 손으로는 강하리의 붉어진 눈꼬리를 문지른 채였다."말 좀 들어."강하리가 깊게 심호흡하며 벅차오르는 감정을 제어하고 갈아입으러 자리를 피했다.택시를 잡아 병원에 도착한 뒤 진찰에 링거까지 맞으니 어느덧 점심이었다."아침에 밥은 먹었어?"강하리가 고개를 젓자 뒷목을 살짝 꼬집었다."나 안 왔으면 호텔에서 죽어 갈 생각이었지, 아주."찍소리 못하는 강하리에 구승훈이 다시 입을 열었다."뭐 먹을래."강하리가 눈을 내리깔았다."팥죽이요."잠시 멈칫한 구승훈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팥죽을 사 와서는 오른손에 링거를 꽂은 강하리를 대신해 숟가락을 들고 죽을 먹여 줬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하리가 별말 없이 죽을 받아먹었다."강 부장,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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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자세히 말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안 강하리가 더 이상 묻지 않고 눈을 감자 구승훈이 강하리의 턱을 잡아 입 맞췄다.질척하게 이어지는 키스는 전과 많이 달랐다. 훨씬 더 다정한...당황한 강하리가 어떻게 해 보기도 전에 구승훈이 강하리의 위로 올라탔다."승훈 씨, 저...""쉿. 더 움직이면 여기서 안 끝나."어느새 갈라진 목소리가 강하리의 귀를 파고들며 맞닿은 아래가 여실히 느껴졌다.반사적으로 몸을 굳힌 강하리를 보고 구승훈이 웃었다."그렇게 하기 싫어?""전 환자잖아요."구승훈이 밤에 얼마나 끈질긴지는 강하리가 잘 알았다. 그러니 이 상태로는 절대 받아낼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물론 구승훈도 제아무리 짐승 같다 해도 환자를 상대로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몇 번 더 이어진 키스를 끝내고 나서 구승훈은 화장실로 들어가 반 시간이 지나서야 시원한 공기와 함께 나왔다.그러고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 몸을 충분히 데운 다음 강하리를 다시 안았다....다음날 아침, 둘은 함께 연성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탔다.착륙 후, 구승훈이 강하리에게 물었다."어디로 갈 거야?"잠시 고민한 강하리가 답했다."월세방이요."무어라 한 소리 할 줄 알았던 구승훈이 조용하니 강하리가 당황한 채로 월세방 앞에 도착해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내리려던 순간이었다.구승훈이 힐끗 쳐다보고는 강하리의 캐리어를 들고 강하리보다 먼저 내렸는데 반대 손에는 자신의 캐리어도 들려 있었다.입을 다물지 못하고 무슨 말을 꺼내려던 순간 구승훈이 한발 빨랐다."강 부장 몸도 안 좋은데 괜히 오라 가라 하면 안 되잖아."미세하게 씰룩이는 입꼬리와 함께 하려던 말도 억누르고 구승훈의 보폭에 맞췄다.함께 집에 발을 들인 순간, 구승훈의 벨소리가 퍼졌다.그 익숙한 벨소리는 무슨 저주라도 걸린 듯 따뜻했던 분위기를 한순간에 지워냈다.구승훈을 슬쩍 쳐다본 강하리가 캐리어를 끌고 안방으로 들어가 딱히 정리는 하지 않고 멍만 때리고 있었는데 문밖에서 구승훈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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