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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구승훈이 말하는 동시에 셔츠 단추를 풀었다.

그에 시선을 빼앗긴 강하리가 그제야 구승훈의 셔츠에 핏자국이 가득한 것을 발견했다.

당황한 강하리가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구승훈이 벗은 셔츠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바로 욕실에 들어가 버렸다.

구승훈이 사라진 뒤에도 강하리의 시선은 여전히 쓰레기통 속의 셔츠에 가 있었다. 그와 동시에 방 안에 피 냄새가 진동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구승훈이 모범 시민상은커녕 다른 평범한 사람들처럼 적당히 착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은 진즉 알고 있었다. 그가 하고 다니는 짓도 떳떳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는데... 직접적으로 그 모습을 볼 일은 없다 보니 매번 이렇게 당황했다.

저번에 로열 클럽에서 본 꼬마까지 한다면 이번이 두 번째인 셈이었는데 오늘은 이유를 몰랐다.

구승훈은 얼마 지나지 않아 샤워를 끝내고 나왔다.

강하리가 식은 반찬들을 간단하게 데워 식탁에 놓고 나서야 말을 꺼냈다.

"용무 없으시다면 먼저 가 볼게요."

"같이 먹자."

구승훈이 강하리의 손목을 잡아채자 강하리가 잠시 침묵했다.

"배 안 고파요."

구승훈이 공기를 짓누르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보니 살짝 숨을 내쉰 강하리가 맞은편에 앉았다.

식사 도중 그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았고 입맛 없던 강하리가 젓가락질 몇 번 하고는 식탁에 내려놓을 뿐이었다.

반면, 구승훈은 꽤 입맛이 돌았는데 강하리가 한 밥이 오랜만이라 그런가 어쩐지 맛있다는 감상이 들 정도였다.

식사를 끝내고 티테이블에 앉아 차를 우리고 나서야 물었다.

"생각은 끝냈어?"

뭘 묻는 건지는 강하리도 잘 알고 있었다.

"대표님은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강하리의 몸이 살짝 굳은 채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다시 들어와."

구승훈은 고민 따위는 사치인 듯 말했다.

"됐어요."

강하리가 창밖의 야경을 봤다.

눈살을 살짝 찌푸린 구승훈은 더 이상 강하리를 궁지에 몰 생각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계속 지금처럼 밖에 두고 지켜보기만 할 생각도 없었다.

"하리야, 알아서 들어올래, 내가 들어오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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