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가장 아끼는 분이지만, 전생에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모습도 보지 못했다.이번 생에는 반드시 곁에서 효도하여 외할아버지를 실망시켜 드리지 않으리라 다짐했다.고은서는 몸이 만신창이라 당분간 외할아버지 만나러 갈 수가 없었다.결국 설렘과 간절함을 애써 억누르고 며칠 후에 찾아뵙기로 약속했다.전화를 끊고 나서 고은서는 테라스에 앉아 지난 일들을 회상했다.18살이 되던 해, 사랑에 막 눈을 뜨기 시작한 그녀는 자신을 ‘구해준’ 곽승재에게 첫눈에 반했다.사랑에 빠진 소녀는 체면 불고하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 남자에게 대시했지만, 끝내 마음을 사로잡는 데 실패했다.대학 졸업할 때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린 곽승재의 할머니 전미자가 둘이 혼인신고 하도록 적극 추진한 덕분에 사모님이라는 자리를 꿰차게 되었다.비록 곽승재는 대놓고 그녀를 싫어했지만, 언젠간 그의 마음을 사로잡을 거라는 이름다운 환상을 줄곧 품고 있었다.결혼하고 나서 6개월이 지나자 백유미가 귀국해서 곽승재의 회사에 입사했다.두 사람 사이의 남다른 인연은 그녀에게 어쩌면 곽승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겨주었다.결국 점점 초조해지면서 떼를 부리기 시작했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해 확인받고 싶었다.하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그녀가 투신자살로 협박하는 바람에 곽승재과 백유미의 사이는 갈수록 돈독해졌고, 곽승재가 집에 돌아오는 횟수도 점차 줄어들었다.절망에 빠진 그녀는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전미자에게 도움을 청했고, 곽승재와 단둘만의 시간을 갖도록 출국할 기회를 만들어달라고 했다.하지만 출국 전날, 뜻하지 않게 집에 강도가 들어 불까지 지핀 탓에 백유미는 자칫 목숨마저 잃을 뻔했다. 심지어 범인을 붙잡았는데 다름 아닌 그녀가 시켰다고 딱 잡아뗐다.이 사건은 곽승재의 인내심을 바닥나게 한 계기가 되었고, 입이 아프게 변명해봤자 그녀를 감옥에 보내겠다고 대쪽 같이 밀어붙였다.결국 외할아버지의 설득과 전미자의 도움을 받아 옥살이는 면하게 하겠다는 대답을 어렵게 받아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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