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어게인, 비긴 / Chapter 41 - Chapter 50

All Chapters of 어게인, 비긴: Chapter 41 - Chapter 50

449 Chapters

제41화

고은서는 전미자의 말뜻을 알았지만 스스로 희망 고문을 하고 싶지 않았다.“할머니, 저를 위로해 주실 필요 없어요. 곽승재의 마음은 제가 잘 알아요.”그가 여전히 자신에게 못되게 구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설사 마음을 바꾼다고 해도 더 이상 그에 대한 환상을 품을 수는 없었다.그와 백유미 사이의 암묵적인 이해와 감정, 이번 생에서는 다시 엮이고 싶지 않았다.전미자는 고은서의 결연한 표정을 보고 더 이상 그녀를 설득할 수 없었다.그녀가 저렇게 단호할 만큼 슬픔과 실망이 쌓였을 테니까.부디 그 망할 놈이 빨리 정신을 차리고 은서의 마음을 되돌려야 할 텐데....라운지에서는 몇몇 여성들이 자식들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우리 아들 생일이 곧 다가오는데 여기서 제작한 옷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브랜드 사이트에 사진이 몇 장 있는데 다들 한번 골라주세요!”그중 한 명이 아이패드를 꺼내자 여러 사람이 이리저리 살펴보았고 마침 그 옆을 지나가던 곽승재도 화면을 흘깃 쳐다보았다.“승재 너는 옷도 잘 입고 눈썰미도 좋으니까 고모 좀 도와줄래?”여자가 먼저 제안했고 곽승재가 거절할 줄 알았는데 아이패드를 집어 들었다.그는 첫 페이지에 있는 신상을 훑어보다가 6천만 원 이하의 옷들 중 스크롤을 내려 5760만 원짜리 검은색 캐주얼 정장을 찾았다. “승재야, 너만큼은 아니어도 고모네 집안 형편으로 이 정도 가격대 옷을 살 필요는 없어.”여자가 웃으며 말하자 곽승재는 옅은 미소를 짓더니 홈페이지 상단의 2억짜리 옷을 가리키며 말했다.“개인적으로 이게 괜찮은 것 같네요.”“그래, 예쁘네! 우아하면서도 트렌디해. 여러분도 와서 보세요!”여자들이 다가오자 곽승재는 아이패드를 돌려주고 정원으로 향했다.할머니는 나무 의자에 앉아 있고 고은서는 그녀의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그렇게 계속 웃으세요, 좋아요, 할머니 너무 아름다우셔!”할머니는 칭찬에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고은서의 말에 따라 좌우로 머리를 움직였다.곽승재는 고은서가 평소 사탕 발린 말로 할머
Read more

제42화

가기도 전에 길가에 피어 있는 난초에 이끌려 몸을 숙이고 냄새를 맡았다. 고은서는 꽃향기가 너무 좋아서인지 순식간에 이마가 펴지고 입꼬리가 올라갔다.그 순간 그녀의 머리와 주변은 햇살에 둘러싸여 있었고, 가녀린 작은 얼굴이 하얀 난초 앞에 가까이 가자 곽승재는 꽃과 사람 중 누가 더 아름다운지 순간 분간할 수 없었다.저도 모르게 멍하니 자신의 휴대폰으로 그 모습을 찍었다.오후 반나절의 자유 시간이 지난 후 연회가 시작되었고 20여 명이 테이블에 둘러앉은 분위기는 꽤 화기애애했다.전미자와 숙부님은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라 참석한 청년, 중장년층에 비해 기력이 떨어지셔서 일찍 자리를 뜨셔야 했다.곽승재는 삼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고, 고은서는 할머니가 차에 타는 것을 도왔다.차가 사라지는 것을 본 고은서는 돌아가서 곽승재와 다정한 척 연기하기 싫어서 주위를 돌아다녔다.장막이 깃들고 정원 잔디밭에는 형형색색의 조명이 켜져 있어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고은서는 방 근처 작은 대나무 숲 뒤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앞쪽보다 더 조용하고 한적한 이곳은 방 바깥에 경호원 같은 두 사람이 서 있었다.고은서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던 중 마른 체구의 남자가 젊고 앳되어 보이는 여자 몇 명과 함께 방 쪽으로 걸어오며 진지하게 말하는 것을 보았다.“오늘 거물급 손님이 오셨으니 잘 모셔야 해. 안 그러면 너희들 가만 안 둬!”그중에 몸매 좋은 한 여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늘 몸이 좀 안 좋은데 술은 안 마시면 안 될까요?”“헛소리 집어치워! 술 마시는 게 뭐가 어때서? 너희들이 이렇게 비싼 휴대폰을 쓰고 이렇게 좋은 옷을 입을 수 있는 돈이 어디서 나오겠어? 서 대표님께 잘 보이면 앞으로 팔자가 핀다고!”‘서 대표’라는 말을 들은 고은서는 무의식적으로 그들이 들어선 방을 바라보았다.마침 문이 열렸고 방 안에는 두세 명의 남자가 있었는데 모두 상석에 앉은 살집이 있는 남자에게 술을 따르며 공손한 모습이었다.어딘가 낯이 익은 그 남자는 그가 최근
Read more

제43화

고은서는 자신에게 되뇌었다.또다시 멍청하게 저 미모에 홀려선 안 된다.고은서는 곽승재를 차갑게 바라보았다.“왜 여기 서 있어, 사람 놀라게!”곽승재는 화를 내는 대신 부드러운 어투로 말했다.“할머니 배웅한다면서 여긴 왜 왔어, 한참 찾았잖아...”고은서는 그가 내뱉은 말과 표정에서 술에 취한 것을 확신했다.평소 고고하고 날카로운 그가 이렇게 무디게 반응하며 자신을 찾았다는 끔찍한 말도 할 리가 없었다.지난 생에도 그가 술을 많이 마신 적이 있었는데 집에 오면 침대에 누워 잠만 자고 별다른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고은서는 다소 마음을 내려놓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민기에게 연락해 데리러 와 달라고 부탁했다.“알겠습니다 사모님.”주민기가 전화를 끊었다.“여기 왜 왔냐고, 아직 대답 안 했어.” 곽승재가 고은서의 팔을 붙잡고 대답을 재촉했다.고은서는 박지연이 술에 취한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지 얘기하는 걸 들은 적이 있었기에 실랑이를 벌이지 않고 대답했다.“답답해서 좀 걸었어.”“왜 답답한데?” 그녀를 바라보는 곽승재의 검은 눈동자는 안개가 낀 듯 몽롱했지만 묻는 그의 표정은 진지했다.“...”고은서는 생각했다. 곽승재의 이 멍청한 모습을 찍어서 200억 정도 당길 수 있지 않을까?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본 곽승재는 오히려 손을 뻗어 그녀를 감쌌다.“왜 아무 말도 안 해?”“곽승재, 이거 놔!”고은서가 벗어나려고 했지만 곽승재가 그녀의 팔을 더 단단히 감싸며 기분 나쁜 듯 말했다.“예의 없게, 이젠 오빠라고 부르지도 않네. 지금 한번 불러봐.”이 말을 들은 고은서는 처음엔 당황하다가 웃기면서도 마음이 저릿했고 나중에는 화가 났다.“곽승재, 술 먹고 미친 척하는 게 재밌어?” 고은서는 그를 힘껏 밀어냈다.“아니면 내가 요즘은 매일 쫓아다니지 않아서 적응이 안 돼?”오빠는 무슨, 예전에 그렇게 오빠라고 부르며 따라다닐 땐 신경이라도 썼나.미간에 누구 하나 끼여 죽일 기세로 인상을 팍 쓰고 이제 와서 오빠라
Read more

제44화

고은서는 곽승재가 평소의 말투와 태도로 돌아온 것을 보고, 그가 자신을 속이려고 술에 취한 척한 거라고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그녀는 너무 화가 나서 곽승재를 뒤로한 채 재빨리 앞으로 걸어갔다.은은한 향기가 스쳐 지나가며 고은서의 뒷모습은 이미 멀어져 있었다.곽승재는 육현석에게 메시지를 보냈다.[LH그룹 걸프 프로젝트의 협력 제안서 기각.]그는 육현석의 답장을 기다리지도 않고 휴대폰 전원을 꺼버렸다....보스가 너무 취한 것이 걱정된 주민기는 운전기사와 함께 레스토랑으로 그를 데리러 갔고 운전기사보고 기다리라고 한 뒤 주민기는 고급스러운 방문으로 걸어갔다.이때 보스는 방의 벤치에 앉아 한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컨디션이 좋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를 부르려던 찰나 고은서가 한 손에 수건을, 다른 한 손에는 무언가 수건 밑으로 감추고 식탁에서 보스 곁으로 다가가는 게 보였다.주민기는 눈치껏 입을 다물고 고은서가 수건으로 보스의 이마를 부드럽게 닦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고은서의 다정함에 감탄하기도 전에 그녀가 다른 한 손에 있는 물건을 ‘실수로’ 보스의 옷 안쪽에 던지는 것을 보았고, 그 물건이 피부에 닿자 보스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그 움직임이 너무 커서 방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모두 그를 바라보았다.“승재야, 괜찮아?” 사모님 중 한 명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엇, 옷이 왜 젖었어, 바지도...”여인의 외침에 모두의 시선이 그의 셔츠와 바지에 쏠렸다.파란색 셔츠에는 젖은 자국이 몇 군데 있었고 바지의 민망한 부분은 흠뻑 젖어 있었다 ...어처구니없고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모두 암묵적으로 침묵을 선택했다.그도 바지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얼굴이 새까맣게 상기된 채 차가운 눈빛으로 고은서를 노려보았지만 고은서는 걱정스럽고 긴장된 표정으로 말했다.“당, 당신 술 정말 많이 마셨나 봐. 그걸... 못 참은 거야?”그녀는 일부러 민망한 단어를 생략했다.“그래도 괜찮아, 창피해할 필요 없어!” 고은서
Read more

제45화

이젠 아예 배를 부여잡고 웃기까지 했다.이를 본 주민기는 무모하게 달려드는 고은서 때문에 남몰래 식은땀을 흘렸고, 괜히 불똥이 튀지 않도록 조용히 가림판을 올렸다.곽승재는 자신의 협박에도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고은서를 바라봤다.휘어진 눈가에는 물기가 살짝 묻어 있었고 살짝 붉게 물든 얼굴에는 불만도, 차가움도, 심술도, 싫은 기색도 없이 명랑한 미소만 남아 있었다.그녀의 하얀 손목은 여전히 그의 손에 잡혀 있었고 그녀의 따뜻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분명 화가 났던 곽승재는 이상하게도 분노가 사그라드는 대신 갈증과 열기가 밀려왔다.그는 갈증을 해소해야 했다.고은서의 앵두 같은 입술을 보자 그녀의 온몸을 끌어당겨 고개를 숙여 키스했다.그녀가 벗어나지 않도록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부터 위쪽을 꽉 눌러 밀착시켰다.갑작스러운 키스에 고은서는 당황스럽고도 화가 났다.하지만 곽승재의 두 팔이 쇠붙이처럼 붙잡고 있었기 때문에 전혀 벗어날 수 없었다.그는 옆으로 앉아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그녀의 입안을 헤집는 동시에 그녀를 들어 올려 자기 무릎 위에 앉혔다.이 야릇하고 친밀한 자세에 고은서는 너무 화가 나서 목구멍으로 소리를 냈다.“읍!”그녀는 필사적으로 손을 빼서 곽승재의 뺨을 때리려고 했지만 술에 취한 곽승재의 힘은 평소보다 더 강했다.그는 저항하는 그녀의 손을 붙잡고 온몸을 의자 등받이에 밀어붙였다.주민기는 속으로 자신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대체 여기 왜 왔을까.집에서 편히 쉬면서 고양이와 놀았을걸.고은서는 곽승재에게 제압당해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체격과 체력의 격차 때문에 그녀는 곽승재를 그냥 내버려두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띠링띠링, 귀염둥이 전화 왔어요~”바로 그때 고은서의 휴대폰이 울렸고 시끄러워서인지, 아니면 이성이 돌아와서인지 곽승재는 결국 공격을 멈췄다.고은서는 더 이상 그를 물리칠 힘이 없었기에 숨을 헐떡이며 낮게 말했다.“전화 받아야 해.”술에 취해 붉게 물든 곽승재의 눈동자에는
Read more

제46화

곽승재에게 이렇게 고약한 취향이 많다는 걸 왜 전에는 몰랐을까?그 순간, 고은서의 전화벨이 끊겼고 곽승재는 다시 그녀를 꽉 껴안았다.“안 받아도 되네...”고은서가 그를 때리려는 순간 칸막이가 내려가며 주민기가 시선을 내리고 사무적인 어투로 말했다.“대표님, 백 이사님께서 대표님 휴대폰이 꺼져 있다면서 할 얘기가 있으시답니다.”곽승재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주민기의 전화기에 손을 뻗었고, 고은서는 짜증스럽게 곽승재를 밀어내고 자리에 앉아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백유미의 부재중 전화였다.백유미는 정말 곽승재의 행방을 손바닥 보듯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그녀에게까지 연락을 하다니.“무슨 일이야?” 곽승재는 옷깃을 잡아당기며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승재야, 목소리가 왜 그래, 술 많이 마셨어?”백유미가 걱정하자 곽승재는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무슨 일이야?”“여기로 올 수 있어? 만나서 얘기해. 내가 거기로 가도 되고. 급한 상황이라 전화로는 얘기하기 어려워.”곽승재는 고은서를 흘깃 쳐다보았고, 그녀의 작은 얼굴은 이 순간 다시 낯설고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갔다.“내가 갈게.”그렇게 말한 뒤 곽승재는 전화를 끊었다.“차 세워, 택시 타고 갈래.”고은서가 눈치껏 말했지만 곽승재가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고, 숨결에는 아직도 술 냄새와 취기가 묻어났다. “기사님한테 데려다 달라고 해. 우리가 택시 타고 가면 돼.”고은서가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손을 쳐내자 곽승재는 눈빛이 어두워지면서도 차를 세우게 했다.곽승재와 주민기가 모두 차에서 내린 후 고은서는 민시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밤 식당에서 서인수를 본 것에 대해 말하며 서인수의 사생활을 알아봐 달라고 했다.명운 대표로서 인성에 문제가 있으면 앞으로 상장에도 영향을 미칠 테니까.투자 문제에 관해서는 협조적이었던 민시후가 오케이 이모티콘을 보냈다.예원 별장으로 돌아온 고은서는 수건으로 입술을 세게 문질렀다.곽승재 그 변태 자식이 술을 많이 마시면 미칠 줄이야!전생에는 분명
Read more

제47화

성아연이 보낸 사진이었다.지난번 성아연이 백유미에게 찾아가 한바탕 따진 후 고은서는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고 그녀의 연락도 받지 않았다.성아연이 사진을 보낸 것도 별로 좋은 일 같지 않아 고은서는 바로 삭제를 클릭하고 번호를 차단했다.[저기요, 꼭 받아요.] 주인혁은 또 메시지를 보냈다.남자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고은서도 고집부리지 않고 결국 돈을 받았다.[저기요, 요즘 바빠요? 왜 연습하러 오지 않아요?]주인혁이 물었다.며칠 동안 고은서는 기획서를 작성하느라 바빠서 연습하러 갈 시간이 없었다.[일이 좀 많아서 바빴어요.]주인혁은 고은서에게 수고했다는 이모티콘을 잔뜩 보냈고, 재밌다고 느낀 고은서가 몇 개를 저장하고는 주인혁의 인스타를 찾아봤다.다채로운 일상을 보내는 그는 아르바이트도 하고, 음악 밴드 활동도 하는 등 밝고 긍정적인 소년이었다.고은서는 다소 부러웠다. 자신은 그런 젊음과 열정을 느껴본 게 언제였던가.그때 단톡방에서 누군가 그녀를 언급했고 클릭해 보니 전에 성아연을 포함한 같은 반 친구들 몇 명과 함께 만들었던 단톡방이었다.성아연은 단톡방에 사진을 보내며 그녀를 태그했다.고은서가 슬쩍 보니 사진 속에는 사람 없이 테이블 위에 먹음직스러운 면 한 그릇과 꿀물 한 잔만 놓여 있었다.일부러 그랬는지 소파에 놓인 파란색 셔츠가 찍혔다.고은서에겐 익숙한 옷이다, 곽승재가 오늘 입었던 그 옷.장소도 낯설지 않았다, 백유미가 사는 곳.얼마 지나지 않아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고 고은서가 전화를 받자 성아연의 불쾌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고은서, 무슨 일이야, 내 연락처랑 SNS 다 차단했어? 저번에 있었던 일 때문에 곽승재가 뭐라고 해? 나 혼자 한 일이라고 말하랬잖아. 정 안 되면 나랑 해결책 생각해 보면 되지 왜 혼자 끙끙 앓아!”고은서는 대답하기 싫어 그녀의 다음 말만 기다렸고 역시나 성아연이 덧붙였다.“방금 보낸 사진 그 망할 년이 인스타에 올린 거야. 역겨운 글까지 쓰길래 댓글로 욕했더니 바로
Read more

제48화

...하루를 초조하게 기다린 끝에 드디어 저녁에 민시후 측에서 소식이 들려왔다.“서인수 일로 시끄럽게 됐어요. 만나서 얘기하죠.”“네, 주소 보내줘요.”민시후가 보낸 주소는 술집이었다.매번 프라이빗 클럽 아니면 술집이라 전생에 그가 사업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거둔 걸 몰랐다면 방탕한 노름꾼으로 생각했을 것이다.차를 몰고 술집으로 간 고은서는 2층에 있는 부스에서 민시후를 발견했다.이 순간 술집에는 잔잔한 음악만 흘러나왔고, 2층엔 다른 사람도 없이 방음이 잘 되는 자리에 앉으니 꽤 조용한 느낌이었다.민시후는 긴 다리를 테이블에 얹고 여전히 나른한 표정이지만 주변에는 예쁜 여자들이 없이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었다.테이블에는 술과 차, 과일과 간식 등이 있었고 고은서는 그를 방해하지 않고 알아서 소파에 앉아 매실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좋아, 그렇게 해. 결과 나오면 알려줘.”얼마 지나지 않아 민시후가 전화를 끊었다.“서인수 쪽에서 뭘 알아냈어요?” 고은서가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민시후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고은서에게 서류를 하나 던져주었다.기존에 가지고 있던 정보 외에 서인수에 대한 자세한 인적 사항과 어젯밤 상황까지 담겨 있었다.서인수는 가난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유난히 머리가 좋았고 배운 술 제조법으로 장인의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다.아내와 결혼한 뒤에는 사돈의 재력을 바탕으로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해 나갔다.서인수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보육원과 자선단체에 자주 기부하며 많은 명성을 얻었는데 어제 함께 술을 마시러 온 소녀가 바로 그 보육원 출신이었다.“쓰레기!” 이걸 본 고은서는 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자선의 탈을 쓰고 짐승 같은 짓을 하다니!“일단 욕하지 말고 뒤에 계속 봐요.” 민시후가 의미심장하게 말하자 고은서가 뒤를 펼쳐보니 서인수가 호텔에서 한 여자를 데리고 있는 사진이었다.어제 서인수를 ‘삼촌'이라고 부르던 몸매 좋은 여자였다!“이거 어젯밤에 찍은 건데 왜 그쪽에서 막지 않았죠?”민시후는
Read more

제49화

민시후는 고은서를 향해 피식 웃으며 느긋하게 말했다.“은서 씨, 지금이 절호의 기회예요. 그 사람을 도와주면 명운은 걱정 없다니까요?”“하지만 인성도 저급하고 하는 짓도 악랄한데 이건 투자 은행에 큰 리스크에요. 상장했다가 스캔들이라도 터지면 돈은 어디서 벌어요?”민시후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이었다.“서인수는 평소에도 조심스러운 사람이에요. 안 그랬으면 이런 걸 사람들이 몰랐을 리 없겠죠. 이번 일만 덮으면 다시는 경솔한 행동을 하지 않을 테니 큰 위험은 없죠. 있다고 해도 리스크가 클수록 이익도 크잖아요. 이 바닥에 있으면서 이 정도 위험은 감수해 볼만하잖아요?”민시후의 가벼운 태도에 고은서는 콧방귀를 뀌었다.“그러니까 제 의견은 물어볼 생각도 안 하셨군요.”민시후는 편안한 자세로 고쳐 앉았다.“은서 씨 지금 제가 결과를 알려주고 있잖아요. 지금 충분히 그쪽 존중해주고 있는데.”고은서는 민시후의 나른하고도 장난기 어린 표정을 보며 일이 해결되었음을 알았다.협업을 제안한 이후 민시후는 협업 자체보다는 그녀의 행동에 훨씬 더 관심이 많았고 이제 민시후는 명운을 혼자서 무너뜨릴 수 있게 되었으니 그녀의 존재는 더욱 무의미해졌다.“그렇다면 제 제안은 없던 걸로 하죠. 사업가이긴 하지만 돈을 위해서라면 옳고 그름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닌 줄 알았는데 선이 없는 사람이었네요. 그 정도 인성이면 확실히 같이 일할 필요가 없죠!”말을 마치고 고은서가 자리에서 일어나 떠날 준비를 하는데, 민시후가 그녀를 불렀다.“은서 씨 잠깐만요.”고은서는 무심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고 민시후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정말 이 기회를 포기할 생각이에요? 미래에 합류하지 않고 어떻게 곽승재와 그의 절친 백유미를 상대하려고 그래요?”고은서는 민시후가 자신을 조사하고 자신의 속셈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았다.하지만 민시후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기에 고은서는 냉정하게 말했다.“그쪽이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하늘이 무너져도 살 구멍은
Read more

제50화

민시후는 차갑고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감히 날 가지고 놀았으니 법을 어기더라도 혼내줘야지!”민시후의 세상 무서울 게 없다는 조폭 같은 기세와 가까이 다가오는 경호원들을 보며 고은서는 순간 마음속으로 후회가 밀려왔다.경솔했다. 전생의 경험을 통해 민시후와 협업할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조사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지금 그가 태도를 바꾸어 정말로 납치한다면 어디로 도망가야 하나.곽승재가 그녀를 싫어하는 정도로 봤을 때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을 것 같고 신경 쓴다고 해도 그에게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았다!“피해? 어디 피할 수 있나 보자!”민시후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2층은 민시후가 전부 대관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도움을 청해도 소용이 없었다.“누가 그 여자를 건드려!”고은서가 깨진 술병을 들어 자신의 목을 겨눌지 민시후의 목을 노리는 것이 더 효과적일지 고민하고 있을 때 갑자기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곽승재다!착각일까, 그녀를 보는 순간 곽승재의 눈빛이 걱정으로 번뜩였던 건?“이야, 곽 대표 딱 맞춰 오셨네. 아직 연락도 안 보냈는데 벌써 오셨어.”민시후의 조롱에도 곽승재는 그를 무시하고 긴 다리를 뻗어 고은서의 옆으로 다가가 미간을 찡그리며 물었다.“괜찮아?”고은서는 고개를 저었다.“가자.” 곽승재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고은서에게 같이 가자고 손짓했지만 민시후의 경호원이 두 사람 앞을 막았다.“곽 대표, 상황이 정리되기도 전에 그냥 가려고?” 민시후의 장난기 가득한 표정에 약간의 서늘함이 묻어났고 곽승재의 짙은 눈동자가 그를 싸늘하게 바라보았다.“나도 당신이 내 아내를 납치하려던 이유를 듣고 싶네.”말하는 사이 검은 정장을 입은 건장한 남자 두 명이 민시후 곁으로 다가왔다.수적으로나 힘으로나 민시후 쪽이 분명 열세였다.고은서는 곽승재가 경호원까지 데리고 올 줄은 몰랐다.“곽 대표가 준비를 많이 했네.”민시후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번졌다. “그럼 이 술집 주
Read more
PREV
1
...
34567
...
45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