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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Author: 류한나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08-07 14:00:44
고은서는 곽승재가 평소의 말투와 태도로 돌아온 것을 보고, 그가 자신을 속이려고 술에 취한 척한 거라고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그녀는 너무 화가 나서 곽승재를 뒤로한 채 재빨리 앞으로 걸어갔다.

은은한 향기가 스쳐 지나가며 고은서의 뒷모습은 이미 멀어져 있었다.

곽승재는 육현석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LH그룹 걸프 프로젝트의 협력 제안서 기각.]

그는 육현석의 답장을 기다리지도 않고 휴대폰 전원을 꺼버렸다.

...

보스가 너무 취한 것이 걱정된 주민기는 운전기사와 함께 레스토랑으로 그를 데리러 갔고 운전기사보고 기다리라고 한 뒤 주민기는 고급스러운 방문으로 걸어갔다.

이때 보스는 방의 벤치에 앉아 한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컨디션이 좋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를 부르려던 찰나 고은서가 한 손에 수건을, 다른 한 손에는 무언가 수건 밑으로 감추고 식탁에서 보스 곁으로 다가가는 게 보였다.

주민기는 눈치껏 입을 다물고 고은서가 수건으로 보스의 이마를 부드럽게 닦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고은서의 다정함에 감탄하기도 전에 그녀가 다른 한 손에 있는 물건을 ‘실수로’ 보스의 옷 안쪽에 던지는 것을 보았고, 그 물건이 피부에 닿자 보스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 움직임이 너무 커서 방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모두 그를 바라보았다.

“승재야, 괜찮아?”

사모님 중 한 명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엇, 옷이 왜 젖었어, 바지도...”

여인의 외침에 모두의 시선이 그의 셔츠와 바지에 쏠렸다.

파란색 셔츠에는 젖은 자국이 몇 군데 있었고 바지의 민망한 부분은 흠뻑 젖어 있었다 ...

어처구니없고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모두 암묵적으로 침묵을 선택했다.

그도 바지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얼굴이 새까맣게 상기된 채 차가운 눈빛으로 고은서를 노려보았지만 고은서는 걱정스럽고 긴장된 표정으로 말했다.

“당, 당신 술 정말 많이 마셨나 봐. 그걸... 못 참은 거야?”

그녀는 일부러 민망한 단어를 생략했다.

“그래도 괜찮아, 창피해할 필요 없어!”

고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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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은서, 이게 그렇게 난감해할 문제야?”고은서가 한참 동안 대답이 없자 민시후가 짜증을 내며 물었다.‘비록 어이없는 요구이기는 하지만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선물 가격에는 요구가 있어?”고은서가 다시 확인했다.‘너무 비싸면 주기 싫은데.’“없어. 성의 없는 선물만 아니면 돼. 고은서, 너도 고씨 집안 아가씨잖아. 왜 이렇게 인색하게 구는 거야?”민시후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인색한 게 뭐가 어때서? 전생에 정신병원에 갇혔을 때 손에 돈만 있었으면 그렇게 하찮게 남은 인생을 보내지는 않았을 텐데.’그녀는 이번 생만큼은 돈을 아끼며 살 생각이었다.그런데 이런 말을 민시후한테 함부로 해서는 안 되었다.“알겠어. 내가 진짜 진심을 다해서 널 위한 선물을 준비할게.”“당연히 그래야지.”민시후가 그제야 마음에 든다는 듯 답했다.고은서는 이 틈을 타 원지훈에 관한 얘기를 꺼내면서 자신의 의문스러움을 말했다.그녀가 선물을 준비하겠다고 약속해서일까, 민시후는 아주 흔쾌히 돕겠다고 나섰다.“걱정하지마. 내가 조사해볼게.”고은서는 마음이 한결 놓이는 것 같았다.저녁에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박지연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고은서, 너 민시후한테 남다른 감정 품고 있는 것 같은데.”“남다른 감정?”“문제가 생기면 민시후한테 다 얘기해주잖아. 민시후를 엄청 신임하고 있는 것 같은데.”“사업 파트너로서 서로 신임하는 게 정상이 아니야?”고은서는 약간 어리둥절했다.“곽승재를 이렇게 신임해 본 적 있어? 이 일을 곽승재한테도 알려줄 거야?”“아니!”고은서가 단호하게 부인하며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 곽승재랑 백유미 사이 관계만 생각해도 이런 일을 곽승재한테 얘기할 리가 없잖아. 전에 여러 번 내 편을 들어줬다고 해도 백유미는 여전히 잘살고 있잖아.’“이거 봐. 이렇게 중요한 일을 곽승재한테는 안 알려주면서 민시후 하나만은 엄청 굳게 믿고 있잖아. 이게 남다른 감정을 가지도 있다는 표현이지.”박

  • 어게인, 비긴   제632화

    원지훈이 난감해하며 말했다. “백씨 기업 책임자도 누나랑 같은 생각이에요. 그런데 상대방 측에서 계약서를 수정하지 않으면 위약금을 내더라도 계약을 실행하지 않겠다면서 아무튼 손해를 보는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면서 막무가내로 나오고 있다니까요.”고은서는 이 계약을 이대로 망치는 걸 원치 않았다. 계약이 성사되어야만 백씨 기업을 제대로 무너뜨릴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상대방에서는 대체 왜 그러는 거지?’원지훈은 자신도 모른다면서 요즘 이 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했다. 또 행여나 백유미한테 들키기라도 할까봐 부사장을 함부로 설득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지금 유일한 방법은 직접 상대방을 찾아가서 이러는 원인을 캐내는 거예요. 그래야 일이 쉽게 해결될 수 있어요.”원지훈이 자기 생각을 말했다.틀린 소리는 아니었지만 고은서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내가 더 고려해보고 이틀 후에 정확한 답을 줄게.”“저도 고민 끝에 생각해낸 방법이에요. 상대방이 너무 강하게 나와서 저도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요. 게다가 중요한 건 더 끌다가 백유미한테 들킬까 봐 걱정이에요.”원지훈이 조급해하며 말했다.“저 백씨 가문을 빨리 망가뜨리고 싶어요. 그런데 이번 기회를 잃게 되면 또 다른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잖아요.”“알겠어.”고은서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그녀는 전화를 끊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정말 이 일 때문에 이상하게 군 거라고?’그녀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민시후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민 대표님, 무슨 일이세요?”“고은서, 동물원 수속이 거의 다 완성되었는데 지금 시간 있어? 네 사인이 필요한데 내가 데리러 갈게.”이 일에 관해 고은서는 이미 대책을 생각해냈다.“내가 생각해 봤는데 동물원을 나 혼자 경영하기에는 무리일 것 같아. 그래서 안전하게 ZY 그룹 명의로 하는 건 어때?”고은서가 진심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럼 내가 부담 가질 필요도 없잖아. 행여나 망칠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

  • 어게인, 비긴   제631화

    ‘전에 은혜를 넘보지 말라고 경고한 이후로 쓸데없는 생각은 이미 접은 줄 알았는데 왜 또 구질구질하게 은혜한테 들러붙지 못해 안달이 난 거야?’고은서는 고은혜를 위안하면서 더는 원지훈이랑 애인 연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시끄러우면 그저 무시하라고 말했다.전화를 끊은 후, 고은서는 혼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최근 원지훈이랑 두 번 정도 통화했는데 별로 이상한 점은 느끼지 못했다.백승엽도 해외 전문가한테서 치료를 받는다고 하지만 골든 타임을 놓치는 바람에 기나긴 치료료정을 거치고도 오랫동안 서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아마 남은 인생을 휠체어에서 보내게 될 것이다.백유미는 회사 징벌을 받고 원래 자리는 내놓았지만 여전히 판주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나 범가온 말로는 요즘 별다른 일 없이 조용히 보낸다고 한다.백씨 기업에서 밀고 있는 프로젝트도 아직까지는 흠을 드러내지 않았다.하지만 고은서는 어딘가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원지훈이 예상 밖으로 일을 너무 쉽게 해결하는 것 같은데. 그리고 백유미도 자신을 엿먹인 사람이 민시후라는 걸 알면서도 가만있는다고? 원지훈은 그렇다 쳐도 적어도 나한테는 반격해야 하는 거 아니야?’고은서는 원지훈한테 연락해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원지훈은 한참 지나서야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세요?”고은서는 원지훈이 긴장해 하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누구한테도 꿀리지 않는 뻔뻔한 성격을 가진 그는 고은서와 대화할 때 예의는 지키는 편이었지만 그의 말투로부터 항상 거만함을 느낄 수 있었다.얼마 전에 전화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왜 긴장하고 있는 거지? 찔리는 곳이라도 있나?’고은서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별일은 아니고 너 은혜한테 고백했다며?”“저도 그럴 자격 없는 거 알아요. 그런데 제가 만나본 여자애 중에서 제일 좋은 거 어떡해요. 그저 기회라고 달라고 그런 거예요. 게다가 누나도 저에 관해 거의 꿰뚫고 있잖아요. 저 은혜한테 진짜 진심이에요. 절대 전처럼 이상한 생각 품고 그러는 거 아니란 말이에요.

  • 어게인, 비긴   제630화

    “그래서 나한테 물어보게 있다던 건 뭔데?”고은서가 말했다.“할아버지께서 전에 네 어머니가 엄청 훌륭한 퍼퓨머라고 하시면서 너도 네 어머니 재능을 물려받았다고 하시던데 혹시 비슷한 사례를 들어본 적 있냐 해서. 승연이를 안정시킬 향을 제작해줄 수 있을까?”그러나 고은서는 이런 일을 오늘 처음 듣는 것이었다.퍼퓸 제작도 상응한 난도가 있는 법. 보편적인 커스텀 향수라면 고객들이 말해주는 요구에 따라 시도해보겠지만 곽승연의 상황은 어찌 손을 댈래야 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곽승연 씨에 관해 아는 것도 없고 또 무얼 좋아하는지도 몰라서 약간 곤란할 것 같아.”고은서가 사실대로 말했다.“알겠어.”고은서는 아쉬워하는 곽승재를 보면서 위안해주려고 하다가 이내 타당치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 말을 도로 삼켰다.“별다른 일 없으면 먼저 가볼게.”“응.”고은서는 자신의 차에 올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곽승재는 점점 멀어지는 그녀의 차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다시 전미자 있는 거실로 들어갔다.“은서는 갔어?”전미자의 물음에 곽승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일부러 시간까지 짜내서 돌아와서는 왜 또 그렇게 덤덤하게 구는 거야? 그리고 브로치는 왜 주민기가 보냈다고 거짓말을 한 건데?”전미자는 말을 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할머니, 저한테 아무런 감정도 남지 않았대요. 심지어 제가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싫어해요. 제 모든 행동이 고은서 눈에는 그저 집착일 뿐이라고요.”곽승재가 답했다.“그러니까 전에 잘해주라고 할 때 잘해줄 것이지 그깟 자존심이 뭐라고. 지금 둘 사이가 이렇게 된 게 알고 보면 다 네 탓...어휴.”전미자는 풀이 죽은 곽승재를 보면서 더는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네 아버지가 며칠 전에 사람도 집안도 다 괜찮은 여자애 한 명이 있다고 나한테 널 대신 설득해 달라고 하던데 진짜 더는 기회가 없다 싶으면 한 번 만나봐.”“저 절대 다른 사람이랑 결혼 안 해요! 정략결혼은 더더욱 하지 않을 거고요.”곽승재가 결연한 태

  • 어게인, 비긴   제629화

    고은서가 누군지 고민하고 있을 때 전미자가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내가 쓸데없는 소리를 너무 많이 한 것 같네. 은서야, 승재가 너한테 준 건데 그냥 가져. 아무튼 전에도 선물 한 번 사주지 않았잖아. 그저 너한테 주는 보상이라고 생각해.”그녀의 말에 고은서의 집중력이 흐트러졌다.“아니에요, 할머니. 전에도 많이 받았어요. 액세서리도 포함해서요.”비록 그녀가 직접 산 것들이지만 곽승재의 카드를 긁었으니 어찌 보면 그가 선물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서운에서도 그녀에게 판다 팔찌를 선물한 적이 있다.“하나라도 더 가지면 뭐 어때.”그러나 전미자는 이내 무언갈 알아차리고 그녀에게 물었다.“승재한테 직접 돌려주는 대신 왜 나한테 가져온 거야? 승재가 또 널 화나게 했어?”“아니요. 그저 우리 사이에 이런 귀중한 선물을 받는 게 알맞지 않은 것 같아서요.”고은서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두 사람이 한창 얘기 나누고 있을 때 밖에서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하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은서는 눈살을 찌푸렸다.‘방금 그 엔진 소리 곽승재 차 엔진 소리였어?’그날 저녁 곽승재가 그녀에게 뺨을 맞은 후로 두 사람은 서로 연락하지 않았다.‘이 시간에 할머니 집엔 무슨 일로 찾아온 거지?’그녀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곽승재가 거실로 들어왔다.그는 평소처럼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확실히 다른 남자들과 달리 남다른 매력을 뿜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한없이 차가웠고 고은서를 무시한 채 전미자한테만 인사했다.“할머니.”“너 이 자식! 넌 은서가 안 보여? 인사할 줄도 몰라?”전미가 그를 비난했다.곽승재는 그제서야 고은서를 바라보며 덤덤하게 물었다.“여긴 무슨 일로 온 거야?”“브로치 돌려주러 온 거야. 네 선물 받는 게 난처하대.”전미자가 고은서 대신 대답했다.“넌 선물을 은서한테 직접 줄 것이지 왜 택배를 보내고 난리야.”“저도 잘 몰랐어요. 그냥 경매가 끝난 후 주민기한테 맡겼어요.”전미자는 덤덤한 곽승재를 보면서 순간 말

  • 어게인, 비긴   제628화

    곽승재는 순간 절망에 빠졌다.그는 두 사람 사이가 이대로 끝났다는 걸 차마 받아들일 수 없었다.‘나한테 정말 아무런 감정도 남지 않은 거야?’곽승재는 고은서를 한참 뚫어지라 쳐다보다가 뒤돌아 떠났다....그 후로 거의 두 주일 동안 곽승재는 고은서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민시후도 회사 일로 바삐 보내면서 그녀를 쫓아다니며 성가시게 굴지 않았다.그사이 고은서는 송민아를 데리고 제인 제약 투자 계약서를 완성했고 자세한 부분도 여러 담판을 거쳐 수정했다.이젠 정식으로 사인하고 계약을 체결만 하면 됐다.주인혁은 백주 앰버서더에 관한 계약서를 체결하기 위해 명운에 왔다가 그녀와 함께 밥 먹으러 가자고 약속했다.쌍방은 목적이 아주 명확했고 계약도 순리롭게 체결되었다.고은서는 주인혁과 밥 먹으러 가면서 도아름과 주인혁의 매니저까지 함께 가자고 불렀다.밥 먹을 때 매니저는 요즘 들어 주인혁한테 엄청 많은 요청이 들어온다면서 팬덤도 점점 안정되어 가고 있다고 했다.“한창 상승기라서 스캔들만 나지 않는다면 엄청 대박 날 애예요.”고은서는 매니저의 뜻을 단번에 알아차렸다.자선 파티 때 주인혁이 그녀를 엄청 많이 챙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녀가 사준 정장까지 입었는데 매니저도 은근슬쩍 눈치를 챈 모양인 것 같았다.그는 행여나 두 사람에 관한 스캔들이 날까 봐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저도 주인혁이 자신의 꿈을 꼭 실현할 거라고 믿고 있어요. 게다가 머리도 좋아서 사리 분별도 잘할 거예요.”고은서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주인혁은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입술을 달싹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꼭 정상에 오르겠다고 약속했다.“지키고 싶은 사람을 지킬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할게요.”레스토랑에서 나오면서 도아름이 고은서를 보며 장난삼아 입을 열었다.“은서 씨, 저 남자애가 지키고 싶다고 한 사람이 은서 씨 맞죠?”고은서도 주인혁이 자신에게 남다른 감정을 품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전에 한 번 도와줬었는데 그 일로 제 이미지에 오해가 생긴 것 같아요.

  • 어게인, 비긴   제627화

    밖에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곽승재였다.고은서는 별로 놀랍지 않았다.‘딱 봐도 민시후에 관해 물으려고 찾아온 거겠지.’그러나 고은서는 곽승재에게 자신의 개인적인 일까지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그녀는 모르는 척 그를 무시할 생각이었다.그러나 곽승재는 이내 초인종 대신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이웃 사람들이 소음 소리를 참지 못하고 신고를 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관리 인원이 찾아와서 그를 제지했다.그러나 곽승재는 일부러 그들 앞에서 불쌍한 척했다.“제 아내가 저한테 화나서 저를 쫓아냈거든요.”그의 속임수에 넘어간 관리 인원들은 그 대신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사모님, 대화로 푸시고 얼른 문 여세요. 이웃 주민들도 휴식해야지 않겠습니까.”고은서는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었다.문밖에는 아파트 관리 인원 두 명과 셔츠만 입은 채 외투를 손에 들고 있는 곽승재가 서 있었다.곽승재는 피곤한 기색을 하고 서 있었는데 턱에 있는 상처까지 더하니 얼핏 보면 진짜 아내랑 싸우다 집에서 쫓겨난 남편 같았다.‘밥 먹을 때까진 괜찮더니 아까 아파트 단지 밑에서 둘이 또 싸운 거야?’“제 남편 아니에요. 일을 처리하기 전에 먼저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게 우선이 아닌가요? 그리고 보안 좀 강화하세요. 아무 사람이나 함부로 막 들여서 되겠어요?”고은서가 관리 인원들을 향해 말했다.관리 인원 두 명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민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먼저 가보세요. 제가 담당자한테 얘기해 놓을게요.”원래도 곽승재를 보자마자 그의 범상치 않은 기품에 주눅이 들었던 관리 인원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내가 아주 확실하게 말한 것 같은데. 날 다신 찾아오지 말라고.”고은서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고은서, 너 정말 민시후 좋아하는 거야?”곽승재가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역시나 또 민시후였어.’“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고은서가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우린 이미 이혼한 사이야. 내가 누구랑 결혼하든...우읍!”그러나

  • 어게인, 비긴   제626화

    민시후가 진심 어린 말투로 말하면서 약간 억울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고은서는 순간 자신이 너무 심했나 하는 생각까지 들면서 마음이 약해졌다.‘송민아와의 약혼을 무효로 하면서 각종 시끄러운 일이 생긴 게 알고 보면 내 탓도 있는데.’“민시후, 나...”“쯧, 고은서, 이거 봐. 끝내는 나랑 말을 걸 거면서.”민시후가 장난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민시후, 너 진짜!”고은서는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그의 가슴을 때렸다.한때 격투기를 배웠는지라 주먹의 힘이 꽤 셌는데 그녀는 민시후가 당연히 피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녀의 예상과 달리 민시후는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았다.“너 괜찮아?”고은서가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아직도 화 안 풀렸어?”민시후가 고개를 들고 그녀를 바라보며 힘 빠진 목소리로 되물었다.고은서는 약간 어이가 없었다.“제발 이상한 짓 좀 그만해.”“고은서, 왜 자꾸 내가 장난친다고만 생각하는 거야? 편견 버리고 나 좋아해 주면 안 돼?”민시후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너...”“은서야!”바로 이때, 곽승재의 부름 소리가 들려왔다.그는 성큼성큼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곽승재가 찾아온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은서는 더는 그를 상대하기 싫었다.“얼른 돌아가.”그녀는 민시후한테 한마디만 남기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곽승재가 그녀를 따라가려고 할 때 민시후가 그의 앞에 막아섰다.“곽승재, 고은서가 널 싫어하는 거 몰라서 이러는 거야? 이미 이혼한 주제에 그만 좀 집착해.”“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곽승재의 얼굴빛이 순간 차가워졌다.“적어도 고은서는 날 싫어하지 않고 나와 가까이 지내는 걸 꺼려하지 않...스읍!”민시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곽승재의 주먹이 먼저 날려왔다.곽승재는 방금전에 민시후가 룸에서 고은서한테 자신에게 기대라 할 때부터 그를 패고 싶었다.그런데 고은서를 향해 아양을 떠는 것도 모자라 이젠 그한테 시비까지 걸다니.

  • 어게인, 비긴   제625화

    고은서는 민시후와 곽승재가 건넨 음식을 먹는 대신 야채를 집으며 입을 열었다.“내가 알아서 먹을 테니까 신경 쓰지 마.”민시후는 살짝 불만을 표했다.“고은서, 처음으로 여자한테 이렇게 다정하게 대하는데 기회조차 주지 않는 거야?”고은서는 민시후를 향해 눈을 흘겼다.그러자 민시후는 금방 태도를 바꿨다.“알았어. 알았어. 그만할 테니까 많이 먹어.”곽승재는 입술을 짓씹으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민시현은 그 장면을 지켜보며 무표정하게 식사를 이어 나갔다.식사가 끝날 때까지 민시현은 민시후와 그녀의 사이를 묻지 않았다.고은서는 민시현이 이미 그녀의 상황을 알아보고 민시후와의 관계도 얼마간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오늘 이 자리는 커플이라고 생각되는 우리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하는게 아니라 우회적으로 민시후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경고하는 자리네.’어차피 정말 민시후와 사귀는 사이가 아니었기에 민시현이 어떤 행동을 하던 고은서는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식사가 끝나자 고은서는 자신의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하며 일어섰는데 종업원이 따뜻한 차를 내왔다.민시현이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은서 씨, 시간도 아직 이른데 차 한 잔 하시면서 입가심하시죠.”“됐어! 그만 해! 저녁 내내 가면 쓰고 있는 거 답답하지도 않아?”고은서가 뭐라 하기도 전에 민시후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민시현,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어. 그냥 고은서랑 곽승재 사이를 나한테 다시 상기시켜 주고 싶었던 거잖아. 미리 얘기하는데 난 그런 것들 신경 안 써. 나는 고은서가 좋아.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나랑은 상관없어.”“너!”하지만 민시후는 민시현이 뭐라 할 틈도 주지 않고 고은서의 가방을 들고 입을 열었다.“가자.”건물 밖으로 나와 신선한 공기를 맡으니 고은서는 숨이 조금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이번 식사는 정말 숨 막힐 뻔했다.“배 안 불렀지? 네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다시 먹으러 갈까?” 민시후가 차 문을 열며 물었다.“배불러!”고은서가 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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