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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류한나
“펜 이리 줘요.”

“대표님, 거래처 분들이 계약 체결하려고 기다리고 계십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주민기가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는 GS 그룹에서 오랫동안 논의해온 중요한 협력 건이었는데, 자칫 고은서 때문에 망칠 뻔했다.

곽승재는 고은서를 무시하고 주민기와 함께 급히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

“곽승재!”

고은서가 뒤쫓아갔다.

“저 여자 끌어내.”

곽승재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경호원들이 고은서를 에워쌌다.

고은서는 곽승재가 워커홀릭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바빠지기 시작하면 오늘은 이혼하기 글렀기에 일방적으로 밀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

“내일 오전 9시, 구청에서 봐!”

곽승재는 무표정한 얼굴로 이미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라타 쌩하니 떠났다.

대체 간다는 건가? 만다는 건가?

하루빨리 그녀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곽승재라면 무조건 올 텐데...

이런 생각에 고은서는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곧이어 별장으로 돌아와 오랜만에 메일에 접속했다.

메일함에는 여러 투자은행에서 보낸 채용 제의가 들어 있었는데, 예전처럼 바로 메일을 삭제하는 대신 하나씩 클릭해 봤다.

그러나 전부 기한이 지난 메일로 심지어 난다긴다하는 금융권 엘리트들이 앞다투어 입사하고 싶어 하는 유명한 투자은행도 있었다.

정작 그녀는 쓰레기 같은 곽승재의 시중을 들어주기 위해 이렇게 좋은 기회를 제 발로 뻥 걷어차지 않았는가?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땅을 치고 후회할 지경이었다.

따라서 이번 생에는 반드시 계획을 잘 세워서 절대로 남자에게 정신이 팔려 삶을 망치는 일이 없도록 다짐했다.

몇 군데에 이력서를 제출하고 나서 내일이면 곽승재와 이혼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고은서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내 PC 전원을 끄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혼 절차를 밟으면 곧바로 떠날 작정이다.

한창 열심히 짐을 싸고 있을 때 이미숙이 걸어 들어왔다.

“사모님, 짐을 왜 싸는 거죠? 여행 가시게요?”

이미숙은 곽승재가 임시 고용한 도우미로 혹시라도 두 사람의 상황을 전미자에게 보고하는 불상사를 막으려고 일부러 본가의 도우미를 들이지 않았다.

비록 전생의 고은서는 성질도 까다롭고, 툭하면 소란을 피웠지만 이미숙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케어해주었다.

단지 이미숙이 백유미에게 매수당했다는 친한 친구의 말을 듣고 철석같이 믿은 바람에 태클 건 적이 꽤 있었다.

“아줌마, 저 내일부터 나가서 살 거예요.”

고은서는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그동안 저한테 맞춰 주느라 마음고생이 많으셨을 텐데 부디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세요.”

이미숙은 깜짝 놀랐다. 늘 불평불만하고 의심과 짜증이 끊이질 않던 사모님이 차분한 모습으로 사과까지 한다니?

그날 2층에서 뛰어내리고 나서 깨어난 이후로 그녀는 180도 달라진 것 같았다.

“아닙니다, 사모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런데 왜 갑자기 이사하신다는 거예요?”

고은서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곽승재와 이혼할 생각이거든요. 내일 이혼하러 가려고요.”

이미숙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비록 그녀를 돌본 지 1년도 채 안 되었지만, 도련님에 대한 사모님의 마음이 어떤지 그 누구보다 잘 알았다.

무려 도련님의 환심을 사기 위해 매일매일 머리를 쥐어짜 내며 고민하는 사람이지 않은가?

그가 그림을 좋아한다고 하면 집에 명화를 가득 걸어놓았고, 책을 즐겨 본다고 하면 위층 아래층 가리지 않고 심지어 온실마저 책을 수두룩하게 진열했다.

또한, 먹고 입고 쓰는 것도 전부 도련님의 취향이 반영되었는데 그런 분이 지금 이혼한다니?

“사모님에게 오로지 도련님뿐이었잖아요. 왜 갑자기 이혼하고 싶으신데요?”

이미숙은 당최 이해가 안 갔다.

고은서가 피식 웃었다.

“이렇게 했는데도 마음을 얻지 못했으니 포기하려고요. 그래서 그냥 놓아주기로 했어요.”

그래도 납득이 안 가는 듯 한마디 보태려던 찰나, 복도에 서 있는 곽승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도련님, 오셨어요? 식사는 하셨나요? 얼른 준비해드릴게요.”

곽승재가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서류 가지러 와서 금방 갈 거예요.”

말을 마치고 나서 서재로 향하려는 순간 고은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잠깐.”

이미숙이 서둘러 말했다.

“도련님, 사모님, 그럼 얘기 나누세요.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

이미숙이 떠난 뒤 곽승재는 싸늘한 표정으로 고은서를 바라보았다.

“나 바빠, 쓸데없는 일이면 혼날 줄 알아.”

“걱정하지 마. 나도 바쁘거든? 너랑 실랑이할 시간 없어.”

고은서는 물건이 가득 쌓인 테이블 위에서 이혼협의서를 꺼내 곽승재에게 다가갔다.

“1분만 지체할게. 여기 사인하면 내일 그냥 구청 가서 확인서만 받아오면 돼.”

곽승재는 고은서를 힐긋 쳐다보았다.

방금 2층으로 올라오면서 마침 이미숙이 고은서에게 왜 이혼하냐고 묻는 말을 듣게 되었다.

사실 고은서가 절대 이혼하지 않을 거로 확신했지만, 마음을 얻지 못해 포기했다는 대답과 유난히 홀가분한 말투는 절대로 연기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이혼협의서를 들고 있는 고은서의 생얼은 잔잔한 호수처럼 차분했고, 박시한 옷차림도 캐주얼한 느낌이라 그동안의 세련되고 완벽한 이미지와 사뭇 달랐다.

설마 진짜 마음을 접었단 말인가?

협의서의 내용은 매우 간단했다. 한 마디로 아무것도 필요 없고 빈털터리 신세로 곽씨 일가에서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맨 아래에는 그녀의 정교한 사인이 적혀 있었다.

“문제없으면 얼른 사인해.”

고은서가 재촉했다.

곽승재의 칠흑 같은 눈동자가 다시 그녀에게로 향했다.

“정말 이혼할 의향 있는 거야?”

“당연하지, 빠르면 빠를수록 좋고.”

고은서가 물었다.

“펜 있어? 없으면 가져다줄게.”

곽승재는 대답하는 대신 이혼협의서를 고은서에게 건넸다.

“왜 그래? 뭐가 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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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시은은 흰색 운동복을 벗고 귀여운 스타일의 치마를 입고 있었고 덕분에 한층 더 상큼하고 사랑스러워 보였다.곽승재를 본 여시은은 다소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곽 대표님, 은서 씨 보러 오신 건가요?”“은서 씨에게 이렇게 잘해주시다니! 오후에 회의가 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이 시간에 여기에... 회의가 아직 끝나지 않으셨을 텐데요?”곽승재는 여시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고은서를 보며 말했다.“돌아갈 때 내가 태워 줄까?”“괜찮아.”고은서가 정중히 거절하며 대답했다.“고객과 저녁 약속이 있어서 그럼 이만.”곽승재는 계속 시간을 확인하는 고은서를 보며 더 이상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알았어. 그럼 조심해서 가.”곽승재가 다정하게 말했다.그의 다정함에 고은서는 약간 어색함을 느끼며 그를 무시한 채 여시은에게 간단히 인사하고 탈의실로 향했다.곽승재의 시선이 여전히 고은서의 뒷모습을 따라가고 있는 걸 발견하고 여시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곽 대표님, 이렇게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으시니 은서 씨도 언젠가는 감동할 거예요.”곽승재는 말없이 조용히 있었다. 사실, 고은서가 예전처럼 그를 완전히 거부하지는 않지만 그녀가 아직 감동할 정도는 아닌 듯했다.여시은이 쑥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아버지께 두 가문의 협력 문제를 해결하자고 말씀드렸어요. 그런데 아버지는 저를 놀리시면서 ‘너랑 곽씨 가문이 무슨 관계가 있냐? 왜 그렇게 급하게 도와주려 하느냐?’고 하셨어요.”여시은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아버지는 또 곽씨 가문이 해성에서나 국내에서나 저희 집안보다 실력이 부족하지 않다고 하시면서 제가 이런 일에 신경 쓸 필요 없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말인데요, 곽 대표님...”여시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곽승재는 급하게 핸드폰을 열었다.“은서야, 무슨 일이야?”상대방의 말에 곽승재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알았어. 기다릴게.”그 뒤, 곽승재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여시은을 바라보며 물었다.“죄송해요. 방금 저한테 뭐라고 하셨죠?

  • 어게인, 비긴   제821화

    고은서는 이상하다고 느꼈다.‘건장한 중년 남자가 골프 같은 가벼운 운동을 하면서 어떻게 다칠 수 있을까?’사람들에게 물어본 후, 고은서는 남자가 탄 골프카트에 문제가 생겨 운전 중 갑자기 밑에 있는 인공 호수로 돌진했다고 알게 되었다.중년 남자는 차가 부딪치는 충격으로 머리와 다리가 꽤 심하게 다친 것으로 보였다.유명하고 오래된 골프장이라 이런 사고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제기하며 골프장의 안전성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고은서는 중년 남자의 부상에 대해 계속해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어딘가 모르게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정확히 무엇이 이상한지 꼬집을 수 없었다.직원들은 현장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고 고은서는 식사 시간이 다가오자 고객들에게 저녁을 제안했다.고객은 초대를 거절하지 않았고 고은서를 따라 골프카트를 타고 잔디밭을 떠나 휴게실로 돌아갔다.고은서가 휴대폰을 꺼내자 마침 게임 회사 대표가 전화를 걸어왔다.그녀는 직원에게 고객을 남자 탈의실로 안내하라고 눈짓하고 송민아와 다른 직원들은 여자 탈의실로 갔다.고은서는 전화를 받자 게임 회사에서는 고은서와 유일 투자은행이 사기꾼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협력하고 싶다는 흥분된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고은서는 상대방에게 게임 프로젝트에 관한 상세한 보고서와 투자 예상 금액 등을 검토한 후 나중에 세부 사항을 논의하자고 말했다.상대방은 기쁜 마음으로 최대한 빨리 보고서를 완성하겠다고 약속했다.“은서야.”전화를 마친 후,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고은서가 고개를 돌리니 곽승재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그는 정장과 넥타이를 잘 갖춰 입고 마치 중요한 자리를 마친 듯한 모습이었다.“괜찮아?”곽승재가 급하게 고은서를 살폈고 그녀는 의아해하며 말했다.“괜찮아. 왜 그렇게 물어?”곽승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골프카가 고장 나서 다친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네가 전화를 안 받아서 혹시 다친 건 아닌지 걱정했어.”고은서는 휴대

  • 어게인, 비긴   제820화

    고은서는 옅게 미소 지으며 여시은과 더 깊이 이야기하지 않고 대신 여재훈을 데려와 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했다.여재훈이 참석한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유일 투자은행의 실력을 다시금 평가하게 되었고 개업식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이제 몇 개의 프로젝트만 더 따낸다면 유일 투자은행은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터였다.여시은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친구잖아요. 도울 수 있는 일이면 당연히 도와야죠! 아빠도 마침 시간 되길래 같이 가자고 했어요.”이야기를 나누던 중 여시은의 전화가 울렸다.전화를 받은 그녀는 상대방의 말을 듣고는 기뻐하며 말했다.“정말 다행이에요.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 며칠 더 쉬게 한 후에 제가 데리러 갈게요.”통화를 마친 여시은은 먼저 고은서에게 쿠아가 다쳤다는 사실을 설명했다.“며칠 전 쿠아가 위층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앞다리가 골절되고 이빨도 하나 부러졌어요. 방금 수의사가 추가 검진을 마치고 다친 다리도 붕대로 잘 감싸 놓았다고 연락하셨어요.”말을 마친 여시은은 쿠아가 다쳤을 때의 사진을 보여주었다.사진 속 쿠아는 대리석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입 주변에 핏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엉망이 된 털, 몸을 웅크린 앞발, 반쯤 감긴 눈에는 공포와 경계심이 가득 차 있었다.고은서는 사진만 봐도 얼마나 심하게 다쳤는지 느껴져서 가슴이 아팠다.“은서 씨 개업식 날 저녁에 떨어졌어요. 제가 그날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르실 거예요.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데요. 다행히 좋은 소식을 듣게 되었어요.”여시은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쿠아가 그렇게 말썽꾸러기였어요?”고은서가 의아해하며 물었다.그녀도 쿠아를 여러 번 안아봤지만 쿠아는 겁이 많고 심지어 낯을 가리는 편이었다.‘그런 녀석이 활발하게 뛰어다니다가 위층에서 떨어졌다고? 고양이들은 유연성이 좋아서 웬만해선 크게 다칠 일이 없을 텐데...’여시은이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제가 너무 오냐오냐 키운 탓이죠. 미리 케이지에 넣어놔

  • 어게인, 비긴   제819화

    여재훈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중년 남자는 다시 한번 감탄하며 말했다.“특히 이 눈썹과 눈매. 마치 똑같은 틀에서 찍어낸 것 같네.”고은서는 여재훈의 날카로운 눈매를 바라보았다.그는 이미 중년이 되었지만 전혀 나이 들어 보이지 않았고 여전히 이목구비에서 강한 기품이 느껴졌다. 젊었을 때는 분명 완벽한 미남이었을 것이다.자신도 외모가 나쁜 편은 아니지만 두 사람을 부녀로 착각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고은서가 당황해하며 해명하려던 찰나 앞쪽에서 되돌아오는 여시은이 보였다.아마도 중년 남자의 말을 들었는지 여시은의 얼굴이 잠깐 굳어진 듯했다.“장 대표, 내 딸은 저쪽에 있네.”여재훈이 여시은을 바라보며 손짓했다.여시은은 발걸음을 빠르게 옮기며 늘 그렇듯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아빠!”여재훈이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소개했다.“전에 말한 적 있지? 한라 그룹 장 대표야. 조금 늦게 왔어.”여시은이 달콤한 목소리로 인사했다.“아저씨, 안녕하세요.”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깨달은 장우현은 머쓱한 듯 웃으며 말했다.“아하! 여기가 우리 조카였네. 내가 착각했어. 우리 조카 정말 사랑스럽고 귀엽네. 분위기만 봐도 명문가 아가씨라는 게 티 나네.”여시은도 웃으며 말했다.“제가 엄마를 더 닮았어요. 아저씨는 전에 저를 만난 적이 없으니 착각하실 만도 하죠.”그러고는 다정하게 고은서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여기는 제 친구예요. 은서 씨는 능력 있는 친구예요. 직접 투자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아저씨도 관련된 업무 있으시면 많이 도와주셔야 해요.”장우현이 호쾌하게 웃으며 답했다.“그럼, 그럼. 조카의 친구인데 당연히 잘 챙겨야지.”그렇게 답한 장우현은 실수한 것을 만회하려는 듯 여시은을 한참 동안 칭찬했다.“아저씨, 아빠랑 가서 라운딩하세요. 아버님도 저쪽에 계세요.”여시은은 다시 환하게 웃으며 여재훈을 향해 말했다.“아빠, 저는 은서 씨랑 얘기 좀 나눌 테니까 아빠는 가서 아버님이랑 있어 주세요.”여재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 어게인, 비긴   제818화

    고은서가 먼저 투자의사를 비추자 상대방은 당연히 기쁜 표정을 지었지만 동시에 몇 가지 의문도 품고 있었다.두 사람은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고 다음에 다시 만나서 다음 단계를 논의하기로 약속했다.명운 주류의 상장 일정이 확정되고 판매 상황도 안정적이었다.상장만 하면 도아름의 가치는 더욱 상승할 것이 분명했다.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도아름에게 아첨하려고 했고 그녀가 유일 투자은행에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교육 관련 프로젝트를 소개해 주었다.교육 관련 프로젝트는 상당히 성숙한 분야 이를 추진하려는 회사들도 많았기에 좋은 프로젝트로 평가받았다.고은서는 도아름에게 연락처를 받은 후 대표와 골프장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오후가 되어 고은서는 송민아와 전문 투자 분석가와 함께 해성에 있는 유명한 골프장으로 향했다.만나자마자 양측은 간단한 인사를 나누며 형식적인 대화를 했다. 많은 사람들이 협력을 요청했었는지 상대방은 고은서가 생각한 것보다 더 차가운 태도를 보였고 그들이 새로 시작한 회사라는 사실을 알자 협력 의사가 전혀 없는 듯해 보였다.이미 여기까지 왔으니 그냥 돌아갈 수는 없었다.고은서는 상대방이 골프를 좋아한다는 점을 알아차리고 비즈니스 이야기는 잠시 미뤄두고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고은서도 골프를 할 줄 알았지만 오랜만이라 약간 서툴렀다.송민아는 자진해서 골프를 잘한다며 몇 게임 함께 치자고 제안했다.상대방도 좋아하는 일에 마음을 열고 함께 골프 코스로 향했다.“우와, 내가 이겼어!”그때 멀리서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은서가 고개를 들어 보니 역시나 여시은이 있었다.그녀는 흰색 골프복을 입고 흰색 장갑을 끼고 기뻐하며 골프채를 휘두르고 있었다.“은서 씨!”여시은도 그녀를 발견하고 반가운 목소리로 인사했다.여시은이 유일 투자은행 개업식에 여재훈을 데리고 왔다는 생각에 고은서는 감사 인사를 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은서는 송민아와 고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여시은에게 다가갔다.고은서가

  • 어게인, 비긴   제817화

    고은서는 잠시 생각한 후 거절했다.“고맙지만 매일 해야 할 일이 많아서 돌볼 시간이 없을 것 같네.”곽승재가 차분히 답했다.“그럼 아주머니가 계속 여기 남아서 돌봐주면 되겠네.”고은서가 고개를 저었다.“좋아한다고 해서 꼭 소유해야 하는 건 아니야. 그냥 가끔 보는 걸로 만족할게.”곽승재는 더 이상 설득하지 않았다.이미숙이 차를 가져와 고은서와 곽승재에게 각각 한 잔씩 건넸다.고은서는 작은 고양이를 쓰다듬으면서 이미숙에게 말했다.“며칠 동안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다 나았으니 짐 정리하셔서 승재랑 예원 별장으로 돌아가셔도 돼요.”그 말을 들은 이미숙이 급히 말했다.“사모님, 저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예원 별장에는 이미 가정부가 많이 있어서 제가 없어도 괜찮아요. 예전에도 말씀하셨잖아요. 같이 나와서 돌봐달라고. 저 여기 남아도 괜찮을까요?”고은서는 예원 별장을 나오기 전 이미숙을 설득한 적이 있었다.그녀는 신중하고 음식도 잘하고 나쁜 습관도 없었다.하지만 이미숙은 그녀가 곽승재를 사랑한 과거에 대하여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지금에 와서 집에 남긴다면 두 사람을 화해시키려고 노력할 것이고 어쩌면 그녀의 행방을 곽승재에게 이를지도 몰랐다.“네 일정 알기는 쉬워. 아주머니가 아니더라도 알아낼 방법은 많아.”고은서의 생각을 눈치챈 곽승재가 담담히 말했다.“잘 생각해 봐. 아주머니를 남기고 싶으면 앞으로 네가 월급을 주면 돼. 주 비서에게 계약 해지 하라고 통보할게.”곽승재는 공사를 구분해서 말했다.“사모님, 사모님과 지연 아가씨 두 분 모두 출근해야 하잖아요. 스스로 돌보기도 어려우니 제가 남으면 두 분 잘 도와드릴 수 있어요.”이미숙의 말에 고은서도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지금까지 밥은 항상 박지연이 하고 있어 그녀도 부담스러운 참이었다.적당한 가정부를 찾고 싶었던 차에 이미숙이 자발적으로 남고 싶다고 하니 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그럼 아주머니가 수고해 주세요.”“감사합니다. 사모님!”이미숙은 기뻐

  • 어게인, 비긴   제816화

    곽승재가 태연히 답했다.“목적지가 같은 데 왜 같이 안 가? 너랑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 있잖아.”고은서는 말문이 막혔다.결국 운전대는 곽승재의 손으로 넘어갔다.그가 내세운 이유는 고은서가 하루 종일 피곤하게 돌아다녔으니 휴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여기서 운전하는 건 피로 운전이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했다.차에 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고은서는 주인혁의 연락을 받았다.주인혁이 명운의 광고 모델로 활동하고 나서 두 사람의 연락은 줄어들었다.주인혁의 매니저가 좋은 배역을 따내 촬영에 들어갔기 때문이었다.전생에서 주인혁은 가요계에서만 발전하고 영화계거나 드라마계에는 들어가지 않았었다.하지만 이번 생에서는 왜 마음을 바꿨는지는 몰라도 고은서는 그를 응원했다.“인혁 씨, 촬영은 다 끝났어요?”고은서가 물었다.“아니요. 아직 촬영 중이에요.”주인혁의 목소리는 여전히 맑고 부드러웠다.“누나, 오늘 회사 개업했다면서요? 죄송해요. 이제야 소식을 들어서 축하 화환도 보내지 못했네요.”고은서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말했다.“괜찮아요. 촬영이 중요하죠.”“며칠 뒤에 해성에 돌아가는데 밥이라도 한 끼 살게요.”고은서가 장난스럽게 답했다.“팬도 많은 가요계 왕자인데 함부로 밥을 어떻게 먹어요. 혹시나 팬들에게 사진이라도 찍히는 날에는 팬들이 저를 괴롭힐지도 몰라요.”“누나, 놀리지 마세요. 노래하고 연기하는 것도 직업일 뿐이에요. 사생활까지 다 빼앗길 순 없죠.”주인혁은 마음이 급했다.고은서가 웃으며 답했다.“농담이에요. 촬영 잘하고 해성으로 오면 연락해요.”“네.”주인혁은 전화를 끊기 아쉬운 듯 다시 말했다.“누나, 바빠도 몸 잘 챙기세요. 너무 무리하지 마요.”“내가 누나인데 그런 건 동생이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고은서가 장난스럽게 답했다.“걱정하지 마요. 신경 쓸게요.”주인혁이 잠시 멈칫하여 말했다.“누나, 지금은 제가 크게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그래요. 인혁 씨도 몸 잘 챙겨요.”전화를

  • 어게인, 비긴   제815화

    곽승재는 고은서를 바라보며 속에 있는 실망감을 감추며 차분하게 말했다.“은서야, 널 돕는 건 시간 낭비가 아니야.”고은서는 갑자기 짜증 내며 답했다.“곽승재, 정말 이럴 필요 없어. 난 당신한테 감정이 식었어.”곽승재는 잠시 침묵한 후 단호하게 말했다“알아. 네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말했잖아. 네 결정에도 간섭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너를 좋아하고 널 위해 움직이는 건 내 선택이고 내 권리야. 그걸 네가 막을 수는 없어.”고은서는 말로 다 하지 못할 느낌을 받았다.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곽승재는 근처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주문했는데 직원들은 음식을 보고 고은서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대표님 정말 통이 크시네.”직원들은 모두 큰 책상에 둘러 앉아 함께 음식을 먹기 시작했고 곽승재도 자연스럽게 그들 사이에 앉았다.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곽승재를 알고 있었고 고은서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고은서 옆자리를 그에게 양보했다.곽승재는 고은서가 좋아하는 음식을 집어주며 말했다.“많이 먹어. 요즘 살이 많이 빠졌더라.”고은서가 그를 경고하듯이 바라보자 곽승재는 더 이상 음식을 집지 않고 대신 고은서에게 물과 휴지를 건넸다.“대표님, 곽 대표님 정말 다정하시네요.”한 직원이 부러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두 분 정말 너무 보기 좋으세요. 저도 모르게 응원하게 되네요.”곽승재의 외모도 자신감 있는 분위기는 다른 사람들이 다가가기 어렵게 했다.하지만 그런 사람이 고은서에게 다정한 모습을 보이자 사람들은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고은서가 말한 여직원을 바라보며 말했다.“보는 사람마다 응원하다가는 큰코다칠 거예요.”“몰라요. 너무 보기 좋은 걸 어떡해요! 곽 대표님, 힘내세요! 저희가 열심히 응원해 드릴게요.”곽승재는 고은서를 향해 말했다.“노력할게요.”“와!”곽승재의 대답에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고은서의 반응을 기대했다.“다들 그만 떠들고 밥이나 먹어요.”고은서는 직원들의 호들갑을

  • 어게인, 비긴   제814화

    고은서가 회의실에 도착했을 때 곽승재는 여전히 소파에 앉아 있었다.그러나 그는 소파 등받이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고 손에는 처리하지 못한 메시지가 담긴 스마트폰을 쥐고 있었다.그의 얼굴은 고된 일정을 나타내듯 미간은 찌푸려지고 얼굴에는 짙은 피로감이 묻어 있었다.고은서는 육현석에게서 곽승재가 제인 제약 프로젝트로 인해 주주들의 압박을 받고 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GS 그룹 다음 분기 실적의 상승을 약속했다고 들었다.그로 인해 최근 거의 매일 같이 야근하고 있다고 했다.“은서야, 볼일은 다 끝났어?”고은서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중 곽승재가 눈을 떴다.시선이 마주치자 곽승재의 검은 눈동자에 또렷한 눈이 반짝였고 목소리에는 낮고 유혹적인 톤이 섞여 있었다.고은서가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왜 아직 안 갔어? 할 말이라도 있어?”“저녁 안 먹었지? 옆에 가서 뭐라도 좀 먹을래?”곽승재가 소파에서 일어나며 제안했다.고은서도 저녁을 먹지 않았지만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 있어 밖에 나갈 시간이 없었다.“괜찮아. 배 안 고파.”하지만 곽승재는 굽히지 않았다.“그럼 음식 좀 배달시킬게.”곽승재는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음식을 많이 보내라고 지시했다.“직원들도 아직 저녁 못 먹었을 거 아니야. 다 같이 먹자.”곽승재가 말을 덧붙였다.고은서는 이미 주문된 음식이었으므로 더 이상 거절하지 않았다.“얼마야? 송금해 줄게.”곽승재가 깊은 눈동자로 고은서를 바라보며 말했다.“은서야, 나랑 그렇게 내외하지 않아도 돼.”“나눌 건 나눠야지. 우리가 무슨 가까운 사이도 아닌데 네게 빚질 수는 없잖아.”곽승재는 고은서의 목소리에서 불쾌함과 짜증을 느꼈다.하지만 곽승재는 화내지 않고 오히려 그게 좋은 신호라 생각했다.그는 고은서가 그에게 무관심하고 냉정하게 반응하는 것보다 차라리 이 정도 불만을 가지는 것이 더 나았다고 느꼈다.하여 곽승재는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현금으로 줘. 지난번에 준 치료비랑 합쳐서 적금하면 되겠다.”고은서는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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