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설아는 꿈을 꾸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어떻게 이런 우연이?오남준으로부터 들은 천도준과 은행에서 만난 천도준은 전혀 일치하지 않았다.그런데 하필 차갑고 준수한 얼굴이 바로 그녀가 알고 있는 그 천도준이 맞았다.자존심을 버린 그날 밤, 침대에 함께 있었던 남자가 바로 눈앞의 이 남자다.“아, 맞다. 지금 완전 빈털터리죠?”오남준은 눈치 없이 계속 떠들어댔다.“아쉽네. 내 말대로 죽어가는 엄마 하루라도 빨리 보내줬더라면 우리 누나와 이혼까진 가지 않았을 텐데...... 결국 엄마도 못 살리고 돈도 잃고, 꼴 좋네.”주먹을 꽉 쥔 천도준의 손등에 선명하게 핏줄이 섰다.오남미와 결혼한 뒤, 워낙 자기 집안만 맴도는 오남미 때문에 천도준은 한 번도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다.겨우 3년 만에 건설회사의 부장이 되어서 벌어들이는 족족 오남미 집안에 퍼다 주었건만, 그들은 여전히 천도준을 하찮게 여겼다.예전에는 오남미를 위해 참아왔지만 이제는 참을 이유가 없다.“설아야, 빨리 와서 봐봐. 이 사람이 바로 궁상맞은 내 전 매형이야.”오남준은 오만한 표정으로 뒤돌아서 손을 흔들었다.천도준은 차 안의 임설아를 힐끗 보더니 주먹에 힘을 풀었다.이 순간 모든 화가 가시고 웃음만 나왔다.궁상맞은 전 매형?천도준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오남준을 바라봤다. 왠지 짠해지는 기분이다.임설아는 쭈뼛거리며 차에서 내리더니 시선은 오남준을 지나쳐 천도준에게로 향했다.천도준의 웃음기에 임설아는 얼굴이 빨개지더니 그날 밤 일을 떠올렸다.그러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설마 그날 밤 일을 설마 오남준에게 말하지 않겠지?’임설아는 바보가 아니다. 비록 천도준이 욕심나긴 하지만 성공하기 전엔 절대 오남준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다시 말해, 오남준은 그의 하한선이고 천도준은 그의 상한선이라는 뜻이다.만약 천도준을 건드려 그날 밤 일을 폭로한다면 그녀는 오남준도 천도준도 모두 잃게 된다.“설아야, 빨리 와. 내가 소개해 줄게.”아무것도 모르는 오남준이 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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