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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긴 놈이 왕이다의 모든 챕터: 챕터 51 - 챕터 60

262 챕터

제51화

손님이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 이대광이 눈을 반짝이며 다급히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매형이 이런 장소에 자신을 데리고 왔다는 건 자신을 이끌어줄 생각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생각에 자부감이 들었다.어떤 귀한 손님인지는 모르지만 이분의 마음을 사면 앞으로 꽃길만 열릴 것이다.‘천도준, 난 매형 도움을 얻어 더 위로 올라갈 거야. 네가 인수한 정태건설? 곧 내 손에 무너지게 될 거야!’그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점점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별실로 들어온 두 사람을 본 그는 머릿속이 온통 하얘지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입가에 미소가 사라지고 험악하게 인상이 일그러졌다.“천 부장, 너 여기가 어디라고!”경악한 이대광의 목소리가 별실에 메아리쳤다.“이대광, 이게 무슨 실례야!”매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천도준에게 상석을 양보하며 양해를 구했다.“처남이 실례를 범했네요. 죄송합니다. 어르신, 천 대표, 이쪽으로 앉으시죠.”“매형, 이건….”이대광은 미쳐버릴 것 같았다. 매형이 말했던 귀한 손님이 천도준일 줄이야!“우리 이 대표님이 많이 놀란 것 같네요.”천도준이 이대광의 앞으로 다가오며 빙그레 웃었다.이대광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지만 매형의 싸늘한 눈빛에 결국 울분을 참고 자리에 앉았다.고개를 돌리자 과거 자신의 밑에서 개처럼 기던 부하직원이 매형의 극진한 접대를 받고 있었다.자존심이 상하고 온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더 원통이 터지는 건, 매형은 자신을 끌어준다고 해놓고 천도준 접대 자리에 자신을 끌고 나왔다는 점이었다.“저렇게 눈치가 없어서야.”중년 남자가 한심한 얼굴로 이대광을 바라보며 불만을 토했다.오늘 이 자리에 나오기까지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애초에 이수용이 천도준을 위해 정태건설을 인수한다고 했을 때, 단 1초의 주저도 하지 않았다. 그만큼 이수용이 가진 힘이 컸기 때문이었다. 정태건설이 어떻게 되든 그건 그가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어차피 그 건설사는 동생 좀 키워달라는 아내의 부탁을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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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주건희는 호탕하게 웃으며 둘에게 자리를 권했다.원래대로라면 가장 연장자인 이수용이 상석에 앉아야 하지만 어쩐 일인지, 노인은 상석을 비워두고 옆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 천도준에게 상석을 권했다.그 모습을 본 주 회장마저도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다시 천도준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는 말할 수 없는 착잡함이 담겨 있었다.자리에 앉은 뒤, 주건희는 싸늘한 시선으로 이대광을 바라보며 말했다.“처남, 아까 내가 했던 말 잊지 않았지?”이대광은 미쳐버릴 것 같았다.그가 천도준을 극진히 모신다? 그건 자존심 상 절대 불가능했다.집에서도 자기 멋대로 하면서 자란 그는 매형의 근엄한 모습에도 전혀 겁먹지 않았다.“뭐를요? 설마 나한테 옛 부하직원에게 술이라도 따르라는 겁니까? 전에 내가 정태 대표로 있을 때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애송이였다고요!”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별실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었다.주건희는 눈을 부릅뜨고 씩씩거리며 처남을 노려보았다.쾅!그리고 힘껏 테이블을 치며 이를 갈았다.“이대광, 그 말 다시 한번 해봐. 나 네 매형이야.”이대광은 여전히 목을 뻣뻣하게 쳐들고 소리쳤다.“그래서요? 내가 당장 누나한테 전화하면 쩔쩔맬 거면서!”주건희는 순간 울컥하며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외부에서는 성공한 기업인이라고 추앙 받는 그였지만 집에서는 마누라 눈치만 보며 사는 평범한 남편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남자는 당연히 여자에게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와이프의 동생인 이대광도 누나 덕분에 회사에서 40살까지 놀고 먹었다.처남을 이 자리까지 데리고 나와서 직접 사과를 하게 하려는 것도 결국엔 처남을 위한 일이었다.이수용은 그가 커버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눈치 없는 이대광은 그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천도준은 담담한 얼굴로 상석에 앉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이대광의 반응은 그 역시 예상했던 대로였다.하지만 잔뜩 화가 난 주건희를 보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주 회장 와이프도 친정 식구들만 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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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악!”이대광이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피범벅이 된 그가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주건희를 바라봤다.“지금 날 쳤어? 당장 누나한테 알릴 거야!”“네가 한 짓을 생각하면 이 자리에서 내가 널 죽여도 할 말이 없어!”이미 이성을 잃어버린 주건희는 이대광의 복부를 힘껏 걷어찼다.“어르신에게 무례를 범하고도 무사히 살아남을 줄 알았어? 누나한테 이를 거면 지금 해! 당장 돌아가서 네 누나랑 이혼할 거니까!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넌 어르신이랑 천 대표한테 사과해야 해!”싸늘한 목소리에는 그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이대광은 경악한 얼굴로 매형을 바라보았다. 주건희의 싸늘한 시선을 마주한 그는 그제야 당황하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가 믿는 구석은 동생을 누구보다 아끼는 누나였다.그 누나를 믿고 당연하게 매형네 회사에서 게으름 부리면서 월급을 축냈고 주건희도 그런 그를 곱게 보지는 않았지만 뭐라고 하지도 않았다.주건희가 누나와 이혼을 결심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지금의 안락한 생활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이대광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그는 개처럼 기어서 주건희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했다.“매형, 내가 잘못했어요. 제발… 이혼만은 안 돼요.”주건희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처남을 내려다봤다.상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감정을 숨기는 법을 배웠고 그렇게 차근차근 한 단계씩 올라가서 지금의 이 자리까지 왔다.그렇다고 그가 우유부단한 사람은 절대 아니었다.그는 싸늘한 목소리로 이대광에게 말했다.“당장 천 대표랑 어르신께 사과 드려!”말을 마친 그는 다른 술병을 들어 바닥에 던졌다.유리파편이 사방으로 튕기는 소리에 놀란 이대광이 움찔하며 몸을 떨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천도준과 이수용을 바라보다가 기어서 그들의 앞까지 갔다.“천 대표, 내가 미안했어. 전에 같이 일했던 정을 생각해서 이번 한 번만 조용히 넘어가 줘.”이대광은 자존심을 다 버리고 천도준의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그는 이수용이 천도준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직접 나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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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그가 천도준에게 막말을 할 수 있었던 건 뒤에 있는 매형을 믿었기 때문이었다.그는 처음부터 천도준을 운이 좋아 출세한 케이스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천도준 배후에 매형조차 감당할 수 없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절대 천도준에게 그런 갑질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퍽!자리에서 일어선 천도준이 발로 이대광의 가슴팍을 걷어차며 말했다.“난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당신이 날 이렇게 만들었어. 앞으로 또 내가 하는 일을 방해하면 지금보다 더 처참하게 만들어 줄 거니까 명심해.”그는 절대 나약한 성격이 아니었다. 3년 동안 어머니 병치료를 한다고 이대광 밑에서 온갖 갑질을 당하면서도 꾹 참고 일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그가 회사를 인수한 후에도 이대광은 그가 보란 듯이 오남미와 맞선을 보았다. 이건 그의 자존심을 능멸하는 행위였다.회사에서 물러난 뒤에도 서천구 개발 사업에 똥물을 끼얹었다. 주건희의 얼굴을 봐서 조용히 넘어가줄 수도 있었지만 다음이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주건희가 보는 앞에서 누가 갑인지 똑똑히 일깨워 주려고 했다.이수용은 한 기업을 하루아침에 날려버릴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주건희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돌았다.이대광은 이미 혼이 나간 상태였다.이수용만 흐뭇한 눈을 하고 천도준을 바라보고 있었다.능력이 그를 지금 이 자리까지 올렸다면 앞으로 더 올라가기 위해서는 과감한 결단력도 필요했다. 우유부단한 오너는 회사를 이끌고 성장할 수 없다.그는 이미 천도준을 의성의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었다. 가문의 수장이 되려면 이 정도 배짱은 있어야 했다.의성의 오너 일가는 하나 같이 늑대처럼 교활하고 포악한 사람들이었다.만약 천도준이 우유부단하고 정에 휩쓸리는 성격을 가졌다면 아무리 괜찮은 업적을 이루어냈다고 할지라도 절대 후계자로 인정받을 수 없었다.그리고 천도준은 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걱정 말아요, 천 대표. 이 녀석은 내가 돌아가서 잘 가르치겠습니다. 다음에 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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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다음 날 아침.천도준은 아침부터 입금 문자를 받았다.카드에 이천억이 입금되었다는 문자를 확인한 순간, 그는 냉소를 지었다.어제 이수용이 전달한 말을 저쪽에서 오해한 것이 분명했다.이천억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추가로 이천억을 더 입금한 것일까?정말 감정 다 배제하고 간단명료한 거래였다.한 번도 얼굴을 비춘 적 없는 그의 아버지는 대체 얼마나 돈이 남아도는 사람일까?간단하게 씻은 뒤, 천도준은 월셋방을 한번 둘러보며 박유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계좌에 돈이 이렇게 많은데 굳이 이렇게 낡은 월셋방에 계속 살 이유는 없었다.차는 아직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도 거주환경을 바꾸는 건 나쁠 것 같지 않았다.그는 사실 아무 생각이 없지만 어머니가 퇴원하면 박유리도 그들과 같이 생활해야 하는데 방 두 개짜리 집은 좀 비좁은 감이 있었다.그는 잠깐 주저하다가 별장을 둘러보기로 했다.여러 세대가 같이 거주하는 아파트보다는 보안성이 좋은 별장이 좋을 것 같았다.나중에 나이대가 비슷한 박유리와 함께 생활해야 하는데 집이 너무 작으면 서로 불편한 일이 많을 것 같았다.그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차를 타고 근교의 최고급 별장 단지로 향했다.천문동 별장 단지는 진짜 재벌들만 입주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평당 2천만 원의 고가를 호가하는 가격대는 일반인이 받아들일 수 없는 천문학적인 돈이었다.하지만 그건 천문동 별장단지에서 가장 싼 가격대가 그렇고 진짜 산기슭에 위치한 별장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이었다.산기슭 별장에서는 도시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베란다 뷰와 공기가 좋기로 유명했다. 가장 매력적인 건 정원에 앉아 석양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대광은 아침 일찍 천문동 별장 전담 분양 센터로 향했다.천문동 단지는 그의 매형인 주건희의 작품이었다.어젯밤 그 일을 겪고 얼굴이 퉁퉁 부어서 출근한 이대광을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매형의 도움을 받아 그는 분양 센터의 마케팅 팀장으로 입사했다. 하지만 어젯밤 일이 있은 뒤로 분노한 주건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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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오빠에서 대광 씨로 호칭이 바뀐 건 무척 자연스러웠다.이대광은 멀어지는 장유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유민 씨, 그럼 오늘 저녁은….”“그게 실적 올려야 해서 아마 야근해야 할 것 같아요.”장유민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 홀로 남겨진 이대광 혼자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장유민은 그렇게 이대광을 지나쳐 아까 그들을 혼냈던 중년 남자에게 다가갔다.“팀장님, 어떻게 된 거예요? 이대광 씨는 회장님 처남이라면서요?”중년 남자가 이대광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얼굴에 저 상처 봤지? 회장님 작품이래. 저 인간이 거물을 한 명 건드렸나 봐. 센터장님도 어제 회장님 전화를 받고 무척 놀랐다지 뭐야.”“회장님도 경외할 만큼 대단한 인물이라고 하더라고. 와이프랑 이혼 얘기까지 나왔대.”오너 일가의 이야기는 모두의 화젯거리였고 새어 나가지 않는 소문은 없었다. 그게 수천 명의 직원을 거느린 대기업이라면 더욱 그랬다.“세상에, 저는 그것도 모르고!”장유민이 저도 모르게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말했다.“그럼 이대광 씨는 이제 재기할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거네요?”중년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장유민은 속으로 이대광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멍청한 자식!’천도준을 태운 차가 천문동 분양 센터에 도착했다.운전기사는 백미러로 그를 힐끗 바라보고는 웃으며 말했다.“여기 면접 보러 왔나 봐요? 안목이 좋네요. 택시 기사를 하다 보면 여러 정보를 듣게 되는데 천문동 센터에서 일하는 직원은 보너스도 두둑하게 받는다고 하더라고요.”“집 사러 왔는데요.”말을 마친 천도준은 결제를 마치고 차에서 내렸다.택시 운전기사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어린 친구가 허세가 장난이 아니네. 별장 단지를 사러 오는 사람이 택시를 타고 다니겠어? 옷차림만 봐도 부자는 아닌데 허언증인가?”운전기사의 중얼거림이 귓가에 들렸지만 천도준은 그냥 무시하고 앞으로 걸었다.그가 분양 센터에 발을 들였을 때, 장유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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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상대는 그를 구경만 하러 온 진상 손님 취급하고 있었다.그래서 기본적인 예의도 지킬 생각이 없는 듯했다.천도준은 여직원에게 따지는 대신, 느긋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그리고 자리를 뜨려는 장유민을 불러세웠다.“여기 소개 좀 해주실 수 있나요?”장유민이 티가 나게 인상을 썼다.이대광 믿고 어떻게든 실적을 채워보려고 했는데 믿던 이대광이 추락하면서 모든 노력이 헛수고가 되어버렸다.팀장이 자신을 이런 고객이나 접대하라고 보낸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어차피 사지도 않을 거면서 소개가 왜 필요한 걸까?하지만 팀장이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기에 결국 불쾌한 얼굴로 천도준의 앞으로 다가갔다.“손님의 요구사항을 말씀해 주시면 그에 맞는 상품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아주 불쾌했지만 팀장이 보고 있는 데서 손님한테 너무 무례하게 대할 수는 없었다.그랬다가는 당장 짐 싸서 집으로 돌아가야 할 판이었다.“좀 큰 집을 원합니다.”천도준이 말했다.장유민은 티 안 나게 그를 흘겨보았다. 천문동 분양 센터까지 와서 큰집을 요구하다니! 대체 주제파악을 모르는 사람인가?그녀는 길게 심호흡하고 짜증을 참으며 가장 저렴한 단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리고 모델 하우스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300평, 여기서 가장 작은 별장 면적이 300평이에요.”진심으로 접대할 생각은 아니었다. 이 정도 말해줬으면 천도준이 포기하고 물러갈 줄 알았다.매매가를 들으면 일반인은 겁 먹고 도망갈 가격이었다. 빨리 이 손님을 보내버리고 다른 고객을 기다리는 게 서로에게 좋았다.천도준은 그녀가 가리킨 모델 하우스를 바라보며 웃음이 나왔다.그는 웃음기를 거두고 장유민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가장 작은 별장이라… 그쪽은 한국말을 잘 못 알아듣는 것 같군요.”그의 불만에 장유민도 가소롭다는 그에게 말했다.“3백 평짜리 별장도 최소 수십억은 해요. 구매할 실력도 없으면서 서로 시간 낭비하지 말자는 얘기예요.”“지금 뭐라고 했어요?”천도준 입가에 미소가 진해졌다. 그는 싸늘한 눈빛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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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그리고 이때, 얼굴에 퍼렇게 멍이 든 이대광이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돌아왔다.장유민의 확 달라진 태도에 속이 타서 바람 좀 쐬고 온 건데 들어오자마자 그녀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대광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들에게 다가갔다.그리고 장유민의 앞에 서 있는 천도준을 알아보았다.이대광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어제 그렇게 괴롭히고 부족해서 여기까지 찾아온 거야?’“팀장님, 이런 진상 손님은 원래 경비 불러서 내쫓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장유민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안 그래도 기분이 나쁜데 아침부터 진상 손님이 걸려서 속이 울렁거리고 짜증이 가득했다.그녀의 말을 들은 이대광이 흠칫하더니 성큼성큼 그들에게 다가갔다.“장유민 씨,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짜증이 잔뜩 치민 장유민에게 이대광의 등장은 그녀의 분노 지수만 더 올린 격이었다.“이대광 씨가 참견할 일은 아니지 않나요? 이제 당신은 팀장도 아니잖아요. 마케팅 직원이라고 아무 손님한테나 굽신거려야 하나요?”이대광이 마케팀 팀장직에 있을 때, 그녀는 실적 한번 올려보겠다고 이대광에게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그런데 그의 직위가 강등되면서 온 세상이 자신을 배신한 기분이었다.짝!조급해진 이대광이 그녀의 귀뺨을 때리며 고함쳤다.“제발 그 입 좀 닥쳐!”그는 무능하지만 최소한의 눈치는 있었다.게다가 매형이 지금 누나랑 이혼을 고민하는 시점에 뭔가를 보여주지 않으면 그의 안락한 생활도 끝장이었다.장유민은 매형인 주건희마저 경외심을 갖고 대하는 인물을 진상 손님 취급하고 있었다.장유민이 어떻게 되든 그가 알 바는 아니지만 상대가 천도준이라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지금 나 쳤어? 이대광 당신이 뭔데 나를 쳐?”장유민이 얼굴을 감싸며 미친 사람처럼 포효했다.마케팅 팀장과 직원들이 달려와서 이대광을 말렸다.팀장이 뭐라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대광은 자신을 잡고 있는 직원의 손을 뿌리치며 소리쳤다.“이거 놔!”그리고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천도준에게 다가갔다. 그는 천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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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분양 센터에 무서운 정적이 감돌았다.모두가 머릿속이 하얘지고 무슨 말을 꺼내면 좋을지 몰라 입을 다물었다.250억을 무슨 시장에서 장을 보듯이 아무렇지 않게 일시불로 결제하는 구매자가 나타나다니!“네. 절차는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이대광이 환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평사원으로 강등된 뒤에 첫 실적이 단지의 최고가 별장이었다.천문동 별장단지는 분양이 시작된 뒤로 가격이 떨어진 적 없었다.산기슭에 위치한 최고급 별장은 신분과 지위의 상징으로 평가 받았지만 가격대가 너무 비싸 아무도 건들지 못했던 매물이었다.장유민은 당장이라도 혀를 깨물고 죽어버리고 싶었다.온몸에서 힘이 쫙 빠지고 얼굴은 창백하게 질렸다.그녀가 진상 손님이라고 비웃던 손님이 250억을 일시불로 구매할 실력을 가진 자였다니!그녀의 판단 착오로 실적은 이대광에게 돌아가게 생겼다.장유민은 원망할 마음도 들지 않았다.스스로 귀뺨이라도 치고 싶은 마음이었다.저 정도 실적이면 마케팅 직원이 가져가는 보너스만 해도 어마어마했다.부족한 실적을 채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그만 놓쳐버린 것이다.천문동 분양 센터의 연봉은 업계 최고를 자랑하지만 사실 그만큼 경쟁도 심했다.실적을 달성하지 못한 직원은 자리를 보전하기 어려운 구조였다.그리고 이번 달 그녀의 실적은 꼴찌였다. 그게 아니라면 이대광에게 빌붙을 생각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며칠만 있으면 이번 달이 다 지나가는데 남은 시간 안에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그녀는 해고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장유민은 바닥에 주저앉아 서럽게 흐느끼기 시작했다.마케팅 팀장과 동료들은 그녀에게 연민의 시선을 보냈지만 다가와서 위로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별장의 구매 절차는 아주 복잡했지만 이대광의 도움이 있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었다.계약서에 사인한 뒤, 천도준은 집 키를 받았다. 이제 그 집은 그의 소유가 된 것이다.분양 센터를 떠날 때, 천도준은 팀장에게 혼나고 있는 장유민을 힐끗 보았다. 어렴풋이 해고라는 단어를 들은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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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이난희는 박유리가 오해할까 봐 다급히 말했다.“유리 씨는 정말 잘하고 있어요. 덕분에 내가 요즘 정말 편해요. 그런데 쉬지 않고 일하는 걸 보니 내 마음이 안 좋네요.”박유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울먹이며 이난희에게 말했다.“저는 아주머니가 뭔가 마음에 안 들어서 저한테 그만두라고 말씀하신 줄 알았어요. 사실 이 일, 저한테는 정말 중요하거든요.”이난희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박유리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절대 그럴 일 없으니까 걱정 말아요. 아니면 우리 아들한테 전화해서 오라고 할까요? 그래야 유리 씨도 집에 가서 편히 쉴 거 아니에요.”박유리는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저었다.“아주머니, 대표님도 일하느라 바빠서 저를 고용한 건데 어떻게 저 힘들다고 대표님을 오라가라 하겠어요?”“알았아요. 그럼 저녁에는 푹 자둬요. 어제처럼 밤을 꼴딱 새면 곤란해요.”박유리가 머뭇거리자 이난희가 정색하며 말했다.“그럼 그렇게 하는 거로 해요. 예쁜 얼굴에 다크서클이 진하게 내려앉았잖아요. 그 얼굴로 남자친구가 도망가겠어요. 여자는 스스로 자신을 챙길 줄 알아야 해요.”박유리는 더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이난희의 말이 따뜻한 온풍처럼 그녀의 시린 마음을 녹여주었다.이렇게 진심 어린 걱정의 말을 들어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그녀는 이난희의 품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며 말했다.“감사합니다, 아주머니.”한편, 또 다른 병실.얼굴이 창백한 장수지가 병상에 누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약혼식장에서 심장병이 발작하며 응급실에 실려왔지만 다행히 조치가 빨리 이루어져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오덕화는 조용히 아내의 옆에서 사과를 깎아 아내의 입에 넣어주었다.“조금이라도 먹어.”하지만 장수지는 눈물만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그녀는 체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류였다. 그래서 무리해서라도 성대한 약혼식을 고집했다.하지만 약혼식에서 임설아의 행동은 그녀가 친척들 앞에서 고개도 들 수 없게 만들었다.장수지는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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