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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긴 놈이 왕이다의 모든 챕터: 챕터 61 - 챕터 70

262 챕터

제61화

오남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엄마를 바라보았다.“엄마, 약혼식 전날 나 진짜 임설아랑 잘 얘기했었어! 그애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었고!”그녀는 몹시 억울했다.약혼식 날 그들 일가가 창피를 당한 것도 억울한데 며칠 동안 장수지의 거센 비난에 몇 번이고 해명했지만 아무도 그녀를 믿어주지 않았다.“아직도 거짓말이야?”장수지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반박했다.“설아 걔가 뭐가 부족해서 그런 거짓말을 약혼식에서 하겠니?”“누나 대체 왜 그래?”오남준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큰소리로 말했다.“설아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가장 잘 알아. 걔는 절대 그런 거짓말을 할 애가 아니야!”오남미는 온몸이 덜덜 떨리고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그녀는 절망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왜 다들 내 말을 안 믿어줘? 엄마, 나 엄마 딸이야!”장수지가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말했다.“뻔히 보이는 거짓말인데 내가 어떻게 널 믿어? 설아도 결혼하면 우리 식구야. 어떻게 설아한테 그런 짓을 할 수 있어!”“엄마….”오남미가 뭐라고 하려는데 오덕화가 땅을 치며 버럭 소리질렀다.“그만해, 오남미! 엄마 또 쓰러지는 거 보고 싶어?”그 말에 오남미는 변명을 포기했다.“엄마, 쉬고 있어. 난 출근하러 가볼게.”그녀는 도시락통을 내려놓고는 밖으로 뛰쳐나갔다.“그거 얼마나 번다고 맨날 바쁜 척이야? 엄마가 입원했는데 옆에서 간호는 못해줄 망정!”등 뒤에서 장수지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말을 들은 오남미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녀는 복도를 돌아 비상계단으로 가서 울음을 터뜨렸다.“왜 다들 내가 잘못했다고 하지? 내가 뭘 잘못했는데? 왜 나 혼자 이 모든 걸 감당해야 해?”최근 벌어진 일들은 이미 그녀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엄마가 입원한 뒤로 병실에 찾아올 때마다 욕을 들었지만 그래도 꾹 참고 가족들을 위해 도시락을 나르고 출근까지 해야 했다.하지만 돌아온 건 엄마의 불신과 맹비난뿐이었다.임설아한테 찾아가서 왜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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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장수지가 고개를 돌려 애틋한 얼굴로 아들을 바라보며 물었다.“아들, 약혼식 끝나고 설아는 만나봤어?”“엄마, 설아 걔 요즘 만나주지도 않아. 아침 일찍 출근하기 전에 데리러 가도 내 차도 안 타고 나랑 말도 하지 않아.”오남준이 절망한 얼굴로 말했다.“세상에….”장수지는 천장을 바라보며 탄식했다.“남미 그 계집애가 거짓말을 안 했으면 어떻게든 빌려서라도 2천만 원은 마련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럼 이런 상황도 없었을 거 아니야!”오남준은 갑자기 통화에서 천도준이 돈이 많다고 하던 임설아의 말이 떠올랐다.그 뒤로 오남미에게 죽는다고 협박해서 천도준에게 가서 돈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오남미가 왜 갑자기 임설아를 찾아갔는지 의문이 들었다.생각할수록 화가 난 오남준은 무릎을 치며 벌떡 일어섰다.“아빠, 엄마, 천도준 엄마가 이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했지?”오덕화 부부는 의아한 얼굴로 아들을 바라보았다.오덕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누나한테 들은 것 같아.”사실 그 역시 확신할 수는 없었다. 이난희의 병세가 악화되어 입원한 뒤로 딱 한번 문안 차 병실을 찾은 적 있었는데 아주 오래 전이라 확신할 수는 없었다.“나 그 아줌마 좀 만나고 올게.”그 말을 끝으로 오남준은 병실을 나갔다.그는 천도준이 정말 부자인지 확인이 꼭 필요했다.임설아가 그렇게까지 말했다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었다.만약 천도준에게 치료비를 감당할 돈이 있다면 분명 그 돈으로 엄마 병치료부터 했을 것이다.‘그럼 그 자식이 누나랑 이혼한 것도 실은….’오남준의 눈빛이 섬뜩하게 빛났다.한편, 박유리는 병실에서 이난희의 팔 다리를 닦아주고 있었다.이난희가 안쓰러운 얼굴로 말했다.“유리 너 손에 굳은살이 많네.”“죄송해요. 제가 아프게 해드렸나요?”박유리가 화들짝 놀라며 사과했다.“아니야,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야.”이난희가 다급히 말했다.“어린 여자애가 밖에서 얼마나 고생했으면 손에 굳은살까지 생겼을까? 안타까워서 그래.”박유리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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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박유리는 그 주먹을 피하지 않았다. 전직 프로 격투기 선수가 저런 솜주먹 하나 무서워할 리 없었다.게다가 그녀와 오남준은 체형으로도 별로 차이 나지 않았다.그녀는 고개를 젖혀 공격을 피한 뒤, 그대로 오남준의 복부에 주먹을 쫒았다.쾅!오남준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아주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동작이었다.박유리는 손을 툭툭 털며 비웃음을 날렸다.“너 같은 인간은 열 명이 동시에 덤벼도 날려버릴 수 있어.”“이런 미친….”오남준은 배를 끌어안고 욕설을 퍼부었지만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고통에 말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이난희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박유리처럼 참한 여자애가 한 주먹에 남자를 쓰러뜨릴 줄은 전혀 몰랐던 것이다.“당장 네가 있어야 할 곳으로 꺼져!”박유리는 오남준의 멱살을 잡고 그대로 병실 밖으로 향했다.“다시는 여기 찾아와서 아줌마 자극하지 마. 안 그러면 병신을 만들어 줄 테니까.”“이거 안 놔?”오남준은 거칠게 몸부림치며 박유리를 뿌리쳤다. 그리고 험악한 얼굴로 욕설을 퍼부었다.“너 뭔데? 나 천도준 그 자식 처남이라고!”처남?박유리가 잠깐 당황했다. 천도준에게 그의 가족 사항에 대해 들어본 적 없었기 때문이었다.그녀가 말했다.“대표님이 아줌마를 돌보라고 날 고용했어.”“뭐야? 간병인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을 들은 오남준은 예상이 적중했다는 것을 깨닫고 목청을 높였다.“전에는 그 4천만 원이 마지막 치료비였다면서 누나랑 이혼한다고 난리를 부리더니 언제 돈이 그렇게 많아서 간병인까지 고용했대? 돈이 있으면서 누나랑 이혼하기 위해 일부러 쇼한 거잖아! 그게 아니면 이게 다 뭔데?”박유리는 순간 당황해서 어쩔 바를 몰라했다.이난희가 울며 소리쳤다.“닥쳐! 내 아들은 그런 사람 아니야!”죽을 고비를 넘긴 뒤로 아들이 갑자기 돈이 많아졌다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비난받을 이유는 없었다.“억울해? 내가 틀린 말 했어? 우리 누나가 더 억울하지!”오남준이 이를 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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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그리고 박유리의 과감한 행동에 그들은 간담이 서늘했다.“당장 꺼지라고 했어!”박유리가 오남준의 어깨를 밀치며 다시 말했다.이 남자가 계속 여기서 난리를 피우면 이난희가 스트레스를 받고 쓰러질까 봐 더 걱정이었다.박유리는 고개를 돌려 울고 있는 이난희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아줌마,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있잖아요. 제가 다 쫓아버릴게요!”“간병인 주제에 네가 뭐 그렇게 대단해?”오남준이 목청 높여 소리쳤다. 집에서 곱게 자란 그는 천도준이 자신을 도와주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굉장한 불만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곱게 물러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그만해. 아줌마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으면 위험하다고!”박유리가 애원의 목소리로 말했다.“위험해? 저 여자가 죽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인데?”오남준은 목이 갈라져라 소리를 질렀다.“하찮은 시골 출신 주제에 우리 누나를 만나서 좀 사람구실을 하게 만들어 줬더니 저 여자를 살리겠다고 전재산을 병원비에 갖다 쓴 것도 모자라 누나랑 이혼까지 한 인간이야! 양심에 찔리지도 않아?”“그만!”박유리가 고함을 지르며 주먹을 꽉 쥐었다.하지만 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오남준이 곱게 물러가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렇다고 진짜로 사람을 죽일 수도 없었다.“유리야, 그냥 보내.”이난희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우린 쟤네한테 빚진 거 없어. 우리 아들이 그 오남미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데. 저놈은 지금 우리 아들을 모독하는 거야!”“아줌마, 제가 해결할게요. 아줌마도 그만 진정하세요.”박유리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이난희와 오래 시간을 함께하지는 않았지만 착하고 심성 고운 사람이라는 건 같이 지내며 충분히 느꼈다.간병인에게까지 이렇듯 살갑게 대해주는 사람들이 오남준이 말한 것처럼 파렴치한 인간일 수는 없었다.그리고 이때, 소식을 듣고 달려온 장 박사가 사람들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왔다.상황을 파악한 장 박사는 화가 치밀었다.지난번에도 이난희 환자를 자극해서 하마터면 큰 사고가 날 뻔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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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장 박사의 말에 모두가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아까까지 억울함을 토로하던 오남준 일가가 망나니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사람들의 비난의 눈빛이 오남준에게 쏠렸다.오남준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결국 그는 박유리를 힘껏 노려보고는 자리를 떠났다.박유리는 다급히 병상으로 달려가서 이난희를 위로했다.“아줌마, 건강이 우선이에요. 지금은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쉬어요. 저는 천 대표께 상황을 말씀드릴게요.”이난희가 박유리를 말리며 말했다.“아니, 도준이한테는 알리지 마. 나 괜찮아.”“하지만….”박유리가 주저하며 말끝을 흐렸다.이난희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도준이 안 그래도 힘들어. 나까지 우리 아들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장 박사가 안으로 들어오며 그녀에게 말했다.“아주머니, 지금 저랑 수치 검사하러 가셔야 해요. 아주머니가 무사한 걸 확인해야 천도준 씨한테 이 일을 알리지 않을 거예요.”오남준은 씩씩거리며 엄마의 병실로 향했다.이난희에게 화풀이하러 간 것이었다.그는 천도준이 일부러 누나를 속이고 이혼했다고 생각했다. ‘고작 4천만 원 때문에 그렇게까지 해야 해?’하지만 장 박사의 등장에 오히려 자기가 욕을 먹고 쫓겨나야 했다.비상계단에서 감정을 추스른 오남미가 복도로 나오다가 마침 마주 오는 동생과 마주쳤다.“남준아, 너 얼굴 왜 그래?”“누나!”오남준은 누나를 보자 다시 울분이 치밀었다.“천도준이랑 이혼할 때 천도준이 부자였던 거 몰랐어? 천도준 엄마 수술까지 마치고 회복 중이더라?”그는 난동을 부리고 돌아오는 길에 간호사로부터 이난희가 이식 수술에 성공해서 회복 중이라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그래서 화가 더 치밀었다. 이식 수술이면 수술비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자기 엄마 살린다고 수술비랑 간병인 월급까지 주면서 누나가 그 돈 좀 가져갔다고 이혼을 해?’“남준아, 그만!”오남미가 당황한 얼굴로 오남준의 입을 틀어막았다.“엄마가 듣고 또 쓰러지면 어떡해!”그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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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그만해, 남준아!”오남미가 입술을 질끈 깨물며 고통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약혼식 파토나서 힘든 네 마음 알겠어. 하지만 천도준 일은 내가 처리할 테니 넌 엄마나 잘 돌보고 있어. 절대 이 일을 엄마나 아빠한테 알리면 안 돼. 충격 받으실 거야.”말을 마친 그녀가 뒤돌아섰다.오남준이 짜증스럽게 물었다.“누나가 뭘 어떻게 처리한다고 그래? 설아한테 사기 쳐서 약혼식까지 파토낸 주제에!”하지만 오남미는 자기 연민에 빠져 그 말을 듣지 못했다.정태건설.천도준은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는 지금 가장 중요한 단계에 들어섰다.비록 계약 문제와 자금 문제를 해결했지만 공사가 다 끝날 때까지는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최대한 빠른 시간에 기초 공사를 마무리 짓고 분양을 시작해야 했다.의성이 서천구에 투자한 것은 하나의 도화선이라면 진짜 실적은 얼마나 많이 분양하고 실적을 내느냐에 있었다.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실적을 내야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한 아버지에게 훌륭한 답안지를 제출할 수 있었다.이때, 핸드폰 화면이 깜빡이며 문자가 도착했다.문자를 확인한 천도준의 표정이 아련해졌다.고청하가 보낸 문자였다.[천도준, 나 1일 날 들어가. 너 줄 선물 있는데 마중 나올 거지?]1일?천도준은 서둘러 날짜를 확인했다. 지금 월말이라 며칠 남지 않은 시간이었다.3년 전, 그와 오남미의 결혼식 때 고청하가 들러리도 서주고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그게 아니더라도 친구가 귀국한다는데 마중을 안 나갈 수 없었다.[알았어.]답장을 보낸 뒤, 그는 다시 일에 몰두했다.하지만 다시 들린 문자 알림음에 핸드폰을 확인한 그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임설아였다.이 여자는 자존심도 없는 걸까?[대표님, 오늘 시간 괜찮아요? 괜찮으면 집에 와서 같이 식사해요.]이렇게 대놓고 티를 내는데 천도준은 짜증이 치밀었다.[됐어. 난 내가 한 요리만 먹어.]은행.문자를 확인한 임설아의 표정에는 짜증이 가득했다.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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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일련의 검사가 끝나고 다행히 이난희의 건강에는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하지만 박유리와 장 박사는 그래도 불안했다.천도준이 저녁에 병원에 들렀을 때, 이난희와 박유리 모두 이 일을 입밖에 내지 않았다.이난희는 아들이 안쓰러웠다.그가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알면서 더 이상 자신의 일 때문에 아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었다.하지만 박유리는 천도준의 눈치를 살피며 여러 번 그 일에 대해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이난희의 부탁을 떠올리고 입을 다물기로 했다.“도준이 너 요즘 많이 피곤해 보여.”이난희가 안타까운 얼굴로 아들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그녀가 암 진단을 받고 수술실에 들어가고 오남미와 이혼하고, 이 모든 일이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발생했다.안 그래도 힘들 텐데 천도준은 혼자서 이 모든 일을 감당하며 열심히 일해서 치료비를 감당하고 있었다.“엄마, 저 괜찮아요.”천도준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엄마가 다행히 나날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서 그의 심리적 부담감도 조금은 덜 수 있었다.최근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힘들기도 하지만 모든 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힘든 줄도 몰랐다.원하는 걸 가지려면 그 역시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엄마 때문에 네가 고생이다. 내가 아니었으면 네가 이렇게까지 힘들게 일할 필요도 없었는데.”이난희가 고개를 숙이며 자책했다.천도준은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엄마,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엄마가 저를 이렇게 잘 키워줬으니까 제가 좋은 직장도 들어갈 수 있었던 거죠. 엄마가 저 때문에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다 아는데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엄마가 밤을 지새며 일하던 나날에 비하면 제가 지금 일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이난희는 아들을 양육하기 위해 미친 듯이 일하다가 지쳐서 건강이 나빠졌다.그것에 비하면 천도준은 자신이 고생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는 엄마의 헌신에 감사함과 동시에 자신들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가 지독하게 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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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이수용이 말했다.“회장님은 도련님이 가문으로 돌아오셔서 수장의 자리를 물려받기를 원하지만 오너 일가 중에 경영권을 욕심 내는 자가 한둘이 아니지요. 가문의 수장이 되어 경영권을 손에 넣으면 천하를 호령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는 건데 누군들 욕심이 안 날까요. 그렇게 되면 그 사람들 눈에는 도련님이 눈엣가시처럼 거슬리는 존재가 되는 겁니다.”“설마 죽이기야 하겠어요?”천도준이 피식거리며 말했다.이수용은 대답 대신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천도준도 웃음을 거두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세간에 알려지지 않고도 막강한 재력을 가진 신비의 가문이라면 몰래 누군가의 존재를 이 세상에서 지우는 일도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존.”이수용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예, 어르신.”롤스로이스의 운전석에 앉은 사내가 그 부름에 답했다.천도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상대를 노려보았다. 전에 이수용의 운전기사는 이 사람이 아니었다.각진 얼굴에 진한 눈썹, 그리고 온몸에서 느껴지는 아우라는 그가 평범한 운전기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도련님, 앞으로는 존이 도련님의 신변 안전을 지킬 겁니다.”이수용이 진지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존은 해외에서 전쟁까지 나갔던 일급 용병 출신입니다. 회장님은 해외로 출장을 나갔다가 존의 실력을 알아보고 집으로 데려오셨죠. 격투기, 사격, 정찰 기술 모든 면에서 출중한 인재입니다.”그 말을 들은 천도준은 처음으로 당황했다.용병은 영화에서만 나오는 존재인 줄 알았다.그런데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자신의 안전을 지키러 왔다고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온몸이 긴장되었다.이수용은 여전히 시름이 놓이지 않는지 한숨만 내쉬었다.천도준이 의아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왜 그러십니까?”“도련님은 첫 시험에서 대승을 거두었지만 그러면서 오너 일가의 모두에게 노출이 되었지요. 전에 이 일을 설계할 때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제가 너무 성급했던 것 같아서 죄송스럽습니다.”이수용이 자책하며 말을 이었다.“하지만 일이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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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이수용과 헤어진 뒤, 천도준은 존을 데리고 월셋방으로 왔다.집안 환경을 둘러본 존이 잠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많이 초라하죠?”천도준이 물었다.존은 고개를 저으며 그에게 말했다.“아닙니다. 도련님께서 고생이 많으셨네요.”천도준은 그 말에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는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면서도 선을 지키는 존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이수용의 말대로라면 존은 한동안 그의 옆에 머물게 될 것이다. 만약 그가 싫어하는 성격이라면 많이 곤란했을 것이다.“집에 머물 사람이 많아질 것 같아서 집을 하나 장만했어요. 다음 달이면 이사하게 될 겁니다.”천도준이 웃으며 말했다. 천문동 별장 가격이 비싼데는 이유가 있었다. 처음 단지를 설계할 때부터 국내 유명 디자이너가 주도했다. 입주하는 고객에게 최상의 만족감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다.사실 지금 당장 이사간다고 해도 안에 있을 게 다 있었기 때문에 몸만 들어가면 된다.존은 무덤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거주 환경을 그리 따지지 않는 사람이었다.천 회장의 밑으로 들어간 뒤로 그의 생활 환경도 눈에 띄게 비약했다.하지만 전장을 구르며 적의 피로 목을 축이던 경험이 있었기에 삶의 질보다는 생존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편이었다.아무리 최악의 환경에서도 그는 잘해낼 자신이 있었다.이수용이 다녀가고 며칠이 지났지만 딱히 눈에 띌만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천도준도 딱히 그것을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다만 그의 하루 스케줄에 매일 아침 운동계획표가 더 생겨났을 뿐이었다.과거에는 일을 하고 엄마를 돌보느라 운동은 시간 날 때마다 했는데 매일 계획적으로 운동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이수용이 말했던 엘리트 교육이라는 단어가 그의 승부욕을 자극했기 때문이었다.엘리트 교육을 안 받았다고 그들보다 능력이 떨어진다고?그런 평가는 절대 받고 싶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천도준은 사람들의 눈총과 비난을 받으며 스스로의 힘으로 이 자리까지 왔다. 그가 어떤 걸 경험했는지는 그와 그의 엄마 이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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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골목이 어두워서 사내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천도진은 며칠 전 이수용과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사내에게서 진한 살기가 느껴졌다.그제야 그는 이수용이 왜 그렇게 걱정했는지 이해가 되었다.온몸에 소름이 돋던 찰나, 그 사내는 그의 앞으로 달려와서 그의 머리를 겨냥하고 발을 뻗었다.정말 죽일 생각이었어?천도준은 순식간에 동공이 확장되며 본능적으로 팔을 들었다.힘으로 싸우면 저 사내는 그와 같은 레벨이 아니었다.위기의 찰나, 천도준의 앞으로 검은 그림자가 스쳐 지나가더니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갑자기 나타난 검은 그림자는 어깨로 사내의 공격을 막아냈다.“당장 꺼져!”존이 사내의 오른 발목을 잡더니 힘껏 땅에 패대기쳤다.폭력에는 폭력으로 맞서야 하는 법, 사내는 착지한 후에 땅을 몇 바퀴 구르다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존!”천도준은 자신의 앞을 든든히 지키고 선 존의 이름을 불렀다.존은 철옹성처럼 든든하게 그의 앞을 지키고 서서 맹수처럼 적을 응시하며 말했다.“천태영, 감히 이분이 누구라고 이딴 짓을 하는 거야? 죽고 싶어?”“존? 재밌네. 영감님이 저 자식을 애지중지한다는 소문이 가짜는 아니었어. 저 자식 하나 지킨다고 존을 다 보내고 말이야.”바닥에서 일어선 천태영이 흥미롭다는 듯이 말했다. 존에게 한방 먹었지만 그의 상태는 아주 멀쩡해 보였다.그 모습에 당황한 건 오히려 천도준 쪽이었다.천태형은 체형이 그와 비슷했다.만약 존이 땅으로 패대기친 상대가 천도준이었다면 아마 지금쯤 일어나지도 못했을 것이다.천태양의 뒤로 가로등 불빛이 비추고 있어서 그제야 천도준은 상대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피부는 창백하지만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남자는 거만한 눈을 하고 천도준을 노려보고 있었다.건설 업계와 부동산 업계에서 많은 사람을 접촉했기에 천도준은 사내가 거칠고 야만적인 성격의 인간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아니나 다를까, 천태영은 고개를 한껏 치켜들고 가소롭다는 듯이 존에게 말했다.“네 주제에 날 죽일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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