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의 검사가 끝나고 다행히 이난희의 건강에는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하지만 박유리와 장 박사는 그래도 불안했다.천도준이 저녁에 병원에 들렀을 때, 이난희와 박유리 모두 이 일을 입밖에 내지 않았다.이난희는 아들이 안쓰러웠다.그가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알면서 더 이상 자신의 일 때문에 아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었다.하지만 박유리는 천도준의 눈치를 살피며 여러 번 그 일에 대해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이난희의 부탁을 떠올리고 입을 다물기로 했다.“도준이 너 요즘 많이 피곤해 보여.”이난희가 안타까운 얼굴로 아들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그녀가 암 진단을 받고 수술실에 들어가고 오남미와 이혼하고, 이 모든 일이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발생했다.안 그래도 힘들 텐데 천도준은 혼자서 이 모든 일을 감당하며 열심히 일해서 치료비를 감당하고 있었다.“엄마, 저 괜찮아요.”천도준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엄마가 다행히 나날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서 그의 심리적 부담감도 조금은 덜 수 있었다.최근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힘들기도 하지만 모든 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힘든 줄도 몰랐다.원하는 걸 가지려면 그 역시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엄마 때문에 네가 고생이다. 내가 아니었으면 네가 이렇게까지 힘들게 일할 필요도 없었는데.”이난희가 고개를 숙이며 자책했다.천도준은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엄마,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엄마가 저를 이렇게 잘 키워줬으니까 제가 좋은 직장도 들어갈 수 있었던 거죠. 엄마가 저 때문에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다 아는데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엄마가 밤을 지새며 일하던 나날에 비하면 제가 지금 일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이난희는 아들을 양육하기 위해 미친 듯이 일하다가 지쳐서 건강이 나빠졌다.그것에 비하면 천도준은 자신이 고생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는 엄마의 헌신에 감사함과 동시에 자신들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가 지독하게 미웠다
이수용이 말했다.“회장님은 도련님이 가문으로 돌아오셔서 수장의 자리를 물려받기를 원하지만 오너 일가 중에 경영권을 욕심 내는 자가 한둘이 아니지요. 가문의 수장이 되어 경영권을 손에 넣으면 천하를 호령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는 건데 누군들 욕심이 안 날까요. 그렇게 되면 그 사람들 눈에는 도련님이 눈엣가시처럼 거슬리는 존재가 되는 겁니다.”“설마 죽이기야 하겠어요?”천도준이 피식거리며 말했다.이수용은 대답 대신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천도준도 웃음을 거두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세간에 알려지지 않고도 막강한 재력을 가진 신비의 가문이라면 몰래 누군가의 존재를 이 세상에서 지우는 일도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존.”이수용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예, 어르신.”롤스로이스의 운전석에 앉은 사내가 그 부름에 답했다.천도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상대를 노려보았다. 전에 이수용의 운전기사는 이 사람이 아니었다.각진 얼굴에 진한 눈썹, 그리고 온몸에서 느껴지는 아우라는 그가 평범한 운전기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도련님, 앞으로는 존이 도련님의 신변 안전을 지킬 겁니다.”이수용이 진지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존은 해외에서 전쟁까지 나갔던 일급 용병 출신입니다. 회장님은 해외로 출장을 나갔다가 존의 실력을 알아보고 집으로 데려오셨죠. 격투기, 사격, 정찰 기술 모든 면에서 출중한 인재입니다.”그 말을 들은 천도준은 처음으로 당황했다.용병은 영화에서만 나오는 존재인 줄 알았다.그런데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자신의 안전을 지키러 왔다고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온몸이 긴장되었다.이수용은 여전히 시름이 놓이지 않는지 한숨만 내쉬었다.천도준이 의아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왜 그러십니까?”“도련님은 첫 시험에서 대승을 거두었지만 그러면서 오너 일가의 모두에게 노출이 되었지요. 전에 이 일을 설계할 때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제가 너무 성급했던 것 같아서 죄송스럽습니다.”이수용이 자책하며 말을 이었다.“하지만 일이 이렇게
이수용과 헤어진 뒤, 천도준은 존을 데리고 월셋방으로 왔다.집안 환경을 둘러본 존이 잠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많이 초라하죠?”천도준이 물었다.존은 고개를 저으며 그에게 말했다.“아닙니다. 도련님께서 고생이 많으셨네요.”천도준은 그 말에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는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면서도 선을 지키는 존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이수용의 말대로라면 존은 한동안 그의 옆에 머물게 될 것이다. 만약 그가 싫어하는 성격이라면 많이 곤란했을 것이다.“집에 머물 사람이 많아질 것 같아서 집을 하나 장만했어요. 다음 달이면 이사하게 될 겁니다.”천도준이 웃으며 말했다. 천문동 별장 가격이 비싼데는 이유가 있었다. 처음 단지를 설계할 때부터 국내 유명 디자이너가 주도했다. 입주하는 고객에게 최상의 만족감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다.사실 지금 당장 이사간다고 해도 안에 있을 게 다 있었기 때문에 몸만 들어가면 된다.존은 무덤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거주 환경을 그리 따지지 않는 사람이었다.천 회장의 밑으로 들어간 뒤로 그의 생활 환경도 눈에 띄게 비약했다.하지만 전장을 구르며 적의 피로 목을 축이던 경험이 있었기에 삶의 질보다는 생존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편이었다.아무리 최악의 환경에서도 그는 잘해낼 자신이 있었다.이수용이 다녀가고 며칠이 지났지만 딱히 눈에 띌만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천도준도 딱히 그것을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다만 그의 하루 스케줄에 매일 아침 운동계획표가 더 생겨났을 뿐이었다.과거에는 일을 하고 엄마를 돌보느라 운동은 시간 날 때마다 했는데 매일 계획적으로 운동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이수용이 말했던 엘리트 교육이라는 단어가 그의 승부욕을 자극했기 때문이었다.엘리트 교육을 안 받았다고 그들보다 능력이 떨어진다고?그런 평가는 절대 받고 싶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천도준은 사람들의 눈총과 비난을 받으며 스스로의 힘으로 이 자리까지 왔다. 그가 어떤 걸 경험했는지는 그와 그의 엄마 이난희
골목이 어두워서 사내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천도진은 며칠 전 이수용과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사내에게서 진한 살기가 느껴졌다.그제야 그는 이수용이 왜 그렇게 걱정했는지 이해가 되었다.온몸에 소름이 돋던 찰나, 그 사내는 그의 앞으로 달려와서 그의 머리를 겨냥하고 발을 뻗었다.정말 죽일 생각이었어?천도준은 순식간에 동공이 확장되며 본능적으로 팔을 들었다.힘으로 싸우면 저 사내는 그와 같은 레벨이 아니었다.위기의 찰나, 천도준의 앞으로 검은 그림자가 스쳐 지나가더니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갑자기 나타난 검은 그림자는 어깨로 사내의 공격을 막아냈다.“당장 꺼져!”존이 사내의 오른 발목을 잡더니 힘껏 땅에 패대기쳤다.폭력에는 폭력으로 맞서야 하는 법, 사내는 착지한 후에 땅을 몇 바퀴 구르다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존!”천도준은 자신의 앞을 든든히 지키고 선 존의 이름을 불렀다.존은 철옹성처럼 든든하게 그의 앞을 지키고 서서 맹수처럼 적을 응시하며 말했다.“천태영, 감히 이분이 누구라고 이딴 짓을 하는 거야? 죽고 싶어?”“존? 재밌네. 영감님이 저 자식을 애지중지한다는 소문이 가짜는 아니었어. 저 자식 하나 지킨다고 존을 다 보내고 말이야.”바닥에서 일어선 천태영이 흥미롭다는 듯이 말했다. 존에게 한방 먹었지만 그의 상태는 아주 멀쩡해 보였다.그 모습에 당황한 건 오히려 천도준 쪽이었다.천태형은 체형이 그와 비슷했다.만약 존이 땅으로 패대기친 상대가 천도준이었다면 아마 지금쯤 일어나지도 못했을 것이다.천태양의 뒤로 가로등 불빛이 비추고 있어서 그제야 천도준은 상대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피부는 창백하지만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남자는 거만한 눈을 하고 천도준을 노려보고 있었다.건설 업계와 부동산 업계에서 많은 사람을 접촉했기에 천도준은 사내가 거칠고 야만적인 성격의 인간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아니나 다를까, 천태영은 고개를 한껏 치켜들고 가소롭다는 듯이 존에게 말했다.“네 주제에 날 죽일 수는
“너 내가 누군지 알고 그딴 말을 지껄이는 거야?”천태영이 이를 갈며 물었다.가문의 젊은이들 중에 수장이 되고 싶지 않은 인물은 없었다.그러나 늙은 수장은 갑자기 지방으로 내려가더니 근본도 없는 미혼모 자식을 가문의 후계자로 내세우려 했다.태어날 때부터 엘리트 교육을 받고 자란 그들이 천도준의 존재를 받아들일 수 있을 리 만무했다.천도준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존을 돌아보았다.“존, 집에 가요.”천태영은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었다.하지만 존이 옆에 있는 이상, 천도준을 함부로 건드릴 수도 없었다.늙은 수장이 자신이 아끼는 경호원을 천도준의 옆에 보냈다는 건, 그만큼 눈앞의 이 자식이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했다.“엘리트와 근본 없는 미혼모 자식의 차이가 얼마나 큰 건지 나중에 알게 될 거야.”천태영이 이를 갈며 싸늘하게 말했다.집으로 돌아온 천도준은 그대로 소파에 쓰러졌다.“아까는 도와줘서 감사했어요.”그 말에 존이 고개를 저었다.“제 일입니다.”천도준은 이해한다는 듯이 웃었다.조금 전 존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천태영의 손에 죽었을 수도 있었다.이수용이 말한 것처럼 악마 같은 존재였다.“존, 아까 그 자식의 격투 기술을 직접 가르쳤다고 했죠?” “네.”천도준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나도 가르쳐줘요.”천태영의 등장은 그에게 위기감을 심어주었다.그들은 뼛속 깊이 일반인의 목숨은 개 목숨처럼 여기고 있었다.조금이라도 정상적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위기감이었다.천도준은 아직 지켜야 할 사람이 있었다.그렇게 이어지는 며칠 동안 천도준은 아침 운동 시간에 존과 함께 공원으로 나가 운동을 하고 땀을 뻘뻘 흘린 뒤에 집으로 와서 씻고 회사로 출근하는 나날을 반복했다.모든 게 질서 있게 진행되고 있었다.이난희도 비교적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다.천태영은 그날 이후로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마치 폭풍우처럼 잠깐 나타나서 충격을 주고 사라졌다가 다시 평화를 찾은 것처럼 보였다.그
창문을 통해 바라본 하늘에는 먹구름이 끼어 있었고 곧 큰 비가 내릴 것 같았다.고청하는 약간 서운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좀 있으면 비도 오겠는데….”그녀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천도준에게 문자를 보냈다.그리고 그에게서 답장이 올 때까지 공항에서 기다렸다.3년 만에 귀국하고 가장 먼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천도준이었기 때문이었다.그리고 이곳에서 그와 새로운 관계로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그런데 이 일중독자가 일하다가 약속까지 까먹을 줄은 몰랐다.잠깐의 서운함을 뒤로 하고 고청하는 밝은 미소를 지었다.“하긴, 그런 모습에 반한 거긴 하지만.”천도준이 급하게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40분이 지나간 뒤였다.먹구름이 끼었던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그가 흠뻑 젖어서 공항에 도착했을 때, 구석에서 외롭게 앉아 있는 여자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3년 만에 처음 만나는 거지만 고청하는 예전이랑 외모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예뻤고 조금 더 성숙한 분위기가 풍겼다.“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지?”천도준은 미안한 얼굴로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며 사과했다.천도준을 보자마자 고청하의 예쁜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선 그녀는 비에 흠뻑 젖은 천도준을 그대로 끌어안았다.“일중독자, 오랜만이야!”“야, 이거 놔. 너까지 젖겠어!”천도준이 다급히 말하며 그녀를 밀어냈다.고청하는 천도준을 놓아주고 짐짓 서운한 얼굴로 말했다.“오랜만에 만나서 좀 안아보자는데 튕기기는.”천도준은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를 흘겨보고는 그녀의 캐리어를 잡고 말했다.“가자. 내가 식당 예약했어. 많이 배고프지?”고청하는 배를 만지작거리며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누구 때문에 뱃가죽이 등에 붙는 줄 알았잖아.”천도준도 미소를 지으며 고청하와 함께 공항을 나왔다.“비가 이렇게 오는데 왜 우산도 안 가져왔어?”고청하가 물었다.“너무 급하게 오느라 깜빡했어.”천도준의 말에 고청하가 인상을 찡그렸다.“그러다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위너스 레스토랑.천도준이 처음 스테이크를 맛본 집이었다. 그때는 고청하가 밥을 산다고 그를 불러냈었다.대학교 때 그와 오남미, 그리고 고청하는 항상 붙어 다니는 가족 같은 친구 사이였고 종종 이곳에서 같이 외식을 즐기기도 했다.3년 전 고청하가 해외로 떠날 때도 이곳에서 셋이 작별 파티를 했었다.그래서 이 레스토랑은 그들에게 아주 큰 의미가 있었다.“그래도 기억하고 있었네?”고청하는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아련한 표정으로 간판을 바라보았다.“어떻게 잊겠어.”천도준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러자 고청하가 코를 살짝 찡그렸다.“그런데 너 너무 쪼잔한 거 아니야? 너 건설회사 부장까지 달았다며? 오랜만에 해외에서 귀국하는 친구에게 밥 사는데 고작 여기라고?”3년 간 그녀는 해외에 있었지만 천도준과 오남미의 소식을 심심치 않게 전해 들었다.그래서 그와 오남미가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에게 문자를 보냈던 것이다.그녀는 대학을 금방 졸업하고 건설회사에서 쭉 승진하다가 부장의 자리까지 오른 천도준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아마 평민 출신에서 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그럼 어디 가고 싶어? 얘기만 해.”천도준이 웃으며 말했다.“됐어, 그냥 여기서 먹자.”고청하가 입을 삐죽이며 먼저 차에서 내렸다.그녀는 사실 천도준의 주머니 사정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가 비록 부장으로 초고속 승진하기는 했지만 윗분들 눈치 보는 월급쟁이에 불과했고 번 돈을 모두 어머니의 치료비에 썼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그래서 그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차에서 내린 그들은 둘 다 물에 젖은 생쥐 꼴이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둘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오히려 손님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다.저런 초라한 몰골을 하고 스테이크를 썰러 오는 사람은 흔하지 않았다.자리에 착석해서 메뉴를 주문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메뉴가 올라왔다.천도준과 고청하는 스테이크를 썰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하지만 아무도 오남미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좋아.”고청하는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어차피 자기가 계산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친구들을 통해 천도준의 사정을 전해들었다. 그래서 그가 번 돈을 전부 오남미에게 주거나 어머니 치료비에 썼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까지 월셋방에서 전전긍긍하며 살지도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그렇다고 그를 동정하며 그의 자존심을 꺾고 싶지도 않았다.남자의 자존심은 가끔 그의 목숨보다 더 소중했다.차가 출발하고 고청하는 전방을 주시하며 그에게 물었다.“참, 아줌마는 좀 어때?”“괜찮아. 그럭저럭 회복하고 있어.”천도준이 말했다.고청하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네 상황에 대해서는 친구들 통해서 들었어. 내가 도와줄게. 아니, 널 돕겠다는 게 아니라 아줌마가 안타까워서 그래.”“내가 해결했어. 엄마는 수술 받고 회복 중이야. 곧 퇴원하실 거야.”천도준이 말했다.“진짜? 너무 잘됐다!”고청하는 진심으로 환하게 웃었다.“천도준, 너 정말 대단해. 그거 알아? 사실 대학교 다닐 때부터 너 언젠가는 크게 될 놈이라는 걸 알았어. 넌 학교 때 내 우상이었거든.”“아부하지 마. 학교 다닐 때처럼 너 대신 논문 써줄 수도 없어.”천도준이 딱 잘라 말했다.고청하가 해사하게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그럼 내일 아줌마 보러 가도 돼?”천도준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되지. 내일 저녁에 나 퇴근하고 나랑 같이 가자.”차는 어느새 리빙턴 호텔에 도착했다.천도준은 짐을 들고 카운터로 가서 방을 등록했다.그리고 고청하를 방까지 데려다 준 후에 회사로 돌아갔다.방으로 돌아온 고청하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다 알고 있어. 남미가 너희 엄마 치료비까지 다 빼돌려서 이혼한 거. 누구라도 그런 일이 생겼으면 용서할 수 없었을 거야.”오남미가 천도준과 이혼한 후, 그의 부모님들은 이 일을 방방곳곳에 알리고 다녔다.그들이 결혼한 뒤로 오남미의 가족들은 천도준에게 묘한 우월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고청하는 줄곧 이 결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