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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작가: 마태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창문을 통해 바라본 하늘에는 먹구름이 끼어 있었고 곧 큰 비가 내릴 것 같았다.

고청하는 약간 서운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좀 있으면 비도 오겠는데….”

그녀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천도준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그에게서 답장이 올 때까지 공항에서 기다렸다.

3년 만에 귀국하고 가장 먼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천도준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그와 새로운 관계로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 일중독자가 일하다가 약속까지 까먹을 줄은 몰랐다.

잠깐의 서운함을 뒤로 하고 고청하는 밝은 미소를 지었다.

“하긴, 그런 모습에 반한 거긴 하지만.”

천도준이 급하게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40분이 지나간 뒤였다.

먹구름이 끼었던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가 흠뻑 젖어서 공항에 도착했을 때, 구석에서 외롭게 앉아 있는 여자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3년 만에 처음 만나는 거지만 고청하는 예전이랑 외모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예뻤고 조금 더 성숙한 분위기가 풍겼다.

“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지?”

천도준은 미안한 얼굴로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며 사과했다.

천도준을 보자마자 고청하의 예쁜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선 그녀는 비에 흠뻑 젖은 천도준을 그대로 끌어안았다.

“일중독자, 오랜만이야!”

“야, 이거 놔. 너까지 젖겠어!”

천도준이 다급히 말하며 그녀를 밀어냈다.

고청하는 천도준을 놓아주고 짐짓 서운한 얼굴로 말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좀 안아보자는데 튕기기는.”

천도준은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를 흘겨보고는 그녀의 캐리어를 잡고 말했다.

“가자. 내가 식당 예약했어. 많이 배고프지?”

고청하는 배를 만지작거리며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누구 때문에 뱃가죽이 등에 붙는 줄 알았잖아.”

천도준도 미소를 지으며 고청하와 함께 공항을 나왔다.

“비가 이렇게 오는데 왜 우산도 안 가져왔어?”

고청하가 물었다.

“너무 급하게 오느라 깜빡했어.”

천도준의 말에 고청하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다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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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긴 놈이 왕이다   제73화

    위너스 레스토랑.천도준이 처음 스테이크를 맛본 집이었다. 그때는 고청하가 밥을 산다고 그를 불러냈었다.대학교 때 그와 오남미, 그리고 고청하는 항상 붙어 다니는 가족 같은 친구 사이였고 종종 이곳에서 같이 외식을 즐기기도 했다.3년 전 고청하가 해외로 떠날 때도 이곳에서 셋이 작별 파티를 했었다.그래서 이 레스토랑은 그들에게 아주 큰 의미가 있었다.“그래도 기억하고 있었네?”고청하는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아련한 표정으로 간판을 바라보았다.“어떻게 잊겠어.”천도준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러자 고청하가 코를 살짝 찡그렸다.“그런데 너 너무 쪼잔한 거 아니야? 너 건설회사 부장까지 달았다며? 오랜만에 해외에서 귀국하는 친구에게 밥 사는데 고작 여기라고?”3년 간 그녀는 해외에 있었지만 천도준과 오남미의 소식을 심심치 않게 전해 들었다.그래서 그와 오남미가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에게 문자를 보냈던 것이다.그녀는 대학을 금방 졸업하고 건설회사에서 쭉 승진하다가 부장의 자리까지 오른 천도준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아마 평민 출신에서 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그럼 어디 가고 싶어? 얘기만 해.”천도준이 웃으며 말했다.“됐어, 그냥 여기서 먹자.”고청하가 입을 삐죽이며 먼저 차에서 내렸다.그녀는 사실 천도준의 주머니 사정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가 비록 부장으로 초고속 승진하기는 했지만 윗분들 눈치 보는 월급쟁이에 불과했고 번 돈을 모두 어머니의 치료비에 썼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그래서 그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차에서 내린 그들은 둘 다 물에 젖은 생쥐 꼴이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둘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오히려 손님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다.저런 초라한 몰골을 하고 스테이크를 썰러 오는 사람은 흔하지 않았다.자리에 착석해서 메뉴를 주문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메뉴가 올라왔다.천도준과 고청하는 스테이크를 썰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하지만 아무도 오남미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 이긴 놈이 왕이다   제74화

    “좋아.”고청하는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어차피 자기가 계산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친구들을 통해 천도준의 사정을 전해들었다. 그래서 그가 번 돈을 전부 오남미에게 주거나 어머니 치료비에 썼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까지 월셋방에서 전전긍긍하며 살지도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그렇다고 그를 동정하며 그의 자존심을 꺾고 싶지도 않았다.남자의 자존심은 가끔 그의 목숨보다 더 소중했다.차가 출발하고 고청하는 전방을 주시하며 그에게 물었다.“참, 아줌마는 좀 어때?”“괜찮아. 그럭저럭 회복하고 있어.”천도준이 말했다.고청하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네 상황에 대해서는 친구들 통해서 들었어. 내가 도와줄게. 아니, 널 돕겠다는 게 아니라 아줌마가 안타까워서 그래.”“내가 해결했어. 엄마는 수술 받고 회복 중이야. 곧 퇴원하실 거야.”천도준이 말했다.“진짜? 너무 잘됐다!”고청하는 진심으로 환하게 웃었다.“천도준, 너 정말 대단해. 그거 알아? 사실 대학교 다닐 때부터 너 언젠가는 크게 될 놈이라는 걸 알았어. 넌 학교 때 내 우상이었거든.”“아부하지 마. 학교 다닐 때처럼 너 대신 논문 써줄 수도 없어.”천도준이 딱 잘라 말했다.고청하가 해사하게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그럼 내일 아줌마 보러 가도 돼?”천도준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되지. 내일 저녁에 나 퇴근하고 나랑 같이 가자.”차는 어느새 리빙턴 호텔에 도착했다.천도준은 짐을 들고 카운터로 가서 방을 등록했다.그리고 고청하를 방까지 데려다 준 후에 회사로 돌아갔다.방으로 돌아온 고청하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다 알고 있어. 남미가 너희 엄마 치료비까지 다 빼돌려서 이혼한 거. 누구라도 그런 일이 생겼으면 용서할 수 없었을 거야.”오남미가 천도준과 이혼한 후, 그의 부모님들은 이 일을 방방곳곳에 알리고 다녔다.그들이 결혼한 뒤로 오남미의 가족들은 천도준에게 묘한 우월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고청하는 줄곧 이 결혼에서

  • 이긴 놈이 왕이다   제75화

    다음 날 아침, 고청하는 호텔을 나와 아버지 회사 계열사 중 하나인 자재 회사로 가서 입사 절차를 밟았다.아버지가 직접 운영하는 본사에 비하면 정말 작은 회사였지만 과거 아버지가 창업한 첫 회사이기도 했다. 천도준이 건설회사에서 일하고 있기에 그녀는 그와 관련된 업체를 관리하며 그를 도와줄 생각이었다.천도준은 아침 일찍 병원으로 가서 어머니꼐 문안 인사를 드리고 회사로 출근했다.그가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마 대리가 서류를 들고 찾아왔다.“대표님, 좀 곤란한 문제가 생겼는데 대표님께서 결정을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서류를 그에게 내민 마 대리가 계속해서 말했다.“서천 재개발 공사 규모가 커서 이번에 우리 시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자재 업체를 섭외하려고 하는데 저쪽에서 아직 확답을 주지 않아서요.”천도준은 덤덤한 얼굴로 서류를 확인했다.정태건설은 주건희 회장이 관리하는 회사 중에서도 가장 하위권에 속하는 작은 기업이었고 규모도 다른 건설 업체에 비하면 보잘것없었다.솔직히 이대광이 대표로 부임했을 적에 술에 취해서 통 크게 60억을 질러버리지 않았으면 사실 정태건설은 이번 프로젝트의 입찰 대상자도 아니었다.여차여차해서 천도준이 역전을 이루어내긴 했지만 워낙 규모가 큰 공사라 예전에 협업하던 업체에서 모든 자재를 공급받는 건 난항이 있었다.그쪽에서는 그만한 물량을 소화해 낼 수도 없었다.그래서 규모가 큰 자재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영일자재?”서류를 확인한 천도준이 쓴웃음을 지었다.“이거 우리 시에서 규모가 큰 건설 현장에만 자재를 공급하는 업체잖아. 지금 우리가 넘볼 수 있는 상대는 아닌 것 같은데.”“맞아요. 우리 회사가 워낙 규모가 작다 보니 서천 재개발 사업을 맡았다고 해도 저쪽에서 질질 끌며 확답을 주지 않는 것 같아요.”마 대리가 기 죽은 얼굴로 말했다.“그래서 계속 그쪽과 교섭을 시도해야 할지 다른 자재 회사로 갈아탈지 대표님이 결정해 주셔야 할 것 같아요.”“예전 공급업체는 그 많은 물량을

  • 이긴 놈이 왕이다   제76화

    장학명은 서류를 그녀의 책상에 내려놓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아가씨, 첫날이라 피곤하실 텐데 쉬어가면서 하세요.”“저 괜찮아요.”고청하는 그제야 고개를 들고 장학명에게 물었다.“부사장님, 이 서류들은 뭐예요?”장학명은 고청하의 천사 같이 순수한 얼굴을 보고 가슴이 벌렁거렸다.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그가 다급히 말했다.“정태건설이 저희 회사랑 협업하고 싶다고 보내온 자료들입니다. 현재 저희 측에서도 가장 주의 깊게 지켜보는 사업이기도 하고요.”“정태건설이요?”천도준이 부장으로 있는 회사 얘기가 나오자 고청하는 다급히 서류를 펼쳤다. 장학명이 옆에서 설명했다.“지난 달에 정태건설은 서천 재개발 사업을 성공적으로 입찰했습니다. 운이 좋았던 거죠. 그들이 그 프로젝트를 입찰한 뒤로 곧이어 의성그룹에서 우리 시의 재개발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어요. 게다가 서천을 꼭 집어서 우선 고려 대상이라고도 말했고요. 그렇게 돼서 지금 서천구 땅값이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습니다.”“잘된 일 아닌가요?”고청하가 말했다.“그쪽과 협업하면 우리한테 돌아오는 것도 많을 텐데요.”“그렇긴 하지만 정태건설은 성숙한 기업의 자질을 갖춘 회사가 아닙니다.”장학명이 변명하듯 말했다.그 말을 들은 고청하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그거 핑계인 거 알아요. 나 이래 봬도 아버지 옆에서 경영을 배운 사람이에요. 단가를 올리고 싶으면 그렇다고 솔직히 말씀하세요.”“예. 역시 아가씨는 눈치가 빠르시네요.”장학명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실 저희가 계속 확답을 안 주는 것도 일부러 정태건설을 조급하게 만들어서 우리한테 유리한 쪽으로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함입니다.”“아가씨 말씀처럼 회사 자질 문제는 아주 중요한 고려대상이지요. 정태건설은 서천구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손에 넣었으니 우리 쪽에서도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영일자재의 대표로 부임한 뒤로 어떻게 하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가 그의 가장 큰 고려대상이었다

  • 이긴 놈이 왕이다   제77화

    그날 점심, 천도준은 영일자재와 협업 관련 사항을 의논하려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이때, 마 대리가 급급히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부사장님, 큰일 났어요!”천도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그에게 물었다.“무슨 일인데?”“영일 자재 사장이 우리 회사로 온대요.”마 대리가 말했다.푸흡!천도준은 마시던 물을 그대로 뿜었다.영일자재는 현재 업계에서 가장 큰 자재 업체로 그들과 장기 협력을 체결한 회사들은 전부 다 괴물급 회사들이었다.그러니 영일 직원들 눈에 정태건설은 하찮은 소기업에 불과했을 것이다.물론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에 투입되었지만 협업에 관련해 의논한다고 해도 정태에서 영일로 사람을 보내는 게 맞았다.“일단 가서 만나는 보자.”자리에서 일어선 천도준은 마 대리와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한편, 접대실에 도착한 장학명은 손에 든 단가표를 보고 울상을 짓고 있었다.고청하는 서로 상부상조해야 같이 돈을 번다는 말로 이번 계약에서 우위를 점하려던 그의 모든 계획을 뒤집어 버렸다.서천구의 대역전극을 아니꼽게 바라보는 회사들도 많았다.하지만 이 사업이 큰 이득을 가져올 수 있을 거라는 관점에는 장학명 역시 동의하는 바였다.그리고 영일처럼 탄탄한 자재 업체만이 그 방대한 물량을 소화할 수 있었다.그래서 질질 끌면서 정태건설과 밀당을 하려던 계획이었는데 갑자기 낙하산을 타고 나타난 황태녀가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려버렸으니 어이가 없었다.마침 접대실에 도착한 천도준과 마 대리는 울상을 짓고 있는 장학명을 보고 약간 당황했다.천도준이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귀하신 분이 오셨는데 접대가 소홀해서 정말 죄송합니다.”“반가워요.”장학명이 쓴웃음을 지으며 천도준과 악수했다.“정태건설이 이번에 큰 도약을 했더군요.”서천구 재개발 사업이 가지는 가치에 대해 둘 다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모든 건설 업계가 그들의 도약을 시기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천도준은 겸손한 미소로 응대했다.탁!장학명이 계약서를 테이블에 내려놓

  • 이긴 놈이 왕이다   제78화

    천도준은 마 대리의 어깨를 다독여 주며 말했다.마 대리에게 말했던 것처럼 정태건설이 도약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준 인물이니 나중에 신세를 갚아야 하는 건 당연했다.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가 끝나면 이 도시에서 정태건설의 입지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앞으로 영일과 협력할 일이 많아질지도 모른다.만약 새로 온 사장이 그것까지 예측했다면 그 사람은 장학명보다 더 멀리 볼 줄 아는 사람인 것이다.하지만 이런 일방적으로 한쪽에 유리한 계약은 어쩐지 이상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이윤을 30프로나 포기한다는 결정은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었다.그는 의혹을 안고 사무실로 돌아갔다.이때, 마 대리가 급급하게 안으로 들어왔다.“대표님, 장 사장이 또 왔어요. 계약서 세부 사항을 수정하고 싶다는군요!”천도준은 순식간에 불쾌감을 느꼈다.아직 계약서에 잉크도 마르지 않았는데 세부 내용을 수정한다니!계약이 장난도 아니고!그가 일어서기도 전에 장학명이 안으로 들어왔다.그의 표정이 사뭇 어두웠다.그는 고청하의 결정을 진심 이해할 수 없었다.정태건설을 나오자마자 고청하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리고 수정하라고 지시한 내용이 너무 허무했다.“장 부사장님.”천도준이 입을 열자 장학명이 손사래를 치며 그의 말을 잘랐다.“이유는 묻지 마시고 계약서 새로 인쇄하세요. 지불 방식을 연도별로 지불하는 거로요!”천도준은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마 대리의 입에서도 신음이 새어 나왔다.“저… 정말요?”“더 이상 묻지 마세요.”장학명이 음침하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마 대리, 다녀와.”천도준이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말했다.대놓고 밀어주는 계약을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비록 새로 부임한 사장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굳이 이유를 알고 싶지도 않았다.그렇게 계약서가 새롭게 체결되었다.장학명은 세부 사항을 확인하지도 않고 사인했다.사실 상 굳이 볼 필요도 없었다.고청하가 대놓고 정태건설을 밀어준다고 나섰는데 어떤 조건이든 받아들일

  • 이긴 놈이 왕이다   제79화

    잠시 고민하던 그는 일단은 알리지 않기로 했다.그는 고개를 돌려 고청하를 바라보며 그녀에게 말했다.“나중에 내가 아주 놀랄만한 거 보여줄게.”고청하는 그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친구였고 친구에게 뭔가를 숨기고 싶지는 않았다.그리고 최근 한 달간 있었던 일 때문에 친구에게 동정을 사고 싶지도 않았다.“뭐야? 서프라이즈야?”고청하가 흥미롭다는 듯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서프라이즈 좋지.”차가 이율병원으로 들어섰다.차에서 내린 고청하는 천도준에게 트렁크를 열어보라고 했다.그리고 트렁크를 연 천도준은 그 자리에서 놀라고 말았다.안에는 비싼 과일과 보건품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처음 병문안 오는 건데 선물이 빠질 수는 없지. 대충 마음에 드는 거로 샀는데 아줌마가 좋아하실지는 모르겠네.”고청하가 웃으며 말했다.천도준은 순간 울컥하며 감정이 격해졌다.고청하는 장난처럼 말했지만 오남미의 예전 행실과 비교되면서 그의 아픈 곳을 찔렀다.사실 고청하가 빈손으로 갔어도 그의 엄마는 무척 기뻐했을 것이다.이렇게 살뜰히 웃어른을 챙기는 고청하에 비해 오남미는 3년 동안 시어머니를 찾아 뵌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친구와 전처의 상반된 태도에 그는 갑자기 우울해졌다.“너 왜 그래?”고청하가 물었다.“아니야. 뭘 이렇게 많이 샀어?”천도준은 억지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선물을 들고 병원으로 들어갔다.고청하는 과일바구니를 들고 그의 뒤를 따라오며 말했다.“야, 천도준! 좀 천천히 가. 나 긴장된단 말이야. 이따가 들어갈 때 같이 들어가.”병실.이난희는 박유리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박유리가 간병인으로 온 뒤에 이난희는 정서적으로도 매우 안정이 되었고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얼굴에 혈색도 돌았다.이난희는 박유리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그래서 그녀를 딸처럼 대했다.박유리도 그걸 알기에 진심을 다해서 이난희를 돌봤다.천도준이 안으로 들어가자 박유리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다가왔다.“오셨어요?”“도준이 너 뭘 이렇게 많이 사왔어

  • 이긴 놈이 왕이다   제80화

    나이 든 엄마가 기억을 못한다고 어찌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저런 거짓말을 할까?이난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려 박유리에게 말했다.“유리 씨, 차 좀 타줘.”“네, 아줌마.”박유리는 고청하에게 차를 내어주고 과일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천도준은 센스 있고 부지런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반면 고청하는 박유리를 보고 살짝 인상을 썼다.하지만 잠깐이었고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이난희의 손을 잡고 대화를 나눴다.천도준은 대화에 끼지 않고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잠시 후, 박유리가 씻은 과일을 가지고 돌아왔다.세 여자가 모이자 화제가 끊이지 않았다.고청하는 직접 사과를 깎아 먹기 좋게 잘라서는 이난희의 입에 넣어주기까지 했다.그렇게 한 시간이 지났다.시간이 너무 늦었기에 천도준은 이만 돌아가자고 했다.고청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웃으며 이난희와 인사를 나누었다.“그럼 일찍 쉬어요, 아줌마. 나중에 시간 나면 종종 보러 올게요.”“그래, 그래.”고개를 끄덕인 이난희가 천도준을 바라보며 말했다.“도준아, 날도 어두워졌는데 청하 집까지 꼭 바래다줘.”“알겠어요, 엄마.”천도준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고청하와 병실을 나온 뒤, 궁금증을 참지 못한 천도준이 물었다.“아까는 왜 나랑 동창이란 말을 안 했어? 너 결혼식에 들러리까지 섰잖아.”“넌 이게 문제야.”고청하가 천도준을 힐끗 노려보고는 말했다.“아줌마는 지금 무조건 안정을 취해야 해. 내가 거기서 저 도준이 결혼식 때 들러리 섰다고 대답하면 아줌마가 또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리게 될 거잖아.”천도준은 순간 당황했다.아들인 그마저도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는데 고청하가 이렇게까지 세심할 줄은 몰랐다.그가 잠깐 정신이 팔린 사이, 고청하가 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참, 아까는 실례인 것 같아서 안 물어봤는데… 아줌마 간호하는 그 여자분은 누구야?”천도준이 덤덤히 말했다.“엄마 간병인.”“진짜 그게 다야?”고청하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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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화는 분노했다. “그럼 우리 청하가 중간에 껴서 난처해하는 모습을 눈 뜨고 보고만 있겠단 말이에요? 아빠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 중요한 순간에 딸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어요?”“알았어.”고덕화는 한숨을 푹 쉬었다. 어쨌든 동의한 셈이다. “그저 여기에서 며칠 더 묵었을 뿐이야. 천씨 가문쪽과의 협의를 또 지체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 돼.”고덕화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천씨 가문의 여세를 몰아 당신이 한 단계 더 높은 성과를 올리려고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저도 그 생각에 동의하고요. 게다가 당신을 응원해요.”이은화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여보, 우리에겐 자식이라고는 청하 한 사람 밖에 없어요. 당신이 이미 이룬 성공은 다른 사람들이 간절히 원하고, 또 원하는 것이예요. 돈은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돼요. 청하의 행복이야말로 지금 우리의 가장 큰 목표예요.”“하지만…”고덕화는 여전히 변명하고 싶었다.“저는 저희의 잘못된 생각으로 청하가 좋은 인연을 놓치지는 걸 원하지 않아요. 천씨 가문을 떠나서, 천도준은 이미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다고요. 만약 청하가 우리 때문에 헤어지면 아버지라는 사람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겠어요?”이은화의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졌다.“당신 설마 우리 청하가 석유 재벌이나 실리콘 밸리의 거물들의 자식들을 마음에 들어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고덕화는 잠시 멈칫하다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바로 명쾌하게 말했다.“그럼 이렇게 하지. 모레 여전히 이곳에서 파티를 열어 천도준에게 사과를 하는 거야. 진정한 의미에서의 상견례를 갖는 거지.”“좋아요. 이래야 좋은 아버지죠.”이은화는 부드럽게 웃었다. ……고덕화와 정강수가 회관 주차장으로 달려갔을 때, 천도준은 이미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저 멀리에서 롤스로이스 한 대가 회관 밖으로 나가는 것이 보였다. 고덕화는 미간을 찌푸렸다. 정강수가 다급히 경호원에게 물어보니, 경호원은 천도준이 착잡한 표정으로 차량에 올라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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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에 정강수는 몸을 움찔거렸다. 그의 표정은 어딘가 복잡해보였다.정강수는 국화의 대가였다. 그는 도도하고 자신의 존엄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었다. 때문에 그에게서 사과라는 단어를 좀처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하물며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사람한테 사과하라니?그저 멍하니 서 있는 정강수를 보고, 유 원장은 화가 났다.“너, 나랑 박씨 어르신을 믿어, 못 믿어?”박씨 어르신도 한숨을 쉬었다.“가, 어서 사과 해. 체면이 깎이는 것도 아닌데 뭐.”천씨 가문 가주의 친아들, 그것도 천씨 가문 가주가 아들을 위해 이미연에게 협박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천도준이 정강수의 사과를 받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순간, 정강수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유 원장이 혼자 이러는 거면 무시해도 되겠지만, 박씨 어르신까지 이러니 그들의 말을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가 아무리 어리석다고 해도 일이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정강수는 한숨을 쉰 후, 천천히 밖으로 걸어갔다.“엄마, 아빠. 제가 도준이를 잡으러 갈게요.”고청하는 감격에 겨워 밖으로 뛰쳐나갔다.오해가 풀렸다. 이건 그녀에게 있어서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여자로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부모님의 마음에 드는 것을 싫어할 사람이 어디있겠는가?정강수의 발걸음도 덩달아 빨라졌다.안채 안은 여전히 조용했다. 고덕화와 이은화는 아직도 무슨 상황인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오늘 밤, 모든 일이 너무 순식간에 지나갔다.기쁨에서 분노로, 다시 공포로 변했다. 두 사람은 그저 오랜 친구들을 불러 딸이 사랑하는 남자가 믿을만한 남자인지 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큰 오해가 생길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조금 전 천도준에게 했던 말과 행동을 생각하면, 두 사람은 얼굴이 뜨거워졌다.고덕화는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을 흘겨보았다.“오래 알고 지낸 친구인데, 어떻게 두 사람은 아직도 나를 속일 수가 있지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60화

    정강수는 눈을 부릅뜨고 분노했다.그들은 모두 오래된 절친한 친구고, 각자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가들이어서 만약 진짜로 싸운다면 누구 하나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유 원장은 얼굴을 붉히며 욕설을 퍼부었다.“넌 정말 양심도 없는 놈이야. 내가 너랑 싸우는 것을 두려워할 것 같아? 너한테 맞으면 난 내가 직접 치료하면 되는데, 넌 누가 치료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난 절대 치료 못 시켜줘.”“너……”정강수는 얼굴을 붉혔다. 고덕화는 아직도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했다.같은 편들끼리 왜 갑자기 싸움을 벌이는 거지? 그때, 박씨 어르신이 한 발짝 앞으로 나와 유 원장과 똑같이 어이가 없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정강수를 바라보았다.“강수야. 이번 일은 네가 경솔했어. 유 원장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어.”“너 까지 왜……”정강수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하지만 이내 뭔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세 사람 중, 박씨 어르신이 제일 진중하고 침착한 편이었다. 아니었으면 높은 지위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두 사람 대체 왜 그래? 무슨 일이야?”고덕화가 다급히 물었다.이은화와 고덕화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을 번갈아 쳐다보았다.유 원장은 성격이 급한 나머지 발을 동동 구르며 를 가리키며 정강수에게 소리를 질렀다.“다시 한번 저 그림을 자세히 봐봐. 그래도 천도준이 선물한 그림이 가짜라고 한다면 오늘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 말에 정강수는 마치 날벼락을 맞은 듯 정신이 멍해졌다.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천도준을 대신해 억울함을 호소했다.‘내가 진짜 잘 못 본 걸까?’정강수는 다시 를 들고 신중하게 테이블 위에 펼쳐놓았다.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돋보기를 꺼내 자세히 살펴보았다.아까와 비교하면, 정강수는 확실히 침착했다.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어찌나 조용한지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릴 것 같았다. 고덕화 일행은 막막했다. 하지만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부끄럽기도 하고, 어딘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59화

    그의 한 마디에 방은 순식간에 시간이 멈춘 듯 조용해졌다.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느새 두 사람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하지만 정강수는 오히려 거만한 표정으로 천도준을 아니꼽게 바라보고 있었다.순간, 고청하는 눈앞이 컴컴해지는 것 같았다. 그녀의 갸냘픈 몸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려왔다.부모님은 불같이 화를 낸다. 처음 부모님을 소개시켜드리는 자리는 이렇게 완전히 망해버렸다.그럼 앞으로 두 사람의 사이는 어떻게 되는 걸까?고청하는 힘겹게 천천히 입을 열었다.“도준아……”그녀가 막 말을 내뱉은 순간, 천도준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미소는 봄바람처럼 따뜻했다.당백호의 는 이수용이 그에게 준 것이다. 그는 이수용이 고작 그림 한 점으로 수작을 부렸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박씨 어르신에게 주는 선물이라 해도 절대 가짜일 리가 없었다.그의 기분을 상하게 한 건 바로 정강수의 독단적인 태도였다. 그는 그림을 단 한 번만 보고 가짜라고 판단했다. 그건 아무리 전문가여도 너무 독단적이었다.그의 이런 독단적인 행동 때문에 기쁨과 환희가 차 넘쳐야 할 자리는 순식간에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고청하의 목소리를 듣고, 천도준은 웃으며 말했다.“청하야, 난 괜찮아. 난 이만 나가볼게.”이미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그가 계속 여기에 있는다면 고청하만 중간에서 곤란해질 뿐이었다.고청하는 그가 가장 힘들었을 시기에 그의 곁으로 돌아왔다. 그는 어렵게 얻은 이 진실된 감정을 각별히 소중하게 여겼다.하지만 지금, 난처해하는 고청하를 보고 있자니 천도준은 마음이 아파왔다.말을 마친 천도준은 얼굴에 미소를 띄고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도준아……”고청하는 그를 잡으려고 했다.하지만 고덕화가 그녀를 붙잡았다.“청하야. 아직도 모르겠어?”“아빠…… 아빠는 제가 무엇을 이해하기를 바라세요?”고청하는 눈물을 흘리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청하야, 천도준은 이 도시에서 젊은 인재라고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58화

    쿵.그의 한 마디에 방 안의 몇 몇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라 어리둥절해했다.모두가 돈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이런 소장품에 대해서는 모두 관심이 없었다. 때문에 서화 면에서는 정강수처럼 조예가 깊은 사람은 없었다.한 폭의 그림이 거의 50억에 달한다니…… 그게 사실이라면 이 선물은 아주 귀한 것이었다.그 말에 천도준도 깜짝 놀랐다. 이수용은 너무 손이 컸었다. 다른 사람에게 주는 선물로 50억을 쓰다니?잠시 후, 천도준은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아저씨,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분들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50억 정도는 내놓을 수 있습니다.”“어린 나이에 말은 잘하네?”정강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점잖은 그의 얼굴에 흉악한 분노가 일었다. 고청하는 눈을 반짝였다. 천도준의 몸값을 생각했을 때, 50억 정도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녀가 막 뭐라고 해명하려고 할 때, 정강수는 갑자기 냉소를 지으며 천도준에게 말을 걸었다.“방금 잘 못 들었어? 내가 말한 건 3년 전 시가야.”“잘 들었습니다.”천도준은 평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49억 2천 8백만원. 구체적인 가격을 어떻게 알았냐고?”정강수는 차가운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당시 이 그림이 경매에 팔렸을 때, 내가 그 경매 현장에 있었지. 이 그림은 당시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한 신비로운 구매자 손에 들어갔어. 게다가 이 그림은 3년 전에 사간 이후로 한 번도 세간에 나타난 적이 없었지. 나이가 많이 어린 것 같은데, 설마 당신이 그때 그 그림을 산 사람이라고 하진 않겠지?”그 말에 고청하는 몸을 움찔했다. 그녀의 두 눈은 순식간에 휘둥그레졌다.3년 전이면 천도준과 오남미가 결혼하던 해다.그때의 천도준이 어떻게 50억 짜리 그림을 살 수 있었을까?‘설마…… 진짜 가짜란 말이야?’순간, 고청하의 눈앞은 순식간에 캄캄해졌다. 그녀의 마음은 순식간에 텅 빈 듯 공허해졌다.고덕화의 표정도 점점 굳어졌다.그는 정강수의 말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국화의 대가이고, 이 방면에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57화

    그의 한 마디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고덕화의 표정도 순식간에 굳어졌다. 고청하 어머니의 표정도 오싹하기 그지 없었다.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아저씨, 도준이는 가짜 그림을 선물할 사람이 아니에요.”고청하는 다급히 해명했다.이건 천도준이 그녀의 부모님을 처음 만나는 자리다. 그녀의 가세로 보아, 고청하의 부모님은 천도준이 준 선물의 가치를 절대 따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선물이 가짜라면 그건 의미가 달라진다.이건 가식적이고 무례한 일이 아닌가?“그래, 맞아. 한 번 더 자세히 봐. 함부로 말하지 말고.”유 원장도 고청하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는 천도준의 진짜 정체를 알고 있었다. 천도준 같은 사람이 어떻게 가짜를 구입할 수 있단 말인가? 반드시 정강수가 잘못 본게 틀림없었다.“그래, 아까 그저 얼핏 봤잖아. 네가 잘못본 게 틀림없을 거야.”박씨 어르신이 말했다.“뭐?”정강수는 박씨 어르신을 노려보았다.그는 국화의 대가이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의 그림 한 점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가치가 있었다.그는 수십 년 동안 서화에 빠져있었고 직접 본 서화는 부지기수였다.당백호의 는 정강수가 한 눈에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당신……”박씨 어르신은 무의식적으로 천도준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정강수를 향해 말했다. “이 당나귀 같은 놈아. 오늘은 청하가 남자친구를 데리고 인사를 하러 온 날인데 왜 그렇게 화를 내는 거야?”천씨 가문 가주의 친아들이 어떻게 가짜 그림을 선물할 수 있겠는가? 무슨 말도 안 되는 농담을…… 만약 이번 일로 천도준이 대노한다면 천씨 가문의 명령하나 만으로 정강수는 그동안의 명성을 전부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른다.“왜 나를 탓하는 거야?”정강수는 매섭게 쏘아붙였다.“난 저 녀석이 여자친구 부모님에게 선물로 가짜 그림을 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야. 보잘것 없는 선물이라도 정은 깊다는 말도 있는데 값비싼 선물을 주지 못해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56화

    “걱정하지 마. 이따가 확실하게 단련시켜 줄 테니까.”박씨 어르신은 워낙 권위가 높은 사람인지라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옆에 있던 유 원장과 정강수도 고개를 끄덕였다.“걱정마시게나. 우린 오랜 벗이잖아. 우리를 초대했으니까 우리도 자네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걸세.”“도대체 어느 잘난 놈이 청하 마음을 사로잡은 건지 똑똑히 봐둬야겠어.”고덕화는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 함께 주먹을 맞잡았다.바로 그때, 고청하는 잔뜩 민망해하는 천도준의 팔짱을 끼고 안으로 들어왔다.천도준을 보자마자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동시에 아연실색했다. 그들은 깜짝 놀라 순식간에 동공이 움츠러들었다. ‘저…… 저 사람이 고덕화의 예비 사위라고? 세상에.’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도 권세도 높고 지위도 높은 사람들이었지만, 천도준을 보자마자 그들의 마음속에서는 거센 파도가 일었다.이렇게 큰 인물을 감히 누가 누구를 테스트하고, 누가 누구를 단련시킨단 말인가?박씨 어르신은 천도준의 신분을 알고 있었다.이율 병원 원장인 유 원장은 천도준의 어머니가 그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 그는 천도준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장 의사를 통해 천도준에 관한 일을 들은 적이 있었다.“저 사람이 바로 네가 말한, 우리더러 잘 테스트해봐라던 그 사람이야?”유 원장이 말했다.옆에 있던 박씨 어르신은 의아한 표정으로 유 원장을 쳐다보았다. 그는 유 원장이 천도준의 신분을 알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달았다.사실, 천도준은 방에 들어온 후에도 여전히 어리둥절했다. 오늘 밤 고청하의 부모님을 만난 다는 사실도 미처 몰랐었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많은 거물급 인물들이 함께 있을 줄이야.박씨 어르신뿐만 아니라 유 원장도 있었다.그의 어머니가 이율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어머니를 돌봐느라 병원에 자주 들르곤 했다. 그럴 때에 유 원장의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오직 그 점잖은 얼굴을 한 사람과만 초면이었다. 하지만 그는 박씨 어르신, 유 원장과 함께 자리하고 있는 걸 보면 그 또한 만만한 인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55화

    죽림 정원.웃음 소리가 본연의 고즈넉함을 깨뜨렸다. 고청하는 의자에 앉아 자신의 아버지와 그의 몇 몇 오랜 벗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안절부절못하며 지켜봤다.한 쪽의 대원들 외에, 국화의 대가, 의학의 권위자 등등이 한자리에 모여있었다. 이 사람들은 국내에서 명성이 자자할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위상이 높았다. 이 사람들은 모두 고청하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들이었다. 이따가 천도준이 오면, 어떤 광경이 펼쳐질까? “자네,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못 본 새에 이율 병원 원장으로 국제적으로 유명하더군.”중년 남자는 활짝 웃으며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남자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외국의 의학 잡지에 자네가 자주 등장하더군.”“하하하. 그만 칭찬하게나. 이게 다 검은 머리가 희도록 밤 새서 노력한 결과물이니……”유 원장이 웃으며 말했다.“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걸로 따지면 정강수가 제일 자격이 있지.”그 말에 점잖은 외모에 안경을 쓴 또 다른 중년 남자가 말을 이어갔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야. 국제적으로 유명하다니? 정말 국제적으로 명성을 떨친 건 내가 아니라 고씨 지. 석유 재벌과 실리콘밸리의 가물들과 어울려 놀잖아.”“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내가 이번에 너희를 부른 건, 중요한 일이 있어서야.”“바로 사윗감을 테스트 하는 거지.”박씨 어르신이 진지하게 말했다.이 말에 유 원장과 정강수는 동시에 흥미를 느꼈다. 그들은 앞다투어 고덕화의 예비 사위가 누구인지 물었다.고덕화는 말없이 웃으며 나중에 소개하겠다고 말했다.“생각지도 못했어. 덕화가 이 도시에서 가문을 일으켰는데 사위도 이 도시에서 찾고, 어느 집 재주가 뛰어난 놈이 우리 조카딸을 그렇게 오매불망 기다리게 한 거야?”유 원장은 참지 못하고 한 마디했다.“기다려보면 알아.”고덕화는 살짝 웃었다. 그러면서 고청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마침 사람들도 다 모였으니 이 녀석들이 나를 도와 그 녀석이 진짜 합격된 놈인지 아닌지 테스트할거야.”고청하는 두 손을 맞잡

  • 이긴 놈이 왕이다   제0254화

    세 개의 분양 아파트 실시간 데이터는 꾸준히 잘 유지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일주일 정도면 이번에 나온 매물들을 다 팔 수 있을 것 같았다.이건 그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결과였다.그는 큰 주목을 받지 않는 선에서 가장 빠른 이익화를 실현하려고 했다.오후 5시, 천도준은 마영석에게 오늘 밤 축하연을 마련하라고 했다.하지만 그의 테이블로 배달된 초대장 하나가 그의 계획을 완전히 허사로 만들었다.초대장에 적힌 글자를 보고, 천도준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는 기뻐하면서 조금 놀란 것 같았다.초대장에는 사인회관이라는 장소가 적혀 있었다.사인회관의 초대장이다. 입문 자격을 갖췄다는 뜻이었다.“누가 보낸 거지?”그는 울프를 바라보았다.하지만 울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떤 젊은 사람이야. 그저 초대장만 건네주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가버렸어.”천도준은 엉겁결에 웃음을 터뜨렸다.이 초대장은 진짜 초대장이 맞았다. 사인회관의 명성이 워낙 강하다보니 아무도 감히 이 초대장을 위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초대장에는 주인의 이름이 빠져있었다.‘혹시 박씨 어르신인가?’천도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박씨 어르신의 신분으로 이 초대장을 보낸다면 자신의 이름을 빼먹지 않을 것이다.“축하연은 오늘 너희끼리 해야겠어. 나는 약속 장소로 가봐야 해.”그는 초대장을 흔들며 마영석에게 말을 걸었다.만약 정말 박씨 어르신이 보낸 초대장이라면 상대방의 체면을 구길 수 없었다.간단한 초대장 한 장이라고는 하지만, 주건희, 주준용같은 사람들에게는 아주 귀한 물건이었다.지금 상대방이 직접 그의 손에 가져다줬는데 그가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그건 멍청한 거나 다름이 없었다.깊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사인회관은 여전히 독특한 신비로움과 장엄함을 자랑했다.작은 뜰.환한 등불이 비추고,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초대장이 없으면 함부로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진정한 사인회관의 단골손님만이, 전체 사인회관에서 이 대나무 숲의 작은 뜰에 출입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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