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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긴 놈이 왕이다: Chapter 81 - Chapter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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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화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고청하도 당황해서 표정이 굳었다. 병원에서 오남미와 마주칠 줄이야.천도준은 싸늘한 얼굴로 그녀가 들고 있는 도시락통을 힐끗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3년 동안 그의 어머니가 아무리 위독해도 걱정의 말 한번 해준 적 없던 그녀였다. 그런데 지금은 엄마를 돌본다고 병원으로 도시락까지 나르고 있었다.친정엄마와 시어머니를 대하는 온도 차이에 그는 헛웃음이 나왔다.그래도 이해해 보려고 했다. 어차피 그녀와 그의 가족들은 한 번도 그의 엄마를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시어머니의 수술비를 빼돌려서 남동생 집 선불금으로 쓴 여자였다. 그러니 시어머니에게 관심이 없는 것도 당연했다.오남미는 경악한 표정으로 고청하를 바라보았다.병원에서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그녀가 귀국한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더 황당한 건 천도준과 함께 있는 고청하의 모습이었다.그녀는 한발 한발 두 사람 앞에 다가오며 물었다.“너… 언제 왔어? 왜 나한테 말 안 했어?”“남미야, 나도 어제 귀국했어.”고청하가 말했다.오남미가 눈시울을 확 붉히더니 천도준을 가리키며 다시 물었다.“그러니까 왜 이 사람이랑 네가 같이 있냐고?”“청하야.”고청하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너랑 나, 그리고 도준이 우린 원래 친구였어. 친구 어머니가 아프다고 해서 문안 차 온 거야. 뭐 문제 있어?”“당연히 문제 있지! 문제 많아!”오남미는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이를 갈며 말했다.“네 친구는 나고. 넌 나를 통해 천도준을 알게 된 거잖아.”그녀의 입장에서 고청하의 이런 행보는 친구에 대한 배신이었다.몰래 귀국해서 천도준과 몰래 만남을 가지다니!“말 다했어? 다했으면 우린 이만 갈게.”천도준이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 그는 오남미와 더 이상 입씨름을 하고 싶지 않았다.시간낭비일 뿐이었다.그는 고청하의 팔목을 잡고 오남미를 지나치려 했다.하지만 그 모습에 억지로 참고 있던 오남미의 분노가 폭발했다.‘나랑 이혼하고 내 친구랑 단둘이 만나?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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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장수지는 미친 사람처럼 포효하며 씩씩거렸다.오덕화도 음침한 얼굴로 천도준과 고청하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푸흡!천도준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리고 날 선 목소리로 장수지에게 말했다.“장수지 씨, 당신 개띠야? 왜 엄한 사람을 물어뜯어? 대체 누가 누굴 괴롭혔다는 거야?”“너 지금 어른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장수지가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그쪽이랑 얘기하고 있잖아.”천도준이 싸늘하게 말했다.예전에는 오남미를 봐서 그들의 만행을 눈감아 주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천도준, 닥쳐! 우리 엄마한테 무슨 말버릇이야!”오남미가 울며 소리쳤다.“넌 쓰레기야! 그리고 너, 고청하! 넌 여우야! 너희 예전부터 짜고 날 배신한 거지!”그녀가 이렇게 큰 반응을 보인 이유는 친구라고 생각했던 고청하가 말도 없이 귀국하고 바로 천도준을 찾아갔기 때문이었다.그래서 천도준이 자신을 버린 배후에 고청하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피해망상도 생겼다.고청하도 참고 있던 분노가 폭발했다.그녀는 앞으로 나서며 분노한 눈빛으로 오남미를 노려봤다.“오남미, 그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야?”“그건 또 무슨 소리야? 내가 뭘 어쨌다고!”오남미는 마치 자신이 가장 큰 피해자인 듯이 눈물을 줄줄 흘리며 천도준을 손가락질했다.“저 인간 무능한 거 맞잖아! 그래서 내가 버렸어! 넌 친구가 버린 쓰레기를 주워먹는 습관이 있나 봐? 그렇게 좋으면 너 가져! 난 저 인간한테 완전히 실망했으니까!”짝!귀를 자극하는 소리에 병실에 있던 모두가 놀랐다.고청하의 천사 같은 얼굴은 분노로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사람을 때리면 안 된다고 어려서부터 교육받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이건 천도준 대신 때린 거야.”고청하가 싸늘하게 말했다.천도준은 흠칫 놀라면서도 가슴이 울컥했다.고청하는 오덕화와 장수지 부부, 그리고 오남준을 쳐다보며 비웃듯이 말했다.“그리고 당신들, 당신들 뭐가 그렇게 잘났어? 단지 도시에서 태어났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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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고청하의 포르쉐가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천도준은 감격한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아까는 고마웠어.”솔직히 고청하가 이렇게까지 그를 위해 나서줄 줄은 몰랐다.그가 기억하건대, 그녀가 이렇게까지 이성을 잃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리고 모두 그를 위해서 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정말 너무하잖아.”고청하가 씩씩거리며 말했다.“너 그 집에서 고생한 거 알고 내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알아?”천도준이 웃으며 말했다.“그런데 아까 화내는 모습, 좀 예뻤어.”오남미와 그녀의 친정 식구들이 어머니 수술비를 가로챈 뒤로 그는 오남미에게 완전히 실망했다.시어머니야 죽든 말든 가족만 챙기려는 오남미의 이기심에 질려버린 것이다.그는 고청하가 무례를 범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만약 그 자리에서 고청하가 그렇게 화를 내지 않았더라면 그는 자신이 무슨 짓을 했을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천도준은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을 바라보며 말했다.“속도가 너무 빨라.”“짜증 나서 그래.”고청하가 입을 쭉 내밀며 전방에 시선을 고정한 채 씩씩거렸다.차 안에 다시 고요가 찾아왔다.“도준아.”한참 시간이 흐른 뒤, 고청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천도준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응, 듣고 있어.”고청하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용기를 내서 말했다.“아까 했던 말 다 진심이었어.”천도준이 당황하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달리던 포르쉐가 도로변에서 멈춰섰다.고청하는 긴 머리를 쓸어넘기고 보석처럼 빛나는 눈으로 천도준을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왜 갑자기 귀국했는지 알아?”천도준은 멍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가 계속해서 말헀다.“널 좋아하니까. 너랑 함께하고 싶어서 돌아온 거야.”너무 갑작스러운 상항에 천도준이 당황했다.그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그녀에게 물었다.“이거 고백이야?”고청하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줄곧 너를 좋아했어. 대학교 2학년 때부터. 하지만 넌 처음부터 오남미밖에 없었잖아. 그래서 내 감정을 억눌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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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천도준은 분위기를 무마하려고 장난치듯이 말했다.“그렇게 심각했어? 내 매력이 그 정도인가?”“나도 언제부터 시작된 마음인지 모르겠어.”고청하가 울먹이며 말했다.언제 시작한 건지 모르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에게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천도준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그 모습을 본 고청하가 가까이 몸을 밀착했다.두 사람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치고 비좁은 차 안에서 그녀의 은은한 향기가 코끝을 자극했다.그녀는 두 손으로 천도준의 손을 감싸고 아련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네 과거는 나한테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난 너와 미래를 함께하고 싶어. 널 도와 네 능력치가 닿는 곳까지 같이 올라가고 싶어. 난 오남미처럼 너를 착취하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그녀가 천천히 다가왔다.두 사람의 입술이 맞물린 순간, 천도준은 온몸에 전율이 일고 머릿속이 하얘졌다.곧이어 그는 손을 뻗어 고청하의 어깨를 잡고 살짝 그녀를 밀어냈다.“청하야, 미안해. 우리 둘 다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아.”말을 마친 그는 차에서 내렸다.고청하는 멍하니 차에 앉아 떠나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그리고 운전대에 엎드려 소리 없이 흐느꼈다.천도준은 강변을 따라 정처 없이 걸었다.서늘한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아직도 머리가 멍하고 어지러웠다.고청하가 자신을 남자로 생각할 줄은 몰랐다.그리고 이렇게 솔직하게 고백해 올 줄도 몰랐다.어떻게 이 마음에 호응해 줘야 할까?그는 강변에 자리를 잡고 앉아 반짝이는 수면을 멍하니 바라봤다. 갑자기 담배가 생각났다. 그의 출신과 고청하의 출신은 그야말로 천지차이였다.출신 때문에 오남미와 결혼할 때, 속으로는 자신이 오남미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고 자책했던 그였다. 그런 마음 때문에 더 일에 매달렸고 돈을 버는데만 집중했다.하지만 결국 어머니의 수술비마저 빼앗겨 버렸다.만약 이수용이 마침 나타나지 않았더라면….그런 생각이 들자 천도준의 두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그는 지갑에서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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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아리송한 고청하의 답장에 천도준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월셋방으로 돌아왔을 때, 거실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존이 소파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천도준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존, 아직 안 잤어요?”“도련님, 이수용 어르신께서 연락이 왔었습니다.”존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르신께서는 이미 본가로 복귀하셨고 천태영은 아직 여기 머무르는 것 같아요.”“본가에 무슨 일 생겼어요?”천도준이 물었다.이수용은 그의 아버지가 그를 보좌하라고 파견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급하게 본가로 복귀했다는 건 분명 큰일이 생겼다는 걸 의미했다.아마 천태영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아직 확실한 건 모릅니다.”존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하지만 어르신 말씀을 들어보면 천태영과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천도준은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아버지가 갑자기 나타나서 가문을 물려받으라고 하지 않나, 천태영 한 명이 나타났다고 그를 보좌한다던 이수용이 다급히 가문으로 복귀하지 않나.상황을 봤을 때 아버지가 무능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천도준의 생각을 읽은 존이 말했다.“도련님, 가문의 이해관계는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아요. 내부에서도 세력 다툼이 심해서 회장님 혼자 감당하기 힘들 정도예요.”“뭐,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천도준은 관심 없다는 얼굴로 심드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현재 서천구 재개발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니 거의 만점에 가까운 답안지는 아버지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것 같았다.이수용이 옆에 없고 천태영이 아직 주변에 머무르는 상황이지만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지는 않았다.아무리 천도영이 대단하다고 해도 이 도시에서 오랜 시간 머물며 입지를 다져온 그를 쉽게 건들 수는 없을 것이다.다음 날 아침.천도준은 평소처럼 존과 함께 체력 훈련과 격투 기술을 훈련한 뒤, 회사로 출근했다.가는 길에 그는 박유리에게 전화를 걸어 모르는 사람이 병실을 찾으면 무조건 쫓아내라고 주의를 주었다.어제 그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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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자재 협회에서 공공연히 정태건설을 저격하고 나섰다는 사실조차 그녀는 오기 직전에 알았다.장학명은 그녀를 건너 뛰고 회사를 대표해서 그 협약에 사인한 것이다.“장 부사장, 당신은 사내 규정을 어기고 사장인 내 동의 없이 사사로이 비 양심적인 협약에 사인했어요.”장학명이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저희 혼자 빠지면 업계 다른 회사들의 연합 공세를 받을 겁니다. 영일이 이 도시에서 제일 공급상이라는 입지를 다졌더라도 합동 공세는 막을 수 없어요.”잠시 주저하던 그는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그리고 그 계약은 처음부터 일방적으로 정태건설에게만 유리한 계약이었어요. 동종 업계의 공분을 충분히 살만한 일이었고요. 그래서 그 계약을 파기할 수밖에 없었어요.”“지금 내가 세 살 먹은 애로 보여요?”고청하는 치미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계약서에 다 사인했는데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해요? 영일에서 정태건설 좀 밀어주면 뭐가 어때서요? 정태건설 자체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예요. 모든 공급 업체가 합세해서 정태건설을 저격하고 있는데 대체 배후에 뭐가 있는 건가요?”그녀는 이가 갈리고 손발이 떨렸다.고청하는 순진하고 멍청한 재벌 공주님이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엘리트 교육을 받았고 해외에서 유학하면서도 공부에 게을리하지 않았다.그런 그녀에게 장학명의 알량한 거짓말은 통하지 않았다.그녀는 처음부터 천도준을 돕겠다는 일념으로 귀국했다. 회사에 조금 손실이 나더라도 상관없었다.그런데 돕겠다고 나선 결과가 이런 것일 줄은 몰랐다.장학명이 살짝 불쾌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고청하가 싸늘하게 말했다.“누가 뒤에서 장난 치는 건지는 모르겠고 장 부사장이 그쪽에서 뭘 받았는지도 모르지만 당장 정태건설에 가서 사과하세요. 계약 파기는 없어요. 못 하겠으면 회사를 떠나세요.”“고청하 씨!”장학명이 분노한 듯 말했다.“당신 미쳤어요? 영일자재가 입는 손실은 생각도 안 해요?”“상관 없어요!”고청하의 태도는 단호했다.장학명이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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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천도준이 회사를 나간 뒤, 마 대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다 들었죠? 대표님이 해결하신다니까 걱정 말고 일해요. 지난번에도 대표님이 서천 사업 절대 밑지는 장사 아니라고 말해서 잘 해결되었잖아요. 우리 대표님을 믿고 움직입시다!”그제야 직원들의 어두운 얼굴에 웃음이 피어났다.천도준이 대표로 부임하고 서천구 땅값이 폭등한 대 역전극 이후로 천도준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는 하늘로 치솟았다.천문동 별장.택히 한 대가 한 별장 앞에 멈추었다.차에서 내린 천도준은 대문 앞에 서서 고개를 들어 산기슭에 있는 별장을 바라봤다.그가 구매한 별장이었다.그는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천태영, 강한 자는 비겁한 자에게 절대 지지 않아. 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지 몰라도 나는 절대 이길 수 없어.”어제 존이 했던 얘기와 오늘 갑자기 뒤바뀐 영일자재의 태도를 종합해 봤을 때 뒤에서 누가 움직이고 있는지 뻔히 보였다.천씨 가문이 가진 권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그도 가늠할 수 없었다.천태영이 돈으로 자재 업체를 매수하여 정태건설을 사냥하는 건 아주 쉬웠다.하지만 이 별장의 주인은 그가 매수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그는 옷매무시를 정리한 뒤,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이미 전화로 상황을 말씀드렸기에 그는 태클 없이 바로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천도준을 본 집사가 그를 공손히 별채로 안내했다.우아한 고전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고전 풍의 별장 내부 인테리어와 무척 잘 어울리는 음악이었다.“회장님, 천도준 씨 오셨습니다.”집사가 소파에 앉은 남자에게 다가가서 공손히 고했다.남자는 다급히 일어서서 천도준에게 다가왔다.금테 안경 뒤에 가려진 그의 눈빛이 형형하게 빛났다.남자는 다름이 아닌 주건희 회장이었다.“주 회장님.”천도준이 허리 숙여 그에게 인사했다.주건희도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천도준에게 자리를 권했다.“도준 씨, 어서 와서 앉아요. 우리 집에서는 예의 차릴 거 없어요. 자기 집처럼 편하게 있어도 돼요. 예전에 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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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천도준이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말했다.“이수용 어르신은 제 귀인이십니다. 매번 귀찮은 일이 생길 때마다 어르신께 손을 내밀면 그분의 기대를 저버리는 짓 아니겠습니까?”“하하… 그렇긴 하죠.”주건희가 날카로운 눈으로 천도준을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말단 사원이었던 천 대표를 끌어준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그때 천 대표에게 날개를 달아주지 않았더라면 3년 안에 부장까지 진급하는 쾌거는 이루지 못했을 거예요.”찻잔을 내려놓은 주건희가 본론을 말했다.“사실 연락을 받은 뒤에 이미 인근 도시에서 공급 업체 세 군데에 연락했어요. 그들의 실력이라면 서천구 개발 사업에 필요한 물량을 맞출 수 있을 거예요. 단지 단가나 지불 방식이 우리 시보다는 많이 까다로울 거예요.”“이해합니다. 일단 회사는 살리고 봐야죠. 돈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천도준은 고개를 끄덕인 뒤, 주건희 회장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그렇게 말하면 섭섭하죠. 천도준 씨는 내가 먼저 발견하고 키워준 인재 아닙니까. 설마 내가 모른 척할 줄 알았어요? 사업 판은 전쟁터와 같아요. 상부상조해야 더 오래갈 수 있는 거지요.”주건희는 아무렇지 않다는 식으로 말하며 찻잔을 들었다.천도준은 찻잔을 비운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회장님께 확답을 들었으니 이만 회사로 복귀하겠습니다. 아직 할 일이 많아요.”“그래요. 각 공급 업체에서 제시한 단가와 자세한 사항은 메일로 보낼게요.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서 가서 계약하면 됩니다.”별장을 나온 천도준은 하늘을 보며 걸었다.오늘따라 햇살이 따스했다.주건희와의 독대에서 너무 긴장한 탓인지 등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고개를 돌려 주건희의 별장을 바라본 천도준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아까 그가 조금만 긴장한 모습을 보이고 주건희와 대화가 길어졌더라면 이수용이 본가로 복귀했다는 사실이 탄로날 수도 있었다.지난번에 이대광이 약간 장난친 것 가지고 이수용이 직접 전면에 나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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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승진할 걸까?그녀는 기쁘면서도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천도준 이 녀석, 승진하고도 한 마디 말도 없었어?’고개를 끄덕인 고청하가 말했다.“그럼 천 대표님 만나게 해주세요.”그녀가 알아본 정태건설 자료에 의하면 이 회사는 한 대기업 회장의 산하 계열사중 하나였다.천도준이 대표의 자리까지 올랐지만 진짜 주인은 따로 있다고 생각했기에 필요하다면 천도준을 위해 자신이 나서서 그분을 만나 해명할 생각이었다.“죄송하지만 대표님은 지금 자리를 비우셨어요.”여직원이 말했다.고청하는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벌써 윗분을 만나러 간 걸까?서천구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현재 정태건설이 자재 업체의 협동 공격을 받고 있으니 천도준은 대표로서 그 책임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그런 생각이 들자 고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도와주려고 귀국했는데 첫 단추가 이렇게 꼬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만약 장학명이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리지 않았더라면 절대 이런 상황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이때, 등 뒤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천도준은 안내 데스크 앞에 있는 고청하를 보고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청하 너 회사에는 어쩐 일이야?”그는 한숨을 쉬며 안내 데스크 직원을 바라봤다. 나중에 알려주려고 일부러 말 안 했는데 말하기도 전에 그녀가 그의 진짜 신분을 알아버렸다.고청하는 천도준을 보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안 그래도 너한테 해명할 일이 있어. 자재 협회가 너의 회사와 보이콧을 선언했다며?”“그걸 어떻게 알았어?”천도준이 당황한 듯 물었다.“지금 그게 중요해?”고청하는 천도준을 끌고 구석으로 가서 작은 소리로 물었다.“혹시 윗분한테 불려가서 깨지고 오는 길이야?”윗분?천도준은 당황한 얼굴로 고청하를 바라보았다.아직 모르는 건가?그가 멍하니 있자 고청하는 조바심이 났다.“너 부장에서 대표로 승진한 거 알아. 그런 시점에서 서천구 개발 사업에 이런 차질이 생겼으니 배후에 있는 그분이 분명 너한테 엄청 뭐라고 했겠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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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고청하는 아리송한 말만 남기고 홀연히 가버렸다.천도준이 일을 해결했다면 이제 회사로 돌아가서 장학명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해 볼 차례였다.천도준은 멍한 표정으로 멀어지는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뭘 잘못했다고 저러는 거지?”그는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젓고는 사무실로 들어갔다.기대에 찬 직원들의 시선이 그를 향하자 그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미 해결했으니 다들 일하세요.”환호성이 사무실에서 터져나왔다.“역시 대표님은 해낼 줄 알았어요!”“우리 대표님 정말 믿음직하세요. 이제 걱정 없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겠어요.”“자, 다 일합시다. 대표님이 힘들게 문제를 해결했는데 저희도 놀고 먹을 수는 없죠.”열띤 사무실 분위기를 보고 천도준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갔다.한편 고청하는 미친 듯이 질주하여 영일자재 주차장에 도착했다.사무실로 돌아온 그녀는 바로 장학명을 호출하지는 않았다.사실 그녀는 이 사람을 어떻게 처리할지 난감했다.그는 그녀의 아버지가 직접 키워낸 영일자재의 실세였다. 비록 그녀가 이곳으로 오면서 사장 자리에 올랐지만 회사 직원들에게 장학명의 명망은 그녀를 훨씬 초월했다.귀국한 진짜 이유를 부모님께 알리지 않은 상황에서 장학명을 자른다면 부모님 귀에 이 일이 들어갈 것은 물론 상황이 그녀가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었다.그녀는 아직 부모님이 천도준을 성에 차할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 비록 그녀의 눈에는 훌륭하다고 하지만 부모님 입장은 달랐다.그래서 조용히 귀국해서 최선을 다해 천도준을 최정상으로 올린 뒤에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내는 게 그녀의 계획이었다.그랬기에 더욱 더 장학명을 자극할 수 없었다.잠깐의 고민 끝에 답이 나오지 않자 그녀는 일단 접어두기로 하고 컴퓨터를 열었다. 그리고 검색창에 주건희라는 이름을 검색했다.유명인사답게 인터넷에서 그의 상세한 프로필을 검색할 수 있었다.주건희에 관련한 정보를 확인한 고청하는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저런 인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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