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긴 놈이 왕이다: Chapter 101 - Chapter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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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101장
다급하게 택시에서 내린 천도준은 순간 얼어붙고 말았다.멀지 않은 곳의 주차장에 흰색의 포르쉐 911이 주차되어 있었다.고청하의 차였다!설마 늦은 건가?다른 것은 아랑곳할 겨를도 없이, 마치 한 마리의 맹수처럼 그는 시뻘게진 두 눈으로 리빙턴 호텔로 달려 들어갔다.로비에 들어서자 익숙한 사람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청하야!”천도준이 크게 외쳤지만 엘리베이터 문은 이미 닫혀버렸고 되레 로비 내의 사람들이 그를 향해 이상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프런트로 달려간 그는 버럭 화를 냈다.“방금 저 남자랑 여자 어느 방으로 갔어요?”프론트의 여자는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고객의 개인정보를 지키는 건 호텔의 의무였다.그녀는 우물쭈물하며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퍽!천도준은 주먹을 들어 프런트를 쾅 하고 내리치며 이를 악물었다.“제 여자 친구가 약물에 당했어요. 만약 제 여자 친구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긴다면 이 호텔, 문 닫을 각오해야 할 겁니다.”지금의 그는 분노에 잠식되어 다른 건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게다가 이수용의 수완을 생각했을 때 리빙턴 호텔을 파산시키는 건 안 될 것도 없었다!프런트 직원은 천도준의 말에 깜짝 놀라 황급히 대답했다.“18층, 999호실 스위트 룸이요.”천도준은 그대로 엘리베이터를 향해 달려갔다.다행히 프런트에서 지체한 시간이 길지 않아 그가 18층에 도착했을 때 장학명은 고청하를 부축한 채 한 방문 앞에 서 있었다.“청하를 내려놔!”천도준은 성큼성큼 달려갔다.막 문을 두드리려던 장학명은 화들짝 놀랐다. 고청하를 데리고 등을 돌린 그는 천도준을 보자 안색이 돌변했다.“천… 도준….”고청하는 이미 완전히 기력이 빠진 상태인 데다 의식마저 흐릿했다.눈 깜짝할 사이, 천도준은 이미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는 주먹을 들어 장학명의 얼굴을 내리쳤다.장학명은 피하고 싶었지만, 최근 존의 지옥 훈련을 받은 천도준의 피지컬과 전투 스킬은 일반인이 저항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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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102장
그는 나약한 사람이 아니었다.지하 격투장에서 울프에게 사력을 다하지 않은 것은 전투 경험을 쌓으러 간 것이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지금, 그는 전력을 다했다.고청하는 그의 여자 친구였고, 그의 사람이었다.더욱이 그의 역린이었다!건드리면, 죽는 것이었다!천도준은 등을 돌려 굳게 닫힌 방문을 쳐다봤다. 두 눈에 담긴 분노가 점점 더 거세졌다.꽉 쥔 주먹에서는 까드득 소리가 울렸다.이건… 누군가에게 조공하려는 건가?그의 여자 친구가 장학명의 약에 당해 이 방으로 보내져 방 안에 있는 사람의 환심을 사려한다니.정말 우습기 짝이 없었다!퍽!힘을 가득 실은 발길질에 호텔 방문이 쾅 하고 열렸다.방 안에는 웅장한 곡조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커튼이 꼼꼼히 닫혀 있어 방안은 조금 어두웠다.그리고 거실 의자에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양손은 숙인 채 두 손은 모아 턱을 괴고 있었다.“천태영?”빛이 부족한 상황에서 천도준은 천태영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한 부분만 보고도 알아봤다.그를 죽이려고 하는 사람은 재가 되어도 잊을 수가 없었다.“흐흐흐….”음산한 냉소가 울리며 천태영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서늘한 눈빛으로 천도준을 쳐다봤다.“사생아 주제에, 내 먹잇감을 빼앗으려 들어?”그 말투에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향한 조롱이 담겨 있었다.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빳빳한 정장을 정리한 그는 천천히 입구로 걸어왔다.미간을 찌푸린 천도준은 방 안에 있는 사람이 천태영이라는 것에 조금 놀랐다.하지만 이 일은 고청하와 연관이 있었다.천도준은 한 발 앞으로 다가갔다.“난 고청하를 데려갈 거야.”“네가 무슨 자격으로?”천태영은 우습다는 듯 냉소를 흘렸다.“존과 며칠 전투 스킬을 훈련했다고? 웃기지 마. 사생아는 사생아일 뿐이야. 내가 널 쓰레기라고 하면 넌 쓰레기인 거야. 넌 절대로 어렸을 때부터 엘리트 교육을 받은 천재를 이길 수 없어.”휙!말이 끝나기도 전에 천태영은 천도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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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103장
푹!한줄기의 피가 뿌려졌다.미간을 팍 찌푸린 천도준의 두 눈에 날카로움이 가득했다.그의 왼손 팔뚝에 길게 베인 상처에서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그나마 재빨리 피해서 다행이었다. 직격으로 베었다면 죽지는 않아도 한쪽 팔은 더는 쓸 수 없을 게 분명했다.천태영에게 있어 사람 목숨은 정말 별 보잘것없었다.“쯧, 난 또 얼마나 대단하다고. 여전히 쓰레기였군.”천태영은 천천히 등을 돌려 문 앞에 서서 천도준의 앞을 가로막으며 조롱했다.“후우….”천도준은 심호흡을 하며 굳은 얼굴로 천태영을 노려봤다.천태영은 별안간 다리를 들어 문턱에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사실 너에게도 선택지는 있어. 내 다리 사이를 기어가기만 하면 살려는 줄게. 하지만 저 여자는 남겨둬야 할 거야.”“그럼 끝내 누가 남게 될지 두고 보자고!”천도준의 두 눈에 안광이 번뜩이더니 별안간 의자를 들어 천태영을 향해 달려들었다.어두운 방 안에서 두 사람은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이따금씩 나이프가 의자에 부딪치는 소리가 울렸다.한 번의 실전을 경험한 뒤로 천도준은 질적인 변화가 생겼다.하지만 천태영에 비하면 그래도 차이가 있었다.이내 그는 밀리기 시작했다.몇 번이나 한기 서린 나이프가 그의 몸을 스쳤고 빠르게 반응하여 아슬아슬하게 피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피투성이가 되었을지도 몰랐다.푹!끝내 나이프가 천도준의 오른팔을 휙 그었다.미간을 찌푸린 그는 고통에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왼팔의 상처는 뼈가 보일 정도로 깊었고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잠깐 멈춰선 천태영은 마치 광대를 보듯 천도준을 주시했다.천도준의 변화는 확실히 큰 놀라움을 주었다.하지만 그저 놀라움뿐이었다.그는 천도준에게 자신과 맞설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사생아는 사생아일 뿐이지. 아무리 대단해졌다고 해도 사생아일 뿐이야.”천태영은 음산하게 웃으며 나이프를 휘둘러 나이프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가고 싶지 않다면 여기 남겨줄게. 완전히 단념할 수 있게 말이야.”천도준은 한기 서린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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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104장
비록 웃고는 있었지만, 말투 속에 담긴 냉기에 천태영은 주변의 온도가 한껏 낮아진 것만 같았다.천태영은 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이 순간 미소를 짓고 있는 천도준을 마주하자 천태영은 드물게 강렬한 두려움이 느껴져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천태영은 확실히 천도준을 죽일 수 있었다.하지만 그는 천도준이 감히 그의 칼에 맞으면서 그에게 반격을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이건 목숨으로 목숨을 바꾸는 싸움 기술이었다!“죽어, 지금 당장 죽어!”천태영은 별안간 미친 것처럼 오른손으로 나이프를 잡고 비틀기 시작했다.찌지직….소름 돋는 소리가 천도준의 가슴팍에서 울렸다.그것은 나이프에 살이 찢기는 소리였다.하지만 천도준은 전혀 손을 놓지 않았다. 왼손이 나이프에 베어 온통 피투성이가 되어도 절대로 손을 놓지 않았다.그는 두 눈을 부릅뜬 채 살기 가득한 눈으로 천태영을 노려보고 있었다.가슴속에서 피가 빠르게 흘러나오는 것을 느낀 그는 오른손도 들어 나이프를 잡은 채 가슴팍에 꽉 눌렀다.이렇게 해야만 최대한 시간을 끌 수 있었다.그래야만 고청하를 구할 수 있었다.“미친 새끼, 넌 정말 미친 새끼야! 죽어! 죽으라고!”천태영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초점이 나간 채 분노에 차 포효했다.천도준의 반응에 그는 진짜로 겁을 먹었다.나이프를 천도준의 가슴팍에서 빼내고 싶었지만 천도준의 양손은 나이프를 단단히 누르고 있었다.이 미친 새끼는… 죽는 것도 두렵지 않은 건가?이건 전혀 사생아답지 않았다!“도련님!”바로 그때, 우레와 같은 소리가 울렸다.천도준의 안색이 갑자기 풀어지더니 한시름을 놓았다는 듯 웃었다.“존… 왔어요??”그가 목숨을 내건 채 싸웠던 것은은 정말로 천태영을 이기려고 그랬던 것이 아니었다.방금 전의 대결로 그는 강하게 대적하기만 해서는 절대로 천태영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깯라았다.그리하여 나이프를 가슴에 꽂은 채 시간을 버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왜냐하면 리빙턴 호텔로 오는 길에 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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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105장
천도준은 천천히 두 눈을 떴다.코를 찌르는 소독약 냄새가 가득해 그는 조금 멍해졌다.“안 죽은 건가?”옆에서 잔뜩 굳은 얼굴을 하고 있던 존은 드디어 한시름 놓았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나이프는 모든 급소를 피했어요. 당시엔 그저 과다출혈로 기절한 것뿐이에요. 다행히 제때에 구조되었고요.”천도준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기분 좋게 웃었다.당시에 그는 고청하를 보호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설령 천태영의 나이프에 찔려 죽게 된다고 해도 일말의 후회도 없었다.그저 시간만 끌 수 있다면, 존이 고청하를 구해줄 때까지만 버틸 수 있다면 그걸로도 충분했다.나이프가 모든 급소를 피한 건 정말 천운이었다.방안을 살핀 천도준의 안색이 별안간 굳었다.“여긴 어느 병원이에요?”자신이 다친 것을 어머니에게 알릴 수는 없었다. 어머니는 그런 큰 충격을 버틸 수 없었다.“걱정마세요, 도련님.”존이 다급히 위로했다.“어르신께서 떠나시면서 당부하셨던 터라 다른 병원으로 데려왔어요.”천도준은 크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청하는 어떻게 됐어?”당시 기절하기 전, 존이 천태영의 다리 한쪽을 부러트리는 것을 직접 봤으니 고청하가 안전해진 것은 확실했다.하지만 장학명의 약에 당했던 건 어떻게 된 건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무사합니다.”존이 말했다.“이 꼬박 하루 밤낮 동안 고청하 씨가 계속 돌보고 있었어요.”하루 밤낮?천도준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그 녀석도 참, 아무 일도 없는데 옆에서 돌보기까지 하다니. 그런 고생을 해본 적이나 있었겠어?”그는 비록 고청하의 집안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고청하는 집안이 부유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대학을 다닐 때부터 고청하는 그에게 재벌 2세라는 느낌을 주었다.그런 부잣집 아가씨에게 있어 밤낮없는 병간호라니, 적지 않은 부담이었을 것이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끼익하며 병실 문이 열렸다.고청하는 잔뜩 피곤한 얼굴로 보온병을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하루 밤낮동안의 간호로 고청하는 몹시 지쳐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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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106장
“그럼 넌 바보가 맞아.”고청하가 불만을 터트렸다.천도준을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 없이 손을 들어 고청하의 등을 토닥였다.고청하는 깜짝 놀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 울어서 감정을 터트릴 수 있다면 고청하에게도 좋았다.점차 고청하의 울음소리가 멈췄다.꼬박 하루 밤낮 동안 쉬지 않았던 터라 피곤함이 극에 달해 있었다.게다가 지금 지금 큰 소리로 울고 나니 졸음이 몰려왔다.천도준은 품에 안긴 채 잠이든 고청하의 어깨를 다정하게 토닥이며 작게 중얼거렸다.“바보, 평생을 나한테 걸었는데 내가 어떻게 지게 할 수 있겠어? 널 지키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은행 창구 앞, 임설아는 넋을 놓고 있었다.어젯밤에 정성 들여 꾸미고 잔뜩 기쁜 얼굴로 해선정에 도착했을 때 천도준을 만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되레 오남미와 마주치게 될 줄은 전혀 생각도 하지 못했다.두 사람이 우연이 마주쳤던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난처해졌다.약혼식이 무산된 이후로 그녀는 오남준과 만나지도 않았고 오씨 가문 사람과는 연락이 끊겼었다.오히려 남들이 보기에 당시에 벌어졌던 일은 오씨 가문 사람들의 잘못으로 보였다.그리고 그녀가 오씨 가문과 연락을 하지 않는 건 자연스럽게 자신의 몸값을 높이려는 것이었다.하지만 오남미를 마주하자 그래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오남미의 두 눈에는 원망이 가득했다.하지만 오남준 때문에 두 사람은 완전히 척을 지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앉아 어색하게 대화를 나눴었다.아무리 기다려도 천도준이 오지도 않고 메시지를 보내도 답장이 없고 전화를 걸어도 받지를 앉아 그제서야 임설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날 가지고 논 건가?”임설아는 짜증스럽게 머리를 긁었다. 해선정에서 오남미를 만났던 건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천도준만이 모든 상황을 만들 수 있었다.임설아는 짜증이 극에 달해 입술을 꾹 깨물었다.그는 오남준에게 갈아탈 생각은 했었지만 그렇다고 천도준을 완전히 포기할 생각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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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107장
오남준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 두 눈을 비비적거렸다.임설아가 왜 천도준 그 망할 자식의 엄마 병실에 들어간 거지?이 순간 그는 아예 넋이 나갈 것만 같았다.그는 천천히 병실 쪽으로 향했다.그리고 병실 안.임설아를 본 이난희는 온화하게 웃으며 박유리에게 임설아를 챙기라고 말했다.방금 전 장수지의 병실에 있을 때와는 다르게 지금의 임설아는 사람이라도 바뀐 듯 환하게 웃으며 이난희를 향해 쉴 새 없이 말을 건넸고, 심지어는 이난희를 위해 사과까지 깎아주고 있었다.그 두 모습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병실 안에서 임설아와 이난희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웃으며 일상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그리고 병실 밖, 오남준은 문에 있는 유리를 통해 방 안의 상황을 똑똑히 지켜보고 있었다.지금 이 순간, 그는 머리가 윙윙 울려 멍하니 제 자리에 서 있었다.심지어는 머리가 굳은 것처럼 텅 비어 버렸다.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그는 그만 얼이 나가고 말았다.자신과 자신의 가족 앞에서 차갑고 도도하기 그지없는 임설아가 천도준 그 망할 자식의 엄마 앞에서는 이렇게 다정할 줄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임설아가 어떻게 이난희를 알고 있는 걸까?시간이 점차 흘러가고 복도에 있던 사람들은 오남준을 향해 이상하다는 눈빛을 보내고 잇었다.하지만 오남준은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병실 안에 온 신경을 기울이고 있었다.그렇게 멍하니 반 시간이나 서 있었다.임설아는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을 떠나려 했다. 병실 문을 연 순간 멍하니 있는 오남준을 보자 임설아의 얼굴에는 순식간에 미소가 사라졌다.잠깐 당황해하던 임설아는 빠르게 침착함을 되찾고 차갑게 물었다.“네가 왜 여기에 있어?”심장이 덜컹거린 오남준은 빠르게 정신을 차렸고 분노가 터져 나왔다.“나….”그가 외치기도 전에 임설아의 안색이 차갑게 얼어붙었다.“아주머니 쉬는 거 방해하지 마. 그랬다간 가만 안 둘 거야.”말을 마친 그녀는 곧바로 등을 돌렸다.순간 다급해진 오남준은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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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108장
의혹을 내려놓자 오남준의 마음에는 오로지 기쁨과 감격만이 가득했다.약혼식 이후 임설아는 계속 자신과 만나주지 않아 그는 임설아가 화가 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심지어는 헤어지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했었다.하지만 오늘 임설아가 자신의 어머니를 보러 와준 데다 방금 전에 했던 말을 보면 이제 화를 내지 않는다는 말이니 두 사람에게는 계속 함께할 가능성이 있었다!“설아야, 걱정하지 마. 반드시 부모님이랑 누나에게 돈을 모으라고 해서 너랑 결혼할 거야!”오남준은 주먹을 꽉 쥐고 단호한 눈빛을 했다.오남준이 기쁘게 방으로 돌아오자 오덕화와 장수지는 그만 놀라고 말았다.요 며칠 동안 오남준이 이렇게 기뻐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남준아, 무슨 좋은 일 있어?”장수지가 먼저묻자 오남준이 웃으며 말했다.“엄마, 아빠, 설아가 이제 화를 내지 않는대. 아까 나한테 우리가 예물비만 준비하면 결혼할 수 있다고 했어.”“그럼 됐다, 됐어.”오덕화는 감격에 겨워 양손을 꽉 맞잡았다.그리고 장수지는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우쭐한 미소를 지었다.“설아 그 애 말이야. 예쁜 데다 심성도 착하고 학력도 높아서 애가 마음이 넓을 줄 d라고 있었다. 남준아, 반드시 설아에게 잘해줘야 해.”“그건 당연하죠. 전 평생 설아 아니면 결혼 안 할 거예요.”주먹을 꽉 쥔 채 단호한 눈빛으로 말하던 오남준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근데 엄마 아빠, 이 예물비 대체 언제쯤 다 모을 수 있어요?”그 말에 오덕화와 장수지는 동시에 멈칫했다.서로 시선을 마주한 장수지는 화가 치밀어 이를 악물었다.“이게 다 네 언니 때문이야. 망할 계집애가 일을 이렇게 망쳐놓다니. 이제 걔한테 방법 좀 생각하라고 해.”“딸을 이렇게 몰아붙이는 건 안 좋지 않을까?”오덕화가 조금 망설이며 말했다.“그렇게 대단하면 자지가 돈 만들어오든가요. 교사 주제에 아는 사람들한테 다 물어봐 놓고도 돈 못 모았잖아요?”오덕화를 흘겨본 장수지는 잠시 고민하다 결심을 하며 말했다.“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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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109장
3일 후.천도준은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집을 부려 퇴원 수속을 밟았다.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는 이미 관건적인 시기가 되어 이제 얼마 지나지 않으면 분양이 시작되는 터라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았다.게다가 이대로 병원에 입원만 한 채 이율 병원으로 어머니의 병문안을 가지 않는다면 다쳤다는 소식을 숨기기도 힘들었다.몸의 상처는 비록 아직 붕대를 풀지는 않았지만 조금 조심만 한다면 큰 문제는 없었다.고청하와 존의 부축을 받으며 병원을 나온 천도준이 살던 집으로 돌아갔을 때 고청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천도준, 여태까지 이런 방에서 지냈던 거야?”그녀가 보기에 천도준은 그래도 정태 부동산의 사장이기도 하고 연봉도 억대는 될 텐데 이런 작은 투룸에서, 그것도 월세로 지낸다는 것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믿지 못할 게 분명했다.“난 좋은 것 같은데?”천도준은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고청하는 입술을 달싹였다. 아직도 얼굴이 창백한 천도준을 보자 별안간 마음이 아팠다.그러다 그녀는 천도준이 여태까지 번 돈이 다 어디로 갔는지를 문득 깨달았다.“미안,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고청하는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방금 전의 말은 확실히 실례였다.천도준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아니야, 게다가 내가 서프라이즈를 준비했다고 했던 거 기억해?”그렇게 말하며 그는 고청하를 향해 윙크를 하며 아무 말 없이 미소를 지었다.고청하의 두 눈이 반짝이더니 놀란 눈으로 천도준을 쳐다봤다. 뭔가 예상이 가긴 했지만 아무런 말이 없는 천도준의 반응에 묻는 것을 포기했다.기왕 서프라이즈를 준비했다니 얌전히 기다리면 그만이었다.지금 물어봤자 서프라이즈의 의미만 사라질 뿐이었다.고청하와 존은 천도준을 도와 짐들을 내려놓았고 천도준은 간단하게 씻은 뒤 정장으로 갈아입었다.거울 속의 그는 안색이 조금 하얗게 질리고 초췌하긴 했지만 그래도 상태는 전보다 훨씬 나아 보였다.“존은 집에 있어요. 전 청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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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110장
“도준 형님, 지난 사흘 동안 정말 조급해 죽는 줄 알았어요. 다들 형님한테 무슨 일이라도 벌어진 건 아닌지 엄청 걱정했다니까요.”마영석이 걱정 가득한 투로 말했다.천도준은 마음이 따스해져 미소만 지었다.마영석은 그가 손수 키운 사람으로, 자신을 향한 마영석의 의리를 그는 잘 알고 있었다.실제로도 이 재개발 프로젝트에서 각 구역 담당자로 배정된 사람들은 전부 그에게 있어 중임을 맡길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그동안은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느라 그랬어. 이젠 전부 다 해결됐고. 이제 작업 진도에 대해 보고해 봐.”천도준은 화제를 돌렸다. 그는 자신의 직원이 자신을 걱정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칼에 찔려 과다 출혈로 응급 구조를 받은 뒤 사흘 만에 퇴원했다고 하면 마영석 일행은 더욱더 당황할 게 분명했다.마영석은 더 따져 묻는 대신 보고를 시작했다.“각 지역의 진도는 예정대로 진행 중입니다. 분양 허가증도 처리하는 중이라 이번 달 중순부터 분양 가능할 것 같습니다.”“중순에?”천도준은 순간 기뻐했다.신축 건물의 분양이 시작되면 정태 건설은 완전히 다시 일떠설 수 있었다.잠시 멈칫하다 다른 책임자가 입을 열었다.“하지만 도준 형님, 서천구 지역은 아주 넓어서 개인적으로는 즉시 전부 분양 시작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러면 집값에도 영향이 가고 분양 시장에 혼란이 일지도 몰라요.”고개를 끄덕인 천도준은 생각에 잠겼다.확실히, 서천구는 구시가지로 더럽고 치안이 안 좋기로 유명한 곳이었지만 토지 면적은 조금도 작지 않았다.이번에 분할받은 구역만 해도 족히 열 개는 되었다.의성 광장이 입주한다는 소식에 서천구의 집값은 시장을 거스르며 오르기 시작했었다.만약 각 구역의 집이 동시에 분양을 시작한다면 이 시의 공급은 폭증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예상했던 분양 효과에 못 미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집값을 떨어트릴 수도 잇었다.게다가 서천구의 집 공급량이 시장에 지나치게 많이 풀리게 된다면 시민들이 몰릴 게 분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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