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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천도준이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이수용 어르신은 제 귀인이십니다. 매번 귀찮은 일이 생길 때마다 어르신께 손을 내밀면 그분의 기대를 저버리는 짓 아니겠습니까?”

“하하… 그렇긴 하죠.”

주건희가 날카로운 눈으로 천도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말단 사원이었던 천 대표를 끌어준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그때 천 대표에게 날개를 달아주지 않았더라면 3년 안에 부장까지 진급하는 쾌거는 이루지 못했을 거예요.”

찻잔을 내려놓은 주건희가 본론을 말했다.

“사실 연락을 받은 뒤에 이미 인근 도시에서 공급 업체 세 군데에 연락했어요. 그들의 실력이라면 서천구 개발 사업에 필요한 물량을 맞출 수 있을 거예요. 단지 단가나 지불 방식이 우리 시보다는 많이 까다로울 거예요.”

“이해합니다. 일단 회사는 살리고 봐야죠. 돈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천도준은 고개를 끄덕인 뒤, 주건희 회장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면 섭섭하죠. 천도준 씨는 내가 먼저 발견하고 키워준 인재 아닙니까. 설마 내가 모른 척할 줄 알았어요? 사업 판은 전쟁터와 같아요. 상부상조해야 더 오래갈 수 있는 거지요.”

주건희는 아무렇지 않다는 식으로 말하며 찻잔을 들었다.

천도준은 찻잔을 비운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회장님께 확답을 들었으니 이만 회사로 복귀하겠습니다. 아직 할 일이 많아요.”

“그래요. 각 공급 업체에서 제시한 단가와 자세한 사항은 메일로 보낼게요.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서 가서 계약하면 됩니다.”

별장을 나온 천도준은 하늘을 보며 걸었다.

오늘따라 햇살이 따스했다.

주건희와의 독대에서 너무 긴장한 탓인지 등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고개를 돌려 주건희의 별장을 바라본 천도준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아까 그가 조금만 긴장한 모습을 보이고 주건희와 대화가 길어졌더라면 이수용이 본가로 복귀했다는 사실이 탄로날 수도 있었다.

지난번에 이대광이 약간 장난친 것 가지고 이수용이 직접 전면에 나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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