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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작가: 마태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그 뒤로 일주일 동안, 정태 건설의 일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천도준은 원래는 정태 건설을 배척하던 영일자재가 왠지 모르게 다시 정태 건설에게 재료를 제공하기 시작하더니 재계약을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조걵은 똑같았지만 위약 책임은 지난번보다 더 엄중해졌다.

이에 천도준은 의아하긴 했지만 반대는 하지 않았다.

비즈니스를 함에 있어 영원한 적은 없었다. 오직 이익만이 영원햇다.

영일자재가 다시 손을 내밀어주었으니 그대로 받으면 그만이었다.

물론 지난번의 일을 교훈 삼아 그는 주건희가 협력할 자재 회사를 찾는 것을 만류하지는 않았다.

비록 세 개의 회사에서 고른 회사의 단가가 시장가보다 조금 높긴했지만 두 가지 패를 손에 쥐고 있으니 무너질 확률도 꽤 많이 줄었다.

게다가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의 예상 수익을 봤을 때 높아진 일부의 단가는 딱히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리고 자재들이 현장으로 다시 들어오면서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도 다시 진척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현지에 작지 않은 바람을 일으켰다.

손을 잡고 정태 건설을 배척하던 자재 회사들 모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가장 분노한 것은 천태영이었다.

쨍그랑!

리빙턴 호텔의 스위트 룸, 천태영은 손을 들어 꽃병을 깨부쉈다.

켜져 있는 TV 속에는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의 시공에 관한 저녁 뉴스가 보도되고 있었다.

“제장! 망할 것들!”

천태영은 분노로 두 눈이 희번덕거렸다. 오른 주먹은 꽃병 조각에 베어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지만 그는 전혀 안중에도 없었다.

“천도준, 이 개자식이 감히 주건희의 도움을 받아? 젠장, 주건희도 천씨 가문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그 개자식을 도와줄 리가 없어!”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지만 그만 주건희를 간과하고 만 것이다.

원래는 돈 좀 들이면 천도준을 철저히 가지고 놀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천도준이 그대로 회피하더니 되살아날 줄은 전혀 예상치도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천태영은 초엘리트 교육을 받으며 자라왔다.

그런데 지금 “사생아”인 천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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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긴 놈이 왕이다   제93화

    “제가요?”천도준은 숨이 턱 막혀 굳은 눈빛으로 철창 안의 처참한 광경을 쳐다봤다.비록 천태영을 이기고 싶어 안달이었고 존에게 지옥 훈련을 진행해달라고 했지만 진짜로 무대에 올라가 격투를 하라고 소리에 당황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등 뒤에서 존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도련님, 진정한 격투 기술은 모두 실전 대결에서 빠르게 느는 법입니다. 만약 한 달 내로 천태영에게 견줄만한 실력을 얻고 싶다면 아무리 고강도의 훈련을 받는다고 해도 부족합니다.”천도준은 찌푸린 미간을 풀더니 눈빛이 더없이 확고해졌다.확실히, 천태영은 어려서부터 천씨 가문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았다.그리고 그는 비록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엘리트 교육을 통해 성장한 천태영은 종합적인 능력이 확실히 그보다 강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어려서부터 천태영이 받은 것은 초엘리트의 피지컬 훈련이었고 심지어 그는 천씨 가문 사람들이 천태영에게 실전 대결도 시켰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만약 고작 지옥 훈련의 피지컬 훈련만으로 단련을 한다면 한 달이 아니라 일 년이 지난다고 해도 천태영을 이기기란 불가능이었다.어떤 것들은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어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위험을 무릅쓰는 수밖에 없었다.“알겠어요!”천도준은 다짐하며 외쳤다.격투장 내의 환호성은 한참 동안 이어지고 나서야 점차 줄기 시작햇다.이런 지하 격투 대결에서 가장 사람들의 피를 들끓게 만드는 것은 바로 한 방 한 방이 직격으로 꽂히고 심지어는 치명적이기까지 한 피비린내였다.마치 고대 로마의 콜로세움처럼 콜로세움에 들어선 순간, 관객들에게 있어 더는 생명의 존엄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곳에 남은 것이라곤 피비린내 나는 폭력이 전부였다.물론, 이토록 열기가 뜨거운 이유는 모든 무대 아래마다 매 경기의 내기 배팅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매 경기마다 철창에 들어가 결투를 벌일 인원의 명단이 공개가 되면 새로운 배팅이 시작되었다.그리고 배당은 결투 대상의 강약으로 판정되었다.거

  • 이긴 놈이 왕이다   제94화

    이내 심판의 외침에 따라 울프도 무대에 올라왔다. 현장에는 순식간에 열정적인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천도준의 눈에 날렵한 몸매에 상반신을 드러낸 구릿빛 피부의 남자가 천천히 철창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평범한 외모는 조금 말라보일 정도였지만 두 눈만은 한 마리의 늑대같이 사나움을 품고 있었고 오른쪽 눈꼬리 쪽에는 지네 같은 흉터가 관자놀이 쪽으로 쭉 뻗어 있었다.울프와 시선을 마주한 천도준은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심장 박동도 저도 모르게 빨라지기 시작했다.관객들의 환호성, 눈 부신 빛, 그리고 울프가 내뿜는 엄청난 기세까지, 순간 강렬한 긴장감에 천도준은 정신이 아득해졌다.이번은 천도준의 첫 실전이었다. 게다가 방금 전에는 철창 안의 피 터지는 싸움을 직접 목격하기도 한 참이었다.휘슬 소리와 함께 맞은 편의 울프가 갑자기 몸을 숙이더니 하나의 포탄처럼 천도준을 향해 달려들었다.도발하는 말도 불필요한 움직임도 없었다.철창 안에는 목숨을 건 결투만 존재했다.불필요한 행동 하나 말 한마디는 피투성이가 된 채로 바닥에 쓰러지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결정했다.“도련님….”철창 밖의 어둠 속에서 존은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오랜 기간의 용병으로 지내며 목숨을 건 싸투를 벌였던 그의 경험으로 보건대 철창 안의 광경은 천도준이 울프에게 밀리고 있었다.게다가 존은 천도준의 심한 긴장감을 똑똑히 알아챘다.쿵!화려한 기교 따윈 없는 한 방이었다.천도준은 얼굴이 커다란 망치에 얻어맞은 듯 비명과 함께 머리가 웅웅 울려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피가 끊임없이 목구멍에서 올라왔다.그가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흐릿한 시야 속에 울프의 발이 보이더니 빠르게 자신의 얼굴을 향해 발길질을 하고 있었다.천도준은 본능적으로 두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퍽!커다란 소리와 함께 천도준은 휘청이며 뒤로 물러섰고 철창 변두리에 부딪쳤다.강렬한 충격에 고개를 뒤로 젖힌 그는 피를 왈칵 토해냈다. 희끗희끗한 핏자국이 흰 가면 위에 뿌려졌다.우

  • 이긴 놈이 왕이다   제95화

    울프의 눈동자가 빠르게 수축하며 눈가의 지네 같은 흉터도 함께 꿈틀거렸다.정말로 햇병아리가 맞나?짧은 시간 내에 보인 천도준의 변화는 마치 사람이 바뀐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 모습에 울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어둠속에서 존의 휘둥그레진 두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빨, 빨라!”그가 천도준을 지하 격투장에 데려온 건 말로는 천도준에게 실전을 경험시켜 준다고는 했지만 실제로는 천도준의 성격을 다스리려는 게 목적이었다.소위 전투 경험이라는 건 격투 기술에 강대한 멘탈이 조합되어 실전에서 완벽하게 시전하는 것뿐이었다.천도준은 평소에 헬스를 하고 있었고고 타고나길 신체 조건이 우월했던 탓에 그동안 존의 그동안 이어진 지옥 훈련에서 피지컬은 이미 합격선이었다.부족한 건 멘탈이었다.한 사람의 멘탈이 충분히 강하지 않을 때면 피지컬이 아무리 대단해도 상대를 마주할 때면 천도준이 울프를 처음 마주했을 때처럼 막연해하고 당황하며 멍하니 피동적으로 얻어맞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천도준의 심경 변화에 존은 깜짝 놀랐다.그는 아주 잠깐의 대결 이후 천도준이 이렇게 빨리 집중하게 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햇다.“어르신의 안목은 언제나 이토록 날카로우셨지.”존은 작게 중얼거렸다.어둠속의 관객석에는 여전히 환호성이 가득했다.철창 안은 고작 몇 초밖에 흐르지 않았다.심지어 관객들은 거리가 먼 탓에 천도준의 변화를 알아채지도 못했다.“후우….”숨을 크게 내쉰 울프의 두 눈에 날카로운 빛이 번뜩였다.“좀 재밌어지는군.”말이 끝나기도 전에 울프가 별안간 폭주했다.늑대 같은 형상이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였다.천도준의 변화에 그는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아 장난은 집어치우고 빠르게 싸움을 끝내려 했다.강렬한 불빛 아래.천도준은 우뚝 서 있었다. 가면 아래의 두 눈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울프를 단단히 지켜보고 있었다.냉정해야 해.반드시 냉정해야 해.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호흡을 가다듬었다.쉭!파공음이 울리며 울프의 주먹이 그대로 천도준의 얼굴

  • 이긴 놈이 왕이다   제96장

    격투 기술은 살인이다. 이건 그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얻은 깨달음이었다.철창 안의 생사는 사실 사람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그의 전투 경험으로 보건대 방금 전의 천도준의 공격에는 울프를 죽이지는 않아도 평생 장애를 얻게 하는 공격 방식이 적어도 열 개는 있었다.그런데 하필 천도준은 울프의 겨드랑이를 공격했다.그건 상대로 하여금 잠깐 동안 전투력을 상실하게 하면서도 그 뿌리는 다치지 않게 하는 곳이었다.철창 안.천도준은 천천히 울프에게로 다가갔다.울프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서 있었다. 고통은 그의 얼굴을 하얗게 질리게 만들었고 오른손은 여전히 늘어진 상태였다. 당분간은 아예 들 수조차 없었다.이 전투는 이미 아무런 긴장감도 없어졌다.생사의 결투에서 한쪽 팔이 전투력을 상실하게 된다면 이어지는 것은 모든 것을 무너트릴 만한 패배였다.“당신은 졌어.”천도준은 평온하게 울프를 쳐다봤다.“계속하지 않으려고?”천도준에게 맞아 피 웅덩이 속에 쓰러질 준비까지 이미 다 마친 참이었던 울프는 그만 멍해졌다.오랜 시간 이 철창 속에서 짐승같이 격투를 했던 그는 이 안의 규칙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적당히 끝을 낸다는 것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지금 그 같은 상황에서 만약 다른 상대였다면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현장의 모든 관객에게 피비린내 나는 쇼를 보여줬을 것이다.천도준은 냉담한 말투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울프는 조금 알 수가 없어졌다. 눈앞의 이 가면을 쓴 사람이 주는 느낌은 정말 너무 남달랐다.빠른 적응 능력, 적절한 선에서 끝내는 결투까지.그는 조금 횡설수설하며 말했다.“계속해서 가격해도 돼. 내 한쪽 팔을 망가트려도 되고 날 피투성이로 만들고 계속 때려도 되고 심지어는 날 죽이기까지 해도 돼. 이 격투장 주인의 힘으로는 어떤 일이 벌어지든 다, 다 무마할 수 있을 텐데 왜 계속하지 않는 거지?”“난 전투 경험을 쌓으러 온 것 뿐이야. 왜 그렇게 잔인해 져야 해?”천도준은 웃으며 말했다.“처음 싸워 봤는데 느낌이 아주

  • 이긴 놈이 왕이다   제97화

    집으로 돌아온 뒤 천도준은 곧바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존을 데리고 근처의 공원으로 가 계속해서 지옥 훈련을 이어갔다.첫 번째 실전으로 풍부한 수확을 얻은 동시에 그는 자신의 약점을 명확하게 깨달았다.천도준은 현황에 안주하며 나아가지 않으려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사생아라는 욕설을 받으며 오늘날까지 이르렀다.그는 더 많은 것이 노력해야 더욱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천태영을 이기려면 반드시 천태영보다 백배 천배는 더 노력해야 했다.심지어는 목숨을 내놓을 각오도 해야 했다.뛰어남은 오직 노력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것이지 그 누구의 특혜도 아니었다. 천재라고 다를 건 없었다.그와 동시에.정태 호텔, 스위트룸.천태영은 음산한 눈으로 맞은편에 앉은 장학명을 보며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방 안은 공기가 마치 얼어붙은 듯했다.잔뜩 겁을 먹은 장학명은 두려움에 제자리에 선 채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고청하가 몰래 영일자재 홈페이지 공지를 바꾸어 온 도시가 천도준을 배척하기 위해 만든 울타리에 탈출구를 만들어 주었다.그것을 다시 되돌릴 수 없었던 장학명은 다시 이곳으로 와 물건을 천태영에게 돌려주는 수밖에 없었다.“하!”천태영은 냉소를 흘리며 테이블 위의 은행 카드를 노려봤다.“장 사장, 돈을 받아놓고 약속대로 하지 않더니 이제는 다시 돈을 돌려주겠다고? 날 갖고 노는 거야?”그 말에 낯빛이 바뀐 장학명은 황급히 해명했다.“태영 형님, 저, 저 일부로 그런 게 아닙니다.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저희 회사 대표의 딸이 회사를 이어받았고 전 그대로 부사장으로 밀려나 버렸고요. 공지도 그 여자가 바꾼 겁니다.”그는 감히 조금의 거짓도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가 보기에 천태영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비함에 감싸인 존재였다.그는 천태영이 도대체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감히 함부로 대할 수는 없었다.“대표의 딸?”천태영의 두 눈에 음산함이 더욱더 짙어졌

  • 이긴 놈이 왕이다   제98화

    “노력이 아니라 무조건 자리를 만들어!”천태영의 말투는 단호했다. 그는 테이블 위의 은행 카드를 들어 장학명에게 내던졌다.“난 한 번 내어준 돈을 다시 거둬들이는 습관 따윈 없어.”말을 마친 그는 손을 내저으며 장학명을 보냈다.장학명은 호텔을 나오고 나서야 천천히 정신이 들었다.원래는 같은 회사에 있으니 가까운 거리를 이용해 고청하와 연을 이어가려고 했는데 천태영의 반응을 본 지금 그는 조금 속수무책이었다.그동안 단련한 안목으로 봤을 때 천태영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눈에 훤했다.크게 숨을 들이켠 장학명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모질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어. 고청하, 이건 내 탓이 아니야!”……이튿날, 이른 아침.고청하가 회사에 도착하자 장학명은 곧바로 사무실로 들어갔다.“고 대표님.”장학명이 그녀를 부르자 고청하는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무슨 일이죠?”그녀는 장학명에게 아무런 호감이 없었다. 특히 장학명이 계약서를 위반하면서까지 정태 건설을 배척하겠다고 고집을 부렸을 때 고청하는 장학명에게 미움밖에 없었다.“저, 저녁에 시간 있으십니까?”장학명이 손을 비비적대며 말했다.“저녁 식사를 대접하고 싶어서요. 사죄도 할 겸요.”“네, 알겠어요. 사과 받아들이죠.”고청하는 서류를 넘기며 차갑게 대꾸했다.“하지만 저녁 식사 자리는 됐습니다.”장학명은 순간 다급해져 막 입을 열려는데 고청하가 손을 휘저었다.“그만 나가봐요. 전 정태 건설 쪽의 자재 공급 확인해 봐야 해서요.”그 말에 장학명은 말문이 턱 막혀 조용히 사무실에서 나오는 수밖에 없었다.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간 장학명은 얼굴이 완전히 어두워졌다.손가락을 살짝 굽힌 그는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한참이 지나, 눈을 가늘게 뜬 장학명이 음산하게 중얼거렸다.“정말, 이렇게까지 하게 만들 생각인 건가?”정태 건설.천도준이 한창 바삐 돌아치고 있을 때 고청하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천도준, 저녁에 시간 있어? 같이 밥이나 먹자.”“그래.

  • 이긴 놈이 왕이다   제99화

    그날 밤.천도준은 미리 일을 끝냈다.저녁에 고청하와의 식사 약속이 있었다. 그에게 있어 이건 두 사람의 첫 데이트라 반드시 진지하게 임해야 했다.고청하도 그의 과거를 꺼려하지 않는데 그라고 고청하의 마음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살아있는 한 늘 새로운 시작을 경험해야 하는 법이었다.다치고 상처를 받은 다음 껍데기만 뒤집어쓴 채 움츠러들어 모든 것을 거절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첫 번째 데이트를 고청하도 몹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다.일찍이 모든 일을 끝낸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가 매무새를 다듬었다.하지만 그녀는, 그녀가 사무실을 떠났을 때 장학명이 몰래 들어왔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심스럽게 등 뒤를 살핀 장학명은 주머니에서 작은 약병을 꺼낸 뒤 고청하의 잔을 열어 알약 두 개를 집어넣었다.이 약은 여러 바들과 클럽들을 다니며 우연히 알게 된 루트로 구매한 것이었다.이 약이 있은 뒤로 바에서 마음에 든 여자를 만났을 때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두 알 정도면 기력을 잃고 이튿날까지 의식이 희미해지기엔 충분한 양이었다.세심하게 컵을 몇 번 흔들어 약이 전부 흩어진 것을 확인한 장학명의 두 눈에 시린 한기가 번뜩였다.“고청하, 이건 날 탓할 수 없어.”말을 마친 그는 조용히 사무실을 나섰다.다시 사무실로 돌아온 고청하는 이상함을 알아채지 못했다.시간을 확인한 그녀는 조금 이르다는 생각에 컵을 들어 물을 마시며 서류를 살피고 있었다점차 조금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너무 피곤했나?”고청하는 관자놀이를 어루만지며 의아해했다.요 며칠간 일이 확실히 많긴 했다. 정태건설을 돕기 위해 그녀는 머리를 쥐어짜며 영일자재의모든 루트를 동원했다.하지만 조금 쉬고 나서도 그 어지러운 기분은 가시는 것이 아니라 되레 더 강렬해지기만 했다.이내 온몸이 나른해지며 모든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청하는 휴대폰을 꺼내 천도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천도준, 나… 나 갑자기 너무 피곤해.]띠링!천도준

  • 이긴 놈이 왕이다   제100화

    고청하는 바보가 아니었다. 오히려 똑똑한 편이었고 절대로 멍청한 재벌 2세가 아니었다.현재의 몸 상태는 절대로 과로로 인한 증상이 아니었다.누군가의 함정에 빠진 게 분명했다!장학명의 막무가내에 고청하는 두려움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휴대폰은 여전히 천도준과의 대화창에 머물러 있었다.그녀는 힘없이 천도준과의 영상통화 버튼을 눌럿다.천도준은 정태건설밖으로 나오고 있었다.고청하의 답장을 본 그는 조금 의아해졌다.“이 녀석이 영일자재에 있다고?”제대로 이해를 하기도 전에 영상 통화가 걸려 왔다.통화를 연결하자 흐릿하고 흔들리는 화면이 펼쳐졌다.천도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그는 곧바로 소리를 내는 대신 미간을 찌푸린 채 맞은편의 상황을 지켜봤다.고청하는이동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도 이상한 자세로 말이다. 언뜻 누군가가 그녀를 부축한 채 밖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큰일이다!천도준은 머릿속이 쿵 하고 울렸다.그는 황급히 택시를 잡은 뒤 마이크를 끄고 포효하듯 기사에게 외쳤다.“어서요! 영일자재! 당장 영일자재로 가주세요!”택시 기사는 깜짝 놀라 황급히 시동을 걸었다.탁!천도준은 아예 주머니에서 20만 원 정도를 꺼내 앞 유리 쪽에 내려놓았다.“서둘러 주세요, 지금 사람 구하러 가야 한단 말이에요!”“미친!”택시 기사는 안색이 돌변하더니 악셀을 밟았고 택시는 빠르게 달려 나갔다.조수석에 앉은 천도준은 휴대폰을 움켜쥔 채 영상 통화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마이크를 끈 탓에 상대방의 목소리는 들을 수 있었지만 상대는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그는 양손이 다 덜덜 떨리며 호흡도 가빠지기 시작했다.분명 무슨 일이 벌어진 게 확실했다!그렇지 않고서야 고청하가 이런 영상통화를 걸었을 리가 없었다.그는 고청하가 왜 영일 자재에 있는 건지 알 수 없었고 고청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 당장 급선무는 반드시 빠르게 고청하의 곁으로 달려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을 막아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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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62화

    이은화는 분노했다. “그럼 우리 청하가 중간에 껴서 난처해하는 모습을 눈 뜨고 보고만 있겠단 말이에요? 아빠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 중요한 순간에 딸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어요?”“알았어.”고덕화는 한숨을 푹 쉬었다. 어쨌든 동의한 셈이다. “그저 여기에서 며칠 더 묵었을 뿐이야. 천씨 가문쪽과의 협의를 또 지체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 돼.”고덕화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천씨 가문의 여세를 몰아 당신이 한 단계 더 높은 성과를 올리려고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저도 그 생각에 동의하고요. 게다가 당신을 응원해요.”이은화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여보, 우리에겐 자식이라고는 청하 한 사람 밖에 없어요. 당신이 이미 이룬 성공은 다른 사람들이 간절히 원하고, 또 원하는 것이예요. 돈은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돼요. 청하의 행복이야말로 지금 우리의 가장 큰 목표예요.”“하지만…”고덕화는 여전히 변명하고 싶었다.“저는 저희의 잘못된 생각으로 청하가 좋은 인연을 놓치지는 걸 원하지 않아요. 천씨 가문을 떠나서, 천도준은 이미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다고요. 만약 청하가 우리 때문에 헤어지면 아버지라는 사람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겠어요?”이은화의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졌다.“당신 설마 우리 청하가 석유 재벌이나 실리콘 밸리의 거물들의 자식들을 마음에 들어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고덕화는 잠시 멈칫하다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바로 명쾌하게 말했다.“그럼 이렇게 하지. 모레 여전히 이곳에서 파티를 열어 천도준에게 사과를 하는 거야. 진정한 의미에서의 상견례를 갖는 거지.”“좋아요. 이래야 좋은 아버지죠.”이은화는 부드럽게 웃었다. ……고덕화와 정강수가 회관 주차장으로 달려갔을 때, 천도준은 이미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저 멀리에서 롤스로이스 한 대가 회관 밖으로 나가는 것이 보였다. 고덕화는 미간을 찌푸렸다. 정강수가 다급히 경호원에게 물어보니, 경호원은 천도준이 착잡한 표정으로 차량에 올라탔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61화

    그 말에 정강수는 몸을 움찔거렸다. 그의 표정은 어딘가 복잡해보였다.정강수는 국화의 대가였다. 그는 도도하고 자신의 존엄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었다. 때문에 그에게서 사과라는 단어를 좀처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하물며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사람한테 사과하라니?그저 멍하니 서 있는 정강수를 보고, 유 원장은 화가 났다.“너, 나랑 박씨 어르신을 믿어, 못 믿어?”박씨 어르신도 한숨을 쉬었다.“가, 어서 사과 해. 체면이 깎이는 것도 아닌데 뭐.”천씨 가문 가주의 친아들, 그것도 천씨 가문 가주가 아들을 위해 이미연에게 협박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천도준이 정강수의 사과를 받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순간, 정강수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유 원장이 혼자 이러는 거면 무시해도 되겠지만, 박씨 어르신까지 이러니 그들의 말을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가 아무리 어리석다고 해도 일이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정강수는 한숨을 쉰 후, 천천히 밖으로 걸어갔다.“엄마, 아빠. 제가 도준이를 잡으러 갈게요.”고청하는 감격에 겨워 밖으로 뛰쳐나갔다.오해가 풀렸다. 이건 그녀에게 있어서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여자로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부모님의 마음에 드는 것을 싫어할 사람이 어디있겠는가?정강수의 발걸음도 덩달아 빨라졌다.안채 안은 여전히 조용했다. 고덕화와 이은화는 아직도 무슨 상황인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오늘 밤, 모든 일이 너무 순식간에 지나갔다.기쁨에서 분노로, 다시 공포로 변했다. 두 사람은 그저 오랜 친구들을 불러 딸이 사랑하는 남자가 믿을만한 남자인지 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큰 오해가 생길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조금 전 천도준에게 했던 말과 행동을 생각하면, 두 사람은 얼굴이 뜨거워졌다.고덕화는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을 흘겨보았다.“오래 알고 지낸 친구인데, 어떻게 두 사람은 아직도 나를 속일 수가 있지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60화

    정강수는 눈을 부릅뜨고 분노했다.그들은 모두 오래된 절친한 친구고, 각자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가들이어서 만약 진짜로 싸운다면 누구 하나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유 원장은 얼굴을 붉히며 욕설을 퍼부었다.“넌 정말 양심도 없는 놈이야. 내가 너랑 싸우는 것을 두려워할 것 같아? 너한테 맞으면 난 내가 직접 치료하면 되는데, 넌 누가 치료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난 절대 치료 못 시켜줘.”“너……”정강수는 얼굴을 붉혔다. 고덕화는 아직도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했다.같은 편들끼리 왜 갑자기 싸움을 벌이는 거지? 그때, 박씨 어르신이 한 발짝 앞으로 나와 유 원장과 똑같이 어이가 없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정강수를 바라보았다.“강수야. 이번 일은 네가 경솔했어. 유 원장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어.”“너 까지 왜……”정강수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하지만 이내 뭔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세 사람 중, 박씨 어르신이 제일 진중하고 침착한 편이었다. 아니었으면 높은 지위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두 사람 대체 왜 그래? 무슨 일이야?”고덕화가 다급히 물었다.이은화와 고덕화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을 번갈아 쳐다보았다.유 원장은 성격이 급한 나머지 발을 동동 구르며 를 가리키며 정강수에게 소리를 질렀다.“다시 한번 저 그림을 자세히 봐봐. 그래도 천도준이 선물한 그림이 가짜라고 한다면 오늘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 말에 정강수는 마치 날벼락을 맞은 듯 정신이 멍해졌다.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천도준을 대신해 억울함을 호소했다.‘내가 진짜 잘 못 본 걸까?’정강수는 다시 를 들고 신중하게 테이블 위에 펼쳐놓았다.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돋보기를 꺼내 자세히 살펴보았다.아까와 비교하면, 정강수는 확실히 침착했다.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어찌나 조용한지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릴 것 같았다. 고덕화 일행은 막막했다. 하지만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부끄럽기도 하고, 어딘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59화

    그의 한 마디에 방은 순식간에 시간이 멈춘 듯 조용해졌다.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느새 두 사람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하지만 정강수는 오히려 거만한 표정으로 천도준을 아니꼽게 바라보고 있었다.순간, 고청하는 눈앞이 컴컴해지는 것 같았다. 그녀의 갸냘픈 몸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려왔다.부모님은 불같이 화를 낸다. 처음 부모님을 소개시켜드리는 자리는 이렇게 완전히 망해버렸다.그럼 앞으로 두 사람의 사이는 어떻게 되는 걸까?고청하는 힘겹게 천천히 입을 열었다.“도준아……”그녀가 막 말을 내뱉은 순간, 천도준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미소는 봄바람처럼 따뜻했다.당백호의 는 이수용이 그에게 준 것이다. 그는 이수용이 고작 그림 한 점으로 수작을 부렸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박씨 어르신에게 주는 선물이라 해도 절대 가짜일 리가 없었다.그의 기분을 상하게 한 건 바로 정강수의 독단적인 태도였다. 그는 그림을 단 한 번만 보고 가짜라고 판단했다. 그건 아무리 전문가여도 너무 독단적이었다.그의 이런 독단적인 행동 때문에 기쁨과 환희가 차 넘쳐야 할 자리는 순식간에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고청하의 목소리를 듣고, 천도준은 웃으며 말했다.“청하야, 난 괜찮아. 난 이만 나가볼게.”이미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그가 계속 여기에 있는다면 고청하만 중간에서 곤란해질 뿐이었다.고청하는 그가 가장 힘들었을 시기에 그의 곁으로 돌아왔다. 그는 어렵게 얻은 이 진실된 감정을 각별히 소중하게 여겼다.하지만 지금, 난처해하는 고청하를 보고 있자니 천도준은 마음이 아파왔다.말을 마친 천도준은 얼굴에 미소를 띄고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도준아……”고청하는 그를 잡으려고 했다.하지만 고덕화가 그녀를 붙잡았다.“청하야. 아직도 모르겠어?”“아빠…… 아빠는 제가 무엇을 이해하기를 바라세요?”고청하는 눈물을 흘리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청하야, 천도준은 이 도시에서 젊은 인재라고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58화

    쿵.그의 한 마디에 방 안의 몇 몇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라 어리둥절해했다.모두가 돈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이런 소장품에 대해서는 모두 관심이 없었다. 때문에 서화 면에서는 정강수처럼 조예가 깊은 사람은 없었다.한 폭의 그림이 거의 50억에 달한다니…… 그게 사실이라면 이 선물은 아주 귀한 것이었다.그 말에 천도준도 깜짝 놀랐다. 이수용은 너무 손이 컸었다. 다른 사람에게 주는 선물로 50억을 쓰다니?잠시 후, 천도준은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아저씨,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분들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50억 정도는 내놓을 수 있습니다.”“어린 나이에 말은 잘하네?”정강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점잖은 그의 얼굴에 흉악한 분노가 일었다. 고청하는 눈을 반짝였다. 천도준의 몸값을 생각했을 때, 50억 정도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녀가 막 뭐라고 해명하려고 할 때, 정강수는 갑자기 냉소를 지으며 천도준에게 말을 걸었다.“방금 잘 못 들었어? 내가 말한 건 3년 전 시가야.”“잘 들었습니다.”천도준은 평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49억 2천 8백만원. 구체적인 가격을 어떻게 알았냐고?”정강수는 차가운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당시 이 그림이 경매에 팔렸을 때, 내가 그 경매 현장에 있었지. 이 그림은 당시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한 신비로운 구매자 손에 들어갔어. 게다가 이 그림은 3년 전에 사간 이후로 한 번도 세간에 나타난 적이 없었지. 나이가 많이 어린 것 같은데, 설마 당신이 그때 그 그림을 산 사람이라고 하진 않겠지?”그 말에 고청하는 몸을 움찔했다. 그녀의 두 눈은 순식간에 휘둥그레졌다.3년 전이면 천도준과 오남미가 결혼하던 해다.그때의 천도준이 어떻게 50억 짜리 그림을 살 수 있었을까?‘설마…… 진짜 가짜란 말이야?’순간, 고청하의 눈앞은 순식간에 캄캄해졌다. 그녀의 마음은 순식간에 텅 빈 듯 공허해졌다.고덕화의 표정도 점점 굳어졌다.그는 정강수의 말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국화의 대가이고, 이 방면에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57화

    그의 한 마디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고덕화의 표정도 순식간에 굳어졌다. 고청하 어머니의 표정도 오싹하기 그지 없었다.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아저씨, 도준이는 가짜 그림을 선물할 사람이 아니에요.”고청하는 다급히 해명했다.이건 천도준이 그녀의 부모님을 처음 만나는 자리다. 그녀의 가세로 보아, 고청하의 부모님은 천도준이 준 선물의 가치를 절대 따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선물이 가짜라면 그건 의미가 달라진다.이건 가식적이고 무례한 일이 아닌가?“그래, 맞아. 한 번 더 자세히 봐. 함부로 말하지 말고.”유 원장도 고청하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는 천도준의 진짜 정체를 알고 있었다. 천도준 같은 사람이 어떻게 가짜를 구입할 수 있단 말인가? 반드시 정강수가 잘못 본게 틀림없었다.“그래, 아까 그저 얼핏 봤잖아. 네가 잘못본 게 틀림없을 거야.”박씨 어르신이 말했다.“뭐?”정강수는 박씨 어르신을 노려보았다.그는 국화의 대가이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의 그림 한 점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가치가 있었다.그는 수십 년 동안 서화에 빠져있었고 직접 본 서화는 부지기수였다.당백호의 는 정강수가 한 눈에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당신……”박씨 어르신은 무의식적으로 천도준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정강수를 향해 말했다. “이 당나귀 같은 놈아. 오늘은 청하가 남자친구를 데리고 인사를 하러 온 날인데 왜 그렇게 화를 내는 거야?”천씨 가문 가주의 친아들이 어떻게 가짜 그림을 선물할 수 있겠는가? 무슨 말도 안 되는 농담을…… 만약 이번 일로 천도준이 대노한다면 천씨 가문의 명령하나 만으로 정강수는 그동안의 명성을 전부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른다.“왜 나를 탓하는 거야?”정강수는 매섭게 쏘아붙였다.“난 저 녀석이 여자친구 부모님에게 선물로 가짜 그림을 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야. 보잘것 없는 선물이라도 정은 깊다는 말도 있는데 값비싼 선물을 주지 못해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56화

    “걱정하지 마. 이따가 확실하게 단련시켜 줄 테니까.”박씨 어르신은 워낙 권위가 높은 사람인지라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옆에 있던 유 원장과 정강수도 고개를 끄덕였다.“걱정마시게나. 우린 오랜 벗이잖아. 우리를 초대했으니까 우리도 자네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걸세.”“도대체 어느 잘난 놈이 청하 마음을 사로잡은 건지 똑똑히 봐둬야겠어.”고덕화는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 함께 주먹을 맞잡았다.바로 그때, 고청하는 잔뜩 민망해하는 천도준의 팔짱을 끼고 안으로 들어왔다.천도준을 보자마자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동시에 아연실색했다. 그들은 깜짝 놀라 순식간에 동공이 움츠러들었다. ‘저…… 저 사람이 고덕화의 예비 사위라고? 세상에.’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도 권세도 높고 지위도 높은 사람들이었지만, 천도준을 보자마자 그들의 마음속에서는 거센 파도가 일었다.이렇게 큰 인물을 감히 누가 누구를 테스트하고, 누가 누구를 단련시킨단 말인가?박씨 어르신은 천도준의 신분을 알고 있었다.이율 병원 원장인 유 원장은 천도준의 어머니가 그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 그는 천도준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장 의사를 통해 천도준에 관한 일을 들은 적이 있었다.“저 사람이 바로 네가 말한, 우리더러 잘 테스트해봐라던 그 사람이야?”유 원장이 말했다.옆에 있던 박씨 어르신은 의아한 표정으로 유 원장을 쳐다보았다. 그는 유 원장이 천도준의 신분을 알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달았다.사실, 천도준은 방에 들어온 후에도 여전히 어리둥절했다. 오늘 밤 고청하의 부모님을 만난 다는 사실도 미처 몰랐었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많은 거물급 인물들이 함께 있을 줄이야.박씨 어르신뿐만 아니라 유 원장도 있었다.그의 어머니가 이율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어머니를 돌봐느라 병원에 자주 들르곤 했다. 그럴 때에 유 원장의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오직 그 점잖은 얼굴을 한 사람과만 초면이었다. 하지만 그는 박씨 어르신, 유 원장과 함께 자리하고 있는 걸 보면 그 또한 만만한 인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55화

    죽림 정원.웃음 소리가 본연의 고즈넉함을 깨뜨렸다. 고청하는 의자에 앉아 자신의 아버지와 그의 몇 몇 오랜 벗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안절부절못하며 지켜봤다.한 쪽의 대원들 외에, 국화의 대가, 의학의 권위자 등등이 한자리에 모여있었다. 이 사람들은 국내에서 명성이 자자할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위상이 높았다. 이 사람들은 모두 고청하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들이었다. 이따가 천도준이 오면, 어떤 광경이 펼쳐질까? “자네,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못 본 새에 이율 병원 원장으로 국제적으로 유명하더군.”중년 남자는 활짝 웃으며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남자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외국의 의학 잡지에 자네가 자주 등장하더군.”“하하하. 그만 칭찬하게나. 이게 다 검은 머리가 희도록 밤 새서 노력한 결과물이니……”유 원장이 웃으며 말했다.“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걸로 따지면 정강수가 제일 자격이 있지.”그 말에 점잖은 외모에 안경을 쓴 또 다른 중년 남자가 말을 이어갔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야. 국제적으로 유명하다니? 정말 국제적으로 명성을 떨친 건 내가 아니라 고씨 지. 석유 재벌과 실리콘밸리의 가물들과 어울려 놀잖아.”“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내가 이번에 너희를 부른 건, 중요한 일이 있어서야.”“바로 사윗감을 테스트 하는 거지.”박씨 어르신이 진지하게 말했다.이 말에 유 원장과 정강수는 동시에 흥미를 느꼈다. 그들은 앞다투어 고덕화의 예비 사위가 누구인지 물었다.고덕화는 말없이 웃으며 나중에 소개하겠다고 말했다.“생각지도 못했어. 덕화가 이 도시에서 가문을 일으켰는데 사위도 이 도시에서 찾고, 어느 집 재주가 뛰어난 놈이 우리 조카딸을 그렇게 오매불망 기다리게 한 거야?”유 원장은 참지 못하고 한 마디했다.“기다려보면 알아.”고덕화는 살짝 웃었다. 그러면서 고청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마침 사람들도 다 모였으니 이 녀석들이 나를 도와 그 녀석이 진짜 합격된 놈인지 아닌지 테스트할거야.”고청하는 두 손을 맞잡

  • 이긴 놈이 왕이다   제0254화

    세 개의 분양 아파트 실시간 데이터는 꾸준히 잘 유지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일주일 정도면 이번에 나온 매물들을 다 팔 수 있을 것 같았다.이건 그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결과였다.그는 큰 주목을 받지 않는 선에서 가장 빠른 이익화를 실현하려고 했다.오후 5시, 천도준은 마영석에게 오늘 밤 축하연을 마련하라고 했다.하지만 그의 테이블로 배달된 초대장 하나가 그의 계획을 완전히 허사로 만들었다.초대장에 적힌 글자를 보고, 천도준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는 기뻐하면서 조금 놀란 것 같았다.초대장에는 사인회관이라는 장소가 적혀 있었다.사인회관의 초대장이다. 입문 자격을 갖췄다는 뜻이었다.“누가 보낸 거지?”그는 울프를 바라보았다.하지만 울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떤 젊은 사람이야. 그저 초대장만 건네주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가버렸어.”천도준은 엉겁결에 웃음을 터뜨렸다.이 초대장은 진짜 초대장이 맞았다. 사인회관의 명성이 워낙 강하다보니 아무도 감히 이 초대장을 위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초대장에는 주인의 이름이 빠져있었다.‘혹시 박씨 어르신인가?’천도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박씨 어르신의 신분으로 이 초대장을 보낸다면 자신의 이름을 빼먹지 않을 것이다.“축하연은 오늘 너희끼리 해야겠어. 나는 약속 장소로 가봐야 해.”그는 초대장을 흔들며 마영석에게 말을 걸었다.만약 정말 박씨 어르신이 보낸 초대장이라면 상대방의 체면을 구길 수 없었다.간단한 초대장 한 장이라고는 하지만, 주건희, 주준용같은 사람들에게는 아주 귀한 물건이었다.지금 상대방이 직접 그의 손에 가져다줬는데 그가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그건 멍청한 거나 다름이 없었다.깊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사인회관은 여전히 독특한 신비로움과 장엄함을 자랑했다.작은 뜰.환한 등불이 비추고,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초대장이 없으면 함부로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진정한 사인회관의 단골손님만이, 전체 사인회관에서 이 대나무 숲의 작은 뜰에 출입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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