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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긴 놈이 왕이다의 모든 챕터: 챕터 31 - 챕터 40

262 챕터

제31화

오남미는 온몸이 쫄딱 젖어서 초라한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부모님과 오남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어딜 돌아다니다가 이제야 오는 거니?”장수지가 굳은 목소리로 그녀를 야단쳤다.“선 한번 보라는데 그게 그렇게도 싫었어?”오남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엄마를 바라보며 물었다.“엄마, 내가 무슨 일을 당하고 온 건지는 알아?”“알아. 남준이한테 다 들었어.”장수지의 말에 오남미는 울컥 눈물이 나왔다.“남자가 좀 만질 수도 있지. 그러려고 선 자리 나간 거잖아. 차라리 둘이 같이 밤을 보내고 왔으면 나도 이렇게 걱정은 안 했을 거야. 너도 동생 앞길을 생각해야지. 애가 왜 그렇게 이기적이니?”“엄마는 대체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오남미가 울며 물었다.오덕화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그는 장수지를 힐끗 노려보며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은 애 앞에서 못 하는 말이 없어.”“딸한테 그런 말도 못해요?”장수지가 눈을 부릅뜨며 기세등등하게 말했다.“선 자리를 망쳤으니 우리 남준이는 언제 장가가요? 누나가 동생 위해서 그 정도는 도와줄 수 있지. 뭐가 문제예요?”아내가 떠드는 소리에 오덕화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오남미는 그제야 상황을 알아차렸다. 당시 오남준은 레스토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나중에 그녀가 도망치고 난 뒤에 도착해서 이대광의 말만 듣고 집에 와서 말을 전한 게 분명했다.오남미는 이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속으로 고민했다.“누나, 그래서 진짜 나 안 도와줄 거야?”오남준이 갑자기 다짜고짜 우는 소리를 했다.“나 누나 동생이잖아. 누나도 날 안 도와주면 누가 날 도와주겠어? 나 진짜 설아랑 결혼하고 싶단 말이야. 설아한테 버림받으면 나가서 콱 죽어 버릴 거야!”“남준이 죽으면 우리도 못 살아. 다 같이 죽어!”장수지까지 합세해서 목청을 높였다.죽겠다고 협박하는 동생과 엄마를 보자 오남미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았다.“남미야, 네 마음은 알겠지만 엄마랑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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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장수지의 말에 오덕화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오덕화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보수적인 선생이었다. 그래서 집안의 대가 끊기는 일에 아주 예민하게 반응했다.그는 짜증스럽게 머리를 감싸며 고통스럽게 말했다.“내가 친구들한테 돈 좀 빌려볼게. 어떻게든 결혼자금은 마련되지 않겠어?”“빌리면 그 돈은 언제 갚으려고요!”장수지가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쳤다.오남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빨갛게 부은 눈으로 엄마를 바라보았다.빌린 돈을 갚아야 한다는 건 알면서 딸을 상품처럼 가치를 매겨 파는 건 괜찮다는 말인가!다음 날, 오덕화는 아침 일찍 돈을 빌리러 나갔다. 어젯밤 일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오랜 고민 끝에 돈을 구해보기로 한 것이다.오남미도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눈이 잔뜩 부어 있었지만 그녀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근하러 갔다.천도준과 결혼한지 3년이나 지났지만 그녀는 전업주부가 아닌 비교적 일이 수월한 회사 안내데스크 직원으로 일했다. 월급은 적지만 생활비는 천도준이 다 부담했기에 그녀가 번 돈은 거의 용돈으로 쓰고 있었다.하지만 워낙 월급이 적었고 다른 수입이 없었기에 모은 돈도 별로 없었다.오남미는 멍한 얼굴로 거리를 걸으며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또 눈물이 나왔다. 그러다가 갑자기 SNS를 접속해서 힘들다는 글귀를 남겼다.곧이어 SNS에 그녀를 위로하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따뜻한 말들을 보며 오남미는 조금 안정을 찾았다.정태건설.천도준은 SNS에서 그녀가 올린 글귀를 보고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그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 방안을 다시 검토했다. 오늘 밤에 공표할 내용이니 절대 그 어떤 실수도 용납할 수 없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저녁 여섯 시가 되었다.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온 사람들은 거실에 앉아 TV를 틀었다.“의성그룹은 최근 언론을 통해 우리 시로 진군할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룹 관계자는 상권을 개발하고 상업 단지를 건설할 계획을 밝히며 일차적으로 서천구부터 재개발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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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이걸 알았을까?오남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문자만 빤히 바라봤다.얼핏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뭔가 알 것 같았다.의성그룹은 국내 건설 업계의 일인자였다. 이 도시에 진군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미리 소식을 외부에 알릴 리 만무했다.그건 생판 모르는 사람들에 해당되는 것이고 천도준은 정태건설 부장이었다.정태건설이 의성에 비하면 보잘것없지만 그래도 의성이 진군하기 전까지는 이 도시의 건설 업계를 꽉 잡고 있는 존재였다. 그러니 뉴스가 보도되기 전에 미리 소식을 접했을 가능성도 있었다.한숨만 쉬던 오덕화가 갑자기 말했다.“어제 남미 말을 들었어야 했어.”오남미는 의아한 얼굴로 아빠를 바라보았다.그녀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장수지가 씩씩거리며 욕설을 퍼부었다.“나쁜 계집애! 다 너 때문이야! 어제 네가 조금 자세히 설명만 해줬어도 오늘 아침에 당장 거기로 가서 집을 샀을 거야. 그럼 네 동생 결혼자금도 해결되는 건데! 너 때문에 이게 다 뭐야!”가시가 잔뜩 돋친 말에 오남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엄마, 아빠, 난 집을 사라고 말했어. 엄마가 안 된다고 한 거고….”“닥쳐!”장수지는 듣기 싫다는 듯이 자기가 할 말만 늘어놓았다.“네가 조금 더 설득했으면 우리도 당연히 들었겠지. 너 싫은 선 자리 내보냈다고 일부러 우릴 엿 먹인 거지? 대박 기회를 이렇게 허무하게 놓치다니! 이제 우리 남준이 결혼은 어떡해!”말을 마친 그녀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더니 통곡을 터뜨렸다.결혼이 물 건너갔다는 말에 오남준도 씩씩거리며 끼어들었다.“누나,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설아랑 결혼 못 하면 차라리 나가서 죽어버릴 거야!”그들이 울고 불고 난리를 피워대는 통에 오남미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그녀는 짜증스럽게 머리카락을 쥐여뜯으며 눈물을 쏟았다.“대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는 거야?”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방으로 달려가서 문을 잠갔다.그리고 침대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음을 터뜨렸다.“왜 이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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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그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미친 사람처럼 고개를 흔들었다.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에서 정태건설은 60억이 넘는 고가의 계약을 체결했다.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즉시 파산할 운명이었다.그래서 어젯밤 천도준에게 개 패듯이 맞고도 웃을 수 있었다.그는 천도준은 한낱 광대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성그룹이 서천구 개발에 투자한다는 뉴스가 공개되는 순간까지도 대표인 그는 소식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의 능력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의미였지만 그게 더 기분이 나빴다.의성그룹은 전국 건설 업계의 명실상부 일인자 기업이었다. 진짜 이 도시에 투자하지 않더라도 공개한 뉴스만으로 서천구 땅값은 하늘로 치솟을 것이다.의성그룹이 손을 댄 지역 중에 땅값이 안 오른 지역이 없었다.그런 핵폭탄급 정보가 공개된 순간, 무리해서 계약을 추진했다고 비난 받던 천도준은 순식간에 대 역전극을 완성시킨 것이다. 그는 어제 천도준을 비웃었던 말이 떠올라서 더 수치스러웠다.“운이겠지? 그래 넌 그냥 운이 좋았던 거야. 운이 좋으면 돼지도 날개를 달고 훨훨 날 수 있지. 마침 의성그룹이 서천구에 흥미가 생겨서 너한테 행운이 돌아간 것뿐이라고!”이대광이 거친 숨을 토해내며 중얼거렸다. 그는 핸드폰을 찾아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누나, 나 이 회사 안 다닐래. 난 그래도 부동산 회사가 더 나랑 맞는 것 같아. 매형 휘하에 부동산 회사가 몇 개 있잖아? 매형한테 말해서 나를 그쪽으로 전직하게 해줄 수는 없어?”“누나, 이번 한 번만 내 부탁을 들어줘.”전화를 끊은 이대광이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천도준, 너한테는 천운이 따른 거겠지만 나한테는 매형이 있어. 네 천운도 이제는 끝이야!”천도준은 굳이 지역 뉴스를 찾아보지 않았다. 그는 재개발 프로젝트 방안을 정리한 후, 집으로 가서 어머니가 드실 저녁을 준비했다.이제 그에게 어머니는 그의 전부였다.열심히 돈을 버는 이유도 어머니를 위해서였다.그가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 문을 열자마자 소파에 앉아 있는 이숭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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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의성그룹 진출 소식은 도심 전체에서 큰 화젯거리가 되었다.어떤 사람들은 손뼉을 치고 좋아하고 어떤 사람들은 낙담하며 한숨만 풀풀 쉬었다.이틀 사이에 서천구 부동산 매매가는 50퍼센트까지 뛰었다.천도준이 예상했던 것에 거의 미치는 결과였다.서천구 땅값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아 이 도시에서 땅값이 가장 싼 지역이라는 오명을 장기간 달고 있었다.의성이 진출한다는 뉴스 하나로 서천구 지역의 땅값을 평균치까지 끌어올린 건 대단한 쾌거라고 할 수 있었다.서천구 부동산 가격이 뛰기 시작하면서 민심이 혼란스럽던 정태건설 내부도 활력을 되찾았다. 사무실도 예전의 활력 넘치던 때로 돌아갔다.천도준이 원했던 그림이었다. 첫 도전에서 거둔 승리는 적어도 직원들에게 그의 실력을 증명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앞으로 정태건설은 점점 더 좋아질 거라는 희망도 심어주었다.일부는 천도준이 무슨 확신을 가지고 거액의 계약을 체결했다가 대 역전극을 만들어냈는지 의문을 표했지만 그때마다 천도준은 담담한 미소로 일관했다.3일째가 되었다. 정태건설 직원들이 밤잠을 설쳐가며 야근한 결과,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가 드디어 정식 궤도에 올랐다.저녁 여덟 시, 천도준은 직원들과 함께 축하 회식을 하러 주변에 있는 대형 식당으로 향했다.회식 자리에서 그는 직원들과 즐겁게 술잔을 기울였다. 많은 직원들이 그의 성공을 축하하며 술을 따랐고 그 역시도 따라주는 대로 마셨다.정태건설에서 3년을 함께 일하면서 그의 출중한 능력과 뛰어난 친화력은 부하직원들의 인정을 받았다.정태건설이 지금의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던 일등 공신이 바로 이 젊은 부장이라는 것을 직원들도 잘 알고 있었다.이것이 정태건설이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도 그들이 이대광처럼 회사를 버리고 떠나는 게 아니라 천도준을 믿고 자리를 지킨 이유였다.이대광이 물밑에서 벌인 추잡한 짓들을 직원들도 알고 있었다.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를 믿고 따라와 준 건, 직원들이 그만큼 천도준을 믿고 따라왔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천도준은 처음부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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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고개를 든 천도준은 익숙한 환경에 놀라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정처없이 걷다 보니 전에 오남미와 같이 월세를 살았던 아파트 단지 입구에 와 있었다.어쩌다가 여기까지 온 거지?그는 자조적인 미소를 머금었다.그러고 보니 회식 장소가 여기와 꽤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과거에 저녁을 먹고 오남미와 함께 강변을 걸었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올랐다.술 취한 상태에서 본능적으로 걷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다신 돌아갈 수 없겠네.”천도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돌아서던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를 불러세웠다.“천도준 씨!”반가운 목소리와 함께 한 여자가 그에게 다가왔다.“정말 여기 살아요?”여자의 얼굴을 확인한 천도준의 얼굴이 차갑게 식었다.그녀는 오남미 남동생의 여자친구, 임설아였다.지난번에 그런 일을 겪고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임설아는 굉장히 반가운 얼굴을 하고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하얀색 짧은 원피스에 가슴을 훤히 드러내고 밤바람을 맞으며 오들오들 떨고 있는 그 모습이 어쩜 이리도 꼴사나울까!“무슨 일이지?”천도준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임설아는 오들오들 떨며 그의 가까이로 다가왔다. 가까이서 보니 여자의 가슴골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거기까지!”천도준이 싸늘하게 말했다.“왜 그래요?”임설아가 화들짝 놀라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개수작 그만둬.”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린 천도준이 차갑게 말했다.임설아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무구한 표정을 하고 그에게 되물었다.“제가 뭘 어쨌다고요?”천도준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마사지하며 담담히 말했다.“다 보이니까 가릴 데 좀 가리라고.”임설아의 뺨이 탐스럽게 붉어지더니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했다.“나빴어요.”허리를 배배 꼬고 가는 눈을 뜬 그 모습은 무언의 초대였다.천도준은 짜증이 치밀어 뒤돌아섰다.앞으로 성큼 다가선 임설아가 그의 손목을 잡고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도준 씨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요.”“난 관심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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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이날, 임설아는 짜증이 나서 밤잠을 설쳤다.그렇게 노골적으로 다가갔는데도 천도준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남자의 심리에 대해 누구보다 잘 파악한다고 자부하던 그녀의 자존심이 철저히 무너졌다.알게 모르게 그에게 호감을 표시했고 자존심 굽혀서 사과까지 했다.그래서 한 번만 더 찾아가서 약한 모습을 보이면 남자가 당연히 넘어올 줄 알았다.물론 그와 연인이 되기는 힘들겠지만 이런 사람은 알아두면 나중에 콩고물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있었다.그런데 천도준의 싸늘한 반응은 그녀의 상상 밖이었다.그녀는 미쳐버릴 것 같은 심정이었다.다음 날 아침, 오남준이 모닝콜을 걸어왔지만 전처럼 살갑게 대해줄 수 없었다.그녀는 천도준에게서 당한 짜증과 분노를 전부 오남준에게 쏟아냈다.“오남준, 아침부터 짜증나게 왜 전화질이야?”“설아야, 전부터 내가 모닝콜을 해주기로 했었잖아.”오남준이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모닝콜은 무슨! 밤새 못 자서 짜증 나 죽겠는데!”임설아는 짜증스럽게 머리를 헤집었다.“뭐? 밤새 못 잤어? 내가 지금 바로 갈게. 그렇게 힘들면 오늘은 출근하지 말고 집에서 쉬어.”오남준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출근 얘기가 나오자 임설아의 분노가 다시 폭발했다. 오남준의 이런 무의미한 관심은 그녀에게 부담일 뿐이었다.“출근 안 하면? 오남준 네가 나 먹여 살릴 거야? 그럴 시간 있으면 결혼자금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이나 좀 해봐. 대체 약혼은 언제하고 결혼은 언제 하니? 하기 싫으면 당장 그만둬!”오남준이 다급히 말했다.“설아야, 걱정하지 마. 집에서 이미 방법을 생각하고 있어. 약혼식 날에 네가 요구한 결혼자금 마련해 볼게.”“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해? 매형이 그렇게 부자인데 그냥 달라고 하면 되잖아!”탁!그 말을 끝으로 임설아는 대답도 듣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천도준을 꼬시는 건 이미 실패로 돌아갔고 오남준에게서 돈까지 받아내지 못하면 그와 공들인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임설아가 사는 집 아래에서 통화 중이던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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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놀란 오남미가 비명을 질렀다. 발버둥치던 그녀는 오남준에 관한 일이라니까 잔뜩 긴장한 얼굴로 엄마에게 물었다.“남준이가 또 왜?”“결혼자금! 남준이 약혼식 날짜도 다가오는데 결혼자금 준비 못하면 설아가 남준이랑 헤어진다잖아! 남준이 지금 죽겠다고 난리라고!”장수지는 조급한 마음에 딸의 귀뺨까지 때리며 소리쳤다.“내가 대체 널 왜 낳았을까? 누나가 돼서 동생 결혼하는데도 손 놓고 도움도 안 주고! 너 엄마랑 남준이 죽는 꼴 보고 싶어서 이래?”오남미는 얼얼한 볼을 감싸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엄마를 바라봤다.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울분을 쏟아냈다.“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잖아. 내가 여기서 뭘 더 하기를 바라는데?”짝!장수지가 또 손을 들어 그녀의 귀뺨을 쳤다.“네가 뭘 한 게 있다고 큰소리야! 천도준 그 인간 돈이 많다며? 그 인간한테 가서 돈 좀 빌려오면 될 것을 이혼은 왜 했어? 너 남준이 엿 먹이려고 일부러 이혼한 거 아니야?”오남미는 충격 받은 얼굴로 엄마를 바라봤다.그녀가 알고 있던 세상이 무너지고 있었다.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눈에서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그 사람 정말 돈이 없어. 결혼한 뒤로 카드도 다 나한테 맡겼는데 돈이 있으면 내가 먼저 알았겠지. 마지막 남은 돈까지 끌어다가 줬잖아. 정말 돈이 있었으면 내가 모른 척했겠어?”“남준이가 그 인간 돈이 많다고 했어. 그럼 남준이가 거짓말이라도 했다는 거야?”이성을 잃은 장수지는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하며 고함을 질렀다.“아이고 내 팔자야! 곱게 기른 딸은 이혼녀가 돼버리고 아들 혼삿길도 막혀 버렸으니 난 이제 뭘 보고 살아?”“그래! 나도 죽을 거야! 남준이 죽으면 나도 살 이유가 없어!”그 말을 끝으로 장수지는 방을 뛰쳐나갔다.겁에 질린 오남미는 다급히 달려가서 장수지의 팔목을 잡았다.“엄마, 이러지 마. 제발!”소리를 들은 오덕화가 밖으로 나와 아내를 부둥켜안았다.“남준이도 이제 성인이야. 당신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데?”“귀한 아들이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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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그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어머니는 아직도 응급실에서 수술을 진행 중이었다.지금 가장 시급한 건 어머니의 안위였다.어머니가 무사히 깨어나시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만약 무슨 문제라도 생긴다면 천도준 자신조차도 무슨 일을 저지를지 상상할 수 없었다.그는 음침한 얼굴로 응급실 밖을 지켰다.이가 갈리고 손발이 떨렸다.그는 곧장 오남미에게 문자를 보냈다.[지난번에도 우리 엄마한테 한 짓, 벌써 잊었어? 대체 언제까지 우리를 못살게 굴 거야? 제발 우리 엄마 더 이상 건드리지 마!]5분 뒤, 오남미에게서 답장이 왔다.문자를 확인한 그의 두 눈이 분노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천도준, 이 사기꾼! 나쁜 자식아! 내가 가져간 4천만 원이 어머니 마지막 치료비라며? 그런데 어머니 멀쩡히 살아 계시잖아? 벌써 회복기에 들어갔다던데? 돈이 없었으면 치료를 어떻게 했니? 남준이 좀 도와달라니까 모른 척한 건 당신이었어. 그래서 어머니 찾아가서 좀 도와달라고 부탁한 게 그렇게 잘못이야?]쾅!천도준은 분을 참지 못하고 주먹을 벽에 꽂았다.“오남미, 그리고 당신 가족들… 이건 당신들이 자초한 거야!”응급실 문이 열렸다.천도준은 다급히 의사부터 찾았다.“선생님, 저희 엄마는 어떻게 됐나요?”장 박사가 마스크를 벗으며 피곤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걱정 마세요. 다행히 응급조치가 빨리 이루어져서 지금은 고비를 넘겼어요.”“정말 감사합니다!”천도준은 그제야 가슴을 꽉 짓누르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 들면서 다리에 힘이 풀려 비틀거렸다.놀란 장 박사가 얼른 다가와서 천도준을 부축했다.이수용이 직접 부탁한 귀한 사람인데 절대 문제가 생기게 할 수 없었다.장 박사가 정색한 얼굴로 당부하듯 말했다.“하지만 주치의로서 이 말씀은 드려야겠습니다. 전처와 이미 이혼했다고 들었어요. 어머님이 충격 받으실까 봐 사실을 얘기하지 않은 건 이해해요. 이번에는 전처분의 행동이 너무 과했다고 생각해요.”“다행히 응급조치가 빨리 이루어져서 고비를 넘겼지만 그분이 또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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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어쩌면 이혼마저도 그의 설계의 일부분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자 배신감에 서럽고 분노가 치밀었다.그래서 이난희 앞에서 울고 불고 난리를 피웠다.이혼했으면 위자료라도 챙겨줘야 한다는 게 그녀의 주장이었다.조금 치사한 감이 있지만 그 돈으로 가족들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못할 것도 없었다.일시적은 충동으로 천도준을 놓치고 동생의 결혼까지 도울 수 없게 된다면 평생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 것 같았다.그런데 멀쩡하던 이난희가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진 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잠시 후, 의료진이 달려와서 이난희를 응급실로 끌고 갔다.당황한 오남미는 돈이고 나발이고 재빨리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내가 잘못한 건 없어. 천도준, 이건 당신이 날 속여서 생긴 일이야!”오남미는 초점을 잃은 눈으로 거리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천도준, 이 나쁜 자식아! 왜 나한테 거짓말했어? 나 부모님 반대에도 끝까지 당신 포기하지 않고 결혼까지 했어. 그리고 당신 따라서 내가 고생한 게 얼마인데 가족들 좀 도와줄 수도 있잖아? 내가 내 동생 결혼자금에 좀 보태겠다는데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이야?”“고작 그것 때문에 나를 세상 나쁜 년으로 만들고 이혼하니까 좋아? 우리가 함께한 세월이 얼마인데! 난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했는데 당신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울분을 토해낼수록 그녀의 울음소리는 커져만 갔다.그녀는 자신이 가장 큰 피해자라고 생각했다.그렇게 그녀는 길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자존심이 강한 그녀였지만 주변사람들의 이상한 시선을 신경 쓸 여유조차 없었다.이때, 장수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돈은? 받아냈어?”“아니… 못 받았어.”오남미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천도준과의 결혼은 그녀의 선택이었고 이혼 역시 그녀가 동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자신이 천도준의 간계에 속아 이혼했다는 걸 알면 엄마가 또 어떻게 나올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안 그래도 동생 결혼 때문에 힘든데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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