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7화

밤바람이 서늘하게 불어왔다.

이내 하늘에서 가랑비가 보슬보슬 내리기 시작했다.

오남미는 실성한 듯 휴대폰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천도준의 답장은 날카로운 칼이 되어 그녀의 심장을 찔렀다.

“누나, 들어가. 사람 기다리겠다.”

아무것도 모르는 오남준은 오남미를 재촉했다.

오남미는 손으로 눈가의 눈물을 닦고 호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고개를 들어 보슬비 내리는 밤하늘을 바라보던 그녀는 절망의 쓴웃음을 지었다.

“결국 나 혼자 이 모든 걸 감당하게 되었네?”

레스토랑은 조금 어두컴컴했다.

희미하고 몽롱한 조명에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이곳은 커플들의 데이트 코스로 안성맞춤이었다.

이대광은 한쪽 구석에 자리한 채 이따금 빛나는 정수리를 만지며 사진 속의 오남미를 엉큼하게 바라보았다.

이대광은 노총각이다.

하지만 아직 충분히 놀지 못했기에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재벌가에 시집간 이대광의 누나는 이대광을 여러모로 많이 도와주었고 이대광은 누나 부부의 도움을 받아 생활 여건이 아주 좋았다.

정태건설의 대표로 있을 때 그는 직권을 이용해 수많은 여직원과 잠자리를 가졌다. 정태건설을 팔아넘길 때까지도 그는 고가의 계약서에 서명한 일을 말하지 않았고 다음 날 바로 매형의 또 다른 회사에서 관리직을 맡게 되었다.

결혼은 책임이다. 마음껏 여자를 놀 수 있는데 왜 굳이 한 그루의 나무 때문에 숲을 포기해야 한단 말인가?

오늘 맞선 자리에 응한 것도 사진 속의 아름다운 여자에게 흑심을 품었기 때문이다.

돈 좀 팔고 아름다운 여자와 뜨거운 밤을 보낼 수 있다면 이대광은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저기, 혹시 이대광 씨 맞으세요?”

오남미는 혐오스러운 듯 미간을 찌푸린 채 이대광을 바라보았다.

나이는 많지만 머리숱은 적고 몸매도 형편없었다.

방금 그녀는 이대광이 자기의 사진을 음흉하게 바라보는 모습도 발견했다.

게다가 이 늙은 남자는 천도준의 직속 상사이다.

하여 그녀는 이 상황이 더없이 혐오스러웠다.

“아, 오남미 씨?”

이대광은 기름기가 넘치는 두 눈으로 오남미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