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엄마가 맞선을 주선해 준다는데 싫다고? 너 진짜 창피한 게 뭔 줄 모르지?”오덕화는 소파에 앉아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며 한숨을 내쉬었다.“아빠!”오남미는 오덕화에게 절망스러운 눈길을 보냈다.“아빠, 엄마 좀 설득해 줘.”“어딜 감히!”장수지는 눈썹을 곤두세우며 날카롭게 쏘아붙였다.보다 못한 오덕화는 하는 수 없이 입을 열어 오남미를 대신해 사정했다.“아무래도 그 남자는 아니라고 생각해. 40대가 말이 돼? 우리 부부와도 얼마 차이 안 나.”“40대가 뭐요?”장수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오덕화를 노려보며 말했다.“남자는 40대가 한창이야. 남미는 중고라고, 중고! 돈 많은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는 것도 복이라고 생각해야지 제 주제에 설마 돈도 많고 젊은 남자와 재혼하려고? 그 남자들이 널 보기나 하겠어?”오남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장수지를 바라보았다.엄마라는 사람이 딸을 ‘중고’라고 표현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엄마......”오남미는 울먹이며 눈물을 흘렸다.“닥쳐!”장수지는 욕설을 내뱉었다.“천도준 그 자식과 결혼만 하지 않았어도 이런 상황은 없었을 거야! 어쩜 동생이 장가가겠다는데 누나가 돼서 도움도 못 줘? 다 같은 자식인데 나라고 네가 아깝지 않겠어? 네 아빠와 내 월급이 쥐꼬리만 한데 너라도 도움이 됐어야지! 너 엄마 아빠 죽는 꼴 보고 싶어? 우리 집 대가 이대로 끊겼으면 좋겠냐고?”오남미는 그저 입술을 꽉 깨물 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대가 끊긴다는 말에 오덕화도 마음이 약해져서 그녀에게 한 소리 했다.“남미야. 엄마 말 들어. 우리 집안의 운명이 너한테 달렸어. 남준이 네 친동생이잖아.”“근데 그 사람 천도준 회사 대표잖아. 천도준 직속 상사라고!”오남미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으려고 애를 썼다.겨우 20대의 나이에 40대의 늙은 남자와 맞선을 보라고?게다가 이제 막 이혼했는데?“그게 뭐 어때서?”장수지는 팔짱을 끼고 싸늘하게 웃었다.“그 모자란 자식이 널 욕심 내더니 이제 와
퇴근 후.천도준은 다급히 집으로 돌아와 국을 끓여서 병원으로 달려갔다.병실 앞에 이르렀을 때 천도준은 마침 회진을 마치고 나온 장민호와 다른 의사들과 마주쳤다.천도준을 발견한 장민호는 동료들에게 먼저 가보라는 손짓을 하더니 빠른 걸음으로 천도준에게 다가왔다.“천도준 씨 정말 효자십니다. 매일 이렇게 음식을 직접 해서 가져오시다니.”천도준은 미소를 지었다.“박사님, 우리 엄마 어때요?”“회복이 잘 되고 있어 며칠 뒤면 퇴원해도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간이식 수술은 배척 반응 때문에 반년에서 1년 정도를 지켜보셔야 합니다.”장민호의 말에 천도준은 마음이 아팠다.장민호가 계속 말했다.“하지만 안심하세요. 어르신께서 특별히 부탁하셨으니 우리 병원에서는 반드시 최선을 다해 어머님의 회복을 돕겠습니다.”“고마워요, 박사님.”천도준이 감격에 겨워 말했다.이수용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장민호는 그의 어머니에게 최선을 다했었다.“별말씀을요. 하지만 단기간은 정서 조절에 힘써주십시오. 정서 파동이 크면 위험하니 많이 주의하셔야 합니다.”장민호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젓더니 병실을 힐끔 보며 말끝을 흐렸다.그러더니 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러면 전 회진 때문에 이만 가보겠습니다.”천도준은 의아한 눈길로 떠나가는 장민호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봤다.병실에 들어선 천도준은 발걸음을 멈추었다.그제야 아까 장민호의 묘한 웃음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병상에 누워있는 천도준 어머니의 수척한 얼굴에는 웃음이 서려 있었고, 병상 옆에는 여자가 고개를 숙이고 앉아 사과를 깎고 있었다.“임설아, 당신이 왜 여기 있어?”천도준은 미간을 찌푸렸다.“천도준 씨, 오셨어요?”임설아는 고개를 들어 천도준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어머님이 편찮으시다는 말에 퇴근하고 바로 들렀어요.”말을 끝낸 그녀는 다정하게 사과 한 조각을 베어 천도준 어머니의 입에 넣어주었다.병상 옆 캐비닛에 올려진 보온 도시락을 발견한 천도준은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임설아가 이런 수단을
천도준은 어이가 없어 짜증을 내며 손사래를 쳤다.“당장 가. 그리고 다시는 오지 마.”“싫어요!”임설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괴상하게 웃었다.“오지 말라고 하면 아주머니한테 천도준 씨 이혼했다고 다 까발릴래요.”이 도시에서 살면서 그녀는 자기만의 수단을 획득했다.그녀는 남자의 속마음을 잘 꿰뚫어 보았고 남자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하여 천도준에게 까이고도 이난희에게 직접 찾아왔던 것이다.“협박인 건가?”천도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맞아요. 협박이에요. 복수하고 싶죠?”임설아는 매혹적인 미소를 짓더니 오른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천도준의 가슴을 콕 찍었다.천도준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당장 가라고 했어.”임설아의 미소가 굳어졌다.그녀는 천도준이 이토록 단호하게 거절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그날 밤의 천도준과 완전히 다른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워낙 총명한 임설아는 언제 물러서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한숨을 내쉬더니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안심하세요. 천도준 씨의 이혼 사실은 아주머니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라서요.”떠나가는 임설아의 뒷모습에 천도준은 마음이 심란했다.이난희는 천도준의 세상이다.그러니 임설아가 절대 가까이 다가가게 해서는 안 된다.임설아는 그가 원하는 여자가 아니었고, 더군다나 임설아가 이난희와 가까워지면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그는 이 상황을 도무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미칠 것만 같았다.같은 시각, 오남미는 아우디 조수석에 앉아 눈시울을 붉힌 채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고 옆에 있는 오남준은 곧 예물을 마련할 수 있다는 생각에 더없이 기뻐하고 있었다.오남준는 오남미를 힐끗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누나는 나한테 최고야. 내가 설아와 결혼할 수 있는 건 전부 누나 덕분인 거 알지?”오남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오남준의 웃음은 그녀의 심장을 칼로 베는 듯한 느낌을 주었
밤바람이 서늘하게 불어왔다.이내 하늘에서 가랑비가 보슬보슬 내리기 시작했다.오남미는 실성한 듯 휴대폰을 멍하니 쳐다보았다.천도준의 답장은 날카로운 칼이 되어 그녀의 심장을 찔렀다.“누나, 들어가. 사람 기다리겠다.”아무것도 모르는 오남준은 오남미를 재촉했다.오남미는 손으로 눈가의 눈물을 닦고 호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고개를 들어 보슬비 내리는 밤하늘을 바라보던 그녀는 절망의 쓴웃음을 지었다.“결국 나 혼자 이 모든 걸 감당하게 되었네?”레스토랑은 조금 어두컴컴했다.희미하고 몽롱한 조명에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이곳은 커플들의 데이트 코스로 안성맞춤이었다.이대광은 한쪽 구석에 자리한 채 이따금 빛나는 정수리를 만지며 사진 속의 오남미를 엉큼하게 바라보았다.이대광은 노총각이다.하지만 아직 충분히 놀지 못했기에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재벌가에 시집간 이대광의 누나는 이대광을 여러모로 많이 도와주었고 이대광은 누나 부부의 도움을 받아 생활 여건이 아주 좋았다.정태건설의 대표로 있을 때 그는 직권을 이용해 수많은 여직원과 잠자리를 가졌다. 정태건설을 팔아넘길 때까지도 그는 고가의 계약서에 서명한 일을 말하지 않았고 다음 날 바로 매형의 또 다른 회사에서 관리직을 맡게 되었다.결혼은 책임이다. 마음껏 여자를 놀 수 있는데 왜 굳이 한 그루의 나무 때문에 숲을 포기해야 한단 말인가?오늘 맞선 자리에 응한 것도 사진 속의 아름다운 여자에게 흑심을 품었기 때문이다.돈 좀 팔고 아름다운 여자와 뜨거운 밤을 보낼 수 있다면 이대광은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저기, 혹시 이대광 씨 맞으세요?”오남미는 혐오스러운 듯 미간을 찌푸린 채 이대광을 바라보았다.나이는 많지만 머리숱은 적고 몸매도 형편없었다.방금 그녀는 이대광이 자기의 사진을 음흉하게 바라보는 모습도 발견했다.게다가 이 늙은 남자는 천도준의 직속 상사이다.하여 그녀는 이 상황이 더없이 혐오스러웠다.“아, 오남미 씨?”이대광은 기름기가 넘치는 두 눈으로 오남미
오남미는 안색이 변하더니 아름다운 눈에 살기가 가득 생겼다.장수지는 대체 그녀를 어떻게 소개한 걸까?어떻게 엄마라는 사람이 딸을 창녀처럼 만들 수 있지?이 순간 오남미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졌고 머릿속이 텅 비었다.“죄송하지만 먼저 가볼게요.”오남미는 겨우 이성을 유지한 채 싸늘하게 말하고 뒤돌아섰다.이때 갑자기 이대광이 화를 내며 그녀의 손목을 움켜잡더니 그녀를 강제로 품에 안았다.“가긴 어딜 가? 난 사냥감을 놓친 적 없어.”“꺄악, 이거 놔요!”오남미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고 이 순간 천도준이 떠올랐다.“소리 지르지 마! 왜 그렇게 유난을 떨어? 돈을 원하는 게 아니었어?”“이대광 씨, 난 정태건설 천도준의 부인 되는 사람이에요.”천도준의 와이프라는 말에 이대광은 갑자기 피가 뜨겁게 끓기 시작했다.“그래? 천도준 그 자식 아주 잘난 척 하더니 와이프라는 년이 창년이였어? 이거 아주 재밌겠는걸?”이대광은 오남미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게다가 오남미는 한 번도 회사로 찾아온 적 없었기에 이대광은 오남미를 오늘 처음 본다.그런데 천도준의 여자라니? 이대광은 오늘 반드시 이 여자를 정복하겠다고 다짐했다.‘이 여자 아주 맛있겠는걸? 천도준에 대한 복수라고 생각하지.”이대광은 음흉하게 웃더니 촌스러운 가죽 가방에서 현금 뭉치를 꺼내 오남미의 품에 던져주었다.“500만 원 줄게.”“변태 같은 자식!”오남미는 제대로 뚜껑이 열려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더니 현금으로 이대광의 뺨을 갈겼다.모든 굴욕과 분노와 억울함이 이 순간에 폭발했다.꼼짝없이 뺨을 맞은 이대광은 비명과 함께 뒤로 물러서며 그녀의 몸에서 손을 뗐고 오남미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울부짖으며 호텔을 뛰쳐나갔다.아우디 차 안에서 한참 게임 중이던 오남준은 울며 뛰쳐나오는 오남미를 보더니 깜짝 놀라 다급히 차에서 내려 달려갔다.“누나 왜 그래?”“따라오지 마!”오남미는 오남준을 버려둔 채 도망쳤고 아무것도 모르는 오남준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비는 점점
오랜 기다림에 오남미가 거의 무너질 무렵, 드디어 천도준에게서 답장이 왔다.띵!“당신 엄마가 강요한 거 맞네.”월셋집.오남미에게 답장을 보낸 천도준은 표정이 일그러졌고, 가늘게 뜬 눈에는 차가움이 서려 있었다.그는 휴대폰을 잡은 손에 힘을 꽉 주었다.“날 모욕하려는 건가?”천도준은 혼자 중얼거리더니 휴대폰을 들어 이수용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끊은 후,천도준의 눈빛은 더욱 깊은 침묵에 잠겼고 얼굴의 차가움은 가실 줄 몰랐다.오남미는 왜 이대광과 맞선을 보러 갔는지, 그리고 오남미가 그의 전 와이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왜 그녀를 아가씨라고 밀어붙였는지......보나마나 이 모든 것은 그를 모욕하기 위한 것이다.천도준은 비록 뒤끝이 깔끔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모욕을 당하고도 가만히 있을 사람은 아니다.그는 오남미는 번호를 빤히 쳐다보다가 또 하나의 답장을 보냈다.“남준이 신혼집 아직이라면 내일 아침 서천구로 가서 하나 사는 게 좋을 거야. 그거로 어쩌면 오남준의 예물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지도 몰라.”서천구는 오래된 구역이라 집값도 싸고 심지어 지난 1년 동안은 하락세를 보였다.하여 오씨 집안의 재산으로도 충분히 서천구에 집을 살 수 있다.게다가 내일이 지나면 서천구의 집값은 아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시세가 오를 것이다.임설아가 요구하는 예물이 아무리 높다지만 만약 오씨 집안이 선견지명이 있어 서천구에 집을 미리 마련하고 집값이 오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내놓으면 예물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문자를 보내고 난 뒤, 천도준은 쓴웃음을 지으며 홀로 중얼거렸다.“오씨 집안에서 내 위치는 말할 것도 없으니 이 말도 분명 귓등으로 흘려보낼 테지?”그도 더는 신경 쓰기 귀찮아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직접적으로 알려줬는데 듣지 않는다면 그것은 오씨 집안의 문제다. 이 정도면 천도준도 충분히 도와준 것과 다름없다.비는 점점 더 크게 내렸다.아래층에 내려가니 검은 롤스로이스 팬텀이 길가에 서 있었다.천도준은 차에 올라 이수용을 힐끔 보
“그만해. 그만 때리라고! 내가 뭘 잘못했다고? 당신들 대체 누구야!”이대광은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폭행하던 다섯 사람은 그제야 행동을 멈추더니 이대광을 에워싸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보이지 않는 아우라에 이대광은 몸을 잔뜩 움츠리고 겁에 질려 온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그는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이대광은 오남미와 ‘맞선’을 보고 나서 잔뜩 화가 치밀어 이곳으로 찾아왔다.모든 것이 준비되었고 그는 즐거운 마음으로 샤워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다섯 명의 덩치가 큰 남자들이 문을 열고 들어와 그에게 가운을 입힌 뒤 밖으로 끌어냈다.더 놀라운 것은 클럽 사람들은 감히 참견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고 할까나?이대광은 이 클럽의 배후 보스가 어떤 인물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런 인물도 감히 손을 쓸 수 없다니?“내가 오늘 기분이 많이 상해서요.”이대광은 익숙한 목소리에 몸을 움찔하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았다.이대광은 자기가 분명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사람들 사이로 천천히 걸어오는 사람은 바로 천도준이었다.“날 모욕했으니 대가를 치러야죠.”“천도준?”이대광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에워싼 다섯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이게 다 네 짓이야?”천도준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고개를 비틀며 말했다.“저 새끼 믿지 못하는 거 같으니 어떻게 좀 해봐.”다섯 남자는 즉시 이대광에게 달려들어 또 한바탕 주먹질했다.비명이 메아리쳤다.5분 뒤, 다섯 사람은 동작을 멈췄고 이대광은 얼굴이 퉁퉁 부어 그야말로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나 다름없었다.“이러면 믿겠어요?”천도준이 물었다.이대광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내 피가 섞인 침을 내뱉으며 깔깔 웃기 시작했다.“하하하...... 빌어먹을. 내가 널 너무 만만하게 봤어. 3년을 개처럼 키웠는데 정말 정태건설을 인수했다니.”그날 이후 이대광은 자기 매형에게 정태건설의 인수에 관해 물었지만 이대광의 매형은 진실을 말하려고 하지
오남미는 온몸이 쫄딱 젖어서 초라한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부모님과 오남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어딜 돌아다니다가 이제야 오는 거니?”장수지가 굳은 목소리로 그녀를 야단쳤다.“선 한번 보라는데 그게 그렇게도 싫었어?”오남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엄마를 바라보며 물었다.“엄마, 내가 무슨 일을 당하고 온 건지는 알아?”“알아. 남준이한테 다 들었어.”장수지의 말에 오남미는 울컥 눈물이 나왔다.“남자가 좀 만질 수도 있지. 그러려고 선 자리 나간 거잖아. 차라리 둘이 같이 밤을 보내고 왔으면 나도 이렇게 걱정은 안 했을 거야. 너도 동생 앞길을 생각해야지. 애가 왜 그렇게 이기적이니?”“엄마는 대체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오남미가 울며 물었다.오덕화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그는 장수지를 힐끗 노려보며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은 애 앞에서 못 하는 말이 없어.”“딸한테 그런 말도 못해요?”장수지가 눈을 부릅뜨며 기세등등하게 말했다.“선 자리를 망쳤으니 우리 남준이는 언제 장가가요? 누나가 동생 위해서 그 정도는 도와줄 수 있지. 뭐가 문제예요?”아내가 떠드는 소리에 오덕화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오남미는 그제야 상황을 알아차렸다. 당시 오남준은 레스토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나중에 그녀가 도망치고 난 뒤에 도착해서 이대광의 말만 듣고 집에 와서 말을 전한 게 분명했다.오남미는 이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속으로 고민했다.“누나, 그래서 진짜 나 안 도와줄 거야?”오남준이 갑자기 다짜고짜 우는 소리를 했다.“나 누나 동생이잖아. 누나도 날 안 도와주면 누가 날 도와주겠어? 나 진짜 설아랑 결혼하고 싶단 말이야. 설아한테 버림받으면 나가서 콱 죽어 버릴 거야!”“남준이 죽으면 우리도 못 살아. 다 같이 죽어!”장수지까지 합세해서 목청을 높였다.죽겠다고 협박하는 동생과 엄마를 보자 오남미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았다.“남미야, 네 마음은 알겠지만 엄마랑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