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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임설아는 꿈을 꾸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어떻게 이런 우연이?

오남준으로부터 들은 천도준과 은행에서 만난 천도준은 전혀 일치하지 않았다.

그런데 하필 차갑고 준수한 얼굴이 바로 그녀가 알고 있는 그 천도준이 맞았다.

자존심을 버린 그날 밤, 침대에 함께 있었던 남자가 바로 눈앞의 이 남자다.

“아, 맞다. 지금 완전 빈털터리죠?”

오남준은 눈치 없이 계속 떠들어댔다.

“아쉽네. 내 말대로 죽어가는 엄마 하루라도 빨리 보내줬더라면 우리 누나와 이혼까진 가지 않았을 텐데...... 결국 엄마도 못 살리고 돈도 잃고, 꼴 좋네.”

주먹을 꽉 쥔 천도준의 손등에 선명하게 핏줄이 섰다.

오남미와 결혼한 뒤, 워낙 자기 집안만 맴도는 오남미 때문에 천도준은 한 번도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다.

겨우 3년 만에 건설회사의 부장이 되어서 벌어들이는 족족 오남미 집안에 퍼다 주었건만, 그들은 여전히 천도준을 하찮게 여겼다.

예전에는 오남미를 위해 참아왔지만 이제는 참을 이유가 없다.

“설아야, 빨리 와서 봐봐. 이 사람이 바로 궁상맞은 내 전 매형이야.”

오남준은 오만한 표정으로 뒤돌아서 손을 흔들었다.

천도준은 차 안의 임설아를 힐끗 보더니 주먹에 힘을 풀었다.

이 순간 모든 화가 가시고 웃음만 나왔다.

궁상맞은 전 매형?

천도준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오남준을 바라봤다. 왠지 짠해지는 기분이다.

임설아는 쭈뼛거리며 차에서 내리더니 시선은 오남준을 지나쳐 천도준에게로 향했다.

천도준의 웃음기에 임설아는 얼굴이 빨개지더니 그날 밤 일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설마 그날 밤 일을 설마 오남준에게 말하지 않겠지?’

임설아는 바보가 아니다. 비록 천도준이 욕심나긴 하지만 성공하기 전엔 절대 오남준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오남준은 그의 하한선이고 천도준은 그의 상한선이라는 뜻이다.

만약 천도준을 건드려 그날 밤 일을 폭로한다면 그녀는 오남준도 천도준도 모두 잃게 된다.

“설아야, 빨리 와. 내가 소개해 줄게.”

아무것도 모르는 오남준이 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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