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의 모든 챕터: 챕터 811 - 챕터 820

1138 챕터

제811화

윤혜인이 한참 침대에 앉아 있다가 일어났다.아직 소원의 일을 해결하지도 못했는데 이준혁이 화가 나서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이다.소원이 육경한과 같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 찾기는 쉬울 것 같았다.육경한이 병원에 가지 않은 것도 소원을 보호하기 위해서인 것 같았다. 병원에서 그런 상처를 보면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윤혜인은 그나마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이준혁이 육경한은 소원을 해칠 리 없다고 한 말이 맞는 것 같았다.윤혜인이 도지훈에게 문자를 보냈다. 육경한이 살만한 곳이 어딘지 조사해 보라고 말이다.이때 홍 아줌마가 올라와 밥 먹으러 내려오라고 했다.윤혜인은 알겠다고 대답하고 거울 앞에 마주 섰다가 흠칫 놀랐다.하얀 목덜미에 크고 작은 키스 마크들이 가득했다.이준혁은 마치 푸딩을 먹는 것처럼 정신없이 그녀의 목을 공략했던 것이다.정말 해도 해도 너무 했다.윤혜인은 착잡한 심정으로 옷장을 열어 복고풍 레이스 블라우스를 꺼냈다. 하지만 그래도 어떤 키스 마크는 가려지지 않았다.별다른 방법이 없었던 윤혜인은 스카프를 꺼냈다. 그러자 뭔가 더 이상해 보였다.식탁으로 온 윤혜인은 곽아름을 안고 있는 남자를 보고 넋을 잃었다.이준혁이 가지 않고 남아 있었던 것이다.아까 분명 씩씩거리며 문을 박차고 나갔는데 지금은 곽아름을 안고 고구마를 까주고 있었다.홍 아줌마는 윤혜인이 멀뚱하게 서 있자 이렇게 해명했다.“대표님이 아침 일찍 오셔서 아름이랑 아침 식사하겠다고 해서요.”식탁에 앉은 두 사람이 일제히 그녀를 바라봤다.곽아름은 윤혜인을 보자마자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엄마, 빨리 와서 앉아요.”윤혜인이 자리로 가서 앉았다.곽아름은 까놓은 고구마를 윤혜인에게 내밀며 활짝 웃었다.“엄마, 아빠가 까준 고구마인데 한 번 먹어봐요.”윤혜인은 아직 경악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던 터라 이준혁을 힐끔 쳐다봤다.이준혁은 그런 윤혜인을 보지 않고 곽아름을 안은 채 고개를 숙이고 고구마만 계속 깠다. 그녀와 인사를 나누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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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2화

“아빠, 무슨 모기가 그렇게 커요? 아름이는 한 번도 본 적 없어요.”“본 적 있을 텐데?”“근데 왜 그렇게 크게 물었대요?”이준혁이 맞은편에 앉은 윤혜인을 힐끔 보더니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많이 배고팠나 보지.”“...”이 말에 윤혜인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도대체 애한테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5년 동안의 금욕 생활에 미쳐버린 건 이준혁뿐만이 아니었다.극락이 무엇인지 체험해 본 사람들이었기에 윤혜인도 처음엔 흐리멍덩했을지 몰라도 금단의 열매에 다시 손을 대니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어 갔다.이른 새벽, 이준혁의 갈라진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힘들면... 나 물어... 알았지... 너 자신을 깨물다가 다치면 안 되니까...”분명히 이준혁이 먼저 이렇게 말했다.곽아름이 아리송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아빠, 그러면 미리 배부르게 먹여요. 그래야 이렇게 힘껏 안물지.”이준혁이 곽아름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는 배부른게 뭔지 모르는 대왕 모기였다.이준혁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그래, 알았어.”윤혜인이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어 마른기침하더니 이렇게 말했다.“아름아, 죽 먹어.”그러면서 이준혁을 매섭게 째려봤다.‘애한테 이상한 것만 가르쳐주네.’이준혁도 따라서 죽그릇을 들더니 호호 불어 곽아름에게 떠먹여 줬다.“아름이 착하지. 밥 많이 먹어야 모기한테 안 물린다.”“...”윤혜인은 할 말을 잃었다. 이준혁이 일부러 이러는 게 틀림없었다.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 곽아름만 계속 재잘재잘 말했고 윤혜인은 거기에 맞장구를 쳤다.이준혁은 아이를 달래는 건 참 잘했다. 매번 아름의 식사를 챙길 때마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했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많이 먹는 게 눈에 보였다.이준혁은 아빠로서는 제격인 것 같았다.이런 생각이 들자마자 윤혜인은 바로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위험한 생각은 애초부터 싹을 자르는 편이 좋다.뜬금없이 고개를 젓는 윤혜인을 보고 이준혁은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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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3화

이 말에 맞은편이 조용해졌다.고개를 들어보니 이준혁은 이미 가고 없었다. 그대로 가버린 것이다.순간 윤혜인의 마음은 다시 나락으로 떨어졌다. 마음이 아프면서도 서글펐다.마치 예전에 이준혁에게 무참히 버려지던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바보같이 뭘 또 기대한 거야...’윤혜인은 얼음물이라도 뒤집어쓴 것처럼 순간 정신을 차리고 그런 자신을 비웃었다. 그렇게 당하고도 정신을 못 차리는 자신이 한심했다.기대가 없어야 더 단단해질 수 있다.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문 쪽에서 경적이 들려왔다.반쯤 내려진 차창으로 이준혁의 잘생긴 얼굴이 보였다. 그는 윤혜인을 힐끔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안 타고 뭐 해?”윤혜인은 그가 갔다가 다시 돌아올 줄은 몰랐다. 사실 이준혁이 아까 그렇게 나간 건 차를 빼려고 나간 것이었다.윤혜인은 착잡한 눈빛으로 이준혁을 쳐다보더니 핸드폰을 들고 차에 올랐다.가는 내내 차 안에는 정적이 흘렀다.윤혜인은 아직 아까 버려졌던 슬픔에 잠겨 있었다. 마음이 너무 뒤숭숭했다.이준혁은 우울해 보이는 윤혜인을 힐끔 쳐다봤다. 윤혜인은 지금 온몸으로 이준혁과 거리를 두고 있었다. 이준혁의 마음도 따라서 우울해졌다.잘 보이려고 2시간을 공들여 시중했는데 결국 그녀는 서로 원하는 부분을 채우는 사이라고 말했다. 그가 만약 자기가 원하는 대로 했다면 지금쯤 침대에서 내려오지도 못했을 것이다.이준혁은 오늘 윤혜인을 달래주지 않기로 했다. 결국 달래는 데 실패할 텐데 계속 들이대기도 그랬다....차가 한 별장 앞에 멈췄다.문 앞에 까만 슈트를 입은 보디가드가 지키고 있었다.윤혜인은 동떨어진 별장을 보며 그 별장이 소원을 가두는 감옥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입구에 도착하자 보디가드는 이준혁을 알아보고 그냥 들여보냈지만 처음 본 윤혜인을 보고는 몸수색하겠다고 했다.이에 이준혁이 서늘한 눈빛으로 그 보디가드를 쳐다보며 말했다.“내 사람이야.”이 말에 윤혜인은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보디가드가 망설이는데 이준혁이 윤혜인의 손을 잡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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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4화

“달래기 쉽다고?”이준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다른 여자를 달래본 적이 없어서 달래기 쉽다는 표준이 뭔지도 몰랐다.육경한이 말했다.“전에 임세희한테 그렇게 잘해줬는데도 혜인 씨는 별로 신경 안 쓰고 용서해 줬잖아. 그게 달래기 쉬운 게 아니면 뭐야?”이준혁이 이해가 안 된다는 말투로 물었다.“내가 임세희를 잘해줬다고?”이준혁은 아무런 정성도 힘도 들이지 않고 물질적인 만족만 주는 건 잘해주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돈은 그에게 제일 가치 없는 물건이었다.오직 윤혜인만 지치지 않고 계속 달래줬지만 윤혜인은 그 마음을 몰라줬다. 그것도 모자라 그를 보잘것없는 하찮은 존재라고 말했다.육경한은 뻣뻣해진 팔을 움직이며 덤덤하게 말했다.“나도 알아. 너한테 잘해준다는 의미가 뭔지. 그리고 물질적인 거를 제일 하찮게 생각한다는 것도 다 알아. 하지만 여자의 생각은 남자랑은 달라. 신경 쓴다는 건 좋은 일이야. 질투한다는 뜻이고 아직 너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뜻이야. 말만 그렇게 해서 그렇지.”이 말에 이준혁의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사실 윤혜인도 보이는 것만큼 매정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질투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마음과 반대로 말하는 건 있는 것 같았다.이준혁은 창백한 육경한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다 아는 사람이 왜 소원 씨랑은 그렇게 된 거야?”“상황이 다르다니까.”육경한은 씁쓸하게 웃었다.“내가 한 잘못은 되돌릴 수 없어.”육경한과 소씨 가문 사이에 있었던 비즈니스 경쟁과 거기에 사용한 수단을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은 모르고 있었다.육경한도 그렇게 자세히 말해줄 리가 없었다.하지만 소원의 아버지가 투신자살한 사실이 알려졌을 때 친구들이 깜짝 놀라긴 했다. 육경한과 관련된 일이라는 걸 모르긴 해도 말이다. 만약 정말 관련되어 있다면 이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큰 잘못이다.이준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경한아, 너 위해서 하는 말이야. 노력해도 안 되면 그냥 놓아주는 게 맞아.”“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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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5화

윤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소원이 주변을 살피더니 엿듣고 사람이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진지한 표정으로 윤혜인에게 귓속말했다.“작업실에 약 하나 보냈거든. 수령인에 네 이름을 적었다. 3일 뒤에 금오구 120번지 옆에 있는 골목에 있는 빨간 기와집으로 가서 할머니에게 전해줘.”윤혜인은 멍한 표정으로 듣고만 있었다. 무슨 약이기에 이렇게 비밀스러운지 궁금했다. 그리고 윤혜인은 소원에게 남은 가족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전에 있던 친척들은 하나같이 흑심을 품고 소원의 아버지가 투신자살하기 전에 건질만한 것들을 다 건지고 도망갔다.할머니가 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었다.소원이 말했다.“혜인아. 이 일은 아무한테도 얘기해서는 안 돼. 이준혁 씨도 안 돼.”이준혁과 육경한은 친한 친구였기에 이준혁이 알면 유진은 숨어있을 곳이 없게 된다.윤혜인은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진지해 보이는 소원의 표정에 이 일이 절대 단순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하여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꼭 가져다줄게.”소원이 윤혜인의 손을 잡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더니 울먹이며 말했다.“혜인아, 고마워. 뭘 보든 놀라지 말고. 내가 앞으로 다 설명해 줄게.”“그래. 우리 사이에 뭔 인사야.”“갈 때 미행 조심해. 육경한이...”윤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늦어서 4일이야. 그전에 꼭 할머니 손에 넘겨줘야 해. 그거 목숨 살리는 약이야...”소원은 모든 희망을 윤혜인에게 거는 수밖에 없었다.윤혜인은 이준혁이 뒤에 서 있기에 들킨다 해도 윤혜인이 입을 열지 않는 이상 육경한도 어쩔 방법이 없었다.하지만 다른 사람은 달랐다. 육경한 그 미친개는 무슨 짓이든 해낼 수 있다.얘기를 얼마 나누지도 못했는데 집사가 소원을 찾아왔다.“소원 씨, 도련님 약 드실 시간입니다.”소원이 차가운 표정으로 대답했다.“알았어요.”윤혜인은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소원의 손을 다독이며 말했다.“소원아, 내가 이준혁 씨한테 말해볼게. 네가 얼른 이곳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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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6화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육경한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앞으로 절대 서현재랑 절대 만나지 마. 연락도 하지 말고. 아니면 서현재 절대 가만 안 둬.”소원이 차갑게 쏘아붙였다.“육경한. 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 하는데?”소원은 서현재가 서씨 가문으로 돌아간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적어도 육경한이 그를 괴롭히기 전에 고민을 한 번 더 해볼 것이다.“설마 그 개자식이 서씨 가문으로 돌아갔다고 내가 어쩌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육경한은 소원의 생각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그는 소원의 턱을 으스러지게 잡고 힘껏 당겼다.“소원아, 네가 얕잡아보는 게 누군지 똑똑히 봐.”소원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육경한, 너는 나 협박하는 거 빼고 할 일 없지? 달리 나를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서 이렇게 비열한 수단 쓰는 거 아니야?”육경한이 차갑게 웃었다.“어떤 방법이든 잘 먹히면 되지.”그는 비열한지 아닌지는 상관없었다.쓰러져가던 유민 그룹을 지금의 강대한 모습으로 바꾸기까지, 성공의 비결이라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었다. 육씨 가문을 철저히 손아귀에 넣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절대적인 자신감이 있었다.지금은 그 절대적인 자신감으로 소원을 남기려 한다. 육경한이 점찍은 여자는 아무도 건드릴 수 없다.“나랑 현재는 말 그대로 그냥 친구야. 네가 더럽다고 다른 사람도 그런 건 아니야.”소원의 말에 육경한은 사실 속으로 한시름 놓았다. 소원은 그를 원망하고 있긴 하지만 절대 거짓말은 하지 않았고 거짓말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다.육경한의 입가에 미소가 걸리더니 부드럽게 말했다.“내 옆에만 있으면 절대 상처 주지 않는다고 약속할게. 그리고 좋은 소식이 있어.”“좋은 소식?”소원이 웃음을 터트렸다.“육경한, 지금 내게 좋은 소식이 뭔지 알아? 네가 우리 아빠 죽인 거, 그 대가를 치르는게 제일 좋은 소식이야.”육경한은 이미 이 말에 내성이라도 생긴 듯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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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7화

‘이런 개자식이.소원이 이를 악물더니 말했다.“내가 부서트리는 게 무섭지 않다면 얼마든지.”육경한은 그런 소원의 모습이 참 재밌다고 생각했다.그는 소원을 꽉 잡고는 낮은 소리로 웃었다.“난 안 무서워. 그러면 복수할 기회가 없어지는데 아쉽지 않아?”소원은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육경한은 정말 제대로 미친 것 같았다.“...”“이런 짐승 새끼.”소원의 팔은 어느새 뻣뻣해졌지만 그래도 이를 바득바득 갈며 이렇게 욕했다.육경한은 대수롭지 않게 흘려 넘겼지만 숨결은 이미 흐트러진 상태였다.“네 앞에서 짐승이 되는 건 개의치 않아.”“...”그렇게 한참 지나서야 소원은 육경한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손바닥은 어느새 빨갛게 부어오른 상태였다.소원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손가락이 뻣뻣하게 굳다 못해 저렸고 입술도 너무 꽉 깨문 나머지 핏기가 없었다.소원은 육경한에게서 벗어나자마자 그의 상처를 꾹 눌렀다.육경한은 아파서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아까 정점까지 치달았던 감정을 해소하지 못해 힘들었는데 소원이 상처를 꾹 누르자 아프면서도 욕구가 해소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육경한, 너 너무 더러워.”육경한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한 번 더 찔러. 이자 받는 셈 치고.”소원의 눈동자에서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손을 들어 육경한의 귀싸대기를 날리려는데 육경한이 그녀의 손을 꽉 움켜잡고 상처로 가져갔다.육경한은 소원의 손을 상처에 대고 꾹 눌렀다.차갑지만 잘생긴 얼굴은 덤덤하면서도 매정해 보였다.“이 정도면 분이 좀 풀려?”육경한의 말투는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그 평온함 속에 파국이 연상되어 숨이 막혀왔다.상처가 갈라지며 피가 줄줄 새어 나와 소원의 손을 물들였다.소원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정말... 미쳤어...”육경한은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소원의 손을 붙잡고 계속 힘주어 눌렀다.마치 소원의 손을 금방 봉합한 상처로 밀어 넣어 심장이라도 꺼낼 것처럼 말이다.“나 증오한다며? 괴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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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8화

소원은 퍽 의외라고 생각했다. 육경한이 소종을 벌주는 게 신기했다.소종은 그동안 육경한을 도와 많은 나쁜 짓을 했다. 그는 육경한에게 백 퍼센트 충성했다. 그리고 유민 그룹에서 소종은 두 번째로 꼽혔다.육경한은 소종의 권위를 세워주기 위해 절대 아랫것들이 보는 앞에서 그를 벌주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이렇게 벌을 세웠다는 건 분명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하지만 소원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소종 외에 그녀를 도둑처럼 경계할 사람은 없었다.소원은 밖에서 시간을 좀 끌다가 육경한의 방으로 돌아갔다.육경한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쉬고 있었다. 상처가 다시 덧나는 바람에 육경한의 입술을 갈라져 있었다. 얼굴도 하얗게 질린 게 뭔가 산 사람 같지 않았다.이마는 언제 부딪쳤는지 새끼손가락만 한 상처가 미간까지 쭉 이어진 게 보는 사람을 놀라게 했다.처량한 모습이긴 했지만 육경한의 얼굴은 여전히 각진 게 잘생겼다.대학 시절부터 육경한은 따라다니는 여자가 많았다. 집안으로 보나 외형으로 보나 우월하지 않은 게 없었다.육경한을 좋아하는 여자는 많았지만 그는 전부 거절했다.그때는 소원이 먼저 육경한을 좋다고 따라다녔다. 소원은 그때 남자 친구에게 차인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기분이 매우 우울한 상태였다.한번 시도는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자기도 무조건 다른 여자처럼 거절당할 것이라고 생각했다.육경한은 학교에서도 유명인사였다. 학생회 회장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 스펙까지 가미하자 더 반짝반짝 빛났다.의외로 육경한은 소원이 아무렇게나 유혹한 말에 넘어왔다.실험실에서 소원이 육경한에게 물었다.“회장님, 혹시 여자 친구 있어요?”육경한이 덤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분위기가 살짝 어색해졌다.소원은 찬란하게 웃으며 육경한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안녕, 나는 여자 친구라고 해.”하지만 육경한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한참 동안 아무 동작도 보이지 않았다.그렇게 손을 들고 있던 소원이 너무 쪽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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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9화

육경한은 소원의 말투에서 원망을 느끼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나랑 있어. 일하지 말고. 원하는 거 모든 다 줄게.”소원이 육경한을 비웃더니 사발을 내려놓았다.“대표님, 전에도 같이 있어 주면 비용 짭짤하게 주셨는데 지금도 그러고 싶으신 거예요?”이 말에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는지 육경한의 잘생긴 얼굴이 보기 드물게 어색해 보였다.육경한이 설명했다.“그런 뜻으로 한 말 아니야.”소원은 여전히 웃었다.“나는 별반 다를 거 없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이나 예전이나 내 느낌은 변한 적 없거든.”육경한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래도 일단은 이 화제를 넘기려 했다.“나 찔러서 다치게 했는데 좀 같이 있어 달라는 것도 안 돼?”“그냥 신고해.”소원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네가 먼저 나를 침해하려 했잖아. 나는 정당방위 했을 뿐이야.”“고의가 아닌 건 맞지만 내가 죽기를 바랐잖아.”육경한의 눈빛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그때 소원이 보여줬던 눈빛은 그를 죽이고 싶어 하는 눈빛이었다.소원이 우스갯소리라도 들었다는 듯 웃었다.“육경한, 그걸 오늘에야 안 거야?”육경한이 눈썹을 추켜세우더니 우습다는 듯 말했다.“아니, 알고 있었지. 근데 네가 살아있는 한 나도 죽기 싫어.”소원의 입가에 조롱의 미소가 걸렸다.“왜? 나랑 같이 죽기라도 하겠다는 거야?”육경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의도는 선명했다.소원은 그런 육경한이 미친놈이라고 생각했다. 소원은 가늘고 예쁜 손가락으로 육경한의 턱을 살짝 들어 올리더니 낮게 웃으며 말했다.“육경한, 꿈도 꾸지 마. 살면서 한 번도 죄를 지어본 적이 없어서 죽어도 천국 갈 거야. 넌 아마도 지옥 가겠지.”소원은 잘생긴 육경한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폈다. 증오가 가득 서린 눈빛은 감추려고 해도 감춰지지 않았다.“길이 다르다고. 알아?”구슬처럼 예쁜 소원의 눈동자에는 역겨움과 증오가 가득 차올랐다. 그 눈빛이 육경한을 우울하게 만들었다.하지만 육경한은 그렇게 쉽게 휘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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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0화

소원은 화가 치밀어올라 힘껏 그를 밀쳐냈다. 하지만 육경한이 손목을 꽉 부여잡고 있었다.소원도 더는 육경한의 인내심에 도전하지 않았다. 상처를 덧내는 일은 한 번은 있어도 두 번은 있을 수 없다. 아니면 육경한의 성격에 무조건 그녀보다 더 강하게 나올 것이다.소씨 가문을 위해 복수하려면 무모하게 나가서는 안 된다. 목숨을 걸더라도 값진 싸움이 되어야 한다.소원이 더는 발버둥 치지 않자 육경한은 소원의 뒤통수를 꽉 부여잡고 더 가까이 당겼다.키스는 뜨거우면서도 열렬했다.육경한은 자신의 온도로 소원의 분노를 녹여주려 했다.그는 그녀가 굴복하는 모습이 좋았다.그러면서도 더는 그를 도발하지 않은 그녀의 총명함에 몰래 감탄했다.아니면 정말 무슨 짓을 했을지 모른다.육경한의 눈썹에 난 상처는 어딘가 흉측해 보였다. 다년간 헬스로 다져진 탄탄한 팔은 소원을 쥐고 흔드는 데 충분했다.숨이 목구멍까지 차오른 소원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빨개져서야 육경한은 천천히 손을 놓았다.구슬처럼 예쁜 소원의 눈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육경한은 그저 한번 힐끔 쳐다봤을 뿐인데도 가슴이 욱신거렸다.소원이 상처 주는 말을 내뱉기 전에 육경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회사 간다며? 가기 전에 일단 이자부터 좀 받을게.”소원이 멈칫했다. 한참 실랑이를 벌여야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쉽게 그녀를 놓아줄 거라는 생각도 못 했다.소원은 육경한이 한 말을 다시 곱씹었다.‘조금이라니? 설마 끝도 없이 받을 생각인가? 어림도 없지.’소원이 마치 더러운 오물이라도 닦아내듯 입술을 마구 닦으며 화냈다.“앞으로 한 번만 더 함부로 손대봐. 체면이고 뭐고 없어.”육경한이 웃으며 말했다.“기대할게.”육경한은 체면을 주지 않아야 더 재미있다고 생각했다.그는 자신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럴만한 인내심도 존재하지 않았다. 소원을 앞에 두고 참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소원은 화가 치밀어 올라 말문이 막혔다. 더는 이 변태 같은 놈과 말을 섞기가 싫었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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