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Chapter 711 - Chapter 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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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1화

윤혜인의 목소리는 떨렸다.“어떻게...”“사흘 동안 혜인 씨가 오지 않아서 대표님께서는 계속 식욕이 없으셨어요. 제대로 식사도 하지 않으셨고 매일 보내주신 수프만 조금씩 드셨죠. 근데 오늘은 수프도 드시지 않고 갑자기 피를 토하셨어요. 의사 말씀으로는 급성 위출혈이라네요...”주훈은 다급히 말했다.“혜인 씨, 가능하시면 지금 당장 와주실 수 있나요?”전화를 끊고 나자 윤혜인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고 손발은 차가웠다.‘이 남자, 왜 이렇게 고집이 센 거야... 내가 안 가면 밥도 안 먹어? 다 큰 어른이 배고프면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도 모르는 건가? 환자이면서 왜 이렇게 자기 몸을 혹사시키는 거야.’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자신도 잘못한 것 같았다.‘내가 돌봐주겠다고 약속해놓고...’윤혜인의 머릿속은 엉망이었고 마음도 불안했다.그래서 얼른 운전사에게 말했다.“병원으로 가요.”병원에 도착했을 때,주훈이 병실 문 앞에서 그녀를 맞이하며 보온병을 건넸다.“대표님은 방금 수액을 맞고 쉬고 계세요. 깨어나면 죽을 좀 드셔야 합니다. 제발 대표님께서 죽을 먹도록 해주세요.”윤혜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열고 들어가 침대 옆에 죽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이준혁은 눈을 감고 있었고 잠들어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그의 잘생긴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고 사흘 전보다 더 안 좋은 상태였다.윤혜인의 마음이 아팠다.‘안색이 왜 이렇게 점점 더 나빠지는 거야...’그녀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아 남자의 숨소리를 확인하고 싶어 손가락을 내밀어 그의 호흡을 살폈다.숨은 고르게 쉬고 있었고 윤혜인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렇게 막 손을 거두려는 순간, 누군가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이준혁이 미세하게 눈을 뜨고 약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나 아직 안 죽었어.”순간 분위기가 어색해졌다.윤혜인은 손가락을 뽑아내고 고개를 살짝 숙이며 보온병을 열더니 말했다.“깼으면 죽 좀 먹어요.”그녀는 죽을 잘 퍼서 이준혁의 침대를 올리고 작은 테이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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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2화

윤혜인은 이런 생각에 스스로 질책했다!‘난 정말 의지가 약하다니까... 기억을 잃은 후에도 이 남자한테 마음이 움직이다니...’정말이지 자신에게 화가 나 그녀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변명하고 안 온 게 아니에요. 진짜 바빴던 거라고요.”그러자 이준혁은 지그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어제랑 그제도 바빴어?”윤혜인은 당황했다.마치 감시받고 있는 느낌이었다.‘어제랑 그제도 바빴냐는 건 내가 안 바빴는데 일부러 안 왔다는 건가?’그녀는 불쾌하게 물었다.“저 감시하고 있었어요?”“그냥 네가 뭘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 주 비서에게 확인해 보라고 했어.”이준혁은 주훈에게 윤혜인의 일정을 확인하게 한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윤혜인이 집에서 강아지와 놀면서 병원에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는 화가 나서 밥도 한 입도 먹지 않았고 배고픔도 느끼지 못했다.그래서 위 기능이 떨어지며 급성 위출혈이 발생한 것이었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알지? 병원에서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난 내 모든 시간을 너를 생각하는 데 쓰고 있었어.”윤혜인은 순간 얼굴이 뜨거워졌다.‘어떻게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이런 말을 천연덕스럽게 하지? 식은 죽 먹기네 아주.’그때, 이준혁은 갑자기 그녀의 손을 잡더니 자신의 가슴에 대며 진심을 담아 말했다.“여기, 내 마음속에는 너 하나뿐이야. 다른 사람은 들어 올 수 없어.”갑작스러운 고백에 윤혜인의 얼굴은 익은 복숭아처럼 붉어졌다.그녀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손을 빼려 했지만 남자는 그녀의 손을 꽉 잡고 놓지 않았다.그의 눈빛은 뜨겁고 진지했다.“혜인아, 우리 다시 시작하자. 한번만 기회를 줘.”잠시 멍해 있는 것도 잠시 윤혜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한참 만에 그녀는 당황하며 말했다.“안, 안 돼요.”“너도 나를 아직 신경 쓰고 있잖아, 왜 안 돼?”윤혜인은 머릿속이 하얘져서 무심코 말했다.“우리 오빠가 허락하지 않을 거예요...”그러자 이준혁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너만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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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3화

“뭐라고요?”남자는 갑자기 그녀의 가냘픈 허리를 감싸 안고 살짝 힘을 주어 윤혜인을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무슨 말을 하려고 그런 줄 알았지만 이준혁은 바로 고개를 숙여 윤혜인에게 키스했다.장난스럽게 살짝 건드린 조금 전의 키스와는 다르게 그는 그녀의 얼굴을 감싸 쥐고 혀를 밀어 넣어 서로의 침을 교환했다.“읍...”윤혜인은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입에서는 온통 외마디 소리뿐이었다.이준혁은 정말이지 키스의 고수였다.그녀는 머리가 뜨거워지고 심장이 빠르게 뛰어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그렇게 그냥 이준혁의 품에 안겨 얼굴이 새빨개질 때까지 키스를 했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윤혜인을 놓아주었다.그러더니 잠긴 목소리로 낮게 속삭였다.“이게 진짜 키스야.”얼굴이 마치 피가 나올 것처럼 붉어진 채로 윤혜인은 몸을 움직여 그의 무릎에서 내려오려 했다.하지만 그는 그녀를 꽉 껴안으며 낮게 말했다.“조금만 더 안고 있게 해줘. 이틀 동안 못 봐서 너무 보고 싶었어.”사랑이 담긴 말을 전해보니 이제 이준혁은 그 어떤 말도 주저하지 않았다.특히 그 상대가 윤혜인이라면 말이다.그는 평생 하지 않았던 사랑의 말을 그녀에게 전부 해 주고 싶었다.“정말 너를 많이 생각해. 꿈에서도 너를 봤어. 그런데 넌 나를 무시하고...”윤혜인은 그의 목소리에서 약간의 비참함과 억울함을 느낄 수 있었다.이렇게 높은 위치에 있는 남자가 이런 낮고 비참한 말투로 말하다니 정말 상상하기 힘들었다.대기업 대표라는 신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윤혜인은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를 너무 오래 붙잡고 있을 수는 없었는지라 이준혁은 천천히 놓아주며 말했다.“내일 네가 직접 만든 전복죽을 먹고 싶어.”그는 5년 전 그녀가 만들어준 그 맛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윤혜인이 직접 만든 것은 그가 먹어본 최고의 전복죽이었다.“전복죽이요?”곽씨 가문에는 도우미가 많은 탓에 윤혜인은 5년 동안 직접 요리를 하지 않았지만 듣기에는 간단해 보였다.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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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4화

원지민은 이준혁의 냉정함에 충격을 받았다.그래서 약간 목이 멘 채로 말했다.“준혁아, 하지만...”“하지만은 없어.”이준혁의 목소리는 감정이 담기지 않은 듯 냉정했다.“원지민, 온진그룹에 위기관리 능력조차 없다면 회사의 관리 센터는 인원을 교체해야 할 거야.”“난...”원지민이 더 말하려고 했지만 남자는 차갑게 말했다.“이렇게 하는 거로 하자.”“뚜뚜뚜...”전화는 무정하게 끊어졌다.잠시 후, 주훈이 들어와서 윤혜인을 안전하게 집에 데려다줬다고 보고했다.이준혁은 잠시 침묵한 뒤, 입을 열었다.“원지민 아버지의 병에 뭔가 수상한 점이 있는지 확인해 봐.”원지민의 의도를 꿰뚫고 나니 원래의 신뢰에 금이 가 이준혁은 현재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의심하고 있었다.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문제없겠지만, 원지민의 아버지도 그의 편에 섰던 원로 중 한 명이기 때문에 위기관리 시간을 줄 필요가 있었다.하지만 사실이 아니거나 원지민의 핑계라면, 그는 냉정하고 무자비하게 대응할 것이다.주훈은 빠르게 움직여 곧 원지민 아버지의 검사 결과를 가져왔다.보고서에는 그가 합병증으로 인해 쇼크 상태에 빠졌고 생명이 위독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주훈은 보고했다.“병원을 전부 조사해봤습니다. 원지민 씨 부친의 상태는 확실히 심각하고 원지민 씨는 계속 중환자실에 머물며 부친을 돌보고 있습니다.”이준혁은 보고서를 읽어보았다.사실이라면 문제가 없었기에 그는 주훈에게 지시했다.“심혈관 쪽으로 최고의 전문가를 연결해줘, 그분을 치료할 수 있게 말이야.”“알겠습니다.”떠나기 전 주훈은 또 다른 일을 보고했다.“대표님, 금란 뒷골목에서 화재가 발생해 한 여성이 사망했습니다.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공지가 나왔는데 외형상 임세희 씨와 일치하지만 완전히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임세희를 금란 뒷골목에 던져놓은 것은 단지 경고에 불과했다.이준혁의 지시에 따라, 주훈은 그녀의 핸드폰을 압수하지 않았다.때문에 원치 않는 일을 피하려면 임세희는 경찰에 신고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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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5화

하지만 원지민은 확신했다. 반달 후에는 확실히 이씨 가문 안주인 자리를 굳히리라는 것을.기분이 하도 나빠 원지민은 기분 전환을 하고 싶었다.그래서 VIP 병실 휴게실의 문을 열며 말했다.“들어와.”그러자 임호가 즉시 따라 들어왔다.휴게실은 고급스럽고 화려했다.원지민은 의자에 앉아 다리를 약간 꼬고 임호를 바라보며 여왕처럼 말했다.“무릎 꿇어. 날 즐겁게 해줘.”임호의 그 무심한 눈빛에 잠깐의 변화가 일었다.곧이어 그는 앞으로 나가 무릎을 꿇더니 익숙하게 행동했다.이 순간 그는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꼈다.임호는 어둠의 섬에서 태어났고 원지민의 부친은 딸의 안전을 위해 많은 돈을 주고 그를 고용했다.원지민의 부친은 어둠의 섬의 충성스러운 죽음의 전사들을 선택했다.그들은 평생 단 한 명의 주인만 섬기니 말이다.하지만 그는 자신이 직접 선택한 경호원이 그에게 치명적인 약을 먹일 줄은 몰랐다.그가 어둠의 섬 전사들의 맹목적인 충성심을 너무 과소평가했던 것이다.주인이 시키는 대로라면, 설령 아버지를 죽이는 일이라 해도 그들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따를 것이다.그래서 임호는 원지민의 가장 더러운 손발이었다.모든 더러운 일들은 임호가 처리했다.그리고 임호가 배신할 걱정도 없었다.죽음의 전사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배신하지 않으니 말이다.벽 속에 흔들리는 그림자 속에서, 한 검은 그림자가 몸을 숙여 기어 다니며 경건하게 주인을 섬기고 있었다.아무런 거리낌 없이 쾌락을 추구하며...모든 일을 마친 후.조금 전 자극을 받은 몸 때문에 원지민은 의자에 앉아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말했다.“다음번에는 주의해, 실수하지 않도록.”그녀는 첫 경험을 최고의 가치로 활용하고 싶었다.임호 같은 출신이 천한 사람에게 말고 말이다.그가 잘 섬기지 않았다면 그녀는 이미 다른 사람을 찾았을 것이다.얼굴이 붉어진 채로 원지민은 조금 피곤한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임세희는 지금 어떻게 됐어?”임호는 대답했다.“감시하고 있습니다. 죽지는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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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6화

임세희는 바로 꼬리를 내렸다. 남자가 어떻게 욕하든 별 반응이 없었다.이 집은 원래도 고물상이 월세를 내고 있었고 그녀도 고물상이 여기로 데려왔다. 아니면 잘 곳도 없었을 것이다. 돈이 없어 성병을 고치려 해도 고칠 수가 없었다. 전에 다친 상처가 아물지 못해 점점 덧나고 있었다.절름발이 남자가 문을 열고 나가서야 임세희는 고개를 들었다.반쪽은 아무 문제 없었지만 다른 반쪽은 화상을 입은 것처럼 흉측하기 그지없었다.임세희의 얼굴은 길가에 버려졌을 때 차에 치이는 바람에 아스팔트 길에 스치면서 반쪽 얼굴을 아예 날려버리게 되었다.그 고통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었다.임세희는 고통을 참아내며 차주와 사적으로 해결하며 돈을 좀 받아내려 했지만 차주가 기어코 신고해 보험 처리했다.임세희는 경찰에게 잡혀갈까 봐 두려워 고통도 참은 채 도망갔다.그렇게 최적의 치료 시간을 놓친 얼굴은 아물어가면서 울퉁불퉁해졌고 흉측하게만 변해갔다. 인맥도 없고 돈도 없고 가족과도 관계를 끊었으니 여기서 밥이나 얻어먹으며 죽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절름발이도 그녀를 내쫓고 싶어 했지만 그건 불가능에 가까웠다.임세희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그때 문이 삐걱하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임세희는 아래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있었지만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검은 슈트를 입은 남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반쪽 얼굴에 금장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눈빛이 독수리처럼 부리부리했다.“복수하고 싶어요?”남자가 거두절미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저를 도울 수 있다는 말인가요?”임세희는 상대가 누군지 묻지도 않고 바로 자신을 도울 수 있는지만 물었다.지금 임세희는 얼굴과 몸이 다 망가진 상태였다. 이대로 그냥 잠자코 있기엔 정말 너무 억울하고 분했다.하지만 이준혁은 옆에 보디가드를 많이 두고 있었기에 가까이 다가가기가 힘들었다.윤혜인도 그렇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러니 복수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었다.이런 상황에 먼저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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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임세희는 주변을 빙 둘러보았다. 고층 빌딩과 별장에서 이 더럽고 지저분한 판잣집에 오기까지 쭉 회상했다. 그리고 얻어낸 결론은 바로 다 윤혜인 때문이라는 것이었다.그때 강에 빠져서 죽어버렸으면 참으로 좋았을 것을, 살아서 돌아와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임세희는 윤혜인을 뼈저리게 증오했다.그 빌어먹을 윤혜인이 꼭 대가를 치러야만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KB 클럽.웨이터가 문을 닫고 나가자 곽경천의 시선은 맞은편에 앉은 이준혁에게로 향했다. 이준혁은 늘 그랬듯 외모가 준수했다.“이 대표님 아프다더니 이렇게 나와도 되는 거예요? 혜인이는 그것도 모르고 바보처럼 집에서 전복죽 끓이고 있던데. 아주 내 동생을 꽉 잡고 놓아주지를 않네요.”곽경천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그 말에 마음이 따듯해진 이준혁은 표정이 살아났다.준수한 얼굴에 약간의 미소가 번졌다. 곽경천은 그 미소가 유난히 눈에 거슬려 코웃음 쳤다.“사람 마음 가지고 노는 건 정말 타고났네요.”이준혁은 아직 완전히 나은 게 아니었기에 어딘가 병약해 보였다. 그는 올라간 입꼬리를 다시 내리며 진지하게 말했다.“형님, 오해에요. 저는 절대 혜인이 가지고 논 적 없어요. 진심으로 사랑합니다.”곽경천은 갑자기 날아든 형님이라는 호칭에 관자놀이가 지끈거렸다.정말 파렴치하기 짝이 없는 남자라고 생각했다.전에 윤혜인을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해 아직 책임을 따져 묻지도 못했는데 감히 형님이라고 부르고 있으니 말이다.곽경천이 표정과 말투가 싸늘해졌다.“형님이라고 부르지 마요. 명을 재촉하는 걸로 들리니까.”까만 보석 같은 이준혁의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인내심 있게 곽경천의 비아냥을 받아줬다. 자세를 낮추는 표현이기도 했다.하지만 곽경천은 아랑곳하지 않고 미간을 찌푸렸다.“그 마음 빨리 접는 게 좋을 거예요. 내가 살아있는 한 내 동생은 절대 건드리지 못하게 할 테니까요.”곽경천은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를 툭툭 털더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내 뜻은 잘 전달된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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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8화

곽경천이 서류를 열어보니 안에는 기밀 문서가 들어 있었다.타이틀에 적힌 글자에 곽경천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안에 들어있는 건 이준혁의 유서였나.뒤로 펼치면 펼칠수록 곽경천의 미간이 점점 더 구겨졌다.그러다 서류를 다시 봉투에 넣었다. 놀란 가슴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지금 가지고 있는 것의 80퍼센트를 혜인에게 남기겠다는 말인가요?”“네, 맞아요. 유서는 이미 공증을 마친 상태입니다. 다시 변경할 가능성은 없어요.”곽경천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준혁은 유산 중 80퍼센트는 윤혜인의 몫이었고 20퍼센트는 어머니에게 남겨준 것이다.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도 대개 알 것 같았다. 이준혁이 엄마보다 여자를 더 중요시한다는 건 아니다. 이준혁의 어머니는 지금도 이선 그룹의 주식을 6퍼센트 가지고 있었다. 유산으로 20퍼센트까지 받으면 그 비율은 무조건 윤혜인을 초과하게 될 것이다.그래도 충분히 놀라운 결정이었다. 몇조나 되는 자산을 이렇게 쉽게 준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이준혁이 진지하게 말했다.“형임, 제가 이걸 보여준 건 당장 혜인이와 결혼하는 걸 동의해 달라는 게 아니에요. 그냥 속죄할 기회만 주시면 돼요.”“전에는 일만 하다 보니 혜인이를 아껴주지 못해서 고생을 많이 했을 거예요. 아이까지 잃게 했죠. 그래서 형님이 반대하는 것도 다 이해해요. 그래도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만나는 걸 막지만 말아 주세요. 혜인이가 선택한 사람이 결국 내가 아니더라도 이 유서는 바뀌지 않을 거예요.”“이번 생에 여자는 혜인이 하나에요.”이준혁은 마지막 말에 힘을 실었다. 그는 감정을 막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일단 그 사람이라고 마음을 먹으면 죽을 때까지 일편단심으로 그 사람만 바라봤다.윤혜인을 위해서라면 모든 가능성을 다 시도해 볼 생각이었다.이준혁은 곽경천이 돌려준 서류를 다시 들이밀며 진지하게 말했다.“이 서류는 형님이 대신 보관해 주세요.”곽경천은 입술을 앙다문 채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만나는 것만 막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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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9화

곽경천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듣기 좋은 말은 다 할 수 있죠. 근데 실제로 그 말을 지킬 수 있을지는 다른 문제에요.”이준혁은 정중한 태도로 말했다.“만약 혜인이가 더 낳고 싶지 않다면 아름이가 저희의 유일한 아이가 될 것이라고 약속드리겠습니다.”비웃던 곽경천은 굳은 얼굴로 말문이 막혔다. 상장 기업의 대표가 이런 약속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래도 이는 기업의 계승과 관계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한평생 아이가 아름이 하나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더욱이 아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 모르는 상황인데도 말이다...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곽경천은 이 남자를 다시 훑어보면서 살짝 굳은 얼굴로 물었다.“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사람은 다 이기적이다. 특히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그들 같은 사람들에게는 일반 사람들보다 감당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그들이 제멋대로 결정하기에는 어려운 일들이 많았다. 이준혁은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이 사항에 대해서는 혼전계약서에 이미 추가했습니다.”곽경천은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혜인이가 당신과 결혼한다고 누가 그래요?”함부로 넘겨짚기도 유분수지, 아직 허락하지도 않았는데 이 사람은 이미 혼전계약서까지 작성했다고 한다.“이 일은 전적으로 혜인의 결정에 맡기고 강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아름이에게 완전한 가족을 만들어주고 싶어요.”그는 검은 보석같이 반짝이는 눈동자로 곽경천을 보면서 진지하게 약속했다.“형님께서 저한테 기회를 주신다면 저는 혜인이와 아름이가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목숨 걸고 맹세하겠습니다.”곽경천은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그 반반한 얼굴에서는 아무것도 읽을 수가 없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엄청나게 놀랐다. 이 남자는 보통이 아니다. 협상의 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신경 쓰고 있는지 잘 알고 있고 꺼낸 조건들도 전혀 꼬투리를 잡을 수 없고 거절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가 아름이를 좋아하는 모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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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알겠어요. 고마워요, 홍 아줌마.”윤혜인의 얼굴에는 기쁜 표정이 서렸다. 하지만 그녀가 도시락통을 받아들고 뒤도는 순간 차에서 내린 곽경천과 마주치게 되었다. 순간 그녀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세상에, 오늘 오빠가 왜 이렇게 일찍 온 거야.’곽경천은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어디 가?”“아니, 안 가는데.”윤혜인은 말을 더듬으며 시선은 신발만 쳐다보았다. 손에 들린 도시락통이 지금은 증거가 되었고 곽경천은 도시락통을 보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자신이 백설 공주에서 독 사과를 들고 있는 악독한 왕후의 역할이 된 것 같았다. 그는 시선을 돌리고 담담하게 말했다.“9시 전에 반드시 귀가해.”“응?”윤혜인은 자신이 잘못들은 줄 알았다. 곽경천의 표정을 보면 그녀가 어디를 가려는지 아는 듯한 모습이지만 그의 말투는 왜 이런 건지 어리둥절했다.‘오빠가 어떻게 허락할 수 있지?’윤혜인은 다시 물었다.“오빠, 나 진짜 가?”“응.”윤혜인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 다시 한번 확인했다.“정말 준혁 씨 보러 가?”이제는 숨기지도 않고 직접 물었다. 곽경천은 귀찮은 듯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보며 말했다.“가기 싫어?”윤혜인은 자신이 그 사람에게 가는 것을 허락했다고 확신했다. 신기한 일이었다. 그녀는 지금 당장 이준혁의 앞으로 날아가서 어떻게 오빠를 설득했는지 묻고 싶었다.“갈게, 오빠.”윤혜인은 몸을 숙여 기사의 차에 올랐다. 곽경천은 떠나는 차를 보면서 마음속으로는 다 큰 여동생이 결국에는 품을 떠난다는 생각에 아련해졌다. 그는 두 사람이 그저 만나기만 하는 것일 뿐 결혼하는 것도 아니라며 자신을 위로했다....병원에서는 문현미가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지민이 빈 도시락통을 가지고 나와 문현미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이모, 준혁이를 달래서 다 먹었어요. 이모의 요리 솜씨가 늘었다고 칭찬까지 했어요.”“정말이야?”문현미는 활짝 웃었고 눈가의 자잘한 주름이 더 선명하게 보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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