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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알겠어요. 고마워요, 홍 아줌마.”

윤혜인의 얼굴에는 기쁜 표정이 서렸다. 하지만 그녀가 도시락통을 받아들고 뒤도는 순간 차에서 내린 곽경천과 마주치게 되었다. 순간 그녀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세상에, 오늘 오빠가 왜 이렇게 일찍 온 거야.’

곽경천은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어디 가?”

“아니, 안 가는데.”

윤혜인은 말을 더듬으며 시선은 신발만 쳐다보았다. 손에 들린 도시락통이 지금은 증거가 되었고 곽경천은 도시락통을 보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자신이 백설 공주에서 독 사과를 들고 있는 악독한 왕후의 역할이 된 것 같았다. 그는 시선을 돌리고 담담하게 말했다.

“9시 전에 반드시 귀가해.”

“응?”

윤혜인은 자신이 잘못들은 줄 알았다. 곽경천의 표정을 보면 그녀가 어디를 가려는지 아는 듯한 모습이지만 그의 말투는 왜 이런 건지 어리둥절했다.

‘오빠가 어떻게 허락할 수 있지?’

윤혜인은 다시 물었다.

“오빠, 나 진짜 가?”

“응.”

윤혜인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정말 준혁 씨 보러 가?”

이제는 숨기지도 않고 직접 물었다. 곽경천은 귀찮은 듯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보며 말했다.

“가기 싫어?”

윤혜인은 자신이 그 사람에게 가는 것을 허락했다고 확신했다. 신기한 일이었다. 그녀는 지금 당장 이준혁의 앞으로 날아가서 어떻게 오빠를 설득했는지 묻고 싶었다.

“갈게, 오빠.”

윤혜인은 몸을 숙여 기사의 차에 올랐다. 곽경천은 떠나는 차를 보면서 마음속으로는 다 큰 여동생이 결국에는 품을 떠난다는 생각에 아련해졌다. 그는 두 사람이 그저 만나기만 하는 것일 뿐 결혼하는 것도 아니라며 자신을 위로했다.

...

병원에서는 문현미가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지민이 빈 도시락통을 가지고 나와 문현미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이모, 준혁이를 달래서 다 먹었어요. 이모의 요리 솜씨가 늘었다고 칭찬까지 했어요.”

“정말이야?”

문현미는 활짝 웃었고 눈가의 자잘한 주름이 더 선명하게 보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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