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두 대가 앞뒤로 자리를 떴고 그 검은색 차는 여전히 제자리에 주차되어 있다.차 안, 검은색 정장의 경호원이 누군가에게 물었다.“도련님, 따라갈래요?”그리고 뒷좌석에 앉은 신비로운 검은 그림자가 긴 손가락을 턱에 대고 있다.피부가 하얀 것이 마치 햇빛을 본 지 오래된 뱀파이어 같았다.위로 올려다보면 흉흉하고 무서운 흉터가 입가에서 얼굴 전체를 관통하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흉터의 모양은 더욱 무서웠다.그의 얼굴은 마치 무언가에 의해 찢겨나갔다가 이어붙인 광대 인형 같았다.한참이 지나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니요.”그 목소리는 뻑뻑하고 갈기갈기 갈라져 있어 딱 봐도 성대가 심하게 손상된 모양이다.“어차피 곧 보게 될건데요 뭐.”남자의 눈은 그윽한 빛깔을 띠고 있었고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리더니 입꼬리를 잡아당기며 무섭게 웃었다.“돌아가지.”남자가 간결하게 분부했다.이어 차는 즉시 시동을 걸고 반대 방향으로 운전해 갔다....차는 별장 뒤에 도착했다.이준혁은 여전히 윤혜인의 허리를 잡고 있었고 놓아줄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차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조차 그는 끝없는 행복감을 느꼈다.“자, 이만 갈게요.”윤혜인은 방금 줄곧 남자의 어깨에 기대어 있었는데 뜻밖에도 잠이 들 정도로 편안했다.이 남자에 대해 그녀도 너무 무방비했다.이준혁은 팔짱을 낀 채 사람을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9시라고 했는데 아직 5분 남았어.”“...”이 사람은 정말 1분 1초도 그녀와 따져야 하는 사람이다.이준혁은 깊은 눈빛으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계속하여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아무리 봐도 모자랄 것 같았다.윤혜인은 귓불이 뜨거워지며 심장 박동마저 빨라졌다.“좀 그만 쳐다봐줄래요?”“좋아해.”그의 길고 예쁜 손끝이 그녀의 핑크빛 뺨에 닿아 그녀의 윤곽을 자세히 묘사했다.좋아한다는 말을 몇 번 들어도 윤혜인의 얼굴은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듯 뜨거워진다.살갗이 간지러워 나 그의 손을 헤집고 버럭 화를 냈다.“멋대로 손
그녀의 마음은 그렇게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가슴이 아픈 것은 참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준혁은 그저 싱긋 웃어 보였다.“그래. 데려다줄게.”윤혜인은 이 정도 거리는 몇 걸음만 걸으면 도착하는데 뭐하러 데려다주냐고 말하고 싶었다.게다가 그의 몸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이다.그러나 이주혁은 어느덧 이미 차에서 내려 그녀의 차 문을 열어주었고 윤혜인은 차에서 내려 눈을 들자 곽경천이 팔짱을 끼고 문기둥에 기대어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윤혜인은 순간 갑자기 안색이 돌변하며 고개를 숙였다.“됐어요. 빨리 다시 차에 타세요. 저희 오빠가 저기 있어요.”그러더니 남자를 그냥 차에 밀어 넣고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도망가버렸다.이준혁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이 얼마나 꼴불견인가.윤혜인이 혼자 급히 달려오는 것을 보고 나서야 얼음장처럼 싸늘하던 곽경천의 안색도 조금 누그러졌다.윤혜인은 가슴을 가리고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오빠, 아직 안 갔어?”곽경천은 대답 대신 손을 들어 손목시계를 보았다.“8시 59분, 합격.”“...”결국, 그녀를 잡기 위해서였나...그렇게 마음이 놓이지 않는데 왜 그 남자의 요구를 들어주는 거지?“오빠, 이준혁이 오빠한테 뭐라고 한 거야?”그러자 곽경천은 눈을 흐리며 대충 둘러댔다.“그건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 들어가라.”“...”왜 그녀가 상관할 일이 아니란 말이지?설마 윤혜인은 그들의 대화 중 일부가 아닌가?윤혜인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안 알려주면 나 그 사람이랑 연애할 거야.”“이미 사귀고 있는 거 아니었어?”그때, 뒤에서 매력적인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윤혜인은 곽경천이 한 말인 줄 알고 반박하려다가 문득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고개를 돌리자 뜻밖에도 이준혁이 바로 뒤에 서 있었다.그 순간, 예쁜 얼굴이 또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윤혜인은 이를 꽉 악물고 말을 마친 뒤 재빨리 집안으로 몸을 숨겼
“확인하라고 했습니다.”“그래요. 전 보름간 출장을 다녀올 겁니다.”곽경천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네, 알겠습니다.”두 남자의 주고받는 눈빛의 뜻은 모두 알고 있다. 이것은 일종의 부탁이다.이준혁이 떠나려 하자 곽경천이 갑자기 그를 불러세웠다. “그 임씨가 L국 체인 여관의 그 임씨 집입니까?”“네, 형님, 아십니까?”“좀 알아요, 아버지가 임씨 집안의 시동생과 잘 알고 있거든요. 전에 임씨가 당신에게 은혜를 베풀었다고 했는데 혹시 그게 무슨 은혜인지 물어봐도 될까요?”이준혁의 눈매가 순간 매섭게 번쩍이더니 그는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그는 임세희가 그를 구한 날이 바로 그녀의 생일이라는 것을 떠올렸다.그때 임세희 가족은 L국에서 임세희에게 생일파티를 열어주었는데 그날, 그는 별장 창고에서 아버지의 불륜을 목격했다. 피부색이 다른 두 알몸이 서로 뒤엉켜 있는 모습을 보자니 메스꺼움이 극에 달했다.나중에 그는 넋을 잃고 빙하로 떨어졌는데 임세희가 얼음 아래에서 그의 위치를 찾아 망치로 구멍을 뚫고 필사적으로 그를 구해낸 것이다.이준혁은 아직도 계속 그의 귓가에서 그를 응원하며 포기하지 말라고 하던, 내 손을 잡으라던 그녀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기억났다.그때의 임세희는 정말 순진하고 착하며 귀여웠었다.하여 이준혁도 언젠가 임세희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그는 그녀에게 수없이 많은 기회를 주고 그녀가 다시 바른길로 가길 바랐지만 임세희는 사람을 해치고 결국 자기 자신마저 해치고 말았다.곽경천은 이준혁의 생각에 잠긴 기색을 바라보며 말하기를 꺼리는 줄 알고 눈빛이 다시 싸늘하게 식어갔다.“이준혁 대표님, 말하기 어렵다면 괜찮아요. 날이 늦었으니 돌아가세요.”“불편하지 않습니다.”이준혁은 금세 정신을 차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아주 어렸을 때, 얼음이 깨져 실수로 물속에 빠진 날 임세희가 저를 구해줬습니다.”“얼음물?”곽경천이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물었다.“모스 공작 장원의 그 얼음 호수 말입니까?”뜻밖의 상황에 이준혁의
“그만!”윤혜인이 얼굴을 붉히며 그의 말을 단칼에 잘랐다.“다른 할 말은 없어요?”“음, 그냥 목소리가 듣고 싶었어.”남자의 목소리는 너무 낮아 귓가에 대고 중얼거리는 것만 같았다.윤혜인은 문득 잔잔한 마음의 호수가 마치 작은 돌멩이를 던져 넣은 것처럼 마음 깊은 곳에서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는 기분이 들었다...“정말 심심한가 봐요.”그들은 헤어진 지 이제 2시간도 안 됐다.그런데 마치 바다 건너편에서 오랜만에 만난 것처럼 굴고 있으니...남자는 대답하지 않고 그녀를 조용히 불렀다.“혜인아...”평범했던 세 글자가 그의 혀끝을 스쳐지나니 유난히 아름답게 들렸다.윤혜인의 아리따운 작은 얼굴이 저도 모르게 또 붉게 물들었다.“우리 오늘 1일이야.”윤혜인은 이제 얼굴이 쫙 빨갛게 달아오를 뿐만 아니라 몸까지 뜨거워졌다.“누가 당신과 연애한대요?”“내가.”윤혜인은 순간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발을 동동 굴렀다.“당신한테는 정말 도리가 통하지 않는군요.”“도리를 따지면 어떻게 우리 여보를 집에 데려오겠어.”“누가 당신이랑 집에 간대요?”“나랑 말고 누구랑 가?”순간 남자의 목소리가 위협적으로 으르렁거렸다.그러나 윤혜인은 전혀 겁내지 않고 덩달아 맞받아쳤다.“그건 신경 쓰지 마시죠.”“우리 뽀뽀도 하고 만지기도 했는데 인제 와서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니라고?”“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뭐가 말도 안 돼. 나를 만지고 나한테 뽀뽀를 했으면 네가 책임을 져야지.”남자의 목소리는 한없이 진지했다.“정말 뻔뻔하기 그지없군요.”윤혜인은 어이가 없었다.뽀뽀와 만지는 것 중에 언제 그녀가 주동적으로 한 것이 있는가?“됐어요. 할 일 없으면 이만 끊을게요.”윤혜인은 창가로 걸어가서 손으로 자신의 얼굴에 부채질하며 애써 열기를 식혔다.“잠옷이 참 예쁘네요.”그때, 이준혁이 불쑥 말했다.“예?”“달빛이랑 잘 어울려요.”이준혁이 계속하여 말을 이었다.서둘러 창밖을 내다보니 별장 울타리 밖에는 뜻밖에도 검정색 고
연중축제까지 2시간밖에 남지 않았다.윤혜인은 무대 뒤에서 무대에 오르는 모든 연예인을 위해 진지하고 세심한 검사를 진행했다.그 과정은 한 치의 착오도 없도록 철저하게 해야 한다.북성의 연중축제는 매년 온라인으로 생중계되는 큰 축제이다.본격적인 방송이 시작되고 연예인들이 각종 화려한 전통 드레스를 입은 무대에 등장하자 실시간 댓글 창은 온통 빨간 느낌표로 도배가 되었다..“!!!!!”“내가 국어만 잘했어도 느낌표만 줄줄이 치지는 않았을 텐데.”“오 마이 갓, 역시 우리 한국 문화가 최고야. 한복은 킹정이지.”“어머나, 전통문화로 드레스를 만들어 전시하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게다가 전통의상이 이렇게도 고급지고 아름답다니.”“와, 북성 이번 연중축제 레벨이 떡상했는데.”“인정. 이번 북성 축제는 레전드임.”댓글 창은 한결같이 개량된 전통의상에 대한 경탄과 호평으로 가득 찼다.이것은 모두가 예상치 못한 일이다.이는 한국의 전통 스타일이 더욱 넓은 세상으로 뻗어 나간다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평화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뜨거운 애국심을 가지도록 하는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국가적인 특색이 연예인을 통해 전해지는 것을 보고 그 자부심이 그들을 뜨겁게 달궜다.윤혜인은 인터넷 방송 시청률이 치솟는 것을 보고 눈시울을 붉혔고 그녀의 속마음은 더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오랫동안 묵묵히 노력한 것이 결국 헛되지 않았다는 것이다.엄마, 봤어요?엄마가 원하던 것이 이루어졌어요. 많은 사람들이 주류문화에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은 전통 의류를 홍보하고 싶어 해요...엄청 기쁘죠...성대한 축제가 예상 밖의 성공을 거두었고 인터넷 생방송 시청률도 전무후무하게 높았으며 게다가 각종 전통패션과 달밤 스튜디오도 거의 단숨에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윤혜인은 북성의 무대 뒤에서 거의 하루 동안 머물렀다.중간에 너무 바빠서 밥 먹을 시간도 없었고 쇼가 끝났는데도 프로그램은 계속된다.하지만 그 뒤로는 윤혜인의 역할은 거의 끝났다고 봐도 되
“네가 저 여자들을 모른다며? 그럼 저 여자들한테 얘기해도 소귀에 경 읽기야. 굳이 말싸움할 필요는 없어.”윤혜인은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성공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거야.”지금까지는 예상외로 반응이 좋았지만 물론 칭찬과 동시에 부정적인 말들도 받아들여야 했다.그렇다고 해서 반응을 하나하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초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원하는 작품을 디자인할 수 없게 된다.그녀는 도지훈이 아직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재촉했다.“빨리 앉아. 다 먹고 우린 또 현장에 가 봐야 해.”도지훈은 전에 곽경천을 따라 일을 하며 아주 영리한 방법으로 일을 처리했지만 급한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지금은 곽경천에게서 물든 이상한 분위기가 어느 정도 빠져나가서 아주 순종적으로 앉아 식사했다.두 사람이 밥을 먹고 있는데도 주변의 험담은 계속됐고 그 수위가 점점 선을 넘고 있었다.도지훈은 그 말들을 듣고 눈살을 찌푸리더니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누나는 저런 말을 듣고 화도 안 나요?”윤혜인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상관없어. 어차피 듣지 않으면 화도 안 나.”그녀는 소문을 신경 쓰지 않았고 오직 자신의 실력과 자신감에 기댔다.그녀는 다 먹은 도시락을 정리하며 도지훈에게 말했다.“넌 천천히 먹고 와. 나 먼저 갈게.”윤혜인은 옆 테이블을 지나갈 때 허리를 곧게 펴고 당당하게 걸어갔다.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방금까지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던 가십의 주인공이 옆에 앉아 있을 줄은 몰랐다.그들은 모두 민망함에 얼굴이 뜨거워졌다.윤혜인이 정말 백에 기댔다면 왜 전용 대기실도 없이 이곳에 왔을까?뒷담화를 하던 몇몇 사람 중 한 사람이 여전히 경멸적인 태도로 말했다.“쳇. 뭘 아닌 척이야? 깨끗한 척하고 싶겠지. 일부러 우리 대표님과 아무런 사이도 아닌 것처럼 하는 거예요.”이 말이 끝나자마자 맞은편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대표님 안녕하세요.”성준은 깔끔한 브랙 슈트를 입고 있었다. 그가 웃지
그리고 그녀는 주위를 살피더니 아무도 안 보는 틈에 재빨리 안으로 들어갔다.이곳은 공용 탈의실이었다.안에는 8개의 독립된 탈의실이 있었고 방의 문은 항상 열려 있었다. 스스로 잠글 수 있는 문은 독립된 탈의실의 문뿐이었다.게다가 지금 탈의실 안에서 옷을 갈아입는 사람은 오직 윤혜인뿐이었다.조용한 가운데 딸칵하는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누구세요?”윤혜인은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놀라며 물었다.“허허허.”그러자 등을 굽히고 있던 아주머니가 갑자기 소름 끼치는 웃음을 터트리더니 몸을 똑바로 세웠다.아주머니는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사나운 얼굴을 드러냈다.오랫동안 실종되었던 임세희였다.“윤혜인 씨 내가 누군지 맞춰봐요.”임세희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하면서 광기 어린 눈을 번쩍였다.“내가 누군지 맞춰보라고.”임세희는 손에 날카로운 칼을 쥐고서는 노랫소리를 흥얼거리며 탈의실 안으로 걸어들어왔다.탈의실 안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윤혜인은 밖에 이상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임세희는 첫 번째 탈의실의 문을 열었지만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임세희는 곧바로 두 번째 문을 열었지만 여전히 텅 비어 있었다.세 번 연속 아무도 없자 임세희는 인내심을 잃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이 나쁜 년아. 나와.”윤혜인이 반응이 없자 임세희는 또 조심스러운 말투로 바뀌었다.“나와. 순순히 나오면 내가 적게 찌를 게. 알겠지?”임세희는 소리를 지르다가 웃더니 또 속삭였다.그 목소리를 들으니 완전히 미친 것이 확실했다.“지금 온몸에 힘이 없고 움직이지 못하겠지? 킥킥. 내가 방금 너한테 쏟은 커피에 환각제를 탔어. 냄새만 맡아도 온몸에 힘이 빠질 거야. 누군가 와서 널 구해줄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마. 아무도 널 구하러 오지 않을 거니까.”임세희는 단호하게 말했다.방금 들어왔을 때 임세희는 탈의실 문밖에 사용 금지 팻말을 놓고 들어왔다.그러니 아무도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날카로운 칼
“기억났어?”임세희는 미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비웃음을 날렸다.“너도 이제 이 세상에 그 노인네와 아이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지.”임세희는 문을 쾅하고 세게 두드렸고 그 소리가 정말 무서웠다.“그 사람들 모두 너 때문에 죽은 거야. 만약 네가 순순히 이준혁하고 이혼했다면 그 사람들이 왜 죽었겠어?”탈의실 안에서 멘탈이 무너진 윤혜인의 고통스러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정말 네가 그런 거야?”임세희는 문을 부수던 행동을 멈추고 괴이한 표정을 지었다.‘아 그래 이렇게 아름다운 울음소리는 감상해야지.’윤혜인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울부짖으며 말했다.“넌 정말 독한 년이야. 내 할머니를 죽이고 내 아이까지 죽이다니.”임세희는 하하 큰 소리를 내며 웃었다.“정말 듣기 좋아. 너 정말 잘 운다. 더 크게 울어 봐. 이게 네가 이번 생에 마지막으로 눈물을 흘리는 걸 테니까.”윤혜인은 갑자기 울음을 멈추고 떨리는 목소리를 최선을 다해 진정시키며 말했다.“난 울지 않을 거야. 네 마음대로 하게 두지 않을 거야.”아름다운 울음소리가 갑자기 멈추자 임세희의 표정은 다시 잔인하게 변하더니 광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울어. 울라고. 내 앞에서 무릎 꿇고 울란 말이야.”윤혜인은 단호하게 말했다.“꿈 깨.”임세희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머리카락 한 줌을 움켜잡고 머리가 뽑힐 정도로 쥐어뜯었다.그녀는 미친 듯이 웃으며 말했다.“네 할머니가 어떻게 죽었는지 잊었어? 너도 알지? 그 병원 내 삼촌이 하는 병원인 거. 그때 네 할머니 검사 보고서에는 아주 건강하다고 나왔어. 앞으로 10년 8년을 더 살아도 문제없다고 했었지. 근데 내가 송소미 그 멍청한 계집애를 시켜서 병원에 가서 너한테 구정물을 뿌리라고 했어. 원래는 네 할머니를 열받게 만들어서 쓰러지게 한 다음에 죽이려고 했는데 네 할머니가 어찌나 착하신지 그 자리에서 죽은 거야. 내가 손을 쓰기도 전에. 하하하.”“이 미친년아.”윤혜인은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그녀는 슬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