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신분을 밝혔더니 아내가 후회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521 - 챕터 530

564 챕터

제521화

호텔 앞에서는 임유환이 바람을 맞으며 찌푸린 미간을 한 채 서 있었다.그 얼굴에 감도는 분위기가 그다지 좋지 않은 임유환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었다.조명주, 최서우, 흑제가 한참을 기다려서야 밖으로 나오는 임유환을 볼 수 있었다.조명주는 어두워진 임유환의 표정을 보고 물었다.“괜찮아요?”“네.”임유환은 애써 입꼬리를 올려봤지만 마지못해 웃는 게 뻔히 보였다.“진짜 괜찮아요? 밖에서 산책이라도 좀 할래요? 같이 가 줄게요.”“고마워요, 조 중령님. 근데 저 진짜 괜찮아요. 오늘은 좀 피곤해서 호텔로 가서 쉬고 싶어요.”힘들어 보이는 임유환에 조명주가 걱정스레 물었지만 임유환은 고개를 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오늘 말고 내일 저녁은 어때요?”“그래요, 그럼 내일 저녁에 봐요.”오늘 하루 많은 일을 겪었으니 임유환에게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조명주도 더 권하지는 않았다.그리고 조명주도 오늘은 피곤하기도 했으니 내일 보는 게 서로에게 더 좋을 것 같았다.“그런 내일 봐요, 오늘 일은 정말 고마웠어요.”오늘 조명주가 의리있게 나서준 모습에 정말 감동을 한 임유환이 그녀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임유환은 아버지와 매정한 임씨 집안보다 옆에 있어 주는 친구들이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우리 사이에 뭐 그렇게 인사까지 해요. 그럼 내일 저녁이나 같이 먹을까요?”조명주와 최서우는 원래도 연경에서 며칠 놀고 가려고 했는데 마침 임유환한테 궁금한 것도 있으니 오늘보다는 내일 밥을 먹으면서 천천히 물어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그래요.”대답을 마친 임유환은 최서우와 조명주에게 작별인사를 하고는 흑제가 예약해둔 7성급 호텔로 향했다.스위트룸 앞에 선 흑제가 임유환을 향해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주인님, 그럼 오늘은 이만 쉬세요. 무슨 일 있으시면 저 부르시고요, 저 바로 옆방이에요.”“응, 그래. 너도 쉬어, 오늘 고생했어.”말을 마친 임유환은 방으로 들어가 샤워부터 했다.그리고 침대에 누웠지만 늦은 시각임에도 잠이 오지 않아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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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화

그날 밤, 정씨 집안 도련님의 혼사가 깨졌다는 소식과 임씨 집안의 버려진 아들이 연경으로 돌아왔다는 소문이 연경의 골목마다 파다하게 퍼졌다.윤씨 집안 아가씨의 방.윤여진은 거울 앞에 서서 오늘 새로 산 카키색 미니스커트를 몸에 대보고 있었다.짙은 검은색의 머리카락이 어깨를 쓸어내리며 찰랑거렸고 빨갛고 도톰한 입술 위로 초롱초롱 빛나는 눈은 감았다 뜰 때마다 반짝여 보는 이를 홀릴 정도였다.그중에서도 제일 이목을 끄는 것은 단연 예쁨 몸매였는데 하나도 처지지 않고 볼록하게 솟아오른 가슴은 못 해도 E컵은 돼 보였다.엉덩이도 그에 어울리게 풍만했는데 이런 얼굴, 이런 몸매에 미니스커트까지 입는다면 남자 여럿 울리는 건 어렵지 않을 듯했다.그때 방문이 열리더니 집사 윤영준이 고개를 숙이며 들어와서는 윤여진에게 오늘 결혼식장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알려주었다.“그럼 정우빈이 결혼식을 못 올렸단 얘기야?”윤여진은 하던 행동을 멈추고 도톰한 입술을 움직이며 놀라운 듯 물었다.이 연경에서 정우빈의 결혼식을 망치고 그의 여자를 넘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네.”“어머, 누가 감히 그런 짓을 해?”집사의 긍정에 윤여진은 흥미가 생긴 듯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그게... 임씨 집안의 버려진 도련님이랍니다.”“임씨 집안 버려진 도련님?”윤 집사의 말에 윤여진은 잠시 벙쪄있다가 이내 매혹적인 얼굴에 놀라운 기색이 역력해졌다.윤여진은 흔들리는 눈동자를 한 채 집사에게 물었다.“그럼 설마... 임유환?”“네, 그렇답니다.”“후...”윤여진이 깊은 한숨을 내뱉으니 그 가슴이 덩달아 위아래로 움직이며 큰 호선을 그렸다.“역시, 내가 살아있을 줄 알았어.”잠깐의 놀라움 뒤에 윤여진은 중얼거리며 웃고는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이 윤여진이 찜한 남자인데, 당연히 그러고도 남지.”“오늘 결혼식에 유환 오빠도 올 줄 알았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가는 건데.”말을 하던 윤여진은 스트레칭을 하며 요염한 몸매를 뽐냈다.그 모습을 곁눈질로만 쳐다본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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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화

한편 정씨 집안에서는 정서진이 임유환에게 맞아 누운 정우빈을 구겨진 표정으로 응시하고 있었다.증기단까지 먹인 아들이 임유환에게 밀려나 허리까지 다쳐 이렇게 앓아누우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 했던 정서진이다.아까 신의를 불러 상태를 물었었는데 허리가 골절되고 증기단의 부작용까지 더해져 한동안은 누워서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상처가 다 낫는다 해도 전처럼 격렬한 수련은 못 할 거라 덧붙였다.“임유환 이 개자식, 내가 꼭 이 두 손으로 그놈을 죽일 거야, 그런 놈도 안 죽이면 내가 정서진이 아니지.”음침한 표정 뒤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가 깔려있었다.“아버지, 꼭 저 대신 그놈 죽여주세요!”오늘 그 많은 하객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고 영영 불구가 될 뻔했던 정우빈은 이를 악물며 분노를 뿜어냈다.정우빈은 지금 임유환에게 복수하지 않으면 밥도 잘 넘어가지 않을 만큼 분했다.“걱정 마, 우빈아. 네 복수는 이 아빠가 꼭 해줄게.”정서진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말했다.“너는 치료에만 집중해. 내일 아침에 신의가 와서 수술 진행할 거야.”“고마워요, 아버지.”정우빈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에는 아직도 현실을 믿기 힘들다는 듯 억울함이 가득했다.한낱 하루살이 정도로 여겼던 임유환이 어떻게 무제의 실력을 갖췄는지 믿기지 않았고 그래서 자신이 그딴 놈에게 졌다는 것도 분하기 짝이 없었다.“아들, 자꾸 그놈 생각하지마. 그놈이 널 이긴 건 말 못 할 수법을 쓴 거야. 너한테는 대적도 안 되는 보잘것 없는 놈이니까 신경 쓰지 마.”정서진은 그런 아들의 생각을 눈치채고 달래듯 말했다.“가주님, 임유환의 신분에 대해 이미 다 알아봤는데, 그게...”“그게 뭐?”한 하인이 들어와 임유환에 대해 보고하자 정서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고 누워있던 정우빈도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제 조사에 따르면 그놈의 신분은 평범합니다. 5년 전에 허유나라는 여자와 결혼을 해서 5년 동안 그 여자에게 빌붙어 살다가 얼마 전에 이혼당했답니다.”“근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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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이런 대규모의 군대라면 임유환도 두 번이나 흑제한테 부탁하진 못할 거라 생각한 정서진의 눈빛이 섬뜩해졌다.“아버지 말씀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정서진의 말을 듣던 정우빈은 임유환이 자신을 이긴 게 이상한 수법을 쓴 덕분이라 확신했다.자신이 가장 빛나야 할 순간을 망쳐버리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하게 한 임유환에 대한 분노로 정우빈의 두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아들의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있던 정서진은 살기 가득한 눈으로 나지막하게 정우빈을 향해 말했다.“아들, 너는 일단 치료에만 집중해.”“그놈 신분에 대해서도 이미 조사했고 아무런 뒷배경도 없는 게 확인됐으니 내가 반드시 그놈더러 오늘 한 일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그리고 그 몸에 어르신이 원하는 게 있을 수도 있으니까.”“어르신이요?”어르신을 언급하는 정서진에 정우빈의 동공이 갑자기 작아지면서 초조한 기색이 비쳤다.15년 전에도 그 어르신의 도움으로 삼류가문에 머물러있던 정씨 가문이 급속도로 성장해 오늘날의 최고 명문가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이다.“아버지, 그 어르신은 도대체 뭘 원하시는 걸까요?”정우빈은 실력이 어마어마한 그분이 임씨 집안에서 탐낼만한 게 무엇인지 몰라 호기심에 차 물었다.“옥 팔찌를 찾는다고 하던데, 자세한 건 나도 잘 모르겠어.”그때 어르신이 임준호의 아내 고하연을 죽이라 지시한 것도 고하연에게서 그 옥 팔찌를 얻기 위함이었던 것 같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옥 팔찌는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었다.“옥 팔찌요?”정우빈은 아버지의 말을 듣더니 더 놀라운 표정을 하고 물었다.“응.”정서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아무튼 그 어르신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는 게 좋아. 우리는 그냥 그분이 시키는 대로 하면 돼.”“우빈아, 너는 일단 좀 쉬어. 임유환 일은 아빠한테 맡기고 신경 쓰지 마.”말을 마친 정서진이 정우빈의 방을 나섰다....그때 임유환은 스위트룸 침대에 누워있었다.한참을 뒤척여봐도 오지 않는 잠에 임유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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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화

문자 소리에 생각을 멈춘 임유환이 침대에서 일어나 핸드폰을 집어 들어보니 윤서린에게서 문자가 와있었다.그에 순간 당황한 임유환이 얼른 문자 창을 클릭했다.[유환 씨, 오늘 별일 없었어요?]내용은 간단했지만 임유환은 윤서린이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얼른 답장했다.[응, 아무 일도 없었어.][다행이네요.]윤서린의 대답에서 임유환은 그녀가 숨을 내쉬며 안도하는 모습이 보이는 듯해 서둘러 전화를 걸어보았다.수신음이 울리기도 전에 바로 받은 전화 너머로 윤서린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유환 씨만 괜찮으면 됐어요.”“미안해, 또 너 걱정시켰네.”임유환의 다정한 말에 윤서린의 기분이 눈에 띄게 나아진 듯했다.“아무 일 없으면 된 거죠 뭐.”“아, 유환 씨 지금은 어디 있어요?”“호텔에 있어.”“혼자요?”“응.”“흥!”임유환의 말을 들은 윤서린은 갑자기 화가 난 듯 볼멘소리를 냈다.“왜 그래, 서린아?”갑자기 변한 말투에 의아해진 임유환이 물었다.“무사히 호텔에 갔으면서 왜 나한테 연락 하나 안 해요?”윤서린이 서운한 티를 내며 말하자 그제야 왜 화가 났는지 알아챈 임유환이 얼른 사과하며 윤서린을 달랬다.“미안해, 서린아.”“됐어요, 이젠 날 다 잊은 거죠!”“그게 아니라 나는...”삐진 윤서린에 임유환은 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아니면 뭔데요?”“그게...”정말 모르겠다는 듯 묻는 윤서린에 임유환은 다시 입을 열었다.“오늘 결혼식장에서 아버지를 봤어. 지금 와이프랑 같이 있더라.”임유환의 한마디에 윤서린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가 다시 미안한 듯 말했다.“미안해요,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나 잊은 줄 알고...”“그럴 리가 없잖아, 내가 다 잊어도 너를 어떻게 잊어.”임유환도 윤서린이 온종일 걱정했던 걸 알기에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리고 미안하단 말은 내가 해야지. 내가 빨리 전화 안 해서 네가 더 걱정했잖아.”임유환은 진심으로 윤서린을 걱정 시킨 게 미안했다.“바보예요 진짜? 유환 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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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서린아, 나한테 뭐 할 말 있어?”임유환의 목소리에는 관심이 묻어나 있었다.“아니에요...”수화기 너머의 윤서린은 이내 눈을 반짝이며 말을 돌렸다.“그냥 몸조심하라고요. 다른 할 말은 없어요.”“그래.”임유환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내가 약속할게. 꼭 무사하게 돌아갈게.”“네.”임유환의 약속에 윤서린도 부드럽게 대꾸했다.“나 이젠 진짜 방해 안 할게요. 잘 자요.”“잘자.”전화를 끊은 임유환은 눈앞에 윤서린의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어머니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신경 쓰는 여자가 바로 윤서린이었기에 임유환도 하루빨리 S 시로 돌아가고 싶었다.하지만 지금 상황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복잡해져 있어 아마도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았다.임유환은 옥 팔찌를 거두고 이제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한편 윤서린도 임유환 생각에 전혀 잠이 오지 않았다.사실 일주일 뒤에 엄마 따라 연경에 간다고, 연경 윤씨 집안에 가서 처리할 일이 있으니 일을 마치면 얼굴이라도 보자고 얘기하려 했지만 윤서린은 임유환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결국 그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임유환이 지금 어머니와 아버지 일 때문에 생각도 많아지고 심경이 복잡할 거란 걸 알기에 윤서린도 그에게 시간을 주고 싶었다.그리고 윤서린 본인의 사정도 그리 여의치 않았다.연경에 가면 또 윤씨 집안 사람들이 윤서린의 엄마를 박대하고 아니꼽게 볼 걸 알지만 그래도 어쨌든 감당해내야 하는 일이었다.그래서 윤서린은 그저 이번에는 제 어머니를 좀 따뜻하게 맞아주었으면 하는 말도 안 되는 기대만 할 뿐이었다.그렇게 한숨을 쉰 윤서린도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이튿날 점심, 임유환은 약속대로 서씨 집안 저택에 도착했다.눈앞의 으리으리한 저택 입구에는 7년 전처럼 사자 조각상이 놓여있었는데 7년 전보다 세월의 흔적이 좀 더 느껴지는 모습이었다.그걸 보고 있으니 다시는 서씨 집안에 발을 붙이지 않을 거라 다짐했던 7년 전의 그 새벽이 떠올랐다.“임유환 씨 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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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7화

조용한 로비에서 팔 장로는 못마땅한 듯 임유환을 쳐다보고 있었다.지난번 S 시에서의 일로 화가 단단히 났던 팔 장로는 오늘 임유환이 서씨 집안에 인사 온 김에 서씨 집안 장로라는 직위를 들먹여 그를 난처하게 만들려는 듯싶었다.하지만 그런 일들을 모르는 서강인은 제가 데려온 손님에게 팔 장로가 이렇게 대놓고 면박을 주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팔 장로님, 말씀을 삼가세요, 임유환 씨는 제가 데려온 손님입니다.”“손님?”팔 장로는 서강인의 말에 코웃음을 치고는 말을 이었다.“가주님, 저놈은 손님이 아니라 액받이가 더 어울리죠.”“어제 결혼식장에서 정씨 집안과 싸우다가 하마터면 우리 서씨 집안에도 불똥이 튈뻔하지 않았습니까?”“제가 오늘 이런 말을 하는 건 다 우리 서씨 집안의 미래를 생각해서예요.”순간 반박할 만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던 서강인의 눈빛이 흔들렸다.“가문을 위해 하는 말이라고요?”그때 서인아가 냉소를 흘리고는 똑같이 차가운 표정으로 팔 장로를 쏘아보았다.“팔 장로님, 제가 장로님과 유환이 사이의 개인적인 원한을 모를 거라 생각하세요?”“제 생각에는 가문 생각보다 이 기회를 빌려 복수하려는 걸로 보이는데요.”서인아가 제 속내를 한순간에 꿰뚫어 보자 적잖이 놀랐던 장로였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듣기 좋은 말들을 늘어놓기 시작하였다.“아가씨, 저는 항상 가문에 충성하며 살았습니다. 제 개인적인 욕심 따위는 없습니다.”“임유환이 정씨 집안을 망신당하게 했으니 정씨 집안에서 누구 하나 죽지 않는 한 절대 물러나려 하지 않을 겁니다.”“이런 긴박한 상황에 아가씨와 가주님이 임유환을 손님으로 맞이하시면 그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요?”“임유환 씨는 서씨 집안의 귀빈이 될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이상할 것도 없죠.”“임유환에게 그런 실력이 있다고요?”서인아가 차갑게 대꾸했지만 팔 장로가 그걸 순순히 인정할 리가 없었다.“아가씨, S 시 같은 작은 도시에서 온 놈이 실력이 있으면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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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화

“팔 장로님도 여전 같지 않으시네요. 더 이상 장로 직위를 맡아주시기엔 너무 힘들어 보이세요.”서인아는 파래진 팔 장로의 얼굴을 무시한 채 윗사람 특유의 강압적인 투로 차가운 말을 내뱉었다.서인아의 포스에 로비는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팔 장로는 몸을 떨어댔다.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장로 직위까지 박탈당할 위기에 놓인 팔 장로의 표정은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그래서 팔 장로는 자신의 헌신을 어필하며 다급하게 서인아를 향해 사정했다.“아가씨, 제가 지금까지 서씨 집안에 얼마나 헌신을 해왔는데요, 그건 알아주셔야죠...”“오늘 이런 외부인 하나 때문에 제 장로직을 박탈한다니요, 이럴 수는 없습니다.”그 말에 애초부터 임유환을 못마땅해했던 다른 장로들도 동요하며 팔 장로를 위해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아가씨, 저도 이 일은 아가씨께서 너무하셨다고 생각합니다.”대 장로가 무게감 있게 말하자 다른 장로들도 그를 믿고 잇따라 입을 열었다.“아가씨, 다시 한번 생각해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팔 장로님이 말은 좀 안 좋게 했어도 다 서씨 집안 미래를 생각해서 하는 소리잖습니까?”“임유환 씨가 이번에 정씨 집안에 원한을 샀으니 서씨 집안이 그런 자와 가깝게 지내서 좋을 게 없는 거야 당연한 일 아닙니까?”“이 장로의 말씀이 맞습니다. 정씨 집안이 연경에서 어떤 파급력을 가지고 있는지 아가씨도 아시잖아요, 이번에 파혼한 일로 서씨 집안과의 사이가 이미 틀어졌는데 이 와중에 임유환까지 불러들이면 정씨 집안에서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천년의 역사를 이어오는 우리 서씨 집안이 저런 놈 손에 망할 순 없잖습니까!”“다시 한번 생각해주십시오 아가씨.”서인아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장로들을 차갑게 바라보았다.그리고 다른 장로들의 지지를 받은 팔 장로는 이때다 싶어 허리에 힘을 주고 말했다.“아가씨, 다른 장로님들도 다 저렇게 말씀하시잖아요. 저는 다 서씨 집안의 미래를 생각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틀린 말은 하지 않았어요!”“그러니 아가씨께서도 서씨 집안의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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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하지만 팔 장로는 서인아의 결심과 그녀의 고집스러운 성격을 너무 얕잡아보았다.“팔 장로님, 이 정도로 절 협박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세요?”서인아는 이내 차가운 표정으로 팔 장로를 노려보며 말했다.“협박이라뇨 아가씨, 제가 어떻게 감히...”“협박이 아니면 이런 말들은 왜 하는 거죠?”팔 장로의 말을 끊어내는 서인아의 눈빛은 차갑기 그지없었다.“저는 그냥 임유환 저놈은 아가씨와 어울리지도 않고 서씨 가문의 문턱을 넘을 자격도 없다 판단해서 말한 것뿐입니다.”“그 입 다물어!”“나한테 어울리는지 안 어울리는지를 언제부터 당신 같은 사람이 판단했죠? 한 번만 더 그딴 소리 하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다른 장로들이 나서준다 해서 내가 당신 직위 하나 못 뺏을 것 같아요?”“아가씨, 저는...”임유환 하나 때문에 서인아가 이렇게까지 화를 낼 줄 몰랐던 팔 장로가 수염까지 떨어가며 말했다.“됐어, 다들 그만해.”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에 갑자기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서강인과 함께 상석에 앉은 노인이었다.그 노인이 입을 열자 다들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태 장로님.”“태 장로님.”서인아와 서강인 역시 태 장로를 공손히 바라보고 있었다.물론 신분은 가주인 서강인 제일 높겠지만 그래도 이미 백 이십 세는 넘어 보이는 노인이니 집안 어르신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인아야, 나는 팔 장로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모두들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태 장로가 입을 열었다.“그러니 너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렴.”“태 장로님까지 왜 그러세요...”태 장로까지 이렇게 나오니 더 이상 밀어붙이기도 힘들어진 서인아는 표정이 어두워졌고 서강인 역시 태 장로까지 나설 줄 몰랐어서 안색이 좋진 않았다.그리고 팔 장로는 다시 우쭐거리며 서인아를 향해 말했다.“아가씨, 보세요. 태 장로님께서도 제 의견을 지지해주시잖아요.”“저도 아가씨가 저놈한테 사적인 감정이 있는 건 압니다, 제가 그걸 반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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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0화

“너 지금 뭐라고 했어!”임유환의 말에 발끈한 팔 장로가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여기가 어디라고 네가 감히 끼어들어!”그리고 다른 장로들도 같이 분노하며 임유환을 향해 호통쳤다.“하하, 그래요. 내가 끼어들 이유가 없긴 하죠. 오늘도 인아와 가주님의 요청이 아니었다면 이딴 곳에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당신들 같은 시시비비도 가리지 못하는 노인네들을 마주 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임유환은 냉소를 흘리며 장로들의 체면 따위는 생각하지도 않고 말했다.“누가 시시비비도 못 가리는 노인네야!”“어디서 이딴 놈이 굴러들어왔어!”여러 장로들이 모두 화가 나 씩씩 대자 팔 장로는 이 기회를 빌려 태 장로에게 손을 내밀었다.“태 장로님, 저놈이 저렇게 예의가 없어요. 저런 놈을 어떻게 우리 서씨 집안에 들이겠습니까!”그 말을 듣던 태 장로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얼굴에 분노가 피어올랐다.그 모습에 서강인의 낯빛도 변하고 서인아도 심장이 두근거렸다.서인아는 임유환이 저를 위해 하는 말임을 알면서도 이렇게 되면 서씨 집안 어른들에게 다 미움을 살 것 같아 얼른 임유환을 바라보며 그만하라고 눈치를 줬다.하지만 임유환은 나머지는 자신에게 다 맡기라는 듯 서인아를 보고 웃었다.그에 서인아가 어리둥절해 하던 것도 잠시 팔 장로의 분노어린 목소리가 다시금 로비에 울려 퍼졌다.“태 장로님, 얼른 명령을 내리셔서 저놈을 쫓아내셔야 합니다!”“하하, 팔 장로님 뭘 그리 급해 하세요? 얼른 대의를 더 읊으면서 다른 이들을 부추겨야죠!”저를 비웃으며 말을 끊어대는 임유환에 팔 장로가 발끈해서 화를 냈다.“누가 사람들을 부추겨!”“당연히 당신이죠.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노인네.”“너...”노인네라는 욕까지 들은 팔 장로는 화가 나 온몸을 벌벌 떨었다.하지만 임유환은 그런 건 신경 쓰지 않고 제 할 말만 했다.“말 한마디 할 때마다 집안, 명운, 입 놀리는 거 말고 당신이 진짜로 서씨 집안을 위해 한 일이 있기는 해요?”“서씨 집안 아가씨가 가문을 위해 혼자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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