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린아, 나한테 뭐 할 말 있어?”임유환의 목소리에는 관심이 묻어나 있었다.“아니에요...”수화기 너머의 윤서린은 이내 눈을 반짝이며 말을 돌렸다.“그냥 몸조심하라고요. 다른 할 말은 없어요.”“그래.”임유환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내가 약속할게. 꼭 무사하게 돌아갈게.”“네.”임유환의 약속에 윤서린도 부드럽게 대꾸했다.“나 이젠 진짜 방해 안 할게요. 잘 자요.”“잘자.”전화를 끊은 임유환은 눈앞에 윤서린의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어머니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신경 쓰는 여자가 바로 윤서린이었기에 임유환도 하루빨리 S 시로 돌아가고 싶었다.하지만 지금 상황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복잡해져 있어 아마도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았다.임유환은 옥 팔찌를 거두고 이제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한편 윤서린도 임유환 생각에 전혀 잠이 오지 않았다.사실 일주일 뒤에 엄마 따라 연경에 간다고, 연경 윤씨 집안에 가서 처리할 일이 있으니 일을 마치면 얼굴이라도 보자고 얘기하려 했지만 윤서린은 임유환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결국 그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임유환이 지금 어머니와 아버지 일 때문에 생각도 많아지고 심경이 복잡할 거란 걸 알기에 윤서린도 그에게 시간을 주고 싶었다.그리고 윤서린 본인의 사정도 그리 여의치 않았다.연경에 가면 또 윤씨 집안 사람들이 윤서린의 엄마를 박대하고 아니꼽게 볼 걸 알지만 그래도 어쨌든 감당해내야 하는 일이었다.그래서 윤서린은 그저 이번에는 제 어머니를 좀 따뜻하게 맞아주었으면 하는 말도 안 되는 기대만 할 뿐이었다.그렇게 한숨을 쉰 윤서린도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이튿날 점심, 임유환은 약속대로 서씨 집안 저택에 도착했다.눈앞의 으리으리한 저택 입구에는 7년 전처럼 사자 조각상이 놓여있었는데 7년 전보다 세월의 흔적이 좀 더 느껴지는 모습이었다.그걸 보고 있으니 다시는 서씨 집안에 발을 붙이지 않을 거라 다짐했던 7년 전의 그 새벽이 떠올랐다.“임유환 씨 되시
조용한 로비에서 팔 장로는 못마땅한 듯 임유환을 쳐다보고 있었다.지난번 S 시에서의 일로 화가 단단히 났던 팔 장로는 오늘 임유환이 서씨 집안에 인사 온 김에 서씨 집안 장로라는 직위를 들먹여 그를 난처하게 만들려는 듯싶었다.하지만 그런 일들을 모르는 서강인은 제가 데려온 손님에게 팔 장로가 이렇게 대놓고 면박을 주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팔 장로님, 말씀을 삼가세요, 임유환 씨는 제가 데려온 손님입니다.”“손님?”팔 장로는 서강인의 말에 코웃음을 치고는 말을 이었다.“가주님, 저놈은 손님이 아니라 액받이가 더 어울리죠.”“어제 결혼식장에서 정씨 집안과 싸우다가 하마터면 우리 서씨 집안에도 불똥이 튈뻔하지 않았습니까?”“제가 오늘 이런 말을 하는 건 다 우리 서씨 집안의 미래를 생각해서예요.”순간 반박할 만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던 서강인의 눈빛이 흔들렸다.“가문을 위해 하는 말이라고요?”그때 서인아가 냉소를 흘리고는 똑같이 차가운 표정으로 팔 장로를 쏘아보았다.“팔 장로님, 제가 장로님과 유환이 사이의 개인적인 원한을 모를 거라 생각하세요?”“제 생각에는 가문 생각보다 이 기회를 빌려 복수하려는 걸로 보이는데요.”서인아가 제 속내를 한순간에 꿰뚫어 보자 적잖이 놀랐던 장로였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듣기 좋은 말들을 늘어놓기 시작하였다.“아가씨, 저는 항상 가문에 충성하며 살았습니다. 제 개인적인 욕심 따위는 없습니다.”“임유환이 정씨 집안을 망신당하게 했으니 정씨 집안에서 누구 하나 죽지 않는 한 절대 물러나려 하지 않을 겁니다.”“이런 긴박한 상황에 아가씨와 가주님이 임유환을 손님으로 맞이하시면 그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요?”“임유환 씨는 서씨 집안의 귀빈이 될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이상할 것도 없죠.”“임유환에게 그런 실력이 있다고요?”서인아가 차갑게 대꾸했지만 팔 장로가 그걸 순순히 인정할 리가 없었다.“아가씨, S 시 같은 작은 도시에서 온 놈이 실력이 있으면 얼마
“팔 장로님도 여전 같지 않으시네요. 더 이상 장로 직위를 맡아주시기엔 너무 힘들어 보이세요.”서인아는 파래진 팔 장로의 얼굴을 무시한 채 윗사람 특유의 강압적인 투로 차가운 말을 내뱉었다.서인아의 포스에 로비는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팔 장로는 몸을 떨어댔다.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장로 직위까지 박탈당할 위기에 놓인 팔 장로의 표정은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그래서 팔 장로는 자신의 헌신을 어필하며 다급하게 서인아를 향해 사정했다.“아가씨, 제가 지금까지 서씨 집안에 얼마나 헌신을 해왔는데요, 그건 알아주셔야죠...”“오늘 이런 외부인 하나 때문에 제 장로직을 박탈한다니요, 이럴 수는 없습니다.”그 말에 애초부터 임유환을 못마땅해했던 다른 장로들도 동요하며 팔 장로를 위해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아가씨, 저도 이 일은 아가씨께서 너무하셨다고 생각합니다.”대 장로가 무게감 있게 말하자 다른 장로들도 그를 믿고 잇따라 입을 열었다.“아가씨, 다시 한번 생각해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팔 장로님이 말은 좀 안 좋게 했어도 다 서씨 집안 미래를 생각해서 하는 소리잖습니까?”“임유환 씨가 이번에 정씨 집안에 원한을 샀으니 서씨 집안이 그런 자와 가깝게 지내서 좋을 게 없는 거야 당연한 일 아닙니까?”“이 장로의 말씀이 맞습니다. 정씨 집안이 연경에서 어떤 파급력을 가지고 있는지 아가씨도 아시잖아요, 이번에 파혼한 일로 서씨 집안과의 사이가 이미 틀어졌는데 이 와중에 임유환까지 불러들이면 정씨 집안에서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천년의 역사를 이어오는 우리 서씨 집안이 저런 놈 손에 망할 순 없잖습니까!”“다시 한번 생각해주십시오 아가씨.”서인아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장로들을 차갑게 바라보았다.그리고 다른 장로들의 지지를 받은 팔 장로는 이때다 싶어 허리에 힘을 주고 말했다.“아가씨, 다른 장로님들도 다 저렇게 말씀하시잖아요. 저는 다 서씨 집안의 미래를 생각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틀린 말은 하지 않았어요!”“그러니 아가씨께서도 서씨 집안의 미
하지만 팔 장로는 서인아의 결심과 그녀의 고집스러운 성격을 너무 얕잡아보았다.“팔 장로님, 이 정도로 절 협박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세요?”서인아는 이내 차가운 표정으로 팔 장로를 노려보며 말했다.“협박이라뇨 아가씨, 제가 어떻게 감히...”“협박이 아니면 이런 말들은 왜 하는 거죠?”팔 장로의 말을 끊어내는 서인아의 눈빛은 차갑기 그지없었다.“저는 그냥 임유환 저놈은 아가씨와 어울리지도 않고 서씨 가문의 문턱을 넘을 자격도 없다 판단해서 말한 것뿐입니다.”“그 입 다물어!”“나한테 어울리는지 안 어울리는지를 언제부터 당신 같은 사람이 판단했죠? 한 번만 더 그딴 소리 하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다른 장로들이 나서준다 해서 내가 당신 직위 하나 못 뺏을 것 같아요?”“아가씨, 저는...”임유환 하나 때문에 서인아가 이렇게까지 화를 낼 줄 몰랐던 팔 장로가 수염까지 떨어가며 말했다.“됐어, 다들 그만해.”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에 갑자기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서강인과 함께 상석에 앉은 노인이었다.그 노인이 입을 열자 다들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태 장로님.”“태 장로님.”서인아와 서강인 역시 태 장로를 공손히 바라보고 있었다.물론 신분은 가주인 서강인 제일 높겠지만 그래도 이미 백 이십 세는 넘어 보이는 노인이니 집안 어르신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인아야, 나는 팔 장로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모두들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태 장로가 입을 열었다.“그러니 너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렴.”“태 장로님까지 왜 그러세요...”태 장로까지 이렇게 나오니 더 이상 밀어붙이기도 힘들어진 서인아는 표정이 어두워졌고 서강인 역시 태 장로까지 나설 줄 몰랐어서 안색이 좋진 않았다.그리고 팔 장로는 다시 우쭐거리며 서인아를 향해 말했다.“아가씨, 보세요. 태 장로님께서도 제 의견을 지지해주시잖아요.”“저도 아가씨가 저놈한테 사적인 감정이 있는 건 압니다, 제가 그걸 반대하는
“너 지금 뭐라고 했어!”임유환의 말에 발끈한 팔 장로가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여기가 어디라고 네가 감히 끼어들어!”그리고 다른 장로들도 같이 분노하며 임유환을 향해 호통쳤다.“하하, 그래요. 내가 끼어들 이유가 없긴 하죠. 오늘도 인아와 가주님의 요청이 아니었다면 이딴 곳에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당신들 같은 시시비비도 가리지 못하는 노인네들을 마주 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임유환은 냉소를 흘리며 장로들의 체면 따위는 생각하지도 않고 말했다.“누가 시시비비도 못 가리는 노인네야!”“어디서 이딴 놈이 굴러들어왔어!”여러 장로들이 모두 화가 나 씩씩 대자 팔 장로는 이 기회를 빌려 태 장로에게 손을 내밀었다.“태 장로님, 저놈이 저렇게 예의가 없어요. 저런 놈을 어떻게 우리 서씨 집안에 들이겠습니까!”그 말을 듣던 태 장로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얼굴에 분노가 피어올랐다.그 모습에 서강인의 낯빛도 변하고 서인아도 심장이 두근거렸다.서인아는 임유환이 저를 위해 하는 말임을 알면서도 이렇게 되면 서씨 집안 어른들에게 다 미움을 살 것 같아 얼른 임유환을 바라보며 그만하라고 눈치를 줬다.하지만 임유환은 나머지는 자신에게 다 맡기라는 듯 서인아를 보고 웃었다.그에 서인아가 어리둥절해 하던 것도 잠시 팔 장로의 분노어린 목소리가 다시금 로비에 울려 퍼졌다.“태 장로님, 얼른 명령을 내리셔서 저놈을 쫓아내셔야 합니다!”“하하, 팔 장로님 뭘 그리 급해 하세요? 얼른 대의를 더 읊으면서 다른 이들을 부추겨야죠!”저를 비웃으며 말을 끊어대는 임유환에 팔 장로가 발끈해서 화를 냈다.“누가 사람들을 부추겨!”“당연히 당신이죠.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노인네.”“너...”노인네라는 욕까지 들은 팔 장로는 화가 나 온몸을 벌벌 떨었다.하지만 임유환은 그런 건 신경 쓰지 않고 제 할 말만 했다.“말 한마디 할 때마다 집안, 명운, 입 놀리는 거 말고 당신이 진짜로 서씨 집안을 위해 한 일이 있기는 해요?”“서씨 집안 아가씨가 가문을 위해 혼자 얼마
차가운 목소리가 조용한 로비에 울려 퍼지자 다들 S 시에서 온 놈이 이 정도로 무모할 줄 몰랐는지 표정들이 가지각색이었다.“너 아주 무모한 놈이구나!”임유환이 처음으로 하는 도발도 아니었기에 팔 장로는 화가 나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를 노려보며 최고 권세가 장로답게 으스대며 물었다.“너 따위가 감히 나랑 자격을 논해?”“그런 작은 도시에 온 놈이 흑제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이상한 약을 먹지 않았더라면 정씨 집안과 싸우는 게 가당키나 했을 것 같아?”“그래놓고 지금 네가 진짜 그럴만한 능력이라도 있다고 착각하는 거야?”“다 늙어서 말은 왜 이렇게 많아, 그래서 싸우겠다는 거예요 말겠다는 거예요?”임유환은 전혀 화가 나지 않는 듯 담담히 팔 장로를 바라보았다.“입만 산 자식!”팔 장로는 코웃음을 치고는 대답했다.“유감이네, 다른 사람은 그렇게 속여 넘길 수 있을지 몰라도 나는 안 되지. 난 알거든, 네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그럼 해보자니까요.”임유환이 담담히 대꾸하자 팔 장로가 팔을 걷어붙였다.“그래, 한번 해보자고!”강한 진기가 몸에서 뿜어져 나왔는데 순식간이었지만 그 기운은 무존 후기의 기운이었다.팔 장로가 보여준 실력에 곁에 있던 젊은이들은 다들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팔 장로님이 언제 무존 후기에 오른 거야?”“몰라, 보름 전만 해도 무존 중기였는데...”“우리 서씨 집안에 무존 강자가 하나 더 늘었어!”일취월장한 팔 장로의 실력에 다른 장로들도 웃음을 지었다.“하하, 정말 잘됐네. 팔 장로님의 실력이 또 오를 줄 몰랐는데.”“그러게 말이에요. 이렇게 서씨 집안에 무존 후기의 강자가 하나 더 늘었네요.”서강인과 태 장로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 모두 무존의 실력이었고 그중에서 팔 장로와 칠 장로의 실력이 제일 미약했는데 팔 장로가 또 이렇게 돌파를 하니 서씨 집안의 전체적인 전투력이 향상한 것이었다.다른 사람들의 감탄을 들은 팔 장로의 주름진 눈가에는 감출 수 없는 우쭐거림이 가득했다.전에 S 시에서 돌아온
“너 방금 뭐라고 했어!”이렇게 오래 살면서 누군가에게 이 정도로 무시당하는 게 처음이었던 팔 장로는 열이 올라 빨개진 얼굴과 확 작아진 동공을 한 채 임유환을 향해 소리쳤다.“가주님이 널 지켜주신다고 내가 정말 너한테 손 못 댈 줄 알아?”임유환이 서인아와 서강인을 믿고 저를 도발한다고 생각한 팔 장로는 두 주먹을 꽉 쥔 채로 목소리를 낮게 깔며 말했다.“하하, 그럼 어디 해보시든지.”“마침 나도 나한테 실력이 있는지 없는지 궁금했거든요.”“젠장!”담담히 말하며 웃는 임유환에 팔 장로는 분노가 가득 담긴 눈으로 그를 노려보며 늙어버린 몸뚱이를 세차게 떨어댔다.그 순간 팔 장로 몸 안에 있던 진기가 뿜어져 나와 팔 장로를 에워싸고는 거세게 일렁거리며 보이지 않는 진기 파도를 만들어냈다.“그 당당함이 언제까지 가나 보자고 한번, 나중에 무릎 꿇고 빌지나 마!”분노가 극에 달한 팔 장로의 목소리는 바닥을 뚫고 들어갈 정도로 낮게 깔려있었다.“팔 장로, 유환이는 우리 집안의 손님이에요,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그때 갑자기 들려오는 서강인의 호통에 팔 장로는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분노가 가득 담긴 눈으로 말했다.“가주님, 이건 저놈이 먼저 요구한 겁니다. 제가 여기서 물러나면 서씨 집안의 체면이 구겨지는 일 아니겠습니까?”“팔 장로!”“아버지, 저렇게 망신을 당하고 싶다는데 그냥 하라고 하세요.”그때 얼음장처럼 차가운 얼굴을 한 서인아가 서강인을 말리며 말했다.그에 결심한 건지 팔 장로는 수염까지 흩날리며 분노 가득한 음침한 눈으로 임유환을 노려보더니 다른 말은 하지 않고 발을 굴렀다.그러자 바람과 함께 순식간에 임유환 앞에 나타난 팔 장로는 진기를 모아 주먹을 쥔 채 임유환을 향해 휘둘렀다.주위의 공기마저 짓눌렸다 터지는 듯한 소리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너무 빨라!”“저렇게 무시무시한 주먹은 처음 봐!”무존 후기에 오른 강자의 대련을 본 적이 없는 젊은이들은 팔 장로의 빠른 속도에 감탄을 마지않으며 환호했다.“이제
담담한 목소리가 오래도록 로비에 울려 퍼졌다.단 한 번의 손짓으로 팔 장로를 날려버린 임유환에 다들 깜짝 놀란 탓에 임유환 말에 대꾸하려고 나서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이 정도 실력이라면 무제 경지에 오른 사람임이 분명했다.태 장로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임유환이라는 사람을 파악하려는 듯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팔 장로가... 한 방에 쓰러진 거야?”그들의 대결을 관전하고 있던 젊은이들도 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눈길을 보내왔다.주변이 조용한 탓에 사람들이 침을 넘기는 소리도 크게 들려왔다. 하지만 잔뜩 놀란 그들과는 달리 서인아는 결과가 이렇게 될 줄 미리 알고 있었다.얼음장처럼 차가운 눈을 하고 담담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인상으로 제자리에 우뚝 서 있는 임유환을 보자 서강인도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켁켁...”그때 팔 장로가 기침하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값비싼 옷에 먼지가 잔뜩 묻어있었고 왼쪽 얼굴에는 빨간 손자국까지 선명히 찍혀있어 지금 팔 장로의 처지가 한층 더 초라해 보였다.자리에 있던 젊은이들이 깊은숨을 들이마시자 팔 장로도 지금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제 꼴을 의식했는지 더할 나위 없이 초라한 얼굴을 일그러뜨려 분노를 표출해냈다.임유환은 여전히 팔 장로를 집어삼키기라도 하겠다는 듯 그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팔 장로님, 지금은 제게 자격이 생겼냐고 물었습니다.”제 분노는 무시한 채 담담히 웃는 임유환에 팔 장로는 주먹을 꽉 쥐고 몸을 떨어댔다.“너 이 자식, 또 어디서 값진 보물을 먹고 실력을 올린 거지!”서씨 집안의 장로인 제가 이렇게 처참하게 임유환 같은 애송이한테 졌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던 팔 장로는 임유환을 노려보며 잔뜩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아직도 인정을 못하시나 봐요?”“너 같은 하층 인간들은 그딴 수법을 써야지만 이기는 거야!”입꼬리를 올리며 비웃는 임유환에 참패 뒤에 몰려오는 모욕감을 느낀 팔 장로는 빨개진 눈을 하고 소리쳤다.“하층 인간이요?”“팔 장로, 이제 그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