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희는 컵을 받으며 한참 후에야 안정을 취했는지 조용히 말했다.“정은호가 협력하기로 동의했지만 난 여전히 H 시에 머물러야 해. 그렇지 않으면 기회를 봐서 번복할 수 있어.”김 비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이 관점에 동의했다.밤이 깊어지자 박연희는 목욕하고 편안한 잠옷으로 갈아입은 후 침대에 누웠다. 침대는 부드러웠으나 B 시의 남편을 걱정했고, 상처투성이가 되어 누추한 곳에 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잠이 들 수 없었다.달빛도 쓸쓸해 보였다.은은한 달빛 속에서 박연희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임신 중이어서 어쨌든 수면을 유지하여 뱃속의 아기를 보호해야 했다....그 후 보름 동안 박연희는 H 시에 머물렀고, 정은호는 수시로 그녀를 볼 수 있어 번복할 기회가 없었다.이날 저녁은 H 시에서 1년에 한 번 열리는 신년 무도회였다. 엄수지가 몸이 불편하여 정은호를 동반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여비서가 함께 오프닝 댄스를 추었다.춤을 추고 난 정은호는 여비서의 초대를 완곡히 거절하고 곧장 구석에 있는 소파로 걸어갔다.박연희는 그곳에 혼자 앉아 있었다.오늘 밤, 그녀는 연분홍색 실크로 된 롱 드레스를 입었고 긴 생머리는 뒤로 늘어뜨려 날씬하고 단정해 보였다...정은호는 한쪽에 서서 묵묵히 바라보며 박연희와 엄수지의 외모를 비교했다.약하고 온화한 박연희는 애교가 많은 여자 같았지만 그의 아내는 풍만한 몸매를 가지고 있어 남자의 성욕을 만족해 줄 수 있었다.“정 대표님, 앉아서 얘기하시죠?”정은호는 담담하게 웃더니 박연희의 맞은편에 앉아 추 비서에게 손짓했다. 누구의 방해도 안 된다는 뜻이었다.소파에 기대어 눈을 가늘게 뜬 정은호는 욕망에 찬 남자의 시선으로 박연희를 바라보았다.박연희는 내색하지 않았다.“오늘 밤 술을 좀 마셨으니 속마음을 털어놓을게요! 그래요, 나처럼 바닥에서 올라온 사람이 어찌 평생 남의 제약을 받고 싶어 하겠어요?”“밖에서 나는 위풍당당한 정 대표지만 조은혁 앞에서 나는 그가 키워놓은 개였어요... 누가 개가 되는 것이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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