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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은 절대 안돼의 모든 챕터: 챕터 1341 - 챕터 1350

1465 챕터

제1341화

조은서는 그런 부자의 대화를 그저 수수방관하기로 했다.아버지에게서 그런 말을 들었지만 유이준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이제 그에게는 진별이가 있었고, 당연히 아이의 엄마 역시 그의 것이 될 것은 시간문제였다....이른 아침 9시 반, 유이준은 잠깐 회사에 들렀다.회의를 마친 유이준은 사무실로 돌아와 쌓여 있던 업무를 마저 처리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그는 휴대폰을 집어 들고 잠시 휴식시간을 가지다가 진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진은영은 곧이어 전화를 받았지만 그 후로 둘의 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한참이 지나서야 유이준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내일 점심에 데리러 갈게요. 집에 가서 밥이나 한 끼 먹죠.”진은영이 입을 떼기도 전에 유이준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집안 친척들이 전부 모일 예정입니다.”“...”진은영은 그녀가 어떤 신분으로 유씨 가문의 본가로 가는 것인지, 더 나아가 임하민도 있을지 너무 묻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유이준에게 여러 차례 실망을 겪으며 실망할 대로 실망한 탓에 입을 열 용기가 나지 않았다.진은영에게서 아무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유이준은 별다른 설명 없이 전화를 끊었다.어젯밤까지만 해도 둘은 격렬하게 사랑을 나누며 서로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지금은 마치 낯선 사람이라도 된 듯 서먹하기 그지없었다.진은영이 전화를 끊자마자 비서 안네가 문을 두드리더니 들어왔다.그녀의 표정은 다소 굳어 있었다.“대표님, 현대 쪽에서 아직도 우리 회사를 인수하려는 모양입니다. 제가 알아본 바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하더군요.”진은영은 사적인 일에서 잠시 손을 떼더니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안네를 바라보며 말했다.“현대 박 대표님한테 연락하세요. 오늘 밤 7시에 저녁 식사 대접해드릴 테니까 만나자고.”그 말에 안네는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갔다.비서가 밖으로 나가자마자 진은영은 손을 들어 이마를 짚었다.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왔다. 지난 몇 년간 그녀의 회사는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방향을 틀어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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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2화

유이준은 임하민에게 어느 정도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쭉 보며 지내왔던 여자를 철저히 외면할 수는 없었다.그는 자신의 외투를 벗어 임하민의 어깨에 걸쳐주고는 미간을 옅게 찌푸리며 말했다.“집까지 데려다줄게.”임하민은 예상보다 더 집요하게 유이준을 붙잡더니 마치 거머리라도 된 듯 유이준에게 딱 달라붙어 그를 꼭 껴안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유이준을 바라보며 멍청한 미소를 짓더니 입술을 내밀어 그의 턱에 입을 맞추기 위해 까치발을 했다.유이준은 너무 갑작스러운 임하민의 행동에 순간적으로 당황한 듯한 기색을 내비쳤다.그리고 애석하게도 두 사람의 그런 모습을 진은영이 보고야 말았다.진은영은 현대의 박 대표와 저녁 식사를 할 이동하던 중, 차에서 내려 맞은 편에 있던 상회 건물로 이동하다가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있던 유이준과 임하민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두 사람은 사귀는 사이라도 된 연인처럼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유이준의 겉옷은 이미 임하민의 어깨 위에 걸쳐져 있었고 임하민은 그의 품 안에서 키스를 요구하고 있었다. 유이준의 얼굴에는 애정과 난감함으로 복잡한 표정이 지어져 있었다. 진은영과 유이준과 보낸 시간이 그다지 길지 않았다고 해도 그녀는 단 한 번도 유이준이 자신을 향해 저렇게 다정한 표정을 지은 적이 없었다. 그녀를 바라보던 유이준의 눈빛에는 항상 경멸의 감정이 서려 있었고 표정에는 항상 짜증이 섞여 있었다.이래서 서로 집안끼리 맞는 관계여야 조화로울 수 있는 것이다.알고 보면 유이준은 임하민을 진심으로 좋아했던 게 아닐까? 그렇다면 어젯밤에는 왜 진은영과 그런 육체적인 관계를 맺었던 걸까?차가운 달빛 아래, 진은영의 눈에는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더 이상 두 사람에게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았던 진은영은 조용히 모습을 감췄다. 환하게 켜진 네온사인 아래, 그녀의 뒷모습을 꼿꼿했지만 무척이나 외로워 보였다.불빛 아래에서 혼자 걷던 그녀는 마음속에서 활활 타오르던 불길을 서서히 꺼뜨렸다.진은영, 너도 알잖아. 애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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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3화

유이준은 진은영의 차가운 목소리에 어딘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잠시 후, 그는 애써 자신의 성격을 눌러가며 말했다.“내일 점심에 회사로 데리러 갈 테니까 잊지 마요.”비즈니스 회관 복도에서 크리스털 샹들리에를 올려다보던 진은영의 눈에는 촉촉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저절로 유이준과 임하민의 포옹 장면이 떠올라 마음이 아려왔고 목소리까지 함께 가라앉았다.“내일 중요한 일이 있어서 못 갈 것 같아요. 더군다나 그런 자리는 제가 갈 자리가 아니잖아요.”유이준이 그 말에 반문했다.“왜 은영 씨가 갈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죠?”...밤이 깊었다.진은영은 점점 지루해졌다.그녀가 원한 것은 단지 모호한 감정이 아니라 오직 자신만을 향한 사랑이었다. 그녀는 술기운이 담긴 나지막이 물었다.“이준 씨, 이준 씨는 저 사랑해요?”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귓가를 스쳤지만, 여전히 진은영은 긍정적인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술 마셨어요?”진은영은 눈을 지그시 감더니 대답했다.“네.”밀려오는 실망감과 슬픔에 눈을 뜰 수 없었다.하지만 진은영은 자신을 슬픔이라는 감정 속에 오래 노출 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해야 할 일이 많았다.만약 회사가 강제로 현대에게 인수된다면 진은영이 여태껏 쏟아왔던 모든 것들은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녀는 수중에 조금 남은 돈으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을 진은영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유이준이 더 말을 꺼내기 전에 진은영은 빠르게 전화를 끊고 다시 객실로 돌아갔다. 박 대표는 여전히 검은색과 황금색이 섞인 테이블 옆에 앉아 잔을 들고 있었다. 그의 표정에는 약간의 고민이 깃들어 있는 듯했다.35살에서 36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얼굴의 박 대표는 한 번의 결혼과 이혼을 겪은 상태였다. 전처와 자신의 사이에서 태어났던 아들은 지금 해외에서 공부 중이었다. 그는 지금 독신이긴 했지만 사업을 통해 몇 차례 유흥은 즐겨본 사람이었다.객실로 돌아온 진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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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4화

차 안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진은영의 얼굴은 마치 유령처럼 창백했다.그녀는 유이준이 차가운 표정을 마주하며 문득 깨달았다. 오랜 시간 동안 유이준과 함께 지내왔고 둘 사이에는 진별이까지 있었지만 둘은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다.만약 유이준이 진은영과 같은 세계에 살고 있었다면 어떻게 이런 눈빛으로 진은영을 바라볼 수 있을까?어떻게 임하민이랑 그런 사랑을 나눠놓고도 이런 모욕감을 준단 말인가?진은영, 참 어리석기도 하지.너무 평화로운 나날들만 보내서 약해진 거야? 이제 와서 뒤늦게 연애 감정에 빠져버렸다는 건가?오늘 진은영은 어리석게도 유이준에게 자신을 사랑하냐는 질문까지 던졌다. 대체 무슨 대답을 기대했단 말인가?이제 그는 답을 주었다. 유이준에게 진은영은 그저 자신의 사업을 위해서라면 그 누구와도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여자일 뿐이다.유이준이 자신을 사랑해주길 기대한 것일까.한참이나 침묵이 흘렀다...진은영이 소리 죽여 웃었다.“맞아요, 이준 씨말대로예요. 나 진은영은 그런 여자예요. 목적과 수단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그 누구와도 관계를 가질 수 있는 그런 여자라고요!”그 말에 유이준의 이마에 핏줄이 불거졌다.“진은영!”진은영이 쓴웃음을 지으며 허리를 빳빳이 폈다.“저는 이준 씨가 아니에요. 태어날 때부터 풍족한 게 아니었다고요. 오늘 제가 일궈낸 건 다 저 스스로 해낸 겁니다. 앞으로 나 진은영은 그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든 이준 씨한테만큼은 손을 뻗지 않을 거예요. 사업을 위해 이준 씨와 관계를 갖는 일은 더더욱 없을 겁니다. 그러니 이준 씨의 이름도 더럽혀질 일은 없겠네요.”차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여태껏 그 아무도 유이준에게 이런 식으로 말한 적은 없었다. 오직 진은영, 이 미울 만큼 고집스러운 여자만이 이런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더 어이없는 것은 자신이 이런 여자와 함께 진별이라는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이었다.그 순간, 유이준은 진은영에게 싶은 실망감을 느꼈다. 진별이가 생긴 후로 그는 진은영과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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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5화

유이준은 차에 앉아 자리를 뜨는 진은영의 모습을 바라보았다.마음이 울적해졌던 그는 곧 차를 몰고 진은영의 별장에서 벗어났다. 교교한 달빛이 차가운 빛을 내며 높이 떠 있었다. 유이준의 차도 점점 속력을 높였고 그의 마음 역시 달빛처럼 차갑게 식어갔다.마음이 불편했던 탓이었을까. 그토록 신중하던 유이준이 순간적으로 정신줄을 놓고 차를 가드레일 너머에 있는 수풀로 몰아버렸다.이윽고 쿵 하는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시멘트 블록에 세게 부딪친 유이준의 차는 이어지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에어백까지 터져 나왔다.강한 충격에 잠시 멍해 있던 그는 간신히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렸다.차의 보닛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에 그는 더 이상 운전이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다른 차가 다니지 않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잠시 후, 그는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고 호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받고 현장으로 달려온 김 비서는 빠르게 일을 처리했다.20분도 안 돼 견인차가 와서 유이준의 차를 카센터로 끌고 갔고 김 비서는 직접 차를 끌고 유이준을 데리러 왔다.유이준을 마주한 순간, 김 비서는 저도 모르게 잠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밤하늘 하래 그녀의 상사 유이준은 홀로 코트 단추도 잠그지 않은 채 담배를 피우며 서 있었다. 그의 완벽하리만치 잘생긴 옆모습에는 어딘가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이 서려 있었다.슬픔이라...김 비서는 “슬픔”이라는 단어로 유이준을 묘사하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유이준은 태생부터 하늘이 낳은 귀인이나 다름없었고 스물다섯 살에 정식으로 YS 그룹을 이끌며 탄탄대로만 걸어온 사람이었다.“대표님.”김 비서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밖이 너무 추워요. 일단 차에 타시죠.”유이준은 길쭉한 손가락으로 담배를 입가에 가져가더니 이내 불을 끄고 김 비서의 차 뒷좌석에 올라탔다.가는 내내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 비서는 백미러를 통해 유이준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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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6화

유이준이 집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이미 새벽에 가까웠다.밤은 차가웠고 아버지 유선우는 잠도 자지 않은 채 거실에서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은은한 조명이 유선우의 얼굴을 비추어 각진 그의 이목구비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나이가 60에 가까워지는 유선우였지만 여전히 잘 관리된 미모로 매우 단정하고 멋있는 분위기를 풍겼다.“아직 안 주무셨어요, 아버지?”유이준은 겉옷을 벗어 소파 위에 대충 던지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는 자리에 앉기 무섭게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그 모습을 보던 유선우는 웃음을 터뜨렸다.“평소엔 집에서 담배 안 피우더니, 뭐야 오늘은? 여자가 널 속상하게 했나? 별이 엄마랑 싸운 거야?”유이준은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더니 회관 문 앞에서 봤던 그 장면을 떠올렸다. 그 모습을 떠올릴수록 자신이 정말 바보처럼 느껴졌다.박준식 같은 이혼남까지 웃으며 받아들이다니. 생각할수록 마음속에 분노와 슬픔만이 가득 들어찼다. 하지만 진별이를 위해서라도 자신의 자존심 때문에 생긴 이 일을 입 밖에 낼 수 없었다.그가 진은영과 얘기를 나누던 때, 진은영이 조금만 부드럽게 나왔다면 그 역시 더 몰아붙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 장면은 단지 우연이었을 뿐이라고, 절대 진심이 아니었다고 믿었을 것이다.하지만 진은영은 거절은커녕 인정을 해버렸다.그녀는 자신이 목적만 가지면 그것을 가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했다.그렇다면 진은영은 이때까지 얼마나 많은 남자와 관계를 가져왔을까?그는 생각할수록 이 감정이 가치가 없다고 느껴졌다.유선우는 괴로워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대충 상황을 짐작하고는 유이준의 어깨를 토닥이기 시작했다.“이준아, 네가 24살이 되기 전까지 나랑 네 엄마는 개인적으로 계속 널 걱정해왔단다. 네 성향이 남들과 다를까 봐. 네 곁에는 너랑 어떤 접점이 있던 여자가 한 명도 없어와서 그랬어. 그래서 네 취향을 존중해줘야 할까에 대해서도 계속 얘기해봤지. 하지만 우리가 경솔했어. 네가 여자에게도 관심이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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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7화

유이준은 어머니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가볍게 대충 입을 열었다.“아까 오다가 차가 좀 긁혀서요. 별일 아니에요.”조은서는 별로 믿지 않는 눈치였지만 굳이 따져 묻지는 않았다.유이준이 침대 가장자리로 다가가 작은 담요로 별이를 감싸 안으려 하자 조은서를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겨우 잠들었어. 자기 전에 우유 한 병 마시더니 엄마를 계속 찾더라고. 이따가 깨면 네가 달래줘야 할 거야.”유이준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제가 달랠게요.”진은영에게서는 큰 실망감을 안고 돌아왔지만 유이준은 별이를 진심으로 아꼈다. 별이에게서는 그의 피가 흐르고 있었으니 말이다…밤이 깊어갔다. 유이준은 아이를 품에 안고 텅 빈 복도를 걸었다. 별이는 잠결에 잠시 멍해 있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가 아빠의 냄새를 맡자 곧장 손을 뻗어 유이준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아이가 내뱉는 따스한 숨결이 목을 간지럽히자 유이준의 마음 역시 한결 편해졌다.“아빠.”별이는 비몽사몽한 상태로 엄마를 찾았다.유이준은 아이를 더 끌어안으며 낮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며칠만 더 지나면 엄마 만날 수 있어.”그는 생각보다 무정한 사람이 아니었다. 별이의 양육권은 얻어야 하지만 진은영이 아이의 친모라는 사실을 감안해 일주일에 한 번씩은 모녀가 만날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별이는 아빠의 가슴에 조용히 몸을 기대며 그의 안정적인 심장 소리를 자장가 삼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유이준은 자신의 침실 앞에 도착하자 한 손으로 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무드등을 켰다.따스한 노란 빛이 부드럽게 방을 밝혔다. 자신의 품에 안겨 아직도 잘 자는 별이를 유이준은 조심스레 침대에 눕혔다.부드러운 조명 아래, 아이의 피부는 도자기처럼 하얗고 부드러워 보였다.유이준은 조용히 아이를 바라보며 아이가 더 어렸을 때의 모습을 떠올렸다.매일 밤, 이렇게 조용히 이불 속에서 자랄 아이를 생각하며 혈연이라는 것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다음 날, 유이안과 강원영이 돌아왔다. 두 사람은 일부러 어린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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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8화

한편, 조은혁은 자신의 딸을 돌보느라 정신이 팔렸었고, 그 반면에 진안영은 조용히 한쪽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녀는 유이준과 진은영이 갈등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아는 듯 유이준을 복잡한 눈으로 바라보았다.점심을 먹기 전, 아마 일부러였는지는 몰라도 진안영은 화장실에서 유이준과 마주쳤다.따뜻한 저택 안에서 연한 분홍색의 울 드레스를 입고 있던 진안영은 온화하고도 부드러운 인상을 주었다. 그녀는 유이준의 옆에 서서 황금색으로 된 수도꼭지를 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별이 양육권을 원한다는 거, 저도 알아요. 별이가 도련님 아이인 건 맞으니까요. 하지만 별이는 도련님만의 아이가 아니잖아요. 우리 언니는 세상 물정도 잘 모를 때, 힘들게 별이를 낳았어요. 도련님이 어떻게 생각하시든 간에, 언니는 별이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포기할 수도 있어요.”“화해를 권하려는 게 아니에요. 그냥, 도련님, 옛날 일을 생각해서라도 언니한테 한 번쯤이라고 기회를 주면 안 될까요? 도련님한테는 얼마든지 젊고 아름다운 아내를 맞이할 기회가 있고 아이를 가질 기회도 있겠지만 저한테 언니는 별이밖에 없어요.”거울 속의 유이준은 진안영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말했다.“그래요?”아마도 진은영 때문이든 조진범 때문이든 유이준은 진안영과 친척이긴 했지만 전혀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게다가 지금 그녀는 진은영을 대신해 중간에서 자비를 베풀어달라 부탁하는 상황이었다.유이준은 말을 마치고 곧장 자리를 떠났다.진안영은 거울 앞에 홀로 남아 멍하니 서 있었다.유이준이 양육권을 다투려는 사실을 아직 유씨 가문과 조씨 가문 모두 모르고 있었고, 분명 유이준 역시 이 사실이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 때문에 진안영 역시 입을 열기가 매우 조심스러웠다. 자칫했다가는 진은영의 입장만 더욱 난처해질 것이 뻔했다.온 가족이 유이준과 진은영의 갈등을 알고 있던 지금, 별이가 상처를 받을 것이 두려워 이 문제를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오후가 되자 유이안과 강원영은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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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9화

유이준의 말이 끝나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멍해졌다.아무도 유이준이 이런 말을 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모두 바보도 아니고 진은영과 유이준 사이에 감정적인 얽힘이 있다는 것은 빠르게 눈치챘다. 둘 사이에는 심지어 아이까지 있었으니 말이다. 그럼 방금 유이준의 말뜻은 이제 진은영을 완전히 밀어내겠다는 뜻이 아닌가?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고 그 아무도 감히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마침내 용기를 낸 김 비서가 입을 열었다.“유 대표님이랑 진 대표님께서 편히 얘기 나누셔야 하니까 저희는 잠시 자리를 피해 주는 게 어떨까요?”유이준은 진은영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더니 말했다.“지금 우리 법무팀은 제 이혼 소송을 위해 꾸려진 팀이니까 굳이 자리를 피할 이유도 없습니다.”김 비서 역시 더는 입을 열지 못하고 조용히 옆으로 물러섰다.유이준은 다시 진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은영 씨가 아이를 키우는 데 엄청난 힘과 돈을 들였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은영 씨가 아이를 헛되이 낳은 걸로 만들 생각은 없거든요. 원하는 걸 말해보세요. 타당하다 싶은 건 뭐든 다 받아들일 테니까요. 그리고 별이를 보고 싶다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별이를 데리고 같이 밤을 지새우는 건 안 돼요.”진은영은 조용히 유이준을 바라보았다.귓가에는 그가 내뱉은 차가운 단어들이 맴돌았다.[아이를 헛되이 낳은 걸로 만들지는 않겠다.][원하는 걸 말해봐라.][만나는 건 가능하지만 밤을 지새우는 건 안 된다...]...이것이 유이준이 베푼 자비라는 걸까.예전 같았으면 진은영은 발끈하며 자리에서 일어났겠지만 별이의 문제였던 탓에 그녀는 함부로 굴 수 없었다. 오히려 유이준에게 애원해야 할 지경이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대표님, 별이 데리고 하와이에서 살게 해주세요. 별이는 없는 셈 치고 이준 씨 결혼 생활에 아무 타격 없게 할게요. 여기 회사도 다 정리할 거고, 다시는 B 시에 잘 안 들일게요... 제발 별이 양육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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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0화

박준식은 돌리는 것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입을 열었다.“지난번에 한 번 만났을 때, 저는 이미 진심으로 진 대표님을 마음에 품고 있었습니다. 괜찮다면 더 깊이 알아가고 싶은데요. 만약 저희가 결혼을 하고 혼인신고까지 마친다면 저는 충분히 진 대표님 회사에 투자할 의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기혼자라면 아이의 양육권을 얻는 데도 문제가 없을 거고요.”더 말할 것도 없었다. 박준식의 말에 진은영의 마음이 동요하기 시작했다.그녀는 박준식에게 아무런 감정도 품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두 사람은 비즈니스적으로 봤을 때는 아군보다 적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유이준에게 크게 데인 상태였고, 별이의 양육권을 얻기 위해서라면 박준식과 결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걱정거리가 하나 남아 있었다. 박준식과 결혼을 한다고 해도 그녀는 박준식에게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 내어줄 생각은 없었다. 박준식과의 결혼은 진은영에게 있어 그저 단순한 거래에 불과했다.석양이 지며 하늘이 금빛으로 물들었다.차 안에 있던 진은영이 조심스레 낮은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박 대표님, 다른 조건은 다 뒤로 하고요, 일단 명확히 하고 가야 할 게 있는데요. 저는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습니다.”하지만 박준식은 생각보다 더 흔쾌히 진은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저한테도 아이가 있고 진 대표님한테도 이미 별이가 있으니까요... 아이를 원하지 않으신다면 저도 진 대표님의 선택을 충분히 존중해드리겠습니다.”진은영이 잠시 침묵을 지켰다.“그럼 내일 다시 만나서 조금 더 자세히 얘기 나눠보죠.”박준식은 기분 좋은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전화를 끊은 진은영은 온몸의 힘이 전부 빠져나간 듯 가죽 시트에 몸을 기댄 채 하늘의 금빛 노을을 바라보았다. 눈빛에 희미하게 깃든 아픔은 점점 짙어져 이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으로 변해갔다.그녀 역시 알고 있었다. 내일 박준식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나누려고 했던 이유는 단순히 별이의 양육권을 찾아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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