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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5화

유이준은 차에 앉아 자리를 뜨는 진은영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마음이 울적해졌던 그는 곧 차를 몰고 진은영의 별장에서 벗어났다. 교교한 달빛이 차가운 빛을 내며 높이 떠 있었다. 유이준의 차도 점점 속력을 높였고 그의 마음 역시 달빛처럼 차갑게 식어갔다.

마음이 불편했던 탓이었을까. 그토록 신중하던 유이준이 순간적으로 정신줄을 놓고 차를 가드레일 너머에 있는 수풀로 몰아버렸다.

이윽고 쿵 하는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멘트 블록에 세게 부딪친 유이준의 차는 이어지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에어백까지 터져 나왔다.

강한 충격에 잠시 멍해 있던 그는 간신히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렸다.

차의 보닛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에 그는 더 이상 운전이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차가 다니지 않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잠시 후, 그는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고 호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고 현장으로 달려온 김 비서는 빠르게 일을 처리했다.

20분도 안 돼 견인차가 와서 유이준의 차를 카센터로 끌고 갔고 김 비서는 직접 차를 끌고 유이준을 데리러 왔다.

유이준을 마주한 순간, 김 비서는 저도 모르게 잠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밤하늘 하래 그녀의 상사 유이준은 홀로 코트 단추도 잠그지 않은 채 담배를 피우며 서 있었다. 그의 완벽하리만치 잘생긴 옆모습에는 어딘가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이 서려 있었다.

슬픔이라...

김 비서는 “슬픔”이라는 단어로 유이준을 묘사하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유이준은 태생부터 하늘이 낳은 귀인이나 다름없었고 스물다섯 살에 정식으로 YS 그룹을 이끌며 탄탄대로만 걸어온 사람이었다.

“대표님.”

김 비서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밖이 너무 추워요. 일단 차에 타시죠.”

유이준은 길쭉한 손가락으로 담배를 입가에 가져가더니 이내 불을 끄고 김 비서의 차 뒷좌석에 올라탔다.

가는 내내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 비서는 백미러를 통해 유이준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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