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준은 어머니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가볍게 대충 입을 열었다.“아까 오다가 차가 좀 긁혀서요. 별일 아니에요.”조은서는 별로 믿지 않는 눈치였지만 굳이 따져 묻지는 않았다.유이준이 침대 가장자리로 다가가 작은 담요로 별이를 감싸 안으려 하자 조은서를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겨우 잠들었어. 자기 전에 우유 한 병 마시더니 엄마를 계속 찾더라고. 이따가 깨면 네가 달래줘야 할 거야.”유이준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제가 달랠게요.”진은영에게서는 큰 실망감을 안고 돌아왔지만 유이준은 별이를 진심으로 아꼈다. 별이에게서는 그의 피가 흐르고 있었으니 말이다…밤이 깊어갔다. 유이준은 아이를 품에 안고 텅 빈 복도를 걸었다. 별이는 잠결에 잠시 멍해 있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가 아빠의 냄새를 맡자 곧장 손을 뻗어 유이준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아이가 내뱉는 따스한 숨결이 목을 간지럽히자 유이준의 마음 역시 한결 편해졌다.“아빠.”별이는 비몽사몽한 상태로 엄마를 찾았다.유이준은 아이를 더 끌어안으며 낮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며칠만 더 지나면 엄마 만날 수 있어.”그는 생각보다 무정한 사람이 아니었다. 별이의 양육권은 얻어야 하지만 진은영이 아이의 친모라는 사실을 감안해 일주일에 한 번씩은 모녀가 만날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별이는 아빠의 가슴에 조용히 몸을 기대며 그의 안정적인 심장 소리를 자장가 삼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유이준은 자신의 침실 앞에 도착하자 한 손으로 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무드등을 켰다.따스한 노란 빛이 부드럽게 방을 밝혔다. 자신의 품에 안겨 아직도 잘 자는 별이를 유이준은 조심스레 침대에 눕혔다.부드러운 조명 아래, 아이의 피부는 도자기처럼 하얗고 부드러워 보였다.유이준은 조용히 아이를 바라보며 아이가 더 어렸을 때의 모습을 떠올렸다.매일 밤, 이렇게 조용히 이불 속에서 자랄 아이를 생각하며 혈연이라는 것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다음 날, 유이안과 강원영이 돌아왔다. 두 사람은 일부러 어린 강
한편, 조은혁은 자신의 딸을 돌보느라 정신이 팔렸었고, 그 반면에 진안영은 조용히 한쪽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녀는 유이준과 진은영이 갈등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아는 듯 유이준을 복잡한 눈으로 바라보았다.점심을 먹기 전, 아마 일부러였는지는 몰라도 진안영은 화장실에서 유이준과 마주쳤다.따뜻한 저택 안에서 연한 분홍색의 울 드레스를 입고 있던 진안영은 온화하고도 부드러운 인상을 주었다. 그녀는 유이준의 옆에 서서 황금색으로 된 수도꼭지를 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별이 양육권을 원한다는 거, 저도 알아요. 별이가 도련님 아이인 건 맞으니까요. 하지만 별이는 도련님만의 아이가 아니잖아요. 우리 언니는 세상 물정도 잘 모를 때, 힘들게 별이를 낳았어요. 도련님이 어떻게 생각하시든 간에, 언니는 별이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포기할 수도 있어요.”“화해를 권하려는 게 아니에요. 그냥, 도련님, 옛날 일을 생각해서라도 언니한테 한 번쯤이라고 기회를 주면 안 될까요? 도련님한테는 얼마든지 젊고 아름다운 아내를 맞이할 기회가 있고 아이를 가질 기회도 있겠지만 저한테 언니는 별이밖에 없어요.”거울 속의 유이준은 진안영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말했다.“그래요?”아마도 진은영 때문이든 조진범 때문이든 유이준은 진안영과 친척이긴 했지만 전혀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게다가 지금 그녀는 진은영을 대신해 중간에서 자비를 베풀어달라 부탁하는 상황이었다.유이준은 말을 마치고 곧장 자리를 떠났다.진안영은 거울 앞에 홀로 남아 멍하니 서 있었다.유이준이 양육권을 다투려는 사실을 아직 유씨 가문과 조씨 가문 모두 모르고 있었고, 분명 유이준 역시 이 사실이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 때문에 진안영 역시 입을 열기가 매우 조심스러웠다. 자칫했다가는 진은영의 입장만 더욱 난처해질 것이 뻔했다.온 가족이 유이준과 진은영의 갈등을 알고 있던 지금, 별이가 상처를 받을 것이 두려워 이 문제를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오후가 되자 유이안과 강원영은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
유이준의 말이 끝나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멍해졌다.아무도 유이준이 이런 말을 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모두 바보도 아니고 진은영과 유이준 사이에 감정적인 얽힘이 있다는 것은 빠르게 눈치챘다. 둘 사이에는 심지어 아이까지 있었으니 말이다. 그럼 방금 유이준의 말뜻은 이제 진은영을 완전히 밀어내겠다는 뜻이 아닌가?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고 그 아무도 감히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마침내 용기를 낸 김 비서가 입을 열었다.“유 대표님이랑 진 대표님께서 편히 얘기 나누셔야 하니까 저희는 잠시 자리를 피해 주는 게 어떨까요?”유이준은 진은영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더니 말했다.“지금 우리 법무팀은 제 이혼 소송을 위해 꾸려진 팀이니까 굳이 자리를 피할 이유도 없습니다.”김 비서 역시 더는 입을 열지 못하고 조용히 옆으로 물러섰다.유이준은 다시 진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은영 씨가 아이를 키우는 데 엄청난 힘과 돈을 들였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은영 씨가 아이를 헛되이 낳은 걸로 만들 생각은 없거든요. 원하는 걸 말해보세요. 타당하다 싶은 건 뭐든 다 받아들일 테니까요. 그리고 별이를 보고 싶다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별이를 데리고 같이 밤을 지새우는 건 안 돼요.”진은영은 조용히 유이준을 바라보았다.귓가에는 그가 내뱉은 차가운 단어들이 맴돌았다.[아이를 헛되이 낳은 걸로 만들지는 않겠다.][원하는 걸 말해봐라.][만나는 건 가능하지만 밤을 지새우는 건 안 된다...]...이것이 유이준이 베푼 자비라는 걸까.예전 같았으면 진은영은 발끈하며 자리에서 일어났겠지만 별이의 문제였던 탓에 그녀는 함부로 굴 수 없었다. 오히려 유이준에게 애원해야 할 지경이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대표님, 별이 데리고 하와이에서 살게 해주세요. 별이는 없는 셈 치고 이준 씨 결혼 생활에 아무 타격 없게 할게요. 여기 회사도 다 정리할 거고, 다시는 B 시에 잘 안 들일게요... 제발 별이 양육권
박준식은 돌리는 것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입을 열었다.“지난번에 한 번 만났을 때, 저는 이미 진심으로 진 대표님을 마음에 품고 있었습니다. 괜찮다면 더 깊이 알아가고 싶은데요. 만약 저희가 결혼을 하고 혼인신고까지 마친다면 저는 충분히 진 대표님 회사에 투자할 의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기혼자라면 아이의 양육권을 얻는 데도 문제가 없을 거고요.”더 말할 것도 없었다. 박준식의 말에 진은영의 마음이 동요하기 시작했다.그녀는 박준식에게 아무런 감정도 품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두 사람은 비즈니스적으로 봤을 때는 아군보다 적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유이준에게 크게 데인 상태였고, 별이의 양육권을 얻기 위해서라면 박준식과 결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걱정거리가 하나 남아 있었다. 박준식과 결혼을 한다고 해도 그녀는 박준식에게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 내어줄 생각은 없었다. 박준식과의 결혼은 진은영에게 있어 그저 단순한 거래에 불과했다.석양이 지며 하늘이 금빛으로 물들었다.차 안에 있던 진은영이 조심스레 낮은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박 대표님, 다른 조건은 다 뒤로 하고요, 일단 명확히 하고 가야 할 게 있는데요. 저는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습니다.”하지만 박준식은 생각보다 더 흔쾌히 진은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저한테도 아이가 있고 진 대표님한테도 이미 별이가 있으니까요... 아이를 원하지 않으신다면 저도 진 대표님의 선택을 충분히 존중해드리겠습니다.”진은영이 잠시 침묵을 지켰다.“그럼 내일 다시 만나서 조금 더 자세히 얘기 나눠보죠.”박준식은 기분 좋은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전화를 끊은 진은영은 온몸의 힘이 전부 빠져나간 듯 가죽 시트에 몸을 기댄 채 하늘의 금빛 노을을 바라보았다. 눈빛에 희미하게 깃든 아픔은 점점 짙어져 이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으로 변해갔다.그녀 역시 알고 있었다. 내일 박준식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나누려고 했던 이유는 단순히 별이의 양육권을 찾아오기
몸집이 크고 단단한 유이준은 부드러운 여자의 몸을 대신할 수 없었다.깊은 밤, 그는 다섯 살이 된 진별이를 안고 침실 안을 걸어 다니며 조용히 달래고 있었다.진별이가 곧 잠에 들려고 할 때, 갑자기 하늘에서 번개가 번쩍이며 천둥이 울리고 폭우가 쏟아지며 세상을 뒤덮었다.우렁찬 소리에 진별이는 놀라서 깨어 버렸다.진별이는 유이준을 좋아했지만 화려하고 멋진 유씨 저택이 나고 자란 곳이 아니다 보니 폭우가 쏟아지는 밤이면 자신을 키워준 아줌마가 그리웠고 엄마에 대한 그리움도 사무쳤다.진별이가 엄마를 찾으며 크게 울었지만 유이준은 마음을 다잡고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진별이는 그의 어깨에 기대어 울다 지쳐 잠들었고 잠시 뒤 천둥소리에 다시 놀라 깼다.그렇게 몇 차례를 반복하자 유선우와 조은서로 소란스러움에 깨어났다.유선우는 마음이 아팠다. 그는 아들을 손가락질하며 외쳤다.“넌 융통성이 없는 나무토막이야? 밖에 비가 온다고 핸드폰이 안 통해? 너랑 진별이 엄마가 다투고 있다고 해서 진별이가 엄마랑 통화조차 못 하게 해? 무슨 아버지 노릇을 그렇게 하는 거야!”유이준은 자연스레 말문이 막혔다.조은서도 질책하며 말했다.“애가 그렇게 울면 몸 상해. 얼른 은영이한테 전화부터 해서 날 밝으면 며칠 동안이라도 아이를 보내줘. 이렇게 어린애가 엄마 없이 어떻게 지내?”이때 진별이는 유이준의 어깨에 기대어 간신히 잠들어 있었다.유이준은 어쩔 수 없이 진별이의 양육권 얘기에 대해 꺼냈으나 이유는 생략했다.이야기를 들은 유선우 부부는 더 큰 충격을 받았다.그들은 둘이 다퉜다는 사실은 짐작했지만 유이준이 법무팀까지 동원해 아무런 힘도 없는 진은영을 괴롭힐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유선우는 유이준을 한 대 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유선우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따끔하게 말했다.“유이준, 너도 참 대단하다. 사업하며 배운 수법을 자기 여자한테 써먹어? 진은영이 누구야? 네 아이 엄마야! 어떻게 아이를 엄마로부터 억지로 떼어놓으려고 해? 이
진은영은 잠시 생각하다 답했다.“오후에 봐요. 오전에는 약속 있어요.”유이준은 진은영이 사업을 하고 있으니 만날 사람도 많을 것으로 생각해 그녀의 의견에 따라 오후로 약속을 잡으며 시간과 장소를 정했다.유이준이 장소를 YS 그룹으로 정할 것이라는 진은영의 예상과는 달리 그는 고급 클럽의 프라이빗 룸으로 정했다. 진은영은 유이준이 변호사들을 데리고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 그 장면을 생각하니 마음 한편이 시렸지만 담담히 현실을 받아들였다.진은영이 동의하자 유이준은 전화를 끊었다.유이준은 자신이 생각해 둔 타협안이 그리 마음에 내키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유이준은 여전히 진은영과 박준식 사이의 일을 신경 쓰고 있었고 그녀가 자신을 아끼지 않음을 원통하고 있었다.전화를 끊은 유이준은 어스름한 하늘을 바라보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는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고는 새벽부터 진별이를 안고 왔다.아버지인 유이준이 직접 진별이에게 옷을 입혀 주었다. 봄이 시작되는 날씨라 진별이는 노란 오리 무늬의 스웨터를 입었다. 하얗고 작은 얼굴은 유난히 귀여웠는데 그녀는 동그란 눈동자를 반짝이며 아빠를 바라보았다.“정말 저를 엄마한테 보내주시는 거예요?”유이준은 진별이에게 양가죽 신발을 신기며 고개를 끄덕이고 반쯤 무릎을 굽힌 채 아이를 안고 약속했다.“그래. 아빠가 금방 다시 진별이를 데려올 수 있도록 노력할게.”진별이는 안심하며 유이준의 목을 끌어안고 뽀뽀했다.“진별이는 아빠가 좋아요.”그 말에 유이준은 마음이 저렸다.또한 자신이 한 결정이 옳음을 느꼈다.아침 싟를 마치고 유이준은 진별이를 엄마에게 데려다주었다.출발하기 전 유선우 부부는 아쉬움을 표했다.그들은 박준식이라는 변수가 존재한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아이만 있으면 두 사람도 언젠가 다시 합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진별이를 기꺼이 돌려보냈다.그러나 유이준이 진은영을 너무 몰아붙이고 있었다.진은영의 별장에 도착한 유이준이 아이를 하와이에서 함께 온 가정부에게 넘겼다.차에서 내린 진별이가
“당신은 그저 유씨 가문 사모님 역할만 하면 돼요. 유씨 가문 사모님으로서의 의무로는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YS 그룹에 스캔들을 일으킬만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물론 부부로서의 의무도 포함됩니다. 둘째 아이를 가질지는 결혼 2년 후에 다시 결정하도록 하죠.”유이준이 그의 뜻을 완전히 표시하고 말을 끝냈을 때 진은영이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그녀는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엄청난 특혜를 주는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매일 아이를 볼 수 있고 매년 200억의 생활비가 지급되고 둘째 아이를 낳을 기회까지 주시네요. 유 대표님, 많은 여자가 그 자리를 부러워할지 몰라도 저는 아닙니다. 이 결혼에서 당신은 저를 한 사람으로 대우할 생각이 없는 것 같네요.”유이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는 진은영이 단칼에 거절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이전에는 울고불고 매달리며 진별이를 데리고 하와이에서 살겠다고도 하더니... 나랑 결혼하는 것보다 그게 더 좋은가?’유이준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다시 잘 생각해 보세요. 거절하면 부모님 설득할 방법은 많아요. 예를 들어 진별이를 먼저 해외로 보낸다던지...”유이준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지만 진은영은 그의 뺨을 후려쳤다.청명한 소리가 정적을 깼고 두 사람 사이의 마지막 정까지 끊어냈다.두 사람은 급박한 숨을 몰아쉬며 서로를 매섭게 노려봤다.한참 후, 유이준이 손을 높이 들었으나 진은영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눈을 감은 채 그의 손길을 기다렸다.‘차라리 잘 됐어. 서로 한 대씩 주고받으면 이전의 정까지 끊어내고 원수로 지내도 괜찮겠지.’하지만 유이준은 그녀의 뺨을 내려치는 대신 그녀의 볼에 사뿐히 손을 내려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진은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상담했었어요. 제 부채를 상쇄할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해 정상적인 가정을 이루기만 한다면 이준 씨는 제 양육권을 빼앗을 수 없어요.”“그래요?”유이준이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진은영 씨, 너무 순진하시네요. 어디 가서 조 단위
진은영이 아래로 내려가자 길이를 추가한 검은색 캠핑카가 빌딩 앞에 세워져 있었다.진은영이 다가오자 기사가 차에서 내려 차 문을 열며 공손하게 말했다.“박 대표님께서 계속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정말 진심입니다.”기사가 말한 박 대표님이란 바로 박준식이었다.오전, 박준식과 진은영은 원만한 합의를 이루어 결혼을 하기로 했다.이 결혼은 거래에 더 가까웠다.진은영은 박준식이 가지고 있는 자산의 뒷받침이 필요했고 박준식은 대외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아내와 진은영이 진행 중인 신재생에너지 개발 프로젝트가 필요했다.진은영과 결혼하면 박준식은 상당한 경비를 절약할 수 있었는데 그 누구도 손해 보는 거래가 아니었다.진은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차 뒷좌석에 올랐다.박준식이 완벽한 차림새를 한 채 진은영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에는 그녀의 능력에 대한 인정과 알아채기 어려운 남성적인 부드러움이 있었다.박준식 같은 남자는 거래를 위한 결혼이 필요 없었다.하지만 그가 이런 제안을 한 이유는 다름 아닌 진은영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이었다.박준식은 그녀를 얻고 싶었고 더 나아가 소유하고 싶었다.캠핑카 뒷좌석은 매우 넓었지만 진은영은 불편한 기색으로 앉아 있었다.옆에 앉아 있는 남자는 낯설다시피 한 사람이었지만 그녀의 약혼자였고 두 달만 있으면 진정한 부부가 될 사람이었다.오전 중, 그들은 많은 세부 사항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대부분의 디테일은 모두 그녀와 진별이의 성장에 관한 내용이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혼란스러웠다.박준식은 그녀의 기분을 눈치채고는 말없이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으며 말했다.“결혼 후에도 최대한 당신을 존중해줄게요.”그의 말에 진은영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강한 척하는 그녀가 결혼에서 원하는 건 단지 존중일 뿐이었다....클럽 안, 진은영이 자리를 떠난 후 유이준은 한참이나 룸 안에 앉아 있었고 김미영은 곁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10여 분 후, 유이준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김 비서, 진은영이 결혼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