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범은 자기 아내를 올려다보며 눈으로 물었다.[은영이한테 언제 이런 약혼자가 생긴 거야? 유이준이 알면 분명 미쳐 날뛸 텐데?]진안영은 아이를 안아 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도 이틀 전에 알았어요. 당신한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유이준은 언니랑 소송 중이잖아요. 이게 더 좋은 결말 아닐까요?”그날 유씨 저택에서 진안영은 유이준에게 간청했지만 유이준의 태도는 강경했다.그 순간 진안영의 마음도 차갑게 얼어붙었다. 유이준을 상대하고 있는 진은영은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그래서 박준식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진안영은 의외라고 생각하면서도 반대하지 않았다.세상에 누군가가 진은영을 보호하고 그녀에게 안정된 삶을 보장해 줄 수 있다면 그 남자가 누구든 상관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진안영은 신경 쓰지 않았지만 조진범은 달랐다.남자의 마음은 남자가 제일 잘 안다고 했다. 하물며 두 사람은 사촌 형제였다.유이준이 진은영이 다른 남자와 결혼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결혼식장을 뒤집어엎을 수도 있었다.그래서 조진범은 소파에 몸을 기대어 담담히 유이준에게 문자를 보냈다.[네 전 여자 친구랑 식사 중이야. 박준식이라는 남자와 함께 있는데 사업을 꽤 크게 하는 사람이야. 아, 양쪽 부모님도 와 계셔. 그리고 진별이가 그 남자를 아저씨라고 부르는 게 아주 자연스럽더라. 곧 있으면 아빠라고 부르게 될지도 모르겠어.]문자를 보내고 난 후, 조진범은 친절하게 레스토랑 이름과 위치도 함께 첨부했다.그는 문자를 다 보내고 어린 딸을 품에 안고 다정히 달래주었다.우연의 일치로 유씨 가문 사람들도 같은 레스토랑 다른 룸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유선우 부부, 유이안과 강원영이 어린 강윤을 데리고 중요한 손님을 접대하고 있었다.식사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무렵, 유이준은 조진범의 문자를 받았다.유이준은 문자를 두 번이나 읽어보고 나서 진은영과 박준석이 상견례를 진행하고 있음을 알아챘다.그것도 같은 레스토랑에서 말이다.유이준은 핸드폰을 손에 쥔 채
한순간, 방 안의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모두가 유이준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는 신혼부부처럼 다정하게 나란히 앉은 진은영과 박준식을 번갈아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아주 화기애애하네요. 결혼 이야기 중이신가요?”진별이가 유이준을 바라보며 귀엽게 말했다.“아빠!”진별이의 목소리에 유이준은 이성을 되찾아 상을 뒤엎고 싶은 마음을 눌렀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어두운 얼굴로 진별이에게 다가가 아이를 안아 들고 차가운 눈빛으로 진은영을 응시하며 말했다.“잠시 나와서 얘기 좀 하시죠.”진은영이 라 답하기도 전에 유씨 가문 사람들도 룸에 들어왔다.안을 들여다본 사람들은 무슨 상황인지 가늠하지 못하고 있었고 잠시 멈칫한 유선우가 얼른 유이준에게 말했다.“은영 씨가 가족 모임 중인가 보네. 나중에 다시 얘기해. 급할 것 없잖아.”유선우는 진은영이 마음에 들었고 며느리로 삼고 싶었다.하지만 유이준이 진은영을 몰아붙여 그녀가 급하게 상견례까지 하는 마당에 더 이상 권유할 입장은 아니었다.게다가 진별이도 함께 있는 자리에서 싸움이라도 나면 큰일이었다.유선우의 단호한 태도와 진별이의 존재 덕분에 유이준은 겨우 분노를 억눌렀다.유이준은 아이를 품에 안은 채 진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약속 시간은 다시 정하시죠.”진은영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유이준이 진별이를 데려가려 했지만 잠시 생각하던 진은영은 굳이 말리지 않았다.유선우 부부가 있는 한 그녀는 진별이의 안전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이렇게 한바탕 소란은 일단락되었다.사람들이 나가고 룸 안은 다시 조용해졌지만 마음은 모두 무거웠다.박준식의 부모님은 융통성 있는 분들이셨다.그들은 조금 전 들어온 남자가 범상치 않은 사람임을 느낄 수 있었고 또한 어른으로서 그 남자가 진은영에게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그들은 자기 아들이 젊고 잘생긴 남자의 상대가 되지 않을까 봐 걱정되었다.박준시근 진은영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했다. 그는 배려심 있게 부모님을 먼저 돌려
밤이 깊어지고 유씨 저택 안에서 유선우 부부는 성심성의껏 진별이를 달래고 있었다.그들은 평소와 다름없는 태도로 진별이를 대했고 작은 아이에게 부담을 주지도, 진별이 앞에서 박준식이라는 사람에 관해 묻지도 않았다.어른들의 일은 어린아이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쌀쌀한 봄날의 밤, 유이준은 얇은 흰 셔츠 하나만을 걸친 채로 테라스 난간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삼십 분도 채 되지 않아 바닥에는 꽁초가 쌓여 작은 더미를 이루었다.시간을 계산한 유이준은 담배를 끄고 옷을 입으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1층에서 유선우가 그를 멈춰 세우며 물었다.“어디 가니?”하지만 유이준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현관문을 밀며 말했다.“진은영 만나러요.”차가운 바람이 불어 들어오자 유선우는 유이준을 향해 욕설을 내뱉으며 냉소적으로 말했다.“하룻밤도 못 기다려? 네 성격은 대체 누굴 닮은 거냐? 그렇게 신경 쓰였으면 처음부터 사람을 벼랑 끝으로 몰지 말았어야지! 이제 와서 수습하려 해도 늦었다.”유이준은 별다른 답 없이 세차게 현관문을 닫았다.유선우는 그의 행동에 또다시 욕설을 내뱉었다....차에 올라탄 유이준은 지금껏 느껴본 적 없던 무기력함을 느꼈다.그는 또다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들고 불을 붙여 몇 모음 빨다가 끄고 엑셀을 밟아 진은영이 사는 곳으로 향했다.고요한 밤, 성능 좋은 검은색 벤틀리가 도로를 빠르게 질주하여 반 시간도 채 되지 않아 검은색 꽃이 수 놓인 대문 앞에 도착했다.유이준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진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몇 번 울린 후 그녀가 전화를 받자 유이준의 목소리는 밤공기보다 더 서늘했다.“집 앞에 있어요. 잠시 얘기 좀 하시죠.”잠시 생각하던 진은영이 동의했다.전화를 끊은 진은영은 걱정스러운 눈빛을 한 하연을 마주했다.예전에 있는 사모님이었던 하연은 유이준을 알고 있었다.그의 성격에 대해서도 겪어본 적 있는 하연은 걱정이 앞섰지만 진은영은 그녀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며 안심시켰다.“엄마, 몇 마디만 하고 들어올 거
유이준의 은혜를 입은 건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고생을 먹은 것도 사실이었다. 매번 혼자 멍때릴 때 유이준이 임하민을 안고서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떠올랐다.평화는 이대로 끝이었다...유이준은 진은영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의 손목을 잡고 차에 밀쳤다.“이준 씨!”진은영은 놀란 마음에 소리를 질렀다.유이준은 고개 숙여 헤아릴 수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더니 입맞춤하는 것이다. 반강제적인 입맞춤에 진응영은 다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유이준이 다리로 받쳐주지 않았다면 스르륵 주저앉았을지도 모른다.진은영이 애원했다.“이준 씨, 이런 안 돼요...”하지만 유이준은 못 들은 척 더욱 거칠게 대했다. 진은영은 어쩔 수 없이 한쪽 손으로 그의 뺨을 때렸다.쨍한 소리와 함께 정적이 깨지고 말았다.유이준은 뒤로 한 발짝 물러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진은영을 쳐다보았다.이번이 두번째로 그에게 손대는 것이다.차에 기대어 있던 진은영은 살짝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이준 씨, 저는 곧 다른 사람이랑 결혼할 사람이에요. 과거는 과거일 뿐, 저는 이제부터 박 사모님이 될 거라고요. 그리고 이준 씨도 하민 씨와 잘될 거고요... 이준 씨, 제가 이렇게 빌게요. 네?”유이준은 그녀를 우두커니 쳐다보았다.“난 다른 사람이랑 결혼하지 않을 것이고, 아직 결혼할만한 상대도 없어요. 저는 더이상 감정 문제와 혼인 생활에 정력을 쏟고 싶지 않아요. 이것만 물어볼게요. 박준식 씨랑 결혼할 거예요? 아니면 저랑 결혼할 거예요?”공기는 쥐 죽은 듯 고요했다.진은영은 다 큰 어른이라 박준식과 한 협의도 장난이 아니었다.어두운 밤, 유이준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조용히 담배를 피우면서 진은영을 주시했다. 담배 한대를 다 피울 때까지 시간을 줬지만, 진은영은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글썽거리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서로 사랑한다고 해서 달라질 거 뭐 있어. 성격이 안 맞아서 맨날 싸우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데.’유이준의 손에 쥐고 있던 담배는 끝을 보이고 있었다.
차가운 저녁 바람이 불어왔다.진은영은 눈가가 촉촉한 느낌에 손으로 만졌더니 온통 눈물이었다.어두운 밤, 그녀는 유이준이 떠나가는 방향을 바라보면서 그동안 있었던 추억을 되돌려 보았다.온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진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했더니 박준식이었다. 잠시 후 진은영은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준식 씨.”이해심과 존경심이 가득한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기만 했다.“은영 씨, 저희 아직 관계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이 끌리는 대로 해도 괜찮아요.”박준식은 비즈니스맨으로서 무엇보다도 늘 이익이 최우선이었다.그런데 그런 그에게 어쩌다 진짜 사랑이 찾아온 것이다.심지어 오늘 진은영이 마음이 바뀌었다면 유이준과 그녀를 축복해 주기로 했다. 나중에 가끔 불같은 성격의 진은영과 함께했을 때의 자신이 얼마나 마음 넓은 사람이었는지 추억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진은영이 감정을 추스르면서 이렇게 나지막하게 말하는 것이다.“이준 씨가 고소를 취하했어요. 준식 씨, 저희 결혼해요.”전화기 너머의 박준식은 1분 동안 침묵하다 그제야 진은영의 마음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사실 진은영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랑은커녕 좋아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나랑 결혼하기로 한 최대이유가 유이준과 헤어지고 싶어서겠지?’성격이 좋지 않은 유이준에게 상처받은 진은영은 그에게 가까이하려고 하지 않았다.그런데 박준식한테 결혼하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무조건 하고 싶다고 할 것이다.돌싱이지만 나름대로 성공적인 그에겐 진은영 같은 사람이 가장 좋은 결혼 상대였다. 현실적이기도 하고, 예쁘기도 한데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저녁 밤, 진은영과 유이준은 이대로 헤어지게 되었다....애인을 잃어버린 유이준은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고 유씨 저택으로 향했다. 진은영 말고도 그에게는 진별이를 포함한 가족이 있었다. 진은영이 누구한테 시집가든 진별이는 영원히 그의 딸이었다.별장
핸드폰을 확인하니 진은영한테서 답장이 온 것이다.[네.]아주 짤막한 답장이었다.문자를 한참 쳐다보던 유이준은 왜 진은영과 사이좋았을 때마저도 서로에게 상처만 주는 말만 했을까 후회되기도 했다.헤어진 지금이 오히려 사이가 더 좋아 보였다.진은영은 곧 다른 사람의 와이프가 될 사람이었기 때문에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저녁 내내 그녀의 답장을 곱씹어 보다 결국 밤을 꼬박 새우게 되었다.문 앞에서 한참을 지켜보던 유선우는 자기 방으로 돌아가 조은서에게 말했다.“우리 집에 사랑에 눈이 먼 사람이 납셨어. 하하. 동정해야 할지, 아니면 쌤통이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조은서는 생각이 많았다.유이준이 진별이를 데려간 틈을 타 박준식에 대해 조사해 보았는데 마침 조은서의 아는 사람이 박준식의 전처와 일면식이 있는 사람이었다. 둘은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성격이 안 맞다는 이유로 이혼했고, 이혼 후에도 아들 때문에 가깝게 지낸다고 했다.그러다 큰 비밀을 알게 되었다.박준식의 전처가 유방암을 앓고 있는데 박준식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 타이밍에 박준식한테 알려주면 이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수 있겠지? 새로 찾아온 사랑이냐, 사랑했던 전처냐, 과연 누구를 선택할까?’당연히 조은서는 몰래 진행하려고 했다....아침햇살이 비춰들어 오고, 잠에서 깨어난 유이준은 고개 숙여 진별이를 쳐다보았다.진별이는 유이준의 품에 엎드려 자고 있었고, 마침 발이 그의 복근에 닿아있었다. 녀석의 따뜻한 볼 때문에 가슴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모른다.유이준은 뒤척이지도 않고 조용히 녀석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어제저녁, 다시는 진은영과 감정적으로 엮이는 일을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진별이의 얼굴을 본 순간 그녀가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이럴수록 새로운 아내를 맞이하여 새로운 시작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새로 맞이할 아내가 진별이를 잘해줬으면 했다.YS 그룹 계승권은 아직 이른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진별이의 권력을 보장하기 위해 잠깐 생각하
반 시간 뒤, YS 그룹 앞에 도착하게 되었다.진은영이 박준식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직원들은 싱글 대디인 유이준을 위해 진별이의 새엄마가 되고 싶어했다.그래서인지 아직 젊고 미혼인 여직원들이 장난감과 간식들을 들고 진별이 보러 달려왔다. 알게 모르게 추파를 던지는 사람도 있었고, 대놓고 잘 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 상황이 꼴보기 싫었던 김미영은 죄다 쫓아냈다.일에 집중한 유이준은 별로 신경 쓰지 않은 채 진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김 비서, 곽 변호사한테 지분양도서를 가지고 오라고 해.”김미영이 배시시 웃으면서 진별이를 쳐다보았다.‘정말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네.’김미영은 유이준이 시킨 대로 곽 변호사를 불러왔다. 유이준은 그가 마음에 들었는지 직접 일어나 소파로 자리를 옮겼다.그것도 모자라 특별히 진별이의 손을 흔들면서 인사시키는 것이다.“여기 와봐. 아저씨라고 불러.”진별이는 유이준의 무릎 위에 앉았다. 5살이면 그렇게 어린애도 아닌데 유이준은 이정도로 진별이를 아꼈다.이때 곽민재가 초롱초롱한 두 눈으로 쳐다보는 진별이와 그 옆에 있는 유이준을 쳐다보더니 피식 웃었다.“70%는 대표님을, 30%는 진은영 씨를 닮았네요.”유이준은 기분이 좋았다. 이 세상에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의 열매를 맺는 것보다 더 행복한 일이 없었다.유이준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딸들은 원래 아빠를 닮게 되어있어.”간단한 대화 이후, 곽민재는 노트북을 켜 유이준의 뜻대로 지분양도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YS 그룹 50%의 지분을 진별이에게 넘겨주는 것 외에 좋은 위치에 있는 별장과 건물도 넘겨주기로 했다. 그 가치를 따져보면 4조 원은 되었다.심지어 진은영의 몸값보다도 더 비쌌다.지금까지 얼마나 노력해 왔는데, 유이준을 위해 낳아준 아이보다도 못했다.곽민재는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 들어 유이준을 쳐다보았다.“YS 그룹 지분을 양도하는 거, 대표님과는 상의해 보셨어요?”유이준이 담담하게 말했다.“아버지 진별이를 엄청나
저녁쯤 진별이를 데리고 퇴근하던 길에 향기로운 꽃냄새를 맡게 되었다.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이때 벚꽃 가지 하나가 유이준의 검은색 벤틀리 차 안으로 뻗었다. 눈처럼 깨끗한 것이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진별이는 손으로 만지고 싶었지만 손이 닿지 않았다. 유이준은 가지를 꺾어 진별이에게 건넸다.“꺅!”진별이가 몹시 기뻐하더니 유이준의 볼에 뽀뽀했다.순간 피곤함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진별이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아빠, 저 맥도날드 어린이 세트 먹고 싶어요. 채연 아줌마가 그러는데 다른 어린이들은 엄마 아빠랑 자주 먹는다고 했어요. 진별이도 먹고 싶어요.”어린이 세트는 물론 하늘의 별까지 따주고 싶었다.“알았어.”유이준은 진별이에게 안전 벨트를 매주면서 알겠다고 했다.10분 뒤, 맥도날드 가게에 도착한 유이준은 안전 벨트를 풀어 진별이를 들어서 안았다. 값비싼 정장 차림에 인형 같은 아이를 안고 있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런데 유이준은 늘 그랬듯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다.맥도날드 가게로 들어간 순간 멈칫하고 말았다.맥도날드 옆은 바로 웨딩드레스 샵이었고 투명한 통유리를 사이에 두고 진은영이 보였기 때문이다.유명한 디자이너의 작품인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있는 진은영은 몸매와 하얀 피부가 그대로 드러났다. 특히 허리라인마저 완벽했는데 박준식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이 장면은 유이준에게 충격이 컸다.유이준은 자기도 모르게 한참을 쳐다보았다. 이때 진별이가 그의 얼굴을 만지작거리면서 물었다.“아빠. 지금 뭘 보고 있어요?”유이준이 다급하게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어린이 세트 먹으러 가자.”“네!”유이준은 진별이를 꽉 안고서 또 진은영을 힐끔 쳐다보았다.성숙하고 듬직해 보이는 박준식과 있으니 나름대로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진은영이 얼굴에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정말 박준식을 좋아하는 건지 알수 없었다. 그런데 하는 행동을 보면 절대 싫어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