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준은 뒤돌아 맥도날드 가게로 들어갔다.진은영은 애써 감정을 추스르고 박준식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사이가 맞는지 입어봐요. 안 맞으면 다시 수정해야 해요.”박준식은 휴지로 다정하게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이 와중에 진은영의 아름다운 이목구비를 보면서 마음이 흔들리는 느낌이었다.이 정도로 좋아하지 않았다면 결혼하기로 마음먹지도 않았다.진은영은 고개를 들어 박준식과 눈을 마주쳤다. 서로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이끌리다보니 눈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알수 있었다. 나중에 헤어진다고 해도 박준식은 결혼 상대로 적합한 남자라고 생각될 정도였다.박준식은 직원과 함께 탈의실로 향했다.이제 막 셔츠와 바지를 입었는데 핸드폰이 울리는 것이다. 발신자는 다름아닌 아들 박준서였다. 전화기 너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빠, 엄마가 쓰러졌어요.”박준식은 순간 당황했다.전처의 상태를 확인해 보려고 이제 막 사람을 붙여놓았는데 이렇게 빨리 안 좋은 소식이 들려올 줄 몰랐다. 무슨 상황인지 묻자, 박준서가 울먹거리면서 말했다.“어젯밤 엄마가 꿈속에서 계속 아빠 이름을 불렀어요.”박준식은 전처와 큰 다툼이 없었고, 그저 가정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이혼하게 되었다.그래도 그녀와 아름다웠던 시절이 있었다.아들이 불쌍해서라도, 책임감 있는 남자로서 P 국을 다녀와야 했다. 이제 한 달 뒤면 진은영과의 결혼식인데 그녀에게 미안하기만 했다.진은영은 입 밖에 꺼내기 어려워하는 박준식을 보더니 이해하는 마음으로 거창한 말대신 그의 손을 잡고서 나지막하게 말했다.“비서님한테 전용 비행기를 준비시키라고 하세요. 이럴 때일수록 아이도, 엄마도 준식 씨가 필요할 거예요.”진은영은 주나영이 앓고 있는 병이 전 세계적으로 완치 가능성이 작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박준식은 순간 목이 메어왔다. 절대 결혼식에 지장이 가지 않게 1주일 뒤에 돌아오겠다고 했고, 또 지금 그에게는 진은영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 했다.이에 진은영은 피식 웃고 말았다.박준식이 셔
잠시 후, 유이준은 차에 시동을 걸어 일몰 방향으로 달렸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은 핑크빛과 보랏빛이 어우러져 아름답기 그지없었다.외도된 건지 차는 유난히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진별이는 뒷좌석에서 음도 맞지 않는 동요를 부르고 있었다.운전대를 잡은 유이준의 잘생긴 얼굴에는 미소가 보였다.진은영은 또 한 번 버거를 한입 베어물었다.이순간 누가 봐도 화목한 가정으로 보였지만 진은영을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어디로 가는 거예요?”유이준은 백미러를 통해 그녀를 쳐다보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걷고 싶은 거 아니었어요? 하이힐은 걷다 보면 발뒤꿈치가 벗겨질 수 있으니 차에 앉아 노을을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진은영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그저 묵묵히 버거를 먹을 뿐이다. 이때 진별이가 콜라 한잔을 건네면서 귀여운 말투로 말했다.“아빠가 그러는데 엄마가 너무 약해서 드레스가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어요.”‘일부러 그런 말을 한 거겠지.’유이준은 피식 웃고 말았다. 기분이 좋아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검은색 벤틀리는 한 시간 정도 시내 중심 주위를 두 바퀴 돌고 유턴해서 진은영이 사는 곳으로 향했다. 유이준은 운전하면서 하연의 근황을 물었다.달라진 태도에 진은영도 경계심을 늦추게 되었다.“컨디션이 아주 좋아요. 그저 방금 도착해서 적응이 안 되는 것뿐이에요.”유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시간 있을 때 시내 구경 좀 많이 시켜줘요. 최근에 B 시에도 변화가 많았지만 사실 은영 씨도 많이 변한 것 같아요.”진은영은 일부러 못 들은 척했다.이때 진별이가 달콤하게 말했다.“아빠도 많이 변했잖아요.”분위기는 순식간에 묘해졌다.진은영은 유이준이 대답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원성이 가득한 말투로 말하는 것이다.“아빠는 안 변할 수가 없어. 안 변하면 여자들이 아빠를 안 좋아하거든.”“진별이는 아빠를 영원히 좋아할 거예요.”유이준은 백미러를 통해 으쓱한 표정으로 진은영을
유이준은 진은영을 쳐다보았다.세 식구가 함께 자는 모습은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박준식의 와이프가 될 사람이었기 때문에 무조건 순결을 지킬 것이 뻔했다.유이준은 그저 진은영의 표정을 통해 지나간 일을 얼마나 기억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두 사람은 서로 쳐다보면서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다.두 사람 모두 옛 추억을 잊은 적 없지만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잠시 후, 유이준이 진별이에게 말했다.“며칠 지나면 엄마랑 잘 수 있을 거야.”진별이는 기분이 안 좋은지 입을 삐쭉 내밀었다.“엄마 아빠랑 셋이 함께 자고 싶다고요. TV에서는 다들 그렇게 자던데.”유이준은 아빠로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그냥 막말하기로 했다.“며칠 지나면 엄마 아빠랑 같이 잘 수 있을 거야.”“이준 씨.”진은영은 자기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고 싶었다.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그녀는 평소와는 달리 부드러워 보였다.유이준은 그저 조용히 쳐다보고 있었고, 공기는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이 어색한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진은영은 진별이의 볼에 뽀뽀하면서 이만 헤어지기로 했다.“모레 봐.”진은영은 뒤에서 누가 쫓아오는 것처럼 후다닥 차에서 내렸다.유이준이 계속 마음속으로 파고드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끝난 사이였기 때문에 더 이상 가깝게 지내면 안 되었다.‘진은영, 미쳤어? 왜 아직도 이준 씨한테 남다른 감정을 품는데?’...차 안, 유이준은 아까의 감정을 돌이켜보면서 진은영이 박준식을 위해 순결을 지킨다고 생각했다.진별이 한숨을 내쉬었다.“에잇, 답답해. 아빠는 왜 아무것도 못 해요?”유이준은 진별이를 보면서 피식 웃고 말았다.손을 뻗었지만 녀석의 머리까지 닿지 않았다.“아빠가 아무것도 못 했으면 어떻게 진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났겠어.”그야말로 한방에 얻은 아이였다.유이준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진별이의 모습에 모든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진은영의 결혼 때문에 슬펐던 마음도 잊히는 느낌이었다. 유이준은 방향을 돌려 유씨 저
모레면 진별이가 유치원 입원 테스트를 받는 날이었다.진은영이 유치원 입구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유이준이 굳이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진은영은 이런 사소한 일때문에 싸우고 싶지 않아 알겠다고 했다.이제 막 전화를 끊었는데 하연이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이다.“어제 오후에 이준이 진별이랑 비서 한 명을 데리고 찾아왔었어. 아무 말 없이 영양제를 두고 가더라고. 딱봐도 구하기 힘든 것들이었어.”진은영은 멈칫하고 말았다.“지금까지 내가 너의 옆에 없어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도 몰랐어. 난 자격 없는 엄마라 너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는 못해도 이 한마디는 해야겠어. 이준이 아직 너한테 마음 있는 것 같아. 괜한 자존심을 부리는 거지. 남자아이가 마음에 드는 여자아이를 막 괴롭히고 그러잖아. 존재감을 발휘하려고... 난 이준이가 딱 그 남자아이 같아.”진은영은 듣고서 시무룩해하더니 말했다.“나 이제 곧 준식 씨랑 결혼해. 이제부터 이런 말 하지 마. 다른 사람이 들으면 오해하겠어.”하연은 하려던 말을 꾹 삼키고 한숨을 내쉬었다.10분 뒤, 유이준이 진별이를 데리고 도착했다.유이준은 차에서 기다리는 대신 한 손으로 진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에 들고 있던 과일바구니를 하연에게 건넸다. 하연은 눈치가 보이는지 진은영을 힐끔 쳐다보았다.유이준이 담담하게 말했다.“어제 농장에서 바로 따온 거예요. 드셔보세요.”하연은 그제야 과일바구니를 받았다.이때 유이준은 검은색 코트에, 가슴에 브로치까지 한 진은영을 쳐다보았다. 파마머리를 하고 있어 평소보다 더욱 여성스러워 보였다. 딱봐도 정성껏 꾸민 모습이었다.유이준은 자기도 모르게 그녀를 계속 쳐다보았다.“예쁘네요. 이래야 사모님처럼 보이죠.”칭찬 속에 씁쓸함이 묻혀있었다.진은영은 못 들은 척 진별이의 손을 잡았다. 진별이는 반응이 어찌나 빠른지 바로 다른 한 손으로 유이준의 손을 잡는 것이다. 세 가족이 드디어 모인 것이다.유이준은 진은영 모녀를 데리고 유치원으로 향했다. 유이준이 이 유치원에 큰돈을 들였
이 순간의 감동은 그들이 여러 번 사랑을 나눴을 때보다 더 깊었다. 유이준은 여러 번 그녀를 도와주었고 금전이며 자원도 아낌없이 쏟아부었지만 이렇게 따뜻한 온정을 보여준 적은 드물었다. 진은영은 원래부터 울컥하는 감정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애써 눈물을 참았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무너지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눈을 깜박였다. 유이준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그들은 마치 서로를 사랑하는 연인 같았고 진짜 부부처럼 보였으며 진별이의 완벽한 부모처럼 보였다. 한편 서정숙은 진별이에게 그림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말하기만 하면 되는 문제지를 내주었다. 진별이는 원장의 품에 기대어 반짝이는 눈망울을 빛내며 말했다. “이건 병아리, 이건 오리...” 서정숙은 눈물을 머금고 칭찬했다. “아가야, 정말 똑똑하구나.” 진별이는 자랑스러움 가득한 얼굴로 유이준을 바라보았다. 하얗고 귀여운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아빠는 마음이 녹을 것만 같았고 이렇게 완벽한 존재가 자기 아이란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는 다시 아이의 엄마를 바라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진별이에 반한 서정숙은 진별이를 학교에 남겨두기로 했고 유이준과 진은영에게 오후 4시 20분에 아이를 데리러 오라고 했다. 그녀는 유이준에게 자신 있게 말했다. “진별이를 저희에게 맡기세요, 유 대표님! 여기 음식 안전과 신변 안전은 절대 문제없어요...” 유이준은 믿었다. 음식은 그가 유기농 농장에서 직접 들여온 것이고 학교의 경비도 YS 그룹 보안 회사의 최정예 요원으로 교체했으니 진별이는 이곳에서 아주 안전할 것이다. 젊고 아름다운 여교사가 진별이를 반으로 데려갔다. 진별이는 세 걸음마다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빠, 잘 가요. 학교 끝나면 꼭 데리러 오세요.” “아빠...” 유이준은 고개를 돌려 진은영을 바라보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일부러 그녀를 놀렸다. “진별이가 엄마가 있다는 걸 깜빡했나 봐요.
말이 떨어지자마자 진은영의 입술은 유이준에게 점령당했다. 부드럽고 소중하게, 마치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을 다루듯이. 진은영은 눈을 뜬 채로 유이준을 마주 보았다. 이 순간만큼은 그녀에게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유이준은 한 번도 그녀를 이렇게 키스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눈물이 한 방울 뺨을 타고 살며시 흘러내렸다. 짠맛과 함께. 그가 이내 그녀를 놓아줄 줄 알았지만 오히려 그녀의 목덜미를 단단히 감싸 안고는 미친 듯이 더 깊게 키스하기 시작했다. 거칠고도 강렬한 키스는 그녀의 모든 것을 차지하려는 듯했다. 눈물은 계속 쏟아졌다. 한참 뒤, 유이준이 그녀를 놓아주었다. 진은영은 정신이 멍해져 마치 시간이 멈춘 듯했다. 하지만 그 순간 그 악당 같은 남자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부드럽게 속삭였다. “이제 날 신고해도 돼요. 아니면 한 대 때려서 화풀이해도 되고.” 몇 초 후, 그녀의 손이 그의 얼굴에 날아들었다. ‘짝!’ 소리가 맑게 울렸다. 진은영의 가슴은 격렬히 뛰었고 온몸은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완전히 망가진 모습이었다. 번진 립스틱과 번진 아이라인, 이마에 붙은 흐트러진 머리카락까지, 마치 한참 울고 나온 여자 같았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오히려 유이준에게는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는 내면에 차오르는 욕망을 억누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 손해 볼 줄은 모르네요?” 진은영은 화난 얼굴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다음에 또 이러면 당신 혀를 물어버릴 거예요.” 유이준은 갑자기 그녀를 다시 잡아당기더니 거칠게 입을 맞췄다...진은영은 더 이상 저항하지 않고 몸을 맡겼다. 두 사람은 뒤엉키듯 몸을 밀쳤다... 결국 그녀는 그의 품에 파묻혀 울며 소리쳤다. “유이준 씨, 당신은 정말 나쁜 놈이에요! 진별이의 양육권을 빼앗으려고 했잖아요. 저를 외도한 사람으로 만들려고 했잖아요... 그런데 저 결혼해야 돼요!” “나쁜 놈, 저 결혼해야 된다고요!” “알고 있어요.”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유이준은 진
조은서는 확신할 수 없었다. 바람을 피우는 남자는 두 개의 핸드폰을 갖고 다니는 건가?유선우가 샤워를 하고 있을 때, 그의 애인이 셀카 한 장을 보냈다.아주 젊은 여자였는데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비싼 옷들을 입고 있으니 어딘가 부자연스러워 보였다.「선우 씨, 생일 선물 고마워요.」조은서는 눈이 아플 때까지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녀는 유선우 곁에 여자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다만 이런 여자일 줄은 몰랐다. 마음이 아픈 외에, 남편의 취향을 알게 되어 놀랐다.그녀는 미안하다고 생각했다. 우연히 유선우의 비밀을 알게 되었으니까 말이다.등 뒤에서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유선우가 물기에 살짝 젖은 채로 나왔다. 새하얀 샤워 가운은 선이 분명한 복근과 가슴을 가려주고 있었는데 더욱 섹시해 보였다.“언제까지 볼 거야.”그는 조은서 손에서 핸드폰을 뺏고 그녀를 힐긋 보더니 옷을 입기 시작했다.유선우는 아내에게 불륜을 들켜서 미안하다거나, 마음이 찔린다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조은서는 그런 유선우의 태도가 그의 경제 수입에서 온다는 것을 알았다. 조은서는 결혼 전에는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였지만 지금은 그저 유선우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사는 가정주부니까.조은서는 그 사진으로 따지고 들지 않았다. 따지고 들 수 없었다.나가려는 유선우를 본 조은서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선우 씨, 나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유선우는 천천히 벨트를 매고 조은서를 보며 작게 웃었다. 아마도 아까 침대에서 가냘픈 목소리로 반응하며 어쩔 줄 몰라 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 모양이었다.“또 하려고?”이건 사랑이 아닌 그저 관계일 뿐이다.유선우는 조은서를 아내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실수였을 뿐이고, 어쩔 수 없이 한 결혼이니까.시선을 거둔 유선우는 침대맡에 놓인 파테크 필리프 시계를 손에 차며 담담한 말투로 얘기했다.“오 분 정도밖에 없어. 운전기사가 밑에서 날 기다리고 있고.”조은
6년이다. 조은서는 유선우를 6년 동안 좋아했다.힘이 빠진 조은서는 그냥 그대로 눈을 감았다....유선우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금요일 저녁, 조은서의 친정에는 큰일이 생겼다.조씨 가문의 장남인 조은혁이 JH 그룹의 경제 범죄 사건 때문에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10년은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기 충분한 시간이다.그날 밤, 조은서의 아버지는 급성 뇌출혈로 병원에 실려 갔고 상황이 긴급해 수술이 필요했다.조은서는 병원 복도에 서서 계속 유선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유선우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조은서가 포기하려고 할 때, 유선우가 문자를 보냈다.여전히 짧은 문자였다.「H시에 있어. 일이 있으면 진 비서에게 연락해.」조은서가 또 전화를 걸자 유선우는 전화를 받았다. 조은서는 급하게 입을 열었다.“선우 씨, 지금 우리 아빠가...”유선우는 그런 조은서의 말을 끊었다. 귀찮아하는 기색을 드러내며 얘기했다.“돈이 필요한 거잖아? 몇 번을 말해. 돈이 급한 거면 진 비서를 찾아가라고. 조은서, 듣고 있어?”...조은서는 고개를 들어 무표정으로 스크린을 쳐다보았다. 스크린에서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YS의약 그룹 대표 타워랜드 대절, 이성 친구를 위한 불꽃 축제」화면 속에는 불꽃이 예쁘게 터지고 있었다.젊은 여자가 휠체어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조은서의 남편인 유선우는 바로 그 휠체어 뒤에서 핸드폰을 쥔 채 그녀와 통화하고 있었다.조은서는 눈을 깜빡였다.그러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선우 씨, 지금 어디예요?”유선우는 잠시 멈칫했다. 조사받는 기분이 좋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저 대충 대답했다.“바빠. 별일 없으면 이만 끊을게. 진 비서한테 연락해.”유선우는 울먹이는 조은서의 말투를 눈치채지 못했다. 다만 고개를 숙여 옆의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이 꽤 다정했다.조은서는 눈앞이 까매지는 기분이었다.아, 유선우에게도 부드러운 면이 있구나.등 뒤에서는 새엄마인 심